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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작품등록일 :
2019.0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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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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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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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나도 몰랐지만 나는 사실. (4)

DUMMY

20XX년 XX월 XX일

내게 네로를 아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겠다.

애초에 내가 사랑했던 동물은 천원이가 시작이자 끝이라고 항상 생각했었다.

네로를 키우게 된 것도 그저 어머니가 새끼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사랑은 스며들어오는 것이라고.

네로는 꽤 오래 우리 집에서 지냈다.

가끔은 네로가 외출해서 집에 없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 집 마당에서 뒹굴거리며 보내는 녀석은 어느새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나도 몰랐지만 나는 사실. (4)











아라얀은 귀부인의 부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모리아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귀부인은 아라얀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아라얀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면서 질문했다.


"혹시 부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니?"

"아버지 성함은 얀이시고, 어머니는 몰라요."

"얀이라고? 혹시 아버지 분께서 쓰시던 물건 중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있니? 하나만 보여 줬으면 좋겠는데."


귀부인이 끊임없이 아라얀에게 질문하자 귀부인의 뒤에 서 있던 여인 중 하나가 귀부인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조용히 무언갈 속삭였다.

다시 여인이 물러나자 귀부인은 작게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초면에 제가 너무 무례했네요. 미안해요."


아라얀은 귀부인을 보며 말했다.


"그, 저희 숙소에 제 아버지가 쓰던 검이 한 자루 있어요. 망가졌긴 하지만요."


귀부인은 아라얀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 검 제가 한 번 봐도 괜찮을까요? 대신에 여러분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게요. 저녁은 다들 아직 안 드셨죠?"


아라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부인은 살풋 웃더니 우리를 보고서 말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세페타 쿠스디오라고 해요. 쿠스디오가의 가주직을 맡고 있답니다."


아라얀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쿠스디오라면 방금 저희가 산 흑검의 전 주인인 프라얀 쿠스디오님의 가문 아니에요?"

"네, 프라얀 쿠스디오는 제 오라버니 되시는 분이죠. 일단 그 망가진 검부터 보러 가도 괜찮을까요?"


아라얀은 우리를 보더니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저희는 녹검이랑 흑검의 대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아와야 하잖아요."


엘은 아라얀을 보며 웃었다.


"다들 먼저 가보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곧 따라갈게요."


나는 센티암을 보고서 엘과 함께 검들을 받아와 달라고 부탁하자 내 부탁을 들은 센티암은 싱글벙글하며 대답했다.


"넵! 얼마든지요! 원님!"


그렇게 엘과 센티암을 경매장에 남겨두고서 세페타와 함께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세페타는 아라얀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질문이 그치질 않았다.


"그래, 사냥꾼으로 서부에서 살았다고?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니?"

"아버지는 과묵하신 분이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법이 없었죠. 다만 검을 엄청 잘 다루셨던 거 같아요. 저는 한 번도 아버지를 검으로 이겨본 적이 없거든요."

"혹시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 수 있을까?"

"아버지는 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사실 계속 몸이 어딘가 편찮으시기는 했어요. 티는 잘 안 내셨지만요. 편찮으신 상태에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시긴 했지만요."


아라얀의 대답을 들은 세페타의 얼굴이 흐려졌다.


"돌아가셨다고?"

"네."

"그렇구나."


아라얀에게 대답해주는 세페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 뒤로도 세페타는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라얀에게 이것저것 계속 질문을 했다.

아라얀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거리를 두는 평소와 다르게 곧잘 세페타의 질문에 친근하게 대답해나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아라얀과 내가 먼저 방으로 올라가서 아라얀이 전에 쓰던 망가진 검을 찾으려고 짐을 뒤졌다.


"아라얀, 세페타님의 질문에 생각보다 열심히 대답해 주던걸요."

"세페타님을 보면 이상하게도 아버지가 떠올라서요. 게다가 세페타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져서 입이 잘 열리더라고요. 아, 찾았어요. 이 검도 오랜만에 꺼내 보네요."


아라얀은 헤르덴과의 일전으로 망가진 검을 아련하게 쳐다봤다.


"아, 세페타님이 기다리시겠어요. 어서 내려가죠."

"그래요."


숙소의 홀에서 기다리던 세페타에게 아라얀이 망가진 검을 보여주자 세페타는 아라얀에게 양해를 구했다.


"검 손잡이의 가죽을 좀 잘라봐도 될까요? 사례는 꼭 할게요."


아라얀은 아버지의 유품을 훼손하는 걸 잠시 망설이다 세페타의 간절한 얼굴을 보자 마지못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망가진 검이었으니까요. 잘라보세요."


세페타는 품속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더니 능숙하게 망가진 검의 손잡이 가죽을 잘라냈다.


손잡이 가죽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한 마리 산양의 문양이 드러났다.


산양의 문양을 본 세페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닮아도 너무 닮아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어."


세페타는 아라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아버지가 바로 내 오라버니이신 프라얀 쿠스디오셨어. 쿠스디오가의 문양이 새겨진 이 검은 내가 오라버니께서 제2군단 총사령관에 취임하실 때 선물해 드렸던 검이란다. 아라얀, 이리와 보렴. 한 번 안아보자."


세페타는 아라얀을 억세게 끌어안았다.

아라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세페타를 마주 안았다.


"어, 음. 저. 그럼 제 고모님이신가요?"

"세페타 고모라고 부르려무나.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오라버니가 딸이 있었는 데다가 그 딸이 이렇게 무사히 자라주었다니 정말 기적이 따로 없구나."


세페타는 아라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눈이랑 코는 네 오라버니를 닮았고 나머지는 네 어머니를 똑 닮았구나."

"어머니요?"


세페타는 아라얀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그래. 네 어머니인 아모리아 말이다. 평민 출신인 그녀를 네 아버지가 가문에 데리고 왔을 때는 정말 모두 깜짝 놀랐었지. 하지만 네 아버지가 워낙 대쪽 같은 분이라서 결국은 결혼까지 허락받고 성공적으로 결혼했지. 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 소식은 정말 황도의 커다란 이슈였단다. 지금이랑은 달리 귀족과 평민 간에 거리가 상당히 멀었거든. 나도 당시에는 과연 아모리아 언니가 우연히 오빠를 꼬셔낸 여우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단다. 나도 참 어렸었지."


세페타는 추억을 회상하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하지만 같이 지내보니 곧바로 알 수 있었단다. 내 오라버니가 아모리아 언니한테 아까운 사람이었지. 그 시대 남자 귀족들이 다 그렇지만 오라버니는 특히나 무뚝뚝하고 융통성이 부족한 타입이거든. 사실 지금도 오라버니가 아모리아 언니한테 어떻게 청혼했을지 궁금해. 내가 아모리아 언니한테 물어봐도 항상 웃기만 하면서 대답을 안 해주셨거든. 아, 너를 만난 게 너무 반가워서 내 말이 너무 길어졌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어머니이신 아모리아 언니는 정말 좋은 분이셨다는 거란다. 그런데 정말 아모리아 언니를 본 적이 없다고?"

"네."


세페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아마도 네 어머니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단다. 다만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아라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어렸을 때 만나서요?"


세페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세페타는 아라얀의 눈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니는 마녀이셨단다. 4문의 마녀이면서 동시에 기억의 마녀이셨지. 아모리아 언니는 사람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었단다. 다만, 언니는 그 힘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지. 사실 네 어머니가 마녀여서 가문에서 더 심하게 반대하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가문에서는 혹시나 해서 다른 마녀를 불러와 네 아버지가 아모리아 언니에게 기억을 조작당한 게 아닌가 검사도 했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었지."


세페타는 아라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어머니가 너의 기억 일부를 봉인해두셨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란다. 아마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네 기억이 깨어나겠지."


아라얀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 기억이 조작당해있을 수도 있다고요?"

"아닐 수도 있단다. 아모리아 언니가 정말로 네가 태어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을 수도 있겠지. 혹시, 아라얀도 마녀니?"


아라얀은 세페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마녀에요. 아직 각성을 못 했지만요."

"각성을 안 했다고? 어째서? 얼굴에 마녀의 문양이 안 드러나 있는데?"


아라얀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했다.


"특별한 방식으로 가리고 있거든요. 비각성 마녀란 걸 티 내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어머. 내 정신 좀 봐. 배고프지 않니?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서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자꾸나."


세페타가 아라얀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끌었다.

아라얀은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나서 세페타에게 조용히 말했다.


"제 동료들이 다 돌아오면 같이 쿠스디오가의 저택으로 곧장 갈게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세페타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한 가지만 기억해.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이제부터 아라얀 쿠스디오란다. 쿠스디오 가문의 일원이지. 쿠스디오가의 저택은 언제나 네게 열려있을 거란다. 나는 먼저가서 너희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구나. 조금 이따 보자."


세페타는 아라얀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주고서는 떠나갔다.


나는 아라얀의 얼굴을 보고서는 말했다.


"이제 귀족가의 아가씨 아라얀 쿠스디오네요. 이거 아라얀이 보던 이야기책 주인공이랑 비슷한 거 아니에요? 사실은 알고 보니 고귀한 혈통이었다든지."


내 말을 들은 아라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언제 봤어요?"

"제가 아라얀의 집에서 지낼 때 편지를 적고 나서 읽을 만한 걸 찾아보다 아라얀이 읽다가 깜박하고 책상에 놔두고 간 책이 눈에 들어와서 한 번 읽어봤죠."

"그 책을 본 기억을 잊어줘요. 지금 당장요."


작가의말

당장요.



오늘은 미리 적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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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아니, 왜 거기서 나오세요? (1) +10 19.11.06 442 30 12쪽
117 여로 (3) +13 19.11.04 385 34 14쪽
116 외전 - 2018년 7월 27일 +10 19.11.02 425 31 15쪽
115 여로(2) +15 19.11.01 403 30 10쪽
114 여로 +16 19.09.09 449 32 12쪽
113 여행 준비 (3) +11 19.09.05 411 32 11쪽
112 여행준비. (2) +10 19.08.02 631 32 15쪽
111 여행준비. +16 19.07.28 480 34 13쪽
110 뻔한 답. +19 19.07.24 479 40 12쪽
109 선택의 기회 +19 19.07.21 477 43 13쪽
108 짜증. +27 19.07.18 488 41 12쪽
107 문답. +27 19.07.01 555 42 12쪽
106 나는… 싶다. (10) +22 19.06.25 543 39 15쪽
105 나는… 싶다. (9) +14 19.06.20 461 33 15쪽
104 나는… 싶다. (8) +18 19.06.16 471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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