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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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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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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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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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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3)

DUMMY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운기조식이건만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단전에 자리 잡고있는 것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신 뒤 기운의 일부만 깨워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하단전 밑에 위치한 회음혈부터 일주천을 시작하자 짜릿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찻잔에 차가 채워지듯 청량한 기운이 발바닥에 위치한 용천혈부터 척추까지 가득 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득 채워진 기운은 이윽고 정수리에 위치한 백회혈까지 두들기더니 이내 몸을 가득 채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제갈연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호흡을 내뱉었다. 행여 호흡에 기운이 빠져나갈까봐 조심스러웠지만 기운은 단전 안에 완벽하게 갈무리되었다. 단 한 번의 일주천만으로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녀는 기운의 양을 조금씩 늘려가며 운기조식을 계속해나갔다.


예전에는 막혀있던 임맥들이 완전히 열려 있었다. 마치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완벽히 온몸에 파고들었다. 맨손으로 바위도 부숴트릴 수 있을 것처럼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이대로라면 모든 기운을 일주천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만하면 되었다. 무리하지 말거라.-


운기조식을 하는 도중에 건들거나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무림인의 금기 중 하나였다. 갈 곳을 잃은 기운이 세맥으로 흡수되거나 터져버리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심한경우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하지 못해 큰 내상을 입거나 주화입마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목소리는 정확하게 일주천을 마친 제갈연을 깨웠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제갈연이 눈을 떠보니 하얀 장삼에 새하얀 수염을 휘날리는 노인이 서있었다. 은덕을 입은 정파인들에겐 신선과도 같은 외모와 덕택에 신의선사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이기어검의 벽을 깬 것을 축하하네. 허나 기운은 네 것이 되었을지언정 몸 상태는 아직 완전치 못하니 그만하면 되었다.”


살짝 화가 난 상태로 일주천을 마친 제갈연이지만 대라선마의 말에 곧바로 표정을 풀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 이기어검?’


여성의 몸으로 이기어검의 경지에 오른 일은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첫 일주천을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어쩌면 절정의 경지라는 신검합일을 돌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림에 기인과 고수가 많아 이야기로는 너도나도 신검합일이라지만 실제로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신검합일의 경지는 무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검으로 바위를 내려치면 이가 나가는게 정상이지만 바위가 두부처럼 패이는 탈 인간의 경지인 것이다.


그런데 무려 이기어검이라니!

검에서 검강의 아지랭이를 피워낼 수 있고 검을 날려 마음껏 다루는 이기어검의 경지라했다.


그것도 대라선마의 말이다.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대라선마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다. 제갈연은 앞으로 본가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찬 희열을 느꼈다.


“어르신의 구명(求命)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인사치례는 되었네. 보아하니 강력한 음기를 지닌 영약을 취한 것 같은데 다행이 몸에 잘 흡수 되었네. 정말 기적과도 같은 천운이야. 그나저나 우리를 공격했던 일이 기억나는가?”


대라선마는 마지막 말과 동시에 자신의 기운을 흘렸다.

기운을 느낀 제갈연의 전신에 오돌토돌 소름이 돋았다.

잠시였지만 노괴들을 다 때려잡고 청지촌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녀의 몸속에 있는 기운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라선마의 기운을 느낀 제갈연은 범 앞에 선 하룻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강력한 마두라고만 여겼지만 이기어검의 경지에 오르고 보니 눈앞에 노괴는 그냥 차원이 다른 괴물같이 느껴졌다.

문득 조부께서 ‘같은 경지라도 신검합일 끝자락에 있는 고수는 신검합일에 갓 진입한 고수 여럿을 갖고 논다’고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떠올랐다. 같은 이기어검의 경지라도 큰 실력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송구합니다. 그땐 제가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살려주신 은혜 죽을 때 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대라선마의 질문에 제갈연은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질문의 저의(底意)를 알 수 없었다. 질문하는 사람은 한명이었지만 우리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제갈연은 심사숙고하여 답했다.


“마교의 큰 어르신들이 아니십니까.”


“그래 맞다. 마교에 몸담고있는 늙은이들지. 원래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현 무림에 그다지 관심이 없네. 무림을 이끄는 것은 젊은 피지. 쓸데없는 말이 길었군. 빈객이 주인을 내쫓는 격이지만 우리는 이 청지촌이 마음에 들었다네.”


제갈연은 애써 태연한척하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살인멸구? 아니지 그렇다면 이 노마두들이 애초에 살려줄리가 없어.’


제갈연은 대라선마의 목적을 깨닫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답을 내릴 순 없었다.


제갈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는 말씀은?”


“우리가 자네가 만든 청지촌의 입구를 부서트렸네. 자네는 앞으로 청지촌에서 나갈 수 없다네.”


대라선마의 말에 제갈연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노야들께서도 저와 같이 청지촌에 기거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 우리는 새로운 출구를 만들었지. 물론 그 입구는 알려줄 수도 없거니와 자네는 열수도 없네. 우리를 공격한 자네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게.”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평생을 이 청지촌에서 살아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반백을 넘게 살았지만 앞으로도 살날이 더 많다고 여겼다. 그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노년을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일단 쉬게. 내일 아침엔 이곳 주민들을 소개시켜주지.”


------------


밖에서 산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정체모를 노괴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그것은 그것대로 끔찍했다.

미래를 생각하니 온갖 걱정은 물론 나쁜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제갈연은 한참동안 밤잠을 설치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잠을 못 잔 것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개운했다.

인기척이 느껴져 집 밖을 나서니 대라선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대라선마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니, 괜찮네. 그나저나 이게 그 유명한 만개진과 환궁진인가? 대단하네. 내 들어가려해도 못 들어가겠네.”


진식을 설치한 기억이 없건만 습관처럼 진을 설치한 모양이었다.

만약 누군가 들어온다면 만개진에 의해 발이 묶여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나갈 것이다. 만약 진법을 익힌자나 고수가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비장의 카드로 설치해둔 환궁진이 발동돼 환영과 싸우게 될 터였다.

하지만 제갈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대라선마 정도의 실력이라면 진법 따위는 힘으로 깨부수고도 남았다.


“과찬이십니다. 노야께서도 진법에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허허. 자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 나중에 진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일단 가세 다른 늙은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네.”


대라선마를 따라 이동한 곳은 청지촌에서 가장 큰 암자중 하나인 청지암이었다. 제갈연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장소로 특히 신경써서 만든 곳이다.


그때 청지암 앞에 서있던 누군가 다가왔다.

햇빛에 그슬린 검은 피부에 다부진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제법 큰 키와 지저분한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있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를 보니 제법 잘생긴 인물이었다. 하지만 특출 난 것은 없어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느낌이 공존했다.


대라선마의 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인사하게 광마네.”


제갈연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 벌어진 입을 왼손으로 틀어막았다.


광마 마천존의 위명은 정사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현 무림에서 가장 강한 사람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람은 무당의 만현검(滿賢儉) 백서진인(白書眞人)과 화산의 매일제검(梅一帝劍) 장현학(張賢鶴)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파에서만 국한된 이야기였다.


사파까지 넘어가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


현 무림에서 가장 강한 고수라 평가받는 인물.


마교의 실질적인 강자.


불패의 초절정고수.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들이 간혹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무시하기도 했지만 엄연히 현 무림의 최강자중 하나인 광마 마천존이다.


제갈연은 손바닥으로 주먹을 감싸 마주한 뒤 고개를 숙였다.


상대가 광마라면 어떠한 예를 갖춰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제갈세가의 제갈연이라 합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여전히 아름답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광마의 대답에 제갈연은 당황스러웠다.


“가, 감사합니다. 소녀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20년 전 정마대전 때 네 진법에 상당히 애를 먹었지. 그때 본 게 전부지만 그 얼굴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구나.”


얼핏 칭찬처럼들렸지만 가시 돋힌 칭찬이다. 제갈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이었다.


“송구스럽습니다.”


“안으로 들지. 차 한 잔 들겠는가?”


제갈연은 광마의 권유를 거절할 만큼 간이 크지 않았다.


광마와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했다. 옛 이야기나 현 무림의 정세에 대해 몇 마디를 나누었고 가주인 제갈휘의 안부를 물었을 뿐이다.


“지내면서 어렵거나 불편한 일이 있다면 대라선마나 나를 찾아오게나. 내 도울 수 있는 일은 흔쾌히 도와주지.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된 것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네.”


“아, 아닙니다. 오히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교인이라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섰지만 조금은 기우(杞憂)인듯 싶었다. 옛부터 광마의 악행은 익히 들어왔다. 그러나 직접 광마를 만나보니 거짓의 살이 씌워진 느낌이었다. 얼굴은 악귀의 형상도 아니었고 예의 없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대라선마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나가 보게. 다른 이들은 암자 뒤편에 모여 있을 게야.”


“네. 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두 마두에게 예를 올리고 청지암을 나서니 멀지않은 정자(亭子)에 노괴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괴팍하기 그지없는 대라선마였지만 그 없이 혼자서 저곳까지 이동하자니 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갈연이 정자에 도착하자 숙덕대던 노괴들의 입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무림의 큰 어르신들게 인사드립니다. 제갈세가의 제갈연입니다.”


등이 굽은 노인이 제갈연에게 물었다.


“정말 환사선녀가 맞느냐?”


“네 맞습니다. 제가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근육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거한(巨漢)이 터질 듯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내밀었다.

무림에서 상대방에게 악수(握手)를 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포랍달궁의 영향을 받은 곤륜파(崑崙派)의 젊은 고수들이 간혹 악수로 인사를 하곤했지만 정말 절친한 사이에서 하는 인사일뿐이다.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상대방의 손을 잡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손을 내주는 행동은 위험한 행동이었고 또 그만큼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무림에 발을 디딘 이후로 생전 처음 받아보는 악수여서 제갈연은 몹시 당황스러우면서도 뭔가 조금은 기쁜 느낌이 들었다. 용기를 내 남자의 두터운 손을 잡자 남자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환사선녀인 것이 믿기진 않네만 노응칠 영감이 맞다고 했으니 맞는 것이겠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옛날에 굉장히 흠모(欽慕)했었네. 그때와 같은 얼굴을 보니 마치 꿈을 꾸는 듯싶구만 허허, 잘 부탁하네. 염류도네.”


그냥 몸 좋은 근육 괴물이라고 여겼건만 귀명염도(鬼命炎刀) 염류도(炎謬祁)라니!


멀리있는 수십명의 목을 일수에 따버린다는 절대고수.


도가 얼마나 빠른지 도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린다는 도의 귀재.


마교에서 가장 도를 잘 쓰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염류도의 인사를 뒤이어 팔괘(八卦)의 우측 방향으로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곱추 노인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귀찮게 뭐 이런걸... 에잉... 춘칠(椿七)이네. 성은 왕이야.”


이름을 듣자 제갈연은 하마터면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질뻔했다.


왕춘칠!!

흡혈마 왕춘칠이라니.


이기어검의 벽을 넘지 못한 흡혈마다. 그러나 어떠한 무림인도 흡혈마를 쉬이 여기지 못했다.


점창파의 이기어검 고수가 흡혈마에게 패한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였다. 정파에선 남의 내력을 빼앗는 사악한 흡멸마공으로 유명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조공의 무가 극에 달했고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무공을 구사한다는 뜻이었다.


제갈연은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오물조물 손을 만지고 있는 작은 노인을 보며 무림에 떠도는 소문이 거짓임을 확신했다. 등이 굽었지만 볼품없지 않았다. 이도 날카롭지 않았으며 소문처럼 추악한 괴물의 얼굴도 아니었다. 언뜻보면 그냥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로(初老)의 할아버지같은 느낌이었다.


“반갑네. 혈우진이네.”

“고명옥이네.”


화룡도 혈우진과 빙살마검 고명옥.

제갈연은 태어나서 이토록 소름이 많이 돋은 날은 처음이었다.

무림에 기이괴사(奇異怪事)가 많다지만 그중 하나가 눈앞에 있는 화룡도와 빙살마검이었다.

무림인들이 꿈에서도 꿀 수 없다는 이기어검 경지의 초절정 고수들이다.

이름만으로도 울던아이가 울음을 그친다는 수많은 악행은 말할 것도 없었다.


화룡도의 도는 뜨겁다 못해 화마(火魔)가 솟아오르고 빙살마검의 검에선 차디찬 한랭(寒冷)의 기운이 솟아 오른다 했다. 특히 고명옥은 차가운 검처럼 머리도 좋아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일선에서 물러난 노장로에게 현 교주가 자주 찾아와 조언을 얻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이니 말이다.


“흑수.”


새까만 야행복과 깊게 눌러쓴 두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던 인물이다. 제갈연이 가장 호기심이 일었던 인물의 말이었다.


‘흑... 수???’


허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염류도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그으며 그의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살수야. 내 솔직히 살수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전 무림에서 흑수가 죽이지 못할 이는 없다고 보면 되네.”


제갈연은 살수라는 말에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딱히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뭔가 더 음침한 느낌이었다. 흑수라는 이름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들어본적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완권이네.”


상대의 소개에 맞춰 항상 읍(揖)을 하던 제갈연이 질문을 던졌다.


“설마 일보신권 나완권 대협이신가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제갈연은 나지막히 탄성을 터트렸다.


“아...”


나완권은 같은 소림의 동문(同門)을 살해하고 도망친 악승(惡僧)으로 유명했다. 소림에서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것이 벌써 수십년째다.

약 10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호북을 지나가는 나완권을 잡기위해 소림사에서 무당파와 제갈세가에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그때 제갈연도 나완권을 잡기위해 힘을 보탰다. 환궁진은 제갈연의 장기다. 세가에서도 환궁진을 빠져나올 수 있는 거의 없었다. 간혹 세가를 방문한 손님들이 호기심에 환궁진을 경험해 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무림에서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조차 환궁진을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환궁진은 그녀 나름의 자존심이었다.

환궁진은 본래 자기 자신의 어두운 마음과 싸우는 일종의 심마(心魔)를 상대하는 곳이다.

힘들게 나완권을 환궁진에 가두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보란 듯이 탈출에 성공했다. 그때 제갈연은 나완권이 무승을 죽였다는 소문에 어떠한 음모가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졌으나 그뿐이었다.

그런 그를 이곳 청지촌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사람 인연은 모르는 것이다.


------------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하루가 지나갔다.

제갈연은 잠자리에 누웠으나 좀처럼 기이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대라선마... 광마... 귀명염도... 흡혈마... 화룡도와 빙살마검... 살수 그리고 일보신권 나완권이라’


이상한 조합이었다. 그것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 실력이다. 웬만한 세가는 물론 구파마저 씹어 먹고도 남을 실력말이다.


‘어째서 마교의 핵심 고수들이 청지촌에 있는 것이지?’


마교의 실세는 교주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이다. 실질적인 힘은 뒤를 받혀주는 전대 고수들에게서 나온다.

마교만이 아니다. 정파의 구파일방(九派一幇)이나 다른 세가들도 마찬가지다. 전대의 노고수들이 닦아놓은 길이 곧 그 파의 힘이다. 그랬기에 노고수들은 각 세력의 보호를 받았고 세력은 노고수의 보호를 받는 공생(共生)의 삶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교의 내부에서 꽁꽁 틀어박혀있어도 모자를 판에 청지촌에서?’


마교가 위치한 신강의 천산과 상당히 동떨어진 청해의 외딴 지역에 마교의 최정예 노고수들이 기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의심이 의심의 꼬리를 물자 의심은 확신이되었다.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불행 중 다행으로 청지촌 내에서 제갈연의 생활은 존중되었다.

그녀가 뭘 먹던 어딜 가던(그래봤자 청지촌 내에서지만.)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또 관심도 갖지 않았다.

허나 내일부터는 하루가 몹시 바빠질 것 같았다.


------------


노괴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생활했지만 그녀의 동선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흑수가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감시는 오늘을 위함이었다.


-왔다 시작해.-


흡혈마는 대라선마가 만든 미혹진(迷惑鎭) 앞에 섰다. 그리곤 마기를 풀풀 내뿜으며 그녀의 기운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의 기운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은신술이 이정도로 완벽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나 오히려 그녀가 지켜보고 있다는 확실한 반증이이기도 했다.


“다녀오게. 올 때 죽엽청도 잊지 말게나.”


대라선마의 말에 흡혈마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래.내.다.녀.오.지.”


그 말에 다른 노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연기는 자신 있다고 외쳤던 흡혈마였다. 그래도 준비한 이상 끝은 봐야했다.


흡혈마가 미혹진에 발을 들이자 그의 모습이 심하게 일렁거렸고 광마의 손에서 순도 높은 마기가 뿜어져 나와 미혹진을 덮쳤다.

폭발음과 함께 미혹진은 산산이 부서졌고 동시에 흡혈마의 자취도 완전히 사라졌다.

흡혈마가 장기인 은령귀법을 극성으로 사용한 탓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남은 것은 그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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