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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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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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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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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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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4)

DUMMY

열흘.

제갈연이 청지촌의 진식을 꼼꼼히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입구였다. 입구의 상태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부서져있어 애초에 입구인지 못 알아볼 정도였다. 결국 진식의 틈이 벌어진 곳을 찾기 위해 온 산을 뒤졌다. 틈이 있다면 혼자 빠져나갈 수 있는 입구를 만들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틈은커녕 쥐구멍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지촌은 외부와 완벽히 격리돼 있었다.

제갈연은 크게 낙담했다.


성문을 만들기 위해선 미리 성문을 만들고 성벽을 쌓아야 했다. 만약 성벽에 성문을 만든다면 성벽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식도 마찬가지다.

입구이자 길이 되는 생문을 먼저 구성한 뒤 진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선대 진법가들이 진식으로 자신의 보물을 감추는 경우가 있었다. 보물을 얻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생문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지만 최악의 방법은 생문을 부순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입구를 만들어야했다. 가장 쉬운 것은 진식자체를 부수는 것이나 그건 정말 멍청한 소리다.


술병에 충격을 가하거나 무언가를 찔러 넣으면 술병은 깨지고 만다.


보물이 진식 안에 있는데 진식을 파괴한다면 당연히 보물도 충격을 받는다. 물론 진식이 약하거나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진식만 깨질 수도 있긴하다.

하지만.


‘청지촌처럼 내부에 강한 기운을 지닌 곳이 깨진다면?’


제갈연은 눈을 감고 청지촌의 기운을 가늠해보았다. 그리고 강제로 진식을 깨트렸다고 가정해보았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간혹 술을 잘 못 담그는경우가 있다. 병을 단단히 밀봉해도 속은 기화(氣化)되어 인체에 해로운 부패된 독으로 가득해진다. 쉽게 말해 단단히 썩어버린 것이다.

썩은 술병을 바닥에 던지면 펑 소리와 함께 술과 산산조각난 조각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기 마련이다.

비록 썩은 술은 아니지만 청지촌도 다를바없다. 그뿐인가? 내부의 기운은 외부의 기운과 달리 압도적으로 밀도가 높다.


그런 청지촌을 강제로 부순다?


폭발과 함께 어디론가 튕겨 날아갈수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청지촌과 함께 그대로 소멸될 것이 분명했다. 말그대로 몸이 거대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짓이겨져 버리거나 터져버리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부서진 입구를 통해 밖으로 빨려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 압력을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어떠한 결과든 끔찍하긴 매한가지였다.


제갈연은 얼마 전 우연히 노괴들이 이용하는 출입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기관진식에 통달한 그녀도 그 원리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것이었다. 노괴들의 출입구는 생문의 연결이 없었다.

자네는 출입문을 열 수 없다던 대라선마의 말과 노괴들의 출입구에서 강한 마기가 느껴지는 것을 종합해봤을 때 마교에서 내려오는 특수한 방식 같았다.


절망감에 청지촌을 망가트릴까 생각해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 마교의 여덟 고수를 없앨 수 있다면 굉장한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지촌의 불안한 기를 눈치챈 노괴들이 자신들만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게다가 확신할 순 없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도 종종 들었다.

여러모로 정말 지랄 맞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해결책은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구를 복구하는 수밖에는.


그녀가 청지촌의 입구를 수리하기 시작했다는 흑수의 말에 노괴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야 누구 때문에 계획을 망칠 뻔했지만 말이지.”


대라선마의 말에 모든 노괴들은 한 인물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 그땐 긴장해서 그래. 어쨌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는가?”


흡혈마의 당황한 변명에 노괴들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흡혈마의 연기는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어찌됐건 가장 중요한 일이 해결되었으니 한시름 놓았어. 다들 고생했네.”


이때까지만 해도 노괴들은 머지않아 청지촌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청지촌에선 삼개월마다 정기 회의가 열렸다. 원래는 마교에서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전령사와 함께 무림의 이야기나 마교의 주요 안건 등을 전해들었지만 청지촌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라 청지촌의 거주자들끼리 회의가 진행되었다.

조용히 찻잔을 홀짝이던 노괴들은 오늘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쓸모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최근 제갈연 몰래 회의를 자주 한 탓에 딱히 이야기할 것도 없거니와 청지촌에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니 할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한 제갈연은 분위기를 살피기위해 한참을 가만히 듣기만 하다가 ‘나완권이 키우는 닭이 병아리들을 끌고 다니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어르신들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출입구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를 밖으로 내보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세가의 명예를 걸고 절대로 청지촌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노괴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출입구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었다.

회의가 시작된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던 광마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네가 맹천지검(盟天知劍)보다 약속을 잘 지키느냐?”


눈물을 글썽이던 제갈연은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광마를 바라보았다.

맹천지검은 현 무림맹주의 별호였다.


“무림맹주인 맹천지검(盟天知劍) 혁련주(赫連主) 말씀이십니까?”


그녀는 현련주 ‘대협’이라는 말을 가까스로 빼고 말을 끝냈다.


“그래. 네 약속이 현 무림맹주인 맹천지검보다 더 높은지 물어보는 것이다.”


혁련주는 약속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 그의 약속에는 정사의 구분도 나이도 무의미했다. 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졌다. 그래서 하늘과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맹천지검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제갈연은 맹주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허나 자신과 맹주 중에 누가 약속을 잘 지키는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또 알 수도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자신의 약속이 그보다 위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솔직히 털어놓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정마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어겼지. 그로 말미암아 마교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어. 그 이후로 나는 정파인의 말은 믿지 않네.”


혁련주가 약속을 어겼다는 이야기는 맹주의 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가 맹주가 된 것은 무력보다는 사람 됨됨이와 신뢰도가 컸기 때문이다.

광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네가 약속을 지켜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자. 하지만 밖으로 나간 네가 청지촌을 강제로 부수면 안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되지?”


제갈연은 광마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본인 입으로 ‘최소 사망이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보름달이 뜬 얼마 전에도 노괴들을 향한 화가 터질 듯 차올라 몇 번이나 청지촌을 부수려했는지 모른다. 실제로도 반쯤 미쳐버려서 백사진(栢死鎭)을 거의 완성시키기도 했었다.

가까스로 심신을 달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제갈연은 침울해졌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자신도 노괴들을 믿지 못하는데 노괴들이 자신을 믿어줄리 만무했다.


분위기가 어두워지자 염류도가 화제를 돌렸다.


“천존 그만하게 련주와 아무런 관련 없는 어린아이를 추궁해서 뭐하나. 어허! 다들 음식을 앞에 두고 뭣들 하는가? 다들 요깃거리 좀 들게.”


회갑(回甲)이 머지않은 그녀다. 어딜가서 어리다는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다. 내일당장 자연사한다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할 나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린아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대화에는 어색함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를 제외하고 가장 어린 사람이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완권이고 대부분이 팔순에서 백수를 이루는 나이기 때문이다.


노괴들의 얼굴을 슥 바라본 제갈연은 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완권이 직접 기르는 가축으로 만든 음식들과 푸성귀가 놓여있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고 찻잔만 홀짝이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살려보고자 염류도가 제갈연 앞에 음식을 덜어 놓았다.


“나완권이 기른 닭으로 만든 음식이네. 짜화지 맛좀 보게나.”


순간 제갈연이 입을 틀어막았다.


“으웁.”


염류도는 괜히 자신의 탓 같아 미안했다.

슬그머니 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런 짜화지(叫花鸡)를 싫어하는가?”


그말을 끝으로 그녀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깜짝놀라 대라선마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싶은 탓이다.

대라선마는 제갈연의 맥을 잡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아이네.”


모두가 침묵하는 그때 왕춘칠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가 아닌데?”


대라선마는 흡혈마를 홀깃 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놀라운 소식에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가장 놀란 것은 제갈연이었다. 그녀는 여자의 몸을 잃은 지 오래다. 자신의 몸이 젊어지며 여성이 돌아왔다고 해도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기억조차 없었다.


제갈연이 멍한 얼굴로 서있자 흡혈마가 허둥대며 말했다.


“아이를 가졌으면 쉬어야지. 자 회의는 이만 끝내세.”


나완권도 한몫 거들었다.


“그, 그렇지. 쉬어야지.”


딱히 잘못한 것 없는 광마도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맹천지검 이야기도 괜히 꺼낸 것 같았다.


“그러세. 회의는 이만 마치지.”


모두의 동의하에 회의는 빠르게 종료되었고 그녀는 자신의 암자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절코 좋은 일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한숨만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만 답답했다. 생각의 파도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윽고 자신이 잠든 틈을 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점혈을 짚고 강제로 자신을 취하는 마두들의 모습을 상상할 때였다.


“크흠.”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리자 제갈연은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암자 밖을 나섰다. 그곳에는 흡혈마 왕춘칠이 있었다.


“어르신 어떤 일로... 아,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제갈연의 권유에 흡혈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네. 언질도 없이 방문했는데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지. 그냥 선물이나 하나 주려고 왔다네.”


흡혈마는 제갈연에게 새하얀 가죽을 건네주었다. 제갈연이 촉감을 느껴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웠다. 어지간한 가죽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가죽이었다.


“이게 무슨 가죽인가요?”


“묘령토(猫怜兎)의 가죽이라네.”


그 말에 제갈연의 눈이 커졌다.

묘령토는 북쪽 설산에서 독초나 약초의 어린잎을 뜯어먹고 자라는 흰 토끼로 굉장히 영리해 영물(靈物)로 취급되었다. 묘령토의 가죽은 추위에 강하고 옷을 해 입으면 어지간한 독의 기운까지 막아주는 보물이었다. 이렇게 좋은 최상급의 묘령토 가죽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이 귀한걸.”


“말하지 않았는가. 선물일세. 그럼 이 늙은이는 이만 가보겠네. 쉬게.”


흡혈마가 사라진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일보신권이 그녀의 암자를 찾아왔다.


“뭣 좀 주려고 왔네. 다른 사람에겐 내가 준 것이라 이야기하지 말게나. 그럼 이만 가네.”


나완권은 제갈연의 손에 보자기 꾸러미를 건네주고는 제갈연이 뭐라 하기도 전에 금새 사라졌다.

암자에 돌아간 제갈연이 보자기를 풀어보니 고급스러운 목각함이 들어있었다. 목각함을 열어 보니 동그란 무언가와 함께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녀는 나완권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선물을 준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대환단(大還丹).

무려 소림사(少林寺)의 보물이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최고의 영약으로 대환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하디귀한 녀석이다.

향기를 맡아보니 맑고 신비한 기운이 온몸을 구석구석 찔렀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진짜 같았다.

이런 선물을 받자니 너무 부담되었다. 그러나 노괴들의 선물 공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에는 대라선마 노응칠이 자신의 의료지식을 총 망라한 비급을 선물해 주었고 며칠 뒤엔 빙검 고명옥과 화룡도 혈우진이 찾아와 예전에 자신들의 기운을 담아 만든 검이라며 교룡정검(燆龍凈劍)이라는 검 한 자루를, 얼마 뒤엔 살수인 흑수가 찾아와 예전에 쓰던 검이라며 날이 잘 벼린 소도 한 자루를, 귀명염도 염류도는 나쁜 기운으로부터 몸을 지켜준다며 청영(靑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예쁜 목걸이를, 광마 마천존은 자신이 개발한 검술이라며 제천일검(濟天一劍)이라는 이름의 검술서를 선물해주었다.


노괴들이 준 선물은 하나같이 보물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래도 공과 사는 구별해야 했다.


제갈연은 청지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무릉도원을 꿈꾸고 만든 청지촌이지만 그녀에게 이곳은 감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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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무서운 바깥세상 (1) 19.01.20 931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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