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신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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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작품등록일 :
2019.0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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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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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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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지만 나는 사실. (8)

DUMMY

20XX년 XX월 XX일

도둑고양이들에게 사람이 만든 담벼락은 무의미하다.

애초에 사람들이 멋대로 그어놓은 선을 도둑고양이가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네로에게 어머니가 밥을 주는 것이 어디 도둑고양이들에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네로가 밥을 먹고 있으면 어디선가 도둑고양이들이 나타나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사람이 있으면 다가오지 않지만 잠시라도 네로와 밥만 놓아두고 집안에 들어갔다 오면 시끄러운 고양이 울음 소리와 함께 낯선 도둑고양이들이 네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낯선 도둑고양이들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면 잽싸게 도망가버려서 굉장히 얄미웠다.

네로는 어머니가 주는 밥만 먹고 컸다 보니 굉장히 싸움을 못 해서 다른 도둑고양이들에게 맞고 밥을 뺏기기 일쑤였다.

그 뒤로 나는 네로가 밥을 먹을 때면 책을 한 권 챙겨와 곁에서 읽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몰랐지만 나는 사실. (8)









다나티오의 말에 제일 빠르게 반응한 건 아라얀이었다.


"헤르덴이요?"

"네. 헤르덴이라고 불린 남자는 금발 녹안에 다크서클이 짙은 사내였어요."


아라얀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원, 그 헤르덴이 맞는 거 같죠?"

"그런 거 같네요. 어디 갔나 했더니 황도에 갔었나 보네요. 다나티오 혹시 헤르덴이 쓰던 대검이 은색이었나요?"

"네."


아라얀은 다나티오의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덴이네요."


엘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 파르난이라는 여자도 사도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헤르덴과 파르난, 이 두명이 리엔티스의 가족을 납치해간 사람들의 머리인가요?"


다나티오는 엘의 말을 듣더니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리엔티스의 가족을 납치해간 자들은 흑지(黑指)라는 뒷골목 단체의 사람들이에요. 저랑 리엔티스가 가족의 행방을 찾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체가 드러났죠. 그래서 흑지 소속인 사람들을 족치다보니 다들 엄청 쉽게 입을 열더라고요. 흑지 소속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파르난이라는 여자가 납치를 지시하고 있다고 저희에게 말했어요."


엘은 잠시 다나티오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래서 흑지 소속의 사람들이 말해준 파르난의 위치로 쳐들어 가신 거고요?"

"리엔티스의 가족의 생사를 몰라서 한시가 급했어요. 게다가 흑지의 무력 수준은 딱 그냥 뒷골목 부랑배들 정도였으니까요. 마음이 급했죠."

"파르난은 만났어요?"

"네. 저희가 만난 파르난은 흰 머리카락와 검은 머리카락이 뒤죽박죽 섞인 이상한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우리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헤르덴을 불렀고요. 그 결과는 지금 보시는 대로죠."


엘은 기절한 리엔티스를 한 번 보더니 다나티오에게 질문했다.


"이런 말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물어봐야겠어요. 대체 어떻게 빠져나온거죠? 둘 다 이정도로 상처입었으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텐데요?"


다나티오는 잠시 눈을 질끈감더니 입을 열었다.


"파르난이라는 여자가 우리를 보내줬어요. 다음에는 더 많이 데리고 오라면서요. 헤르덴이라는 남자는 우리를 그냥 죽이려고 했지만 파르난이 헤르덴에게 무슨 말을 속삭이자 헤르덴은 등을 돌리고 어디론가 떠나갔어요. 그 뒤로 저는 기절한 리엔티스를 업고서 자리를 이탈한 다음에 원에게 받은 붕대로 응급처치를 하고서 바로 여기로 온 거예요."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다나티오에게 인단 조금 쉬어두라고 말한 뒤에 우리를 이끌고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모두 자리에 앉아 먼저 입을 연 건 엘이었다.


"리엔티스의 가족을 구출하러 갈 거예요?"


아라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구하러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원이 기절한 한 달 동안 같이 다니며 원을 지킨 사이잖아요."


엘은 아라얀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리엔티스랑 다나티오는 아라얀을 죽이려고 습격한 사람들이기도 하죠. 파르난이라는 여자가 다나티오를 놓아준 것도 저는 마음에 걸려요. 우리가 거기로 곧장 직행한다면 스스로 적의 함정에 뛰어 들어가는 셈이라고요. 게다가 리엔티스의 가족이 살아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살아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가지 않아서 리엔티스의 가족이 죽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엘은 아라얀을 마주보며 말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죠. 생각해보면 리엔티스의 가족이 살아있을 확률보다 이미 죽어있을 확률이 높을걸요.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잖아요. 이번 납치가 단괴의 보복이든 아니든 간에요. 애초에 흑지의 정체가 쉽게 드러난 것도 제 생각엔 둘을 유인해내기 위해서인 거 같거든요."


아라얀은 엘의 말에 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엘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전에 해준 이야기대로라면 그 헤르덴은 지금의 원이 못 이기는 상대잖아요. 또 원을 기절시킬 셈이에요? 기약없이? 저는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원을 마차에 태우고 한 달 동안 여행하는건 한 번으로 족해요."


엘의 말을 들은 아라얀은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아라얀과 설전을 하느라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엘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말했다.


"엘, 제가 전에 리엔티스랑 헤어질 때 한 번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이번에는 아라얀의 말대로 일단 리엔티스의 가족을 구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봐요."


엘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진정시키며 나를 바라봤다.


"원이 하겠다면야 말리지는 않겠지만 저번처럼 한 달 동안 기절해버리는 건 정말 사양이에요."


나는 잠시 가면을 벗어서 내려놓고 엘을 향해 미소지었다.


"명심할게요. 아라얀도 고개들어요. 함께 리엔티스의 가족을 구하러 갈 계획을 짜봐야죠."


아라얀은 내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의자를 아라얀의 옆으로 옮겨 앉은 뒤에 아라얀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줬다.


"엘도 아라얀이 싫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닌 걸 알잖아요. 엘은 우리가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아라얀?"

"저도 알고 있어요."


대답하는 아라얀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있었다.

나는 아라얀의 얼굴을 부드럽게 이끈 뒤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로 그렁그렁한 아라얀의 눈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울어요?"

"안 울었어요. 그냥 약한 제 자신이 조금 분할 뿐이에요."

"아라얀은 잘하고 있어요. 진짜로요. 조급해하지 말아요. 그리고 얼른 리엔티스의 가족을 구할 계획을 짜야죠. 뚝 그쳐요."


아라얀은 뿌루퉁한 얼굴로 나를 봤다.


"안 울었다니까요."


나는 그저 빙글거리며 아라얀에게 웃어주었다.


"알겠어요. 그리고 엘하고는 나중에 둘이서 잘 풀기로 저랑 약속해요."

"저는 엘한테 화난 게 아니에요. 그냥 쉽게 구하러 갈 힘이 없는 제 자신이 분했던 거라고요!"


나는 웃으며 엘을 바라봤다.


"그렇데요. 엘."

"저도 아라얀한테 딱히 화난 건 아니었어요. 다만 무작정 구하러 갈 수는 없다는 거였죠."

"그럼 일단 리엔티스의 가족 구출부터 한 다음에 나중에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엘과 아라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보던 라세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셨으면 제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세는 나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까 전에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한 건 기억하세요?"

"그랬었죠."

"마침 제가 하고 있던 일도 그 흑지라는 조직과 관련이 있어서요. 저희 쿠스디오가의 상단에서 모니엄이라는 상인분이 갑자기 실종됐거든요. 실종과 동시에 모니엄의 집에서는 횡령과 관련된 증거들이 잔뜩 튀어나왔고요. 모든 게 너무 딱 맞아들어가는게 조금 의심스러워서 제가 어제 하루종일 좀 알아보다가 작은 행운이 있은 덕분에 몇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었거든요."


라세는 잠시 우리를 한 번 둘러보고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흑지라는 단체가 모니엄을 납치하고 증거들을 조작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걸요. 그래서 마침 딱 힘을 좀 빌리기 위해서 부탁드릴려고 하던 참인데 일이 이렇게 흘러갔네요. 흑지와 관련된 인물의 위치도 덤으로 얻고요."


엘은 라세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도와준다면 어떻게 할 거죠?"

"당연히 이 인원만으로 쳐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모니엄의 경우는 납치되었다는 증거가 애매모호했는데 리엔티스와 다나티오라는 분들 덕분에 한 가지 방법이 가능하게 되었죠."

"어떤 방법요?"


라세는 나직이 선언했다.


"황도 경비대를 움직일 거예요. 감히 쿠스디오가의 사람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만들어야죠."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저희는 뭘 하면 되죠?"

"황도 경비대와 함께 흑지를 습격하시면 돼요. 정 걱정되시면 먼저 뚫고 들어가셔도 되겠죠. 혹시나 그 헤르덴이라는 사람이 버거우면 시간을 끌다가 황도 경비대와 함께 공격해도 괜찮으니까요."


라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저는 그럼 준비가 되면 여러분한테 알려드리러 올게요. 그때까지 일단 쉬고 계세요."


라세가 방을 나가고 나자 여태까지 가만히 앉아 있던 센티암이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원님. 제가 파르난이라는 사도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헤르덴이라는 사도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요."


작가의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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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여행준비. (2) +10 19.08.02 631 32 15쪽
111 여행준비. +16 19.07.28 480 34 13쪽
110 뻔한 답. +19 19.07.24 479 40 12쪽
109 선택의 기회 +19 19.07.21 477 43 13쪽
108 짜증. +27 19.07.18 488 41 12쪽
107 문답. +27 19.07.01 555 42 12쪽
106 나는… 싶다. (10) +22 19.06.25 543 39 15쪽
105 나는… 싶다. (9) +14 19.06.20 461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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