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이 바뀌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뿌꾸짱
작품등록일 :
2019.01.02 17:12
최근연재일 :
2019.01.26 20: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93
추천수 :
77
글자수 :
92,970

작성
19.01.14 22:45
조회
82
추천
4
글자
12쪽

03. 히든 능력치 (2)

DUMMY

[좀비 헤이터: 2,998/3,000]


“그어어어어.”

“뒤져라.”


타앙!


반쯤 으스러진 몸으로 기어오던 좀비의 머리통에 다미의 총알이 박혔다.


[좀비 헤이터: 2,999/3,000]


자, 이제 최후의 한 마리. 마침내 길고 긴 퀘스트의 끝이 보였다.


“퀘스트 하나 깨기 존나 힘드네.”


다미가 소매로 제 이마를 훔쳤다. 현도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근력과 이속을 찍었다 할지라도, 사람을 업고 계속해서 뛰어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음 레벨 업에서 근력을 찍겠다고 하면 한심하게 생각하려나.


“저···.”

“아이 씨.”


조심스럽게 물어보려던 현은 다미의 짜증스런 얼굴에 입술을 꾹 닫았다.

그래. 스탯 아깝게 괜히 근력을 찍으면 안 되지. 조금 힘이 들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다미가 올리라는 경험치에 투자해야지. 그럼, 그럼.


“짜증나네. 왜 리젠이 안 되지.”


도다미는 텅 빈 거리를 쏘아보았다. 빨리 마지막 한 마리를 잡고 집에 들어가 쉬고 싶은데.

마지막 한 마리만 남은 상황에서, 거리는 어둡고,

한산했다.


“··· 신은 좀비를 뿌려라.”

“······.”

“······.”

“··· 그게 뭐야.”


나타나지 않는 마지막 좀비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현이 하늘을 향해 뜻 모를 말을 외쳤다.


“옛날에 삼촌이 하던 게임에서는 이렇게 외치면 몹이 나왔거든.”


정말 몹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꺼낸 말은 아니었다. 그냥 너무 조용하기에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한 말인데 반응이 이다지도 처참할 줄이야.

다미는 머쓱해하는 현을 미친놈 보듯 하고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게임이 그래.


“신은 좀비를 뿌려라···.”


무시하는 다미와 달리, 원우는 나직한 목소리로 현의 말을 따라했다. 미심쩍었지만, 뭐든 해보고 싶었다.


[‘좀비 헤이터’ 퀘스트의 마지막 웨이브입니다. BOSS ‘좀비대왕’이 나타났습니다.]


“헐.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


그리고 원우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퀘스트의 마지막 웨이브. 좀비대왕.


“그나저나 네이밍 센스 존나 구리네. 좀비대왕이 뭐야.”


이름을 보고 허세를 부렸지만, 다미의 손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마지막 웨이브, 거기에 시스템 창까지 따로 띄워줄 정도라면 만만찮은 상대는 아닐 것이다.


“다미야, 우리 괜찮겠지?”

“괜찮아야지.”


곧 하늘을 가렸던 먹구름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이쪽으로 떨어뜨리려는 듯이.

다미가 긴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저렇게 뜸을 들여.”


바로 딱, 나와서 싹 죽이고 끝나면 얼마나 좋아. 다미는 게임을 할 때도 시나리오 영상은 전부 건너뛰는 편이었다.


“와··· 연출 장난 아니다.”


답답해하는 다미와 다르게, 현은 눈앞에 펼쳐지는 CG 같은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현은 NPC의 대화창이나 맵 이동 시 나오는 영상도 허투루 넘기지 않을 정도로, 게임의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에 관심이 많았다.


“온다.”


광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먹구름이 충분히 갈라지자 이번엔 땅이 흔들렸다.


쿠우우우우웅.


그리고 거대한 덩이가 땅으로 떨어졌다. 아직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 크기가 5층짜리 아파트 한 채는 되어 보였다. 지금까지 나왔던 좀비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 헐.”

“미, 미친 거 아님?”

“저걸 어떻게 잡아···.”


일행의 주 공격원은 총 한 자루가 무기인 원거리 딜러 도다미.

얼음 스킬을 조금 다룰 줄 안다고 하지만, 공격력에 큰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권총으로 저 덩치를 상대해야 된다는 말인데. 바주카포도 아니고, 초보자용 권총으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다.

정통 법사라는 도건은 데미지가 영 형편없었고.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A 난이도라지만 쪼렙들한테 너무 하네!”


다미가 손바닥을 현의 어깨에 문질러 땀을 닦아냈다.


9, 8, 8, 7. 도합 32. 평균 8 레벨.

하지만 눈앞의 덩치는 8 레벨에게 주어진 퀘스트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혹시 덩치만 큰 건 아닐까? 생각보다 방어력은 똥이라거나···.”

“아니요··· 바, 바뀌었어요.”


현이 혹시나 하고 말을 꺼냈지만, 퀘스트 창을 확인한 원우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퀘스트 난이도가 바뀌었어요···!”


원우의 말에 다들 황급히 퀘스트 창을 열었다.


좀비 헤이터

좀비대왕을 처치하세요.

난이도: SS (4인 이상 파티)

보상: 30,000G, 초보자의 모자(등급 랜덤)


SS 난이도.

파티원의 수가 늘어나면서 퀘스트의 난이도도 변경이 된 듯 했다. 그에 따른 보상금도 2만 골드가 더 늘어났다.


“미친. 인원이 늘어나면 뭐해. 공격력은 그대론데!”


쪼렙 하나가 더 들어왔을 뿐인데 갑자기 난이도가 2단계나 올라가다니. 이게 시스템 오류가 아니면 뭐란 말임. 실제 게임이었다면 보상으로 전설 아이템을 요구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쿠우우우우우.


물론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이다.


“돌았다, 진짜. 저걸 죽이라고?”


좀비대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일어선 몸체는 얼마나 커다란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불현 듯 무언가가 생각난 현이 혼잣말하듯 입을 열었다.

옛날 PC 게임 중에 그런 게 있었다. 튜토리얼을 위해 등장한 거대 보스몹. 튜토리얼 중인 쪼렙의 공격력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는 몹. 그러나 끈기와 근성, 그리고 컨트롤 실력만으로 튜토리얼 중 보스몹을 잡아 죽인 어느 유저.

지금 상황은 그것과 흡사했다.


“그으으아아.”

“··· 아닐 거야.”


게임에서 가능했다면, 여기서도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그렇다면 이딴 퀘스트를 집어넣은 ‘신’이라는 작자는 취향이 아주 변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옛날 게임 중에 튜토리얼에서 보스몹을 잡은 사람이 있었어.”

“어떻게?”

“1 데미지씩 공격해서.”

“미친놈아. 우리도 그짓을 하자고?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데?”


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미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총을 내려다봤다.


초보자의 권총

등급: E

공격력: 40

착용 제한: 거너 직업군

초보자가 사용하기 쉬운 7발의 반자동 권총.


문자 그대로 초보 of 초보를 위한 총. 이걸 들고 저 큰 덩치를 맞선다는 건, 나무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아씨··· 데미지 존나 안 닳을 거 같은데.”


어이가 없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성공 사례를 믿고 도전하는 수밖에. 이래서 죽나, 저래서 죽나 라면 까짓 거 해보지 뭐. 다미가 총을 꽉 쥐었다.

퀘스트 깨고 여기서 살아남으면 문의사항 500개 남긴다. 진짜로.


“다미님! 저, 저는 어떡해요?”


좀비대왕을 향한 무한 총질을 준비하고 있으니, 원우가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자잘한 좀비들을 잡을 때는 얼음기둥 위에 올려뒀지만, 지금은 그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오히려 위험해 보였다.

그럼 별 수 있나.


“잘 도망치십쇼.”

“네? 네?!”

“버프 넣는 거 잊지 말고!”


좀비 사냥의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다미가 현의 어깨를 꾹 쥐었다.


“일단, 아래쪽으로 파고 들어. 저 덩치여도 급소는 있겠지.”


다미의 지시에 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대왕은 몸집이 큰 대신, 움직임이 빠르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도망치면 된다. 현이 좀비의 아래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자 다미의 총이 좀비대왕의 발을 겨냥했다. 타앙. 그 다음엔 허벅지, 그 다음엔 배, 그 다음엔 사타구니.


“크워어어어어.”

“젠장. 머리를 노려야 하나.”


각각 다른 부위를 공격하였으나 데미지의 차이는 없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좀비대왕이 손을 휘둘렀다.


쿠웅-.


“와, 뒤질 뻔했네.”


좀비대왕의 손이 내리쳐진 바닥에 깊게 손자국이 패였다. 조금만 늦었으면 파리채에 짜부된 파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현이 그대로 뒤로 달렸다. 빈 손바닥을 확인한 좀비대왕이 느린 걸음으로 현을 뒤쫓았다.


쿠웅- 쿠웅-.


좀비대왕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땅이 들썩거렸다. 그 바람에 현은 몇 번이고 넘어질 뻔 했다. 잠깐 여유가 생겼을 때 신발 끈을 바짝 묶지 않은 게 후회가 됐다.


“안 되겠다. 발부터 묶어야지.”


다미가 현을 멈춰 세웠다. 물론 그 말이 현에게 신발 끈을 재정비할 시간을 준다는 건 아니었다.


[아이스 크레이터/ LV 2: 얼음으로 간단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원우 때문에 꾸준히 얼음기둥을 만든 덕인지, 스킬 레벨은 2로 올라있었다.

할 수 있어, 도다미. 더 큰 얼음기둥도 만들었잖아.

다미는 심호흡을 하고 좀비대왕의 왼발을 얼음으로 감쌌다. 왼발이 얼어버리는 바람에 발을 헛디딘 좀비대왕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됐다!”

“이제 머리만 집중 공격을 하면···.”

“크으아아 크워어어어어!”


넘어진 게 분한지, 좀비대왕의 손이 거칠게 자신의 왼발을 내리쳤다. 그와 함께 발을 감쌌던 얼음이 산산조각 났다. 아직 스킬 레벨이 낮은 탓에 얼음의 경도가 단단하지 못했다.


“어, 어쩌지 다미야?”


좀비대왕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좀비대왕이 일어서기 전에 다시 뒤로 도망을 쳐야할지, 아니면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할지 모르겠다. 다미는 좀비의 머리에 총을 한 발 쏘고 데미지를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데미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좀비대왕을 쓰러트리려면, 현의 말대로 피가 닳을 때까지 총질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단 거리를 두자.”


하지만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대체 어느 세월에 해치우냔 말임. 더 빠른 방법이 필요했다. 좀 더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뒤져라 좀비새꺄! 주인공님 나가신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거리를 두려는데, 눈치 없는 도건이 좀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온갖 폼을 잡으며 연속폭발을 일으켰지만, 대다수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 일쑤였다.


“병신아! 돌아와!”

“주인공의 실력을 보여드리겠음!”


자고로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는 주인공의 힘으로 탈출하는 법. 지금까지는 계속 뽀록탄이었지만, 그건 다 중요한 순간에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여전히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도건이 좀비대왕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씨발 왜 또 안 터져!”


또 한 번의 뽀록탄이 날아갔다. 도건은 어느새 좀비대왕의 코앞까지 가있는 상태였다.


“저 병신 진짜. 야, 채현 나 내려놓고 저거 끌고 와!”

“그럼 넌?”

“난 대충 숨으면 돼!”


질주 방향은 엉뚱하지만 이속을 30이나 찍은 도건보다, 여전히 이속이 10밖에 안 되는 도다미가 더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다미는 버둥거리며 현의 등을 벗어났다.


“너도 뒤지지 마라.”


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도건을 향해 뛰었다. 도건은 벌써 좀비대왕의 발아래까지 가서는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좀비대왕이 그런 도건을 밟겠다고 발을 들면 다람쥐처럼 쪼르르 반대쪽으로 옮겨갔다.

저러라고 이속 찍게 한 건 아니었는데.


“김도건! 빨리 이쪽으로 와!”

“나 할 수 있거든여! 보스몹은 원래 주인공이 처치하는 거임!”

“그러다 죽으면 주인공도 못 해!”


다미가 없는 현은 좀비대왕의 발아래까지 갈 용기가 없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며 도건을 설득했지만 도통 말을 들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끌고 오라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다미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에라 모르겠다. 현이 도건을 향해 달렸다.

달리긴 달렸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채현!!!!!”


중요한 순간에 신발 끈이 풀려버린 것이다. 현이 좀비대왕의 발아래에서 뒹굴었다.

저 애새끼 괜히 파티에 끌고 왔다.


작가의말

지금까지 채현의 모험일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st in peace....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관이 바뀌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07. 첫 번째 마을: 부평 지하상가 +2 19.01.26 45 1 13쪽
19 06. 무속성이 사는 법 (3) +3 19.01.24 77 3 16쪽
18 06. 무속성이 사는 법 (2) +1 19.01.23 65 2 11쪽
17 06. 무속성이 사는 법 +1 19.01.19 62 2 10쪽
16 05. 하울링 (2) +1 19.01.18 64 2 10쪽
15 05. 하울링 +1 19.01.17 69 3 10쪽
14 04. 모험의 시작 +1 19.01.16 69 3 14쪽
13 03. 히든 능력치 (3) +1 19.01.15 90 3 10쪽
» 03. 히든 능력치 (2) +2 19.01.14 83 4 12쪽
11 03. 히든 능력치 +1 19.01.12 85 4 10쪽
10 02. 파티원은 충분하다 (3) +2 19.01.11 75 3 8쪽
9 02. 파티원은 충분하다 (2) +2 19.01.10 84 4 9쪽
8 02. 파티원은 충분하다 19.01.09 84 3 8쪽
7 01 좀비사냥 (5) 19.01.08 86 3 8쪽
6 01 좀비사냥 (4) 19.01.07 87 4 10쪽
5 01 좀비사냥 (3) +1 19.01.05 107 4 9쪽
4 01 좀비사냥 (2) +1 19.01.04 119 7 9쪽
3 01. 좀비 사냥 +1 19.01.03 152 6 10쪽
2 00 세계관이 바뀌었다 (2) +1 19.01.02 189 7 10쪽
1 00 세계관이 바뀌었다 +1 19.01.02 302 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