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신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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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작품등록일 :
2019.0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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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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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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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잠시만요. (3)

DUMMY

20XX년 XX월 XX일

내가 사는 지역 주변에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리는 시내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시골의 학교와는 규모가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는 입학식 날 운동장을 빽빽히 채운 사람의 머리들로 나를 감탄시켰다.











거기 잠시만요. (3)











"잠시, 잠시만요."


엘은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아드티네스를 말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거울부터 한 번 보고요. 아라얀, 거울 좀 줘보세요. 제가 직접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아라얀은 손거울을 하나 꺼내 엘에게 건넸다.

엘은 아라얀이 건네준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어? 음? 피부가? 얼굴도 조금 작아진 거 같은데? 어? 가슴도 조금 커진 거 같고?"


자신의 얼굴과 몸을 더듬는 엘을 보며 아드티네스가 뿌듯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약에는 미용 효과도 있는 데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약간씩 체형을 바꾸어주는 효과도 있거든요! 우리 제자씨는 얼굴이 작아지고 가슴이 커지고 싶었나 봐요! 제가 보기에는 어제도 충분히 예뻤는데 말이죠!"


아드티네스의 말을 들은 엘은 얼굴을 붉히더니 나를 보고 소리쳤다.


"제 얼굴은 충분히 작았어요! 그리고 가슴이 조금 더 커지고 싶다고 바란 적도 없고요! 정말이에요!"


아드티네스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엘을 향해 말했다.


"약의 효과가 제자씨의 바람을 증명하는 걸요? 우리 제자씨는 솔직하지 못한 편인가 보네요. 가슴도 좀 커지고 얼굴도 작아져 보고 싶을 수도 있죠! 브베오토를 익히려면 솔직해지는 편이 더 좋답니다!"


엘은 얼굴을 붉히더니 아드티네스를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아니라니까요! 다들 제 말을 믿죠? 그렇죠?"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서 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엘, 저는 이해해요. 하루아침에 몸이 달라지면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결국엔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엘은 얼굴을 확 붉히더니 내 어깨를 잡고서 탈탈 흔들었다.


"원! 뭘 이해한다는 거예요! 저는 정말 바란 적이 없다고요! 진짜요!"


나는 몸이 탈탈 흔들리는 와중에 할 말을 했다.


"어제보다 더 예뻐졌으니까 어찌 됐든 좋은 일이 아닐까요?"


내가 말을 듣자마자 엘은 내 몸을 흔드는 걸 멈췄다.


"원 눈에는 제가 어제보다 더 예뻐요?"

"네."


엘은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서 작게 헛기침했다.


"흠흠. 뭐, 그렇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네요."


아드티네스는 엘의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며 말했다.


"우리 가슴이 커지고 싶었던 제자씨. 어서 첫 수업을 하러 가보는 게 어떨까요? 이제 충분히 예뻐진 여운을 즐기신 거 같은데 말이에요! 어서 가요! 첫 수업을 하러!"

"저는 가슴이 커지고 싶어 했던 적이 없다니까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아드티네스는 엘이 빽 소리를 지르자 싱긋 웃었다.


"알겠어요. 제자씨! 그럼 가보죠!"

"잠시, 잠시만요."


엘은 자신의 귀를 가리키더니 아드티네스에게 물었다.


"이거는 어떻게 숨겨요?"

"아!"


엘의 물음에 아드티네스가 자신의 귀를 톡톡 두드리자 귀는 다시 인간의 귀로 변했다.

다시 인간 모습을 취한 아드티네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사실 조금 곤란하네요. 저도 제 힘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요. 대회에 참여한 사도 중에 인간 같이 생기지 않은 사도들에게는 대회 기간 동안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지거든요. 흠. 곤란하네요. 일단 모자라도 쓸까요?"

"그건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엘, 잠시만요."


나는 엘의 귀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잡고서 첫 번째 봉인을 풀었다.

내가 손을 떼자 드러난 엘의 귀는 사람의 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거울로 자신의 귀 모양을 확인한 엘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어? 원, 어떻게 한 거예요?"

"만져보면 알겠지만, 그거 환상이에요. 정확한 건 지켜봐야 알겠지만 아마 하루 정도 가지 않을까 싶어요."

"아, 아라얀 얼굴의 문신을 잠시 지우는 거랑 비슷한 방식인거죠?"

"맞아요. 사실, 문신보다는 쉬웠어요. 아라얀의 문신은 끊임없이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거든요."


아드티네스는 슬쩍 한 걸음 다가와 엘의 귀를 만져보더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쪽도 사도였어요? 대회합 때 그쪽 얼굴을 본 기억은 없는데 말이에요."


아드티네스의 물음에 센티암이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짓고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원님은 위대하신 [온전한 자]의 사도시다!"

"와."


아드티네스는 짧게 감탄사를 내지르더니 내 얼굴을 더듬어왔다.


"제가 사도를 그만두고 죽을 때까지 위대하신 [온전한 자]의 사도를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세상 참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기분이 드셔서 위대하신 [온전한 자]께서 직접 사도를 만드셨나 모르겠네요. 신기도 해라."


나는 멋쩍게 웃으며 아드티네스를 바라봤다.


"하하. 그럴만한 일이 조금 있었죠. 그런데 아드티네스는 엘이랑 첫 수업을 하시려던 거 아니었어요?"

"아, 맞다! 제자씨 어서 절 따라오세요. 숲 속에 만들어둔 제 보금자리에서 수업을 할 거거든요! 얼마 안 멀어요! 빨리 걸으면 한 1시간쯤 걸리겠네요! 어서 가요!"

"한 시간요?"

"네! 아, 여기서 수업할 거로 생각하셨어요? 그럴 리 없잖아요! 노래 수업을 도시 한가운데서 하다니 소음공해예요. 소음공해! 그리고 푸른 숲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운치 있는 법이거든요. 자자, 가요가요!"


아드티네스는 엘의 손을 잡고 어서 가자고 방방 뛰었다.

엘은 잠시 당황하다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혼자 가기에는 살짝 걱정되는 데요."

"어머! 제자씨! 저를 못 믿으시는 거예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우리 제자씨가 안심하도록 누가 따라오실래요? 어서 정해주세요. 아무나 어서요!"


내가 아라얀과 센티암을 바라보자 아라얀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오후에 여행자 길드에 들러서 길잡이가 구해졌나 확인해 보는 일은 제가 할게요. 원이 엘이랑 같이 가봐요."


나는 아라얀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흠, 아라얀 혼자 보내는 건 조금 걱정되니까 센티암이 좀 도와줄 수 있죠?"


센티암은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세상 믿음직한 표정을 얼굴 위에 띄우고서 내게 장담했다.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혹시 길잡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탈탈 털어서라도 길 안내를 하도록 만들어 보일 테니까요! 흐흐흐!"

"괜히 길잡이들을 핍박하지 말고 그냥 아라얀이 도와달라는 것만 도와주고 와요. 알겠죠?"

"네! 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할게요!"


아드티네스는 센티암이 힘차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서 엘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진짜 진짜 첫 수업을 하러 가봐도 괜찮겠죠? 제자씨?"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손잡고 끌지 좀 말아봐요. 잘 따라갈게요!"


엘의 말에 아드티네스는 바로 엘의 손을 놓더니 싱글벙글 웃었다.


"자 됐죠? 어서 가봐요! 출발!"


출발이라고 외친 아드티네스는 성큼성큼 발을 옮겨 방을 나갔다.

엘은 그런 아드티네스를 보며 쓰게 웃더니 아드티네스를 따라 발을 옮겼다.


"원, 어서 가요. 벌써 저만치 가버렸거든요."

"그래요. 아라얀, 센티암. 일 잘 보고 와요."


내 인사에 아라얀과 센티암은 손을 흔들며 잘 갔다 오라고 인사해줬다.

나와 엘은 둘의 배웅을 받으며 벌써 저만치 멀어진 아드티네스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대수림으로 들어와 한참을 걷던 와중 엘이 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냥 우리 아드티네스한테 길잡이를 해달라고 할까요?"


아드티네스는 엘의 질문을 들었는지 갑자기 뒤로 돌아 뒷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리 제자씨를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저는 제집까지 밖에 길을 모른답니다! 더 깊숙한 곳은 들어간 본 적이 없네요!"


나는 엘을 바라보며 희게 웃었다.


"그렇다네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다시 앞으로 돌아 길을 걷던 아드티네스는 밝은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말했다.


"다 왔어요! 저기가 제 집이랍니다!"


아드티네스가 바라보는 곳을 보자 빈 공터에 큼지막한 통나무 집이 세워져 있었다.

아드티네스는 짜잔 하며 통나무 집 앞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때요? 예쁘죠? 제가 노래만큼이나 자신 있는 게 바로 통나무 집 만들기랍니다!"


엘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게 짓긴 했네요. 그런데 혼자 살기에는 좀 크게 지은 거 아니에요?"

"그거야 언제 제자를 얻을지 모르니까 제자들 방을 5개 정도 만들어뒀죠! 입주를 환영해요!"

"제가 몇 번째 제자인데요?"

"이 세계에 오고 첫 번째요! 그래서 지금까지 방들이 전부 텅텅 비어 있답니다! 덕분에 이제 혼자 안 살고 둘이서 복닥복닥 하게 살겠네요!"


엘은 아드티네스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을 5개나 미리 만들어 두다니 아드티네스는 욕심이 크네요."

"원래 욕심은 큰 게 좋은 법이랍니다! 제자씨도 꿈을 크게 가져요!"


아드티네스가 한껏 미소를 지으며 엘에게 충고하는 사이 통나무 집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맞아. 꿈은 큰 게 좋은 법이지."


걸어나온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카엘름은 나를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황도에서 만나고 대충 두 달만인가? 금방 또 만나게 되서 반가워."


자연스럽게 아드티네스의 통나무 집의 문을 열고 걸어나와 내게 인사한 사내는 황도에서 만난 흑익의 대장, 창공의 신 라에트의 사도 카엘름이었다.


작가의말

카엘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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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여행준비. +16 19.07.28 480 34 13쪽
110 뻔한 답. +19 19.07.24 479 40 12쪽
109 선택의 기회 +19 19.07.21 477 43 13쪽
108 짜증. +27 19.07.18 488 41 12쪽
107 문답. +27 19.07.01 555 42 12쪽
106 나는… 싶다. (10) +22 19.06.25 543 39 15쪽
105 나는… 싶다. (9) +14 19.06.20 461 33 15쪽
104 나는… 싶다. (8) +18 19.06.16 471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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