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신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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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작품등록일 :
2019.0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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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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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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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싶다. (3)

DUMMY

20XX년 XX월 XX일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친구들과는 다른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나는··· 싶다. (3)










"하아. 온천이란 건 진짜 끝내주네요. 너무 좋았어요."


온천에서 막 나온 탓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엘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센티암의 심각한 실패를 뒤로하고 숙소의 온천으로 작전상 후퇴를 했다.


"맞아요!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마음 같아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한숨 자다가 나오고 싶더라니까요! 원은 어땠어요?"


들뜬 목소리로 내게 물어오는 아라얀을 향해 작게 미소 지어주었다.


"저도 좋았어요. 오랜만이네요. 이런 느낌."

"원이 살던 세계에서도 온천에 가봤어요?"

"네. 여기만큼이나 괜찮았죠."


객실에 딸린 온천은 목욕탕과 비슷한 구조였다.

오랜만에 추억에 젖을 수 있을 만큼.

나는 고개를 돌려 센티암을 바라봤다.

센티암은 근거 없는 신뢰가 무너진 뒤로 계속해서 뭔가 고민하고 있었다.


"센티암은 어땠어요?"

"아, 아! 원님! 저도 좋았어요!"


아라얀과 엘이 머리를 말리는 사이.

우물쭈물하던 센티암이 내게 슬쩍 다가와서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저랑 단둘이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

"또 라리에가 사는 데에 가보게요?"

"네···."

"아라얀이랑 엘은 왜 굳이 떼어놓고요?"


센티암은 슬쩍 둘을 본 뒤 나를 바라봤다.


"아까 숙소 오는 길에 보셨잖아요. 너무 웃는다고요! 저 둘은요! 원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인데 말이에요! 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자 꼬시는 기술에 대한 센티암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직 죽지 않았었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에 센티암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센티암은 소동물처럼 눈을 감은 채 내 손에 머리를 맡겼다.


"제가 조금 도와드릴게요."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이제 감을 잡았다고요!"

"그럼 제 방법이 안 먹히면 센티암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로 해요. 어때요?"


센티암은 자신의 턱을 잡고 고민에 빠졌다.


"흠. 좋아요! 원님 말씀대로 한 번 해볼게요! 물론 잘 안되면 한 번 더 제 방식대로 해볼 거예요!"


내 방식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이제 문제는 아라얀과 엘이 언제 자는 가네요. 너무 늦은 시간에 라리에의 집에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요."

"그거라면 별문제 없을 거 같아요! 원님. 아까 온천에서 나오면서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노곤해서 바로 잘 거라고 하더라고요! 둘 다요!"


센티암은 둘의 말을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머리를 다 말린 아라얀과 엘은 노곤한 얼굴로 오늘은 먼저 자보겠노라고 말하고 둘 다 침대에 들어갔다.

둘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숙소에 온 데다 따뜻한 온천에 몸까지 담갔던 탓에 오늘 하루는 푹 쉬기로 결정한 듯싶었다.

푹 자는 아라얀과 엘을 뒤로 하고서 나와 센티암은 숙소를 다시 나섰다.

아직 초저녁이었다.


"자, 가볼까요?"

"넵!"


그렇게 길거리에 나선 사도 둘은 다시 한 번 라리에를 회유하기 위해 시장의 집으로 향했다.










"제 생각에 저 나잇대 소녀는 말이죠···."


센티암은 두 눈을 초롱초롱 뜬 채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시장의 집 담 너머에서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라리에의 방을 보고 있었다.

라리에의 나잇대는 대략 14~5살 사이.

혹시 이 세계의 아이들의 발육이 지구와 다르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대개 흉포한 야생동물이나 다름없어요. 경계심이 가득하죠."

"호오. 그래서 제 완벽한 전략이 안 먹힌 거네요! 제 전략은 성인 여성을 기준으로 한 거니까요!"


그건 아니었지만, 굳이 지적해서 센티암의 뒤틀린 자신감을 자극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혹시나 라리에가 잠든다면 깨우는 건 실례니 내일 다시 찾아오기로 결정한 터라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으르렁대는 야생동물한테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떻게 되든 익숙해져야만 해요. 그리고 그 방법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이 제일 적당하죠. 라리에가 오히려 이쪽이 누굴까 기대하고 알고 싶게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 호기심은 서서히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우리에 대한 호감으로 변하는 거죠."

"그렇군요. 호기심을 자극해라···."


센티암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메모장에 메모를 하고 있었다.

문득,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조심스럽게 그 메모장을 빼앗았다.


"그냥 흘려들으세요. 실패하면 말짱 꽝이니까요."

"그래도 원님의 말씀을 기록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 했는데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나는 첫번째 봉인을 풀고 준비해온 금속 잔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운 뒤 스푼을 꽂아서 센티암에게 내밀었다.


"이걸 이용해 보는 거예요."


센티암은 내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아하! 이걸 장미꽃처럼 내밀고 다시 한 번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피를 조금 마셔도 되는지 물어보라는 거죠? 맞죠?"

"아뇨. 절대 아니에요."


센티암은 그럴 리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요?"

"창문을 살짝 두드리고 그 앞에 아이스크림만 놓고 나오세요. 얼굴은 비치지 말고요. 신중한 성격이면 안 통하겠지만 아까 잠시 본 라리에는 생각보다 활동적으로 보였으니까 아마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거예요. 만약 실패하면 다른 작전으로 가보죠."


센티암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제 얼굴을 안 비추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기껏 아이스크림을 주고 말 한마디 못 붙이면 손해 잖아요!"

"갑자기 얼굴을 비춰봤자 아까처럼 바로 비명만 지를걸요? 중요한 건 라리에가 저희 얼굴을 보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얼굴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요."

"흐음. 일단 원님 말씀이니 믿어볼게요! 하지만 실패하면 제 방식대로 다시 한 번 해볼 거예요! 이번에는 분명 통할 거 같다고요!"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센티암을 향해 휘적휘적 손을 내저어 보였다.


"일단 제가 시킨 대로 한 번 해보고 오세요. 저쪽이 잠들기 전에요."

"넵!"


센티암은 재빨리 아이스크림을 들고서 연기로 변해 라리에 방의 창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슬쩍 창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넣어 두고서 조심스럽게 창문을 톡톡 두들겼다.

안쪽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인기척이 들리자, 센티암은 재빨리 2층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장소로 숨었다.

곧, 라리에가 창가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확인했는지 라리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건 뭐지?"


잠시 기다리자 라리에가 우리가 놓아둔 아이스크림을 맛봤는지 '달아! 맛있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센티암은 나를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에 대한 센티암의 신뢰가 천장을 뚫고 치솟는 게 눈으로 보이는 듯했다.

나는 그저 담담히 한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당연한 일처럼.


원래 성공했을 때는 담담한 모습을 보여야 멋있는 법이었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군."

"음?"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거리 끝에서 한 사내가 나를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회색 장발, 오색찬란한 눈.

아까 분수 앞에 앉아있던 '고뇌하는 사내'가 나를 똑바로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지금 나는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게 미소 지으며 살짝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사내도 고개를 살짝 꾸벅 숙인 후 입을 열었다.


"안녕하다고 네가 내게 묻는다면 오늘은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보냈으니 안녕하다고 대답을 하는 게 타당하겠지. 그러니 나는 안녕하다. 너는 안녕한가?"

"저도 그런 편이죠."

"그런가."


어느새 내 옆에 다시 나타난 센티암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새로 나타난 사내를 빤히 바라봤다.

나는 여전히 희게 미소 지으며 사내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뭘하고 있었는지를 대답해 드릴 테니까 그전에 우선 갑자기 말을 거셨으니 자기소개부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색빛깔 눈이 나를 향했다.

잠시의 침묵.


"네 말이 옳다. 지금 상황으로 보건대 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은 순순히 나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로군."


또다시 잠시간의 침묵.


"나는 번뇌의 신 잉퀸님의 사도 베리다스다. 네 옆에 있는 금발 소년은 절제의 사도 센티암이겠지. 아까 분수대에서 봤지만 대회합 때와 다른 모습이기에 못 알아봤다. 동명이인인 줄 알았지. 하지만 방금 피안개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절제의 사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도와 함께 있는 너도 사도인가? 대회합때 나는 네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네가 사도라면 분명 너는 대회합에 참가하지 않은 유일한 100번째 참가자겠지. 아까의 질문에 대한 답변 뒤에 이 질문에 대한 답도 해주면 아주 감사하겠다."


새로 나타난 번뇌의 사도, 베리다스는 말이 조금 많았다.


"어, 그게 말이죠. 하나씩 대답해드리자면요···."


내가 베리다스의 질문에 답하려고 하는 사이 라리에 방의 창문이 벌컥 열렸다.

고개를 빼꼼 내민 라리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외쳤다.


"야! 맛있게 잘 먹었어! 고마워! 그런데 너 아까 낮에 심문실에서 본 금발 꼬마 맞지? 아직 여기 있으면 이야기 좀 하자! 낮에는 내가 너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거고 지금은 나와도 비명 안 지를 거니까, 일단 나와 봐! 맞다, 아까 준 사탕도 잘 먹었어!"


라리에는 눈치가 아주 빠른 아가씨였다.


작가의말

아가씨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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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여행준비. +16 19.07.28 480 34 13쪽
110 뻔한 답. +19 19.07.24 479 40 12쪽
109 선택의 기회 +19 19.07.21 477 43 13쪽
108 짜증. +27 19.07.18 488 41 12쪽
107 문답. +27 19.07.01 555 42 12쪽
106 나는… 싶다. (10) +22 19.06.25 543 39 15쪽
105 나는… 싶다. (9) +14 19.06.20 461 33 15쪽
104 나는… 싶다. (8) +18 19.06.16 471 32 12쪽
103 나는… 싶다. (7) +12 19.06.12 470 34 11쪽
102 나는… 싶다. (6) +16 19.06.07 487 39 15쪽
101 나는… 싶다. (5) +14 19.06.02 463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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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싶다. (3) +20 19.05.26 465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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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나는… 싶다. (1) +14 19.05.20 518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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