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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9.01.02 14:43
최근연재일 :
2019.01.06 16:49
연재수 :
2 회
조회수 :
304,893
추천수 :
16,499
글자수 :
7,175

작성
19.01.06 16:42
조회
1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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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글자
4쪽

서문. 미워도 다시 한번

DUMMY

어두운 밤.


하지만 도시의 빛이 불타는 밤.



노란색의 로브를 걸친 마스터는 초고층 빌딩 위에 앉아있었다. 그는 아래에 펼쳐져 있는 도시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뒤에 서 있는 또 다른 마스터는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앞쪽의 노란색 로브와는 달리, 검은색 로브를 걸친 그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노란색 로브를 걸친 마스터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거짓말을 선택 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아무것도, 그러니 이 탄식은 거짓말이야."


"한참을 찾았어. 그런데 지상에 올라와 있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도 알다시피 친구들은 우리의 사명을 포기했어. 그리고 나도..."


검은 색 로브를 걸친 남자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앞쪽의 마스터가 말했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그만두자. 이제 끝났어. 마스터는 오늘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거야.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마스터.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렇게 존재하며 지성을 가진 생명체를 돌봐온 것이다. 그들은 인류의 친구이기도 했다. 인간들에게 선뜻 불을 선물해 주었고 수많은 발명품을 비밀리에 건넸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란 사실을 속삭여 주었고, 그래서 외톨이인 별에서 서로를 아끼며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비록 대놓고 손을 잡아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인간의 편이었다. 신의 유무는 마스터들도 모른다. 하지만 신을 대신해 인간의 죄를 용서하고 또 용서했다. 비록 용서받는 자가 그것을 깨닫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마스터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지켜봐 왔고 응원했지만 여기까지였다. 마스터들은 인간을 포기했다.


아래쪽에 펼쳐진 영화로운 도시. 발전과 번영이 극에 다다른 도시가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을 머금은 야경은 웅장했다. 그리고 묘한 열기와 감동이 있었다. 그 위에서 노란 로브 자락이 펄럭이고, 마스터의 두 다리가 흔들거린다.


"있잖아."


무거운 침묵 후에 등을 보이는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 뒤에 서 있는 검은 로브의 마스터는 오늘따라 상대의 등이 너무 작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커다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보던 책이 있었어.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마음 깊이 응원했지. 감정 이입이 돼서 말이야.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권수가 늘어날수록 실망만 늘어 갔어. 그리고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 우리가 기대한 결말은 어려울 것 같아. 막장으로 끝날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읽는 걸 포기하는 게 현명한 행동일 거야.."


"···."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읽은 마당이야. 이 정도면 오기랄까? 그냥 관성으로라도 끝까지 읽고 싶어졌어."


"바로 그걸 바보 같다고 하는 거야. 내 탄식 소리를 듣고 싶었다면 성공이야. 미련을 버려. 더는 우리가 인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 모두가 동의한 현실이야. 네가 그것을 거부한다면 그건 아집일 뿐이지."


단호한 목소리를 들은 노란 로브의 마스터가 웃음을 터트렸다.


인간들이 모래성처럼 쌓아 올린 도시 위에서 내려다 보니.


발아래에 안타까운 운명이 펼쳐져 있었다.


신이 아니라도 어찌 이것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생각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인간이 만든 도시 위에서.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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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미워도 다시 한번 +22 19.01.06 15,909 2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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