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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돌아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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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감사
작품등록일 :
2019.01.0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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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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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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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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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투신, 돌아오시다 - 가족들 2

DUMMY

* * *


최서준에게 이정범이라는 녀석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첫 만남은 사실 그리 나쁘진 않았었다.

아버지가 하는 헬스장의 회원이었던 녀석은 몸을 키우고 싶어 하는 순수한 면이 있는 고3 학생이었다. 고3이면 공부를 하라고 핀잔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정이 가는지라 운동 요령을 조금씩 가르쳐 주고는 했었다.

꽤 괜찮은 녀석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녀석의 본모습을 보았다.

패거리들의 상석에서 담배 뻑뻑 펴가며 중학생의 삥을 뜯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봐버렸다.

물론 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달려드는 오지랖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학생들이 삥을 뜯기는 것은 안쓰러웠지만, 그렇다고 귀찮음을 감수하긴 싫었던 것이다. 소득이라면 이정범이라는 녀석이 저런 양아치였다는 것. 이제는 헬스장 안에서 소 닭 보듯 하겠다고 다짐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문제는 쫄래쫄래 따라오던 그의 여동생에게 있었다.

최서준과는 달리 최서아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설마 고등학생 4명이 몰려 있는 곳에 뚜벅뚜벅 걸어갈 줄은 몰랐지만 그녀는 그렇게 했고, 무모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무모한 쪽은 이정범 패거리 쪽이었다.

왜냐면 최서아는 초중고를 관련 고등학교로 나오고, 국가대표를 노리는 태권도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정범은 그때 최서아에게 회 축을 쌔려 맞고 개과천선하여 새사람이 되었다며, 최서아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사귀고자 했다.

물론 최서준은 길길이 날뛰었다. 애초에 녀석보다 4살이나 많았는지라 쥐어박기도 쉬웠다. 녀석이 싸움 깨나 했었지만 수년간의 헬스와 복싱으로 다져진 최서준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것이다.

삥 뜯다가 여자한테 얻어맞고 반해서 개과천선하는 스토리는 삼류 소년만화에도 나오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소년점프 클리셰다.

그런데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고, 10년이 지나 있었다.

“······.”

10년이 지난 지금 그 빌어먹을 녀석이 그립고 그립던 서준의 집 터주대감이 되어 과일까지 깎아서 가져오고 있었다.

“드, 드시겠습니까?”

“······.”

“······.”

둘 다 말이 없다.

“음···면목 없습니다. 아니, 있다고 해야 하나. 음···역시 없겠죠?”

이정범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기만 했다. 서준은 그런 정범을 대놓고 노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머쓱해진 정범이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숙녀가 정범의 뒤에 숨은 채 서준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엔 두려움과 호기심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효주입니다. 제···딸입니다.”

빠드득.

진짜 난 소리였다. 빠드득 하는 소리. 이와 이가 부딪쳐서 크게 갈려야만 나올 법한 그 만화적인 소리가 서준의 잇새로 나왔다.

그 반응에 에어컨을 켜서 시원한 거실임에도 정범은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효, 효주야. 인사해야지?”

“안녀아세요오오.”

어눌한 말투.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던 서준의 입가를 사르륵 녹는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얼굴이었다.

“효주야 안녕?”

그러면서 손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였다. 하지만 소녀는 다시금 정범의 뒤로 숨을 뿐이었다.

“효, 효주야. 큰 삼촌이야. 인사 드려야지?”

“······삼촌?”

“그렇지. 삼촌. 하하. 으음, 이거 참.”

서준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정범을 노려보았고, 정범은 그 눈동자에 질식 직전까지 내몰려야만 했다. 결국 집중력을 잃은 효주가 꿈벅 꿈벅 졸기 시작했고, 서준은 그런 효주를 안방에 재운 후 다시금 거실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서준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꿍!

“죄, 죄송합니다, 형님!”

서준의 눈동자에 불똥이 튀겼다.

“누가 네 형님이지?”

그 서슬 퍼런 말. 하지만 정범 역시 물러설 수 없었기에 하고자 하는 말을 해나간다.

“전 효주의 아빠이고, 또한 서아씨의 남편입니다.”

“후우우우.”

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운 집에 왔건만 아버지도, 여동생도 아닌 여동생의 남편과 아이가 반겨주는 이 상황은 정말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무리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지만···어떻게 서아가 너 같은 놈과 결혼할 수가 있지?”

뭔가 울컥 하는 이정범이였지만 꾹 눌러 참았다.

솔직히 말해서 최서준이 빈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최서준이 아는 이정범은 고3 양아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정범은 훌륭한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가장이다.

“10년 간, 전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 말하며, 이정범은 최서준이 또 뭐라고 하기 전에 변론하듯 10년간의 일을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최서준이 운석 맞고 마계로 떨어진 바로 그 날.

이 세상에는 에그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것이 깨지며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맞이한 대공황.

여기까지는 서준 역시 아는 이야기였다.

중요한 건, 이 대공황 때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냐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아버지는 운영하는 헬스장에 계셨고, 이정범은 최서아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구애하고 있었다.

그때 우루루 몰려나온 몬스터들.

많은 이들이 죽었고,

그 많은 이들 중에는 분명 여동생, 최서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를 닮은 몬스터의 앞발에 그대로 찢겨 나갔어야 할 최서아를, 오늘도 어김없이 구해하던 잊이정범이 달려들어 구해냈다. 최서아의 상처를 이정범이 대신 받은 것이다.

훌렁.

이정범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등을 까 보였다.

그곳엔 거대한 무언가가 찍은 후 긁어버린 듯 끔직한 흉터가 나 있었다.

“까딱 잘못 했으면 하반신을 못 쓸 뻔 했습니다.”

“차라리 그러지 그랬냐.”

“······.”

어찌 되었건 최서아는 자신을 구해준 이정범을 다시 보게 되었고, 책임을 진답시고 몸이 나아질 때까지 간호를 하다 보니 감정이 생겨났다는 이야기이다.

“후우······.”

깊은 숨이 토해져 나온다.

그렇다는데 더 이상 무어라 말을 할까?

최서준은 백 번 양보해서 세월의 변화를 인정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10년 만에 돌아와 놓고 이제 와서 그때의 최서준이 점했던 포지션으로 10년 후의 이정범을 압박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보니 여동생의 생명의 은인이다.

원래는 자신이 해야 했을 일. 그것으로 인해 흉터까지 남았다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음은 모르지만 머리는 인정했다.

그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그래, 내 여동생 구해줘서 고맙다.”

이정범은 감격이라도 했는지 뭉클해하며 그 손을 맞잡았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형님.”

“그 소리는 아직 거북하니까 빼고.”

“······.”

“그래, 그런데 각성은 언제 한 것이냐?”

그 말에 이정범은 베시시 웃어 보였다.

“5년 전에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신체능력이 엄청 좋아지더니 알고 보니 제가 각성을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높은 등급은 아니지만···덕분에 가족 모두를 부양할 만큼은 됩니다.”

이정범은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듯 웃어 보인다.

그 웃음은 더없이 행복하지만, 뭔가가 결핍되어 있었다.

‘자유의 결핍인가?’

그렇다. 이정범은 그야말로 가장이 지을 법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듬직의 표상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사람을 많이도 변하게 만들었군.’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최서준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간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그런데 네가 열심히 해야 할 만큼 가정환경이 안 좋았나? 그렇지 않을 텐데?”

최서준의 아버지인 최해관은 옛날 YMCA 전국 보디빌딩대회를 시작으로 대회라는 대회는 모두 휩쓸면서 명성을 쌓다가 헬스장을 크게 열어서 성공, 그것을 기반으로 프렌차이즈를 어마무시하게 늘려 나가며 많은 돈을 벌다가 쫄딱 망한 이력이 있었다.

물론 쫄딱 망했다고 해서 부자가 거지가 되라는 법은 없었고, 해관 피트니스 본점 하나를 잘 운영하여, 그럭저럭 잘 먹고 살며 최서준과 최서아가 커가는 데에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가정환경이 안 좋을 리가 없다.

“···아. 그, 그게······.”

이정범의 낯빛이 대번에 어두워지며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삐비비비비비비비!

지극히 레트로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최서준의 동생,

최서아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작가의말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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