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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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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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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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5화 애꿎은 인간의 분노 폭발

DUMMY

인간, 실버 드래라, 히드라 세 종족이 모닥불에 모여 무거운 대화를 시작했다.


“인간, 너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짓고 말았다.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대학 MT에 참석하기 위해 해안도로를 달리던 인간 현휘수가, 느닷없이 왜 이세계 아르피아 대륙에 떨어지게 되었는지 알카디우스의 설명이 차근차근 이어졌다.


“······.”


무거운 침묵만이 감도는 분위기. 알카디우스 외에 말을 꺼내는 자가 없었기에 대화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젠장! 빌어먹을!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크!”


그때 휘수가 벌떡 일어나 허공에 욕설을 내뱉으며 침묵을 깨뜨렸다. 히드라는 자신이 신의 사자라고 여기는 휘수가 못에 찔린 것처럼 튀어 오르자 괜히 움츠러들었다. 반면 알카디우스는 그런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휴우, 좋아, 좋아. 그럼 한 번 정리 해보자고.”


휘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몇 번의 심호흡을 내쉰 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곳은 아르피아 대륙이고, 너는 평소에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다 히드라가 마을을 습격하여 추격했는데 비열한 수법에 빠져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순간 너무 무서워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며 나도 모르게 소환마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하필 대한민국 해안도로 절벽 아래에 소환 문이 열렸고, 내 자동차가 히드라의 약점인 중앙머리에 떨어져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말이지?”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네가 머물러 있던 저쪽 세계에 소환 문이 열리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일······.”

“하아! 뭐 이런 X같은 경우가 다 있어!”


알카디우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휘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입술만 놀리는 것으로 분이 안 풀리는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를 힘껏 걷어차기까지 했다.


“하나만 더 확인할게. 지금 현재로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차분하지만 그 안에 가시가 섞여있는 휘수의 말투. 알카디우스는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 은근히 걱정되었지만 진실을 얘기해주었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말장난하냐, 이 개자식아?!”


휘수의 차분한 감정이 모조리 사라지고, 고함, 욕설과 함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급기야,


“저, 저기, 잠깐 진정을······.”


분노에 사로잡힌 휘수가 알카디우스에게 다가가 멱살을 덥석 움켜잡았다. 그리고 오른쪽 주먹이 금방이라도 그녀의 새하얀 얼굴에 휘둘러질 기세로 부르르 떨렸다.

휘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히드라가 급히 만류에 들어갔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알카디우스는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며 눈을 감았다. 하나뿐인 목숨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에 애꿎은 인간을 이곳 아르피아 대륙으로 소환시켰으니, 그 주먹으로 자신을 때려 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맞아주겠다는 각오다.


“죽게 되었으면 그냥 얌전히 뒤져버릴 것이지! 도대체 얼마나 더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딴 식으로 죄 없는 사람한테 폐를 끼쳐? 더럽고 징그러운 도마뱀 새끼!”

“미안하다.”


휘수로부터 계속 욕설이 날아왔지만 알카디우스의 머릿속에는 사과 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해? 마음에도 없는 말 입에 올리지도 마! 정말 미안하면 원래대로 히드라한테 물어 뜯겨 뒤져버리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꺼져 버리라고!”


알카디우스의 진심어린 사과에도 휘수의 기분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욕설에 가혹한 말을 마구 퍼부어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봐?! 무슨 구경거리 났어?! 저리 비켜!”


히드라와 눈이 마주쳤지만 나를 잡아먹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휘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히드라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초조하게 서있던 히드라는 괜히 불똥이 튀어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집으로 못 돌아간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가고 말테니까!”


알카디우스와 히드라를 뒤로 하고 자신의 애마 투산에 탑승한 휘수가 거칠게 차키를 꽂았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그러나 애마는 주인의 마음도 모른 채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내부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불안감이 드는 휘수의 이마에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하아, 돌아버리겠네, 진짜! 이곳에 카 센터나 보험회사가 있을 리도 없고!”


결국 시동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온 휘수. 근처의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아 답답한 속마음을 달래기 위한 흡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켰는데, 아무런 신호도 잡을 수 없다는 X표시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2년 전문대 졸업, 병역 특례로 약 3년 군복무 마치고 사회에서 방황 좀 하다가 뒤늦게 적성 찾아서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이런 내 앞에 왜 이런 시련이 다가온 거야? 아르피안지 뭔지 하는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고······.”


담배를 버리고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또 물고, 휘수는 단숨에 세 개비를 피우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다 오른팔로 살며시 눈을 가렸다.

혼란스러워 쉬고 싶은 건지, 저 별들에게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 이유는 오직 휘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


한편 그런 휘수를 멀리서 바라보며 어떠한 말도 행동도 보이지 못하고 있던 실버 드래곤과 히드라. 미안하고 안타깝고, 또 슬픔이 가득한 알카디우스의 귓가에 히드라의 조심스러운 말투가 들려왔다.


“저기, 알카디우스라고 했지? 나 말 좀 해도 될까?”

“얼마든지.”


알카디우스는 힘없이 대답할 뿐 고개는 들지 않았다.


“소개가 늦었지? 내 이름은 ‘리스’야. 알다시피 인간들을 습격해서 먹고 사는 극악무도한 히드라고, 비열한 짓거리로 널 죽이고 드래곤 하트를 강탈하려 한 점 진심으로 사과할게.”


알카디우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히드라 리스를 올려다보았다. 슬픔 가득한 리스의 표정에서 땅이 꺼질 기세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너도 이상하게 보였을 거야. 히드라는 보통 머리수가 다섯 개 이상인데 나는 겨우 세 개. 동족들한테 기형아 취급에 버림까지 받아 다른 도리가 없었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말을 잇는 리스.


“히드라에게 무리 이탈은 곧 외로움에 시달리다 죽게 될 운명이라 너무나 살고 싶어서, 동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그만······.”


리스의 좌우 머리가 풀이 죽어 축 늘어지고, 눈에 눈물까지 고인 모습이 매우 안쓰럽게 보인다.


“엄청난 마력과 힘이 담겨 있는 드래곤 하트. 그것을 섭취하여 머리수를 늘리는 진화를 거칠 생각이었구나?”

“······.”

“네가 나에게 가르론의 알을 강제로 먹인 이유도 가르론이 내 자아를 갉아먹으며 고통에 빠뜨릴 때, 내가 인간으로 변하면 즉시 삼켜버릴 생각이었지? 겉모습에 상관없이 심장은 드래곤 하트 그대로니까. 어때? 내 말이 맞니?”


거침없는 알카디우스의 질문에 리스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을 훤히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리스가 알카디우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미, 미안해! 오로지 나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죄 없는 인간들에게, 또 너에게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어! 네가 내리는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을 테니······.”


순간 리스는 온 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알카디우스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 것이다.


“많이 힘들었겠어. 가족 같던 동족들에게 버림받아 이 넓은 아르피아 대륙에 혼자 남겨지고. 얼마나 많은 절망을 또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이런 비열한 짓을 해서라도 다시 동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어.”

“이, 이해한다고?”


리스가 선명히 들려오는 따뜻한 말투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려보니, 온화하게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알카디우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리스의 슬픈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부드러운 손길을 내밀어주기까지 했다.


“나, 나를 위로해주는 거야? 하마터면 죽임을 당할 뻔 했는데, 나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손찌검을 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따뜻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물끄러미 알카디우스를 내려다보는 리스의 목이 메어오고,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후훗.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에 꼭 이유가 있어야 돼?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또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몇 번이라도 용서할게.”

“알카디우스······.”


리스는 자꾸 목이 메어와 그녀의 이름 다섯 자를 내뱉는 것도 힘겨웠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또 이놈의 시야는 왜 이렇게 흐려지는지. 결국 휙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뚝뚝 등을 돌려 얼굴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는 리스에게서 맑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단비처럼 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저대로 놔두면 홍수(?)가 날지도 모르겠다.


“리스.”

“미, 미안하다. 극악무도하다는 괴물이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나 보이고!”


다시 들려오는 부드러운 말투에 리스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다 털어냈다. 아직까지 눈가에 눈물이 적지 않게 고여 있었지만 얼굴빛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리스, 혹시 괜찮다면, 나를 도와줄 수 있겠니?”

“그럼! 너에게 용서를 받았는데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 가르론에 대한 해독제라면 내가 아르피아 대륙 전체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보겠어.”

“아, 잠깐! 내가 바라는 도움은 그런 게 아니야.”


알카디우스가 급히 손을 들어 리스의 입을 막았다. 한시라도 빨리 가르론을 제거하여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 급한 일이 따로 있나? 의아해하는 리스에게 알카디우스가 조용히 속삭였다.


“가르론 때문에 고통이 따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본래 모습으로 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온 세월도 적지 않아서 지금 이대로도 딱히 불편하지 않고.”

“그렇다면 알카디우스.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거야? 혹시 인간 상태의 너를 보호해줄 수호자가 필요한 거야?”


미스릴 갑옷에 검을 차고 있는 당당한 여기사의 모습이 결코 약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스 자신을 비롯한 거대한 생명체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연약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죽게 될까봐 겁이 나서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을 끌어들이는,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해.”

“인간? 아! 신의 사자님 말이지?”


리스가 알카디우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르피아 대륙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탈 것과, 신의 사자라 불리고 있는 휘수가 바위에 누워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두 거대괴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담배를 피웠던 건지, 당장 근처에 가자마자 지독한 니코틴 향이 코를 찔렀다.


“잠든 것 같은데?”

“응. 이렇게라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거야. 깊은 잠에 빠진 지금 순간부터는, 최소한 오늘 있었던 혼란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아르피아 대륙에 혼자 떨어져 어찌해야 할지, 니코틴을 흡입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기절하듯 잠에 빠지고 말았겠지.

안쓰러운 마음에 알카디우스의 부드러운 손길이 휘수의 갈색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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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1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8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0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1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59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5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0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6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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