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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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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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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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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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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청현제일 무술대회(6)

DUMMY

장례는 간소하게 끝났다.

나무관을 만들자 사람들은 청지촌을 돌아다니며 꽃다발을 만들어 관 주변을 꾸몄다. 모닥불에 얇은 나무껍질로 만든 가짜 돈을 던져놓고 다음 날에는 반듯한 돌을 만들어 관을 덮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그럴싸한 돌무덤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고명옥의 장례가 끝났고 청현은 할 말이 있다며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 붙잡았다.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는지 할애비들에게 말해 보거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두가 힘들었다. 피곤하고 의욕도 없는 그때 청현의 한마디가 노괴들의 귓가를 울렸다.


“무술대회를 열고 싶어요.”


“허헛 갑자기 무술대회라니?”


아직 이별의 여독이 채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무술대회라니. 청현의 철없는 소리에 몇몇 노괴들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청현은 노괴들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들이 모두 떠나시기 전에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해보고 싶어요.”


노괴들은 아이가 예전부터 무술대회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들이 떠나시기 전이란다. 사실 모든 노괴들은 이번 일로 생각한 것이 있었다. 바로 고명옥의 일이 남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당장 내일 누구 하나 또 죽어 나자빠져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나이다. 말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이별을 고해야 함을 모두가 느낀 것이다.


청현의 말에 염류도는 껄껄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그래 좋다. 천하제일... 아니 우리 현이가 주최를 했으니 청현배... 청현제일 무술대회를 개최하도록 하자.”


“네 좋아요. 저는 할아버지들 중에서 누가 제일 강한지 알고 싶어요.”


청현의 말 한마디에 모든 노괴들의 표정에 숨길 수 없는 승부욕이 떠올랐다. 심검이고 나발이고 평생을 갈고 닦은 실력들이 있다. 노괴들의 반쯤 죽어있던 눈빛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죽는다해도 검을 들고 죽는 것을 선택할 사람들이다.


무림인이란 원래 이런 생물이다.


“고명옥 할아버지도 참가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 말만 아니었으면 노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대회를 열자고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염류도는 화끈했다.


“내일 당장 천하제일... 아니 청현제일 무술대회를 개최하자꾸나.”


“네. 좋아요.”


노괴들은 단순히 슬픔을 잊기에 알맞은 일이라 생각했다.


------------


다음날. 사시(巳時) 무렵.

염류도는 제갈연의 암자로 찾아와 청현제일 무술대회 준비가 끝났다고 알렸다.

청현은 제갈연과 함께 준비를 마치고 염류도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걷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분명 어제 까지만해도 없었던 장소다.


“할애비들이 현이를 위해 대련장을 준비했단다.”


돌멩이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준비된 대련장이다. 청현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으나 제갈연은 자식의 말로 인해 노괴들이 밤새 고생했음을 눈치챘다. 제갈연은 주먹을 손바닥으로 마주잡아 인사를 건넸다.


“아이의 욕심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갈연의 반응에 노괴들은 멋쩍게 웃었다.


“아니 뭘... 그냥 우리도 좋아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말게.”


대회는 준비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검집으로 땅에 선을 긋고 나뭇가지에 각자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들을 공중에 던져 선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 순서대로 대진표를 만들었다.


첫 번째로 대라선마 노응칠과 일보신권 나완권이.

두 번째로 흡혈마 왕춘칠과 살수 흑수가.

세 번째로 귀명염도 염류도와 제갈연이.

네 번째로 광마 마천존과 화룡도 혈우진이.

끝으로 선 가까이 떨어진 이름표로 인해 청현이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대라선마 노응칠과 일보신권 나완권은 대련장에 올라섰다. 포권으로 인사를 한 뒤 가볍게 통성명을 나누자 한차례 공방이 오갔다. 가볍게 주거니 받거니 하던 첫 격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살기등등해졌다. 서로 지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구경하던 노괴들은 언제 가져왔는지 숯에 잘 구운 닭을 찢으며 느긋하게 관람했다. 당연히 제갈연과 청현도 자리에 껴서 닭고기를 먹기 바빴다.


흡혈마 왕춘칠이 나완권의 각법을 장으로 막아내는 노응칠의 모습을 보며 침을 튀겼다.


“끌끌 나 영감이 연환각을 펼쳐 턱 끝에 때려 박았으면 그냥 이기는 건데.”


귀명염도 염류도는 왕춘칠의 말을 곧바로 받아쳤다.


“노 영감이 나 영감을 많이 봐주는구먼 상대가 무기를 안 쓴다고 본인도 안 쓰다니... 각법을 막을 때 대침을 정강이에 깊숙이 꽂아 넣었으면 발 하나는 몇 일 동안 못 쓸 텐데.”


노괴들이 저마다 훈수를 두기 바쁜 그때 시원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빠각-


벼락같은 솜씨였다.

노응칠의 연환권을 공중에서 몸을 돌려 피한 나완권이 발 뒤꿈치로 노응칠의 가슴을 가격한 것이다. 노응칠이 바닥에 쓰러지자 노괴들이 달려왔다. 노응칠의 상처를 살핀 왕춘칠은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한입 뜯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방심하다 한 대 쳐맞고 갈비뼈가 나갔네 그려. 큭큭 늙어서 뼈나 제대로 붙으려나 모르겠어.”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진 노응칠은 기다란 대침을 꺼내 몸 곳곳에 쑤셔 박아 넣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직 끝나지 않았네.”


노응칠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강제로 기의 통로를 해방시켜 순식간에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대라선마의 비기였다. 노응칠의 전신에서 살기가 줄줄 흐르자 광마 마천존이 내공이 실린 목소리로 제지했다.


“노 가. 바닥에 넘어지면 그것으로 승패를 내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노응칠의 수염이 부들부들 떨렸으나 이내 수긍한 듯 몸에 박힌 대침을 뽑아냈다. 그러자 대지를 진동하던 무시무시한 살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흥.”


억울했지만 규칙은 규칙이었다.

대련장 밖에 발이 닿으면 장외패. 넘어지거나 입에서 항복을 말하면 기권패를 하기로 했다.


노응칠이 자리에 앉자 속히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흡혈마 왕춘칠과 흑수의 대결이었다.


경기는 매우 싱겁게 끝나버렸다. 몇 수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왕춘칠의 호저갑이 흑수의 강철검을 반토막 내버린 것이다. 흑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자존심이 상해도 단단히 상한 것이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무기마저 부서져 버렸으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감정제어를 훈련받는 특급살수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청지촌의 오랜 생활로 인간의 욕구와 감정이 되살아났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대던 대라선마는 그 모습에 깔깔대며 크게 웃었다.


“허허 천하의 흑수가 저리 꽁지를 빼고 도망가다니 오늘밤 꿈자리가 아주 즐겁겠어.”


왕춘칠이 세상을 다가진 표정으로 대결장을 내려오자 곧바로 세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경기는 귀명염도 염류도와 제갈연의 차례였다. 제갈연은 청현에게 빌린 교룡정검을 들고 대결에 임했다.

염류도는 기관진식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에 담담히 말했다.


“일초만 양보해도 진식에 갇혀 허우적 댈 터. 삼초를 양보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겠네.”


제갈연은 가볍게 웃었다. 처음엔 아이의 놀이에 장단을 맞춰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련장에 오르자 심장이 두근대며 전신에 투지가 넘쳐흘렀다. 그녀도 천상 무림인인 것이다. 제갈연은 염류도의 말을 받아쳤다.


“진식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검객이 검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이니까요. 이 대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네.”


염류도의 도가 바람을 가르며 제갈연의 몸을 횡으로 갈랐으나 제갈연은 교룡정검으로 가볍게 흘리며 낮은 자세로 파고들어 반격을 가했다. 염류도는 방심의 댓가로 손등을 살짝 베었다. 기관진식의 대가인줄로만 알았는데 검 또한 초절정의 수준이었다. 염류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를 우습게봤어. 환사선녀의 검이 변(變)의 묘리를 깨달았을 줄은 미처 몰랐네. 그 검술의 이름이 무엇인가?”


제갈연은 공손히 대답했다.


“세가에 전해저오는 소천검법(小天劍法)이라 합니다.”


“좋구나! 그럼 이제부터 나도 최선을 다하겠네. 그럼 어디 받아보게. 이것의 나의 도라네.”


염류도가 마음껏 도를 휘두르자 제갈연의 검은 염류도의 도에 실린 거력을 다 막아내지 못하고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일각의 시간이 지나자 교룡정검은 염류도의 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검신이 부러지고 말았다. 제갈연은 결국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했고 염류도는 크게 웃으며 대련장을 내려왔다.


염류도가 함박 미소를 머금고 노인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가자 노괴들은 따지듯 물었다.


“아니 이게 뭐하자는 건가. 왜 기권하고 지랄이야?”

“쯧쯧. 귀명염도의 이름이 울겠어.”

“염 가. 실망이네.”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에 염류도는 인상을 찌푸렸다. 최선을 다해 승리하고 왔건만 무슨 반응들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노망난 영감탱이들아. 내가 이기고 왔는데 무슨 헛소리야.”


염류도의 말에 왕춘칠이 답답한 표정으로 면박을 주었다.


“염감탱이가 치매가 왔나... 대결을 시작하자마자 멀뚱멀뚱 서있더니 곧바로 경기장 밖으로 나와 기권을 해놓고선 헛소리를 지껄이네.”


왕춘칠이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자 염류도는 손가락으로 제갈연을 가리켰다.


“무슨말인가? 내가 환사선녀의 검을 두동강이 어라?”


염류도의 손끝에는 제갈연이 웃으며 서있었는데 그녀의 손에는 멀쩡한 교룡정검이 들려있었다. 염류도는 자신이 꿈을 꾸는가 싶어 볼을 꼬집었으나 얼굴만 얼얼했다.

염류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허허 아니 그럼 이게 다... 진식에... 도대체 어느새... 내가... 허... 허허허”


“이 빌어먹을 염감탱이가 뭘 처먹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정황상 제갈연의 진식에 걸려 망상의 늪에서 헤엄치다 장외패를 한 것 같은데 아직도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염류도는 자신의 손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쓰벌... 백번 양보해서 내가 그녀의 진식에 걸려 헛것을 보았다고 치자. 그럼 이 상처는 뭐냐고?’


염류도의 손등에는 그녀의 검으로 인해 베인 흔적이 있었고 그곳에는 핏방울이 굳어있었다. 염류도는 도대체 언제 진식에 걸린 것인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곱씹어보았다. 그러나 염류도의 상념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곧바로 네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사실상 결승전과 다름없었다. 바로 청지촌에서 가장 강한 광마 마천존과 화룡도 혈우진의 대결이기 때문이었다. 심검의 경지에 오른 무림 초고수들의 대련이 시작되자 사라졌던 흑수가 노괴들의 틈바구니에서 둘의 대결을 감상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노괴들은 검강과 도강이 현란하게 어우러지는 폭풍 같은 격전을 예상했지만 둘의 대결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마천존과 혈우진은 단순히 무기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내공을 사용할 뿐. 그 흔한 검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무기끼리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상대방과 닿을까 말까한 거리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서로 검무를 추는 것 같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이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이 현묘했다. 청지촌에 있는 사람들은 그 깊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녔기에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매 경기마다 훈수를 두던 노괴들도 저마다 입을 떡 벌리고 대결을 감상하기 바빴다. 이런 구경은 천금을 줘도 볼 수 없는 귀한 것이기에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다.


청지촌의 사람들은 그렇게 현 무림의 가장 끝자락에 올라선 검과 도의 대결을 감상하며 저마다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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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무서운 바깥세상 (1) 19.01.20 924 17 14쪽
12 12화 청현제일 무술대회(8) 19.01.19 895 19 11쪽
11 11화 청현제일 무술대회(7) +2 19.01.18 909 18 12쪽
» 10화 청현제일 무술대회(6) 19.01.18 951 20 12쪽
9 9화 청현제일 무술대회(5) 19.01.16 969 20 10쪽
8 8화 청현제일 무술대회(4) 19.01.13 1,061 22 11쪽
7 7화 청현제일 무술대회(3) +1 19.01.10 1,076 17 16쪽
6 6화 청현제일 무술대회(2) 19.01.09 1,105 18 13쪽
5 5화 청현제일 무술대회 +1 19.01.07 1,249 21 14쪽
4 4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4) 19.01.06 1,333 20 13쪽
3 3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3) 19.01.05 1,424 17 19쪽
2 2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2) +1 19.01.05 1,668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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