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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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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최근연재일 :
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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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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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청현제일 무술대회(4)

DUMMY

“교룡정검은 챙겼니?”


“네. 다녀오겠습니다.”


화룡도와 빙살마검의 수업을 받기위해 암자를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제갈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물었다.


“우리 아들... 이제 머지않아 열네번째 생일인데... 세상 밖을 나가고 싶지는 않니?”


잠시 생각하던 청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왜? 어르신들이 뭐라고 말씀하시던? 아들은 청지촌에서 심심하지 않니?”


“아뇨. 너무 재밌어요.”


청현은 활짝 웃었다. 제갈연의 속은 이미 타들어가다 못해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갈 지경이건만 아이의 얼굴은 정반대였다.

제갈연은 어떠한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모르기에 아이가 이 작은 세상에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래, 잘 다녀오렴.”


“네.”


아이가 암자를 떠나자 제갈연은 청지촌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무너진 청지촌의 입구를 복구하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감히 기간을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막연히 십 년에서 삼십 년 정도면 어떻게든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경지에 오른 이후로 시간이 단축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면 칠 일에서 늦어도 한두 해 안에는 어떻게든 나갈 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청현은 어머니의 질문을 다시금 떠올렸다.


-심심하지 않니?-


‘나는 심심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심심하지 않다.

엄마가 좋다.

할아버지들도 좋다.

음식도 맛있다. 물론 마천존 할아버지가 만든 요리는 제외하고 말이다.

팔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청지촌의 공기가 몸 속을 가득 채웠다.

청지촌의 맑고 청명한 기운이 전신을 누비자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응? 기운?’


그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운이 먼 곳에서 느껴졌다. 기감을 확장시켜 청지촌의 기운을 느껴보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기운이다.

청현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기운이 강력해지는 것이 오랜만에 숲에 사는 동물을 만났거나 귀한 약초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청현은 이왕이면 동물이길 바랐다. 약초라면 노응칠 할아버지께 드려야겠지만 동물이라면 맛있는 고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청현은 한참 주변을 뒤져 기운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기운의 정체는 작고 예쁜 보석이었다.

그것은 고명옥 할아버지의 검 끝에 달린 보석과 닮아있었다. 그러나 겉모습만 비슷할 뿐이다. 빙설의 보석은 이런 기운을 내뿜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집어 한참을 살펴보니 차갑고 이질적이고 사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친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청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석을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약초가 기운을 머금으면 영초가 되니 이건 영석이라고 해야 하나? 이크... 늦겠다.’


영석을 찾는다고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펼칠 수 있는 가장 빠른 경공을 펼치자 금세 할아버지들이 살고있는 암자에 다다랐다.

암자 밖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마중 나와 있었다.


“신법이 제법 경지에 올랐구나. 머지않아 나영감처럼 금빛을 뿌리며 날아다니겠는걸?”


고명옥 할아버지의 칭찬에 청현의 입이 귀에 걸렸다.


“헤헷 죄송해요. 늦었어요. 그런데 우진 할아버지는요?”


“혈 영감은 잠시 볼일이 있어 다녀온다는데 곧 올게다. 일단 앉거라.”


암자 앞에 놓인 투박한 의자는 열 살 무렵 할아버지들과 함께 나무를 깍아 만든 의자다. 검강으로 다듬은 매끈매끈한 의자의 표면을 만지자 고명옥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무엇을 배웠더라...?”


청현은 딴청을 피우던 것을 멈추고 할아버지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합격술이요.”


“그래, 하수들이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다구리를 놓는데 그게 합격술이지. 그러나 대부분 형편없어. 하수가 달리 하수겠느냐? 기껏 두 명이서 상대의 여덟 방위 중 삼방이나 점하면 다행이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 그러나 제대로 된 합격술은 매섭단다. 특히 점창파와 무당의 합격은 무섭기로 소문나있지.”


“할아버지도 경험해보셨나요?”


“무당의 합격은 아직 견식하지 못했지만 점창의 합격은 한 번 경험했지. 호남 북서쪽에는 크고 멋진 동정호가 있는데 근처 천향이라는 이름의 기루에 올라 풍류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서 술에 취한 점창의 고수들과 시비가 붙었지. 네 명이서 팔방을 동시에 공격해오는데 그렇게 완벽한 합격술은 지금까지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 순간에는 정말 간담이 서늘했었지.”


청현은 깜짝 놀라 물었다.


“안 다치셨어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할아버지랑 시비가 붙은 그 자식들은요?”


청현이 세 살이 되자 어른의 말을 슬슬 따라했다.

대라선마를 두고 ‘노영감’이라고 한다거나 기분이 나쁘면 ‘확 쓰벌’이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노괴들은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흐뭇해했다. 제갈연은 마두들을 모아놓고 부탁을 빙자한 혼을 냈다.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화가 났지만 제갈연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기에 그 뒤로 노괴들은 청현 앞에선 말을 조심했다. 자신들의 말투가 아이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공감한 까닭이다.


청현이 무림 선배들을 향해 그 자식들이라고 표현했지만 고명옥은 일말의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명옥은 오히려 껄껄 웃었다.


“허허 그 자식들의 목은 다음날 점창으로 보냈단다. 점창에서 감히 빙설마검의 목에 상금을 걸었고 그 현상금은 지금도 상당히 높게 걸려있지. 끌끌 아무튼 불땡이가 오면 합격과 팔방을 수비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로 하고 지금은 무(武)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우선 무의 단계를 쭉 설명해 보아라.”


“네, 먼저 허접스러운 삼류무인이 있습니다. 그 뒤 십 년 이상의 내공과 오랜 기간 몸을 갈고 닦았지만 여전히 허접스러운 이류무인이 있고 삼십 년 이상의 내공을 지녔지만 겉멋이 잔뜩든 허세로 똘똘뭉친 일류무인이 있습니다. 일류무인부터 깨달음이나 일갑자 가량의 내공중 먼저 얻는 것에 따라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경지를 신검합일. 그정도는 되야 검 좀 다룰줄 안다 하여 절정고수로 부릅니다. 그 뒤에는 손을 떠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이기어검의 경지가 있어 초절정고수라 부르고 마지막으로 심검. 풀쪼가리 하나만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명검을 만든다는 절세부동의 고수가 됩니다.”


청현의 막힘없는 대답에 고명옥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냐?”


“네?”


“그런 무의 구분을 누구에게 배웠느냔 말이다.”


“염류도 할아버지요.”


청현은 혼날 것 같은 느낌에 조심스레 대답했으나 고명옥은 그 내용에 감탄한 모양이었다.


“대단하구나. 아주 간략하고 깔끔했으며 매우 정확한 설명이다. 역시 염감탱이야. 허허허 현아 이 할애비가 심검의 경지에 들면서 느낀 것이 있단다. 우리 현이는 마음의 검이라는 것을 어떠한 경지라고 느끼느냐?”


“저번에 천존 할아버지께 듣기로는 무기에 얽매이지 않는 탈검(脫檢)을 깨달아야 하고 자신의 검이 마음에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아야 하는 경지라고 하시더라고요.”


빙설의 손잡이를 쓰다듬으며 청현의 이야기를 듣던 고명옥은 크게 놀라 외쳤다.


“탈검! 광마는 진정한 탈검을 이루었구나! 나는 아직도 이 빙설에 얽매여있건만... 그는 벌써 자연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니... 허허...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광마의 의견이 아닌 현이의 생각을 듣고 싶구나. 네가 느끼는 심검이란 무엇이냐?”


청현은 입을 앙 다물고 한참을 생각했다.

고명옥은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아이의 실력은 청지촌 내에서 최하지만 이 아이의 재능과 놀라운 기감은 광마를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았다. 스승의 입장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있지만 오히려 아이에게 배운 적도 많았다.


“마천존 할아버지와 고명옥 할아버지 그리고 혈우진 할아버지가 심검의 경지잖아요. 세 분의 공통점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흔히 등봉조극(登峰造極)이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그것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나완권 할아버지는 기(氣)와 체(體)의 조화가 극에 올라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 하시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심검이란 허무(虛無)이자 마음(心)이예요.”


청현의 말에 고명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불구부정(不溝不淨) 이라는 말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니란 뜻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고작 열세 살이다.

심검을 이해하고 논하는 자체가 이미 아이의 깨달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 맞다. 심검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았구나. 연기생멸(緣起生滅)이라 애초에 없다. 즉 무극(無極)이다. 그것이 정파의 도사 놈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도(道)이자 신선이 되려는 방법이란다. 그러나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필시 존재한다. 그것이 심검의 경지. 자, 할애비의 검을 보아라.”


고명옥은 애검 빙설을 뽑아 한 자 길이의 검기를 뽑아냈다.


“무슨 색이냐?”


“푸른색이요.”


고명옥은 검기를 유지하며 물었다.


“불땡이의 도에선 무슨 색의 검기가 나오느냐?”


“붉은색이요.”


“왜지?”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 차이로 알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고명옥이 씨익 웃자 이번엔 빙설에서 한 장(丈) 길이의 검강이 솟아났다.


“무슨 색이냐?”


“푸른색이요.”


“이번에는?”


검강은 아무런 색도 띄우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검강은 분명히 존재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검의 간격에 들어가면 두동강이 날 것이 분명했다. 검강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껴며 청현은 답했다


“무색이요.”


“확실하냐?”


“네.”


“눈에 보이느냐.”


“아니요.”


“종이에 아무것도 그려있지 않는다 하여 무색이더냐?”


“아니요.”


“그래 맞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무색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 하여 무색이 아닌 것도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無)다. 마음을 담아라. 이것이 나의 심검이다.”


“감사합니다.”


고명옥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더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고명옥은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아.”


“네?”


혈우진이 옆에 있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말이다. 하지만 고명옥은 이 말을 꼭 하고싶었다.


“사랑한다.”


청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항상 듣는 말이지만 할아버지들에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네, 저두요.”


“쿨럭.”


한차례 잔기침을 내뱉은 고명옥의 한쪽 무릎이 꺽였다. 빙설을 쥐고있는 손은 동그랗게 말려 땅에 닿았고 한쪽 손은 가슴을 심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곤 이내 피를 왈칵 쏟아내었다.


“할아버지!”


청현의 외침과 동시에 고명옥의 한쪽 무릎마저 꺽였다. 청현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고명옥의 몸을 받아들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청현은 고명옥을 업고 온힘을 다해 금강부동신법을 펼쳤다.

대라선마의 집을 향해 한줄기 금빛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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