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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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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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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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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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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무서운 바깥세상 (2)

DUMMY

청지촌에서 밖으로 나갈 때에는 거대한 압박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들어올 때는 생각보다 큰 압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지촌의 기운이 자신을 반기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생문을 통과해 청지촌 안에 들어오니 할아버지들과 눈이 빨개진 제갈연이 청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아.”


제갈연은 청현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청현은 같이 울며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제갈연은 손으로 청현의 온기를 느끼며 말했다.


“우리 아들... 별일 없이 돌아와서 정말정말 다행이다.”


“별일이 없지는 않았어요. 밖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거든요.”


“이상한 사람이라니?”


청현은 청지촌을 나서자마자 겪었던 일을 쭉 설명했다. 청현이 이야기를 내뱉을 때마다 제갈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노괴들은 박수까지 치며 크게 좋아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염류도가 청현에게 물었다.


“혹시 그놈의 특징이나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나?”


청현은 작은 나무 조각을 내밀었다.


“혹시 몰라서 흑의인의 검과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물건을 가져왔어요.”


노괴들은 그 물건의 정체를 금방 알아차렸다. 그것은 마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단체인 비마대의 목각패였다. 작게 청해십이방(靑海十二方)이라고 음각 돼있는 패를 보고 왕춘칠이 낄낄 웃었다.


“그놈의 오금을 베어 쓰러트린 뒤 뒷통수를 때려 기절을 시켰다고? 큭큭... 그놈 혹시 눈썹사이에 사마귀가 있지 않더냐?”


청현이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마에 있던 점 하나가 떠올랐다.


“아!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킥킥 그놈 석 장로가 이끄는 철혈마검단(鐵血魔劍團) 단장 둘째 아들놈이야. 내 다음 수업 때 그놈 이야기를 해주마.”


“네. 그리고 이 검은 할아버지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청현은 기절한 흑의인에게서 빼앗은 청강장검을 흑수에게 건네주었다.


무림인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질 좋은 강철로 제작된 청강장검이지만 흑수는 보검이라도 받은 듯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다.”


제갈연은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는지 눈가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다시는 혼자 나가면 안 돼.”


청현은 뭐라 변명을 하려다가 꾹 입을 다물었다.


“네...”


청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대라선마가 잔뜩 상기 된 얼굴로 다가왔다. 청현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현아 도대체 어떻게 밖으로 나간 것이냐?”


청현은 기억을 되짚었다. 말로 설명하기엔 조금 어려운 문제였다. 울음의 여파로 콧물이 주르륵 흘렀기에 청현은 코를 한번 훌쩍인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림에서 경지를 나눌 때 삼류, 이류 그리고 일류를 넘어선 이후에는 검기를 구사하는 신검합일, 이기어검, 심검, 자연검으로 나뉘잖아요.”


청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기에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그렇지.”


“기관진식에도 그런 비슷한 단계가 있어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를 넘어가면 삼방의 조화를 이룬 인술사, 허와 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천술사. 신선의 조화를 부린다는 선술사. 성좌의 힘을 이용하는 신술사라 불러요. 혈우진 할아버지와 고명옥 할아버지께서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이루라고 저를 천신지체로 만들어주셨는데 사실 음양은 화의 기운과 수의 기운이잖아요.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천신지체는 조화를 이룬 것이 아니에요. 오행기 중에 화와 수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과연 조화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잖아요. 오행 모두 조화를 이뤄야 진짜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천신지체가 음양의 조화가 아닌 오행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해주더라구요. 아무튼 천신지체를 이용해 이 오행기를 강하게 일으키면 미증유의 힘이 솟아나는데 이 힘을 이용해 몸 안에 원을 그리면 기운이 끊임없이 증폭돼요. 제가 진식 실력이 고급수준인데도 그렇게 오행기를 계속해서 증폭시키면 일시적으로 천술사의 힘을 낼 수 있거든요. 그 힘을 원동력 삼아 청지촌의 진식을 이루고 있는 구성 중 생(生), 경(景), 개(開)의 기운만을 담아 제 몸을 진식으로 만든 뒤 생문의 흐름과 동화시키면 잠시지만 청지촌의 생문과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쉽게말하자면... 신검합일의 오의를 토대로 나와 검을 하나로 만든 것이 아닌 나와 청지촌을 하나로 만든 것이에요.”


노괴들은 그저 눈만 끔뻑거렸다. 청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던 탓이다.


청현의 설명에 제갈연이 인상을 쓰며 청현의 몸을 붙잡았다.


“네 몸을 청지촌의 근간이 되는 팔진도의 기운으로 융합해 출입을 했다는 거지?”


“네.”


“그게 가능해?”


“보셨잖아요.”


제갈연은 아이가 물건을 진식으로 구성했을 때에도 그래도 가능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지금은 많이 소실되어 유물로 남아있을 뿐이지만 구시대의 기관진식 달인들은 종종 매개체를 이용해 물건을 진식으로 완성시키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을 진식으로 만들다니 제갈연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발상이었다.


“그럼 부담이 상당할텐데...”


“증폭된 오행기가 내부도 보호해주지만 진식으로부터 제 몸도 보호해주거든요.”


이야기할 틈을 보던 왕춘칠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 그럼 혹시 우리도 데리고 나갈 수 있는가?”


왕춘칠은 미쳐 날뛰는 심장으로 인해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청현의 대답으로 인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지 썩은줄이 내려올지 결정되는 것이다. 청현은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천신지체가 내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내공이 늘면 오행기도 조금씩 세지니까... 그러니까 지금 제 내공이 잘해야 이류수준이라... 신검합일... 아니 제가 내공의 경지가 일류정도만 올라도 한분씩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노괴들의 얼굴에 저마다 참을 수 없는 기쁨이 떠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청현의 내공을 일류 수준으로 만드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노괴들은 무림의 지식과 외공에 주안을 두었지 내공에는 힘을 쏟지 않았다. 심법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제갈연이 내공심법을 알려주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노괴는 저마다 서로를 쳐다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청지촌의 정기회의가 다시 찾아왔다. 자리에 모인 노괴들은 슬그머니 제갈연의 눈치를 살폈다. 모름지기 순연(順連)이라는 말이 있다. 패도적이고 힘을 따르기로 유명한 마인들이지만 그들도 알고 있는 진리다. 급하게 이룬 것은 쉬이 망가진다다.

이번 회의 주제는 청현의 내공심법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제갈연은 청현을 이번 회의에 데려오지 않았다.


모두가 자리하자 대라선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아이에게 내공심법을 알려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


제갈연은 윗니로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지루할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재촉하는 노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었다. 제갈연은 천천히 뜸들이며 말했다.


“예전에도... 여러번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에는 진솔하게 털어놓겠습니다. 저와 아들만 청지촌에 있었다면 당연히 저희 세가의 현원전단신공(玄元檀神功)을 가르쳤겠으나 감사하게도 어르신들께서 가지고 계신 내공심법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겠노라 하셨지요. 어르신들의 내공심법 중에 현원전단신공보다 못한 내공심법이 단 하나도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터라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천신지체라니 양음공이라는 희대의 내공심법도 좋을 것 같으나 검증되지 않아 위험해보이고 마교의 뛰어난 내공심법을 배우자니 아이가 마인으로서 겪을 불합리와 차별이 걱정되며 소림의 역사 깊은 내공심법을 배우자니 대성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과 추후 소림에 해코지 당할까 두렵습니다. 어미의 욕심으로 인해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 송구스럽지만 지금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무공은 누구에게 배워도 득이 되지만 내공심법은 아니다. 오로지 하나만을 배워 그것을 대성해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하나 같이 귀한 보물들이다. 그랬기에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제갈연은 노괴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제갈연의 심중을 눈치 챘음을 알지 못했다.


광마 마천존이 헛기침을 했다. 밑밥은 깔았으니 이제 제갈연의 허락을 구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험...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겠는가?”


“네. 어르신.”


광마는 마교의 몇몇 인물만 알고 있는 천마신법의 비사(祕史)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갔다.


마교에 새로운 교주가 등극하면 전대 교주가 천마심법(天魔心法)이라는 내공심법을 하사했다. 천마심법은 교주의 내공심법으로 소문이 자자했으나 따로 익힐 필요가 없는 내공심법이었다. 천마심법은 구결로 전승되는 것이 아닌 격체전력을 통해 내력으로 전해지는 전승(傳承)의 방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주 외에 천마심법을 익히고 있는 이가 한명 더 있었다. 불의한 일로 교주가 자리를 떠났을 때를 대비해 천마심법은 전대장로 중 한명이 명맥을 유지시켜 놓는 것이 마교의 관례(慣例)였다. 그 전대장로가 바로 광마였다.


광마는 청현이 두 살이 되던 해 결심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천마심법을 전수해주기로 말이다.

마교의 교주인 혁중세가 알면 길길이 날뛰며 반대했겠지만 광마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게 삼 년간 천마심법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수없는 수정을 반복해 천마심법을 더욱 가다듬었다. 광마는 청현이 5세가 되던 날 천마신법을 생일 선물로 주겠다고 했으나 제갈연은 교주의 내공심법을 배울 수 없다며 극구 반대했다. 첫 번째 이유로 마기가 너무 강렬하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주화입마등의 위험부담이 다른 내공심법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광마는 미친척 나완권과 함께 천마심법을 보완했다.

그로서도 모험이었다. 무림인들은 절기나 무공을 함부로 알려주는 법이 없었지만 나완권은 아들 같은 청현을 위하는 일이라는 말에 어렵지 않게 허락했다.

그렇게 광마는 나완권이 알려준 소림의 달마역근경(達磨易筋經)을 천마심법과 접목시켰다.

마교의 천마심법은 빠르게 강해질 수 있지만 확실히 위험부담이 큰 내공심법이었다. 반대로 소림의 내공심법은 느리지만 그만큼 정순하고 안전했다.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천마심법과 달마역근경을 가지고 광마가 내놓은 것은 천마경(天磨經)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내공심법이었다. 안전을 위해 달마역근경을 접목한 것은 좋은 생각이었지만 천마심법이 갖고 있던 파괴적인 면이 많이 죽어버렸다. 하지만 마기를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때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화룡도와 빙살마검이 양음공이라는 내공심법의 장점만을 뽑아 작업을 도와주었다. 왕춘칠은 심도있는 무공지론에 머리가 아프다며 빠졌지만 그 빈자리를 살수인 흑수가 함께했고 흑수는 의외로 이론에 빠삭해 기발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광마는 그렇게 완성된 천마경을 들고 대라선마에게 찾아가 더욱 세밀한 수정을 부탁했다.


대라선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으며 광마는 청지촌에서 생활한지 10년만에 천마경을 완성시켰다.


“그리하여 아이를 위해 천마경이라는 내공심법을 준비하게 되었네.”


광마의 말이 끝나자 제갈연은 오체투지하였다.


“노야들의 선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천존은 제갈연이 이런 반응을 보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데 없이 절을 받자 그녀가 그간 느꼈을 마음고생이 전해져 괜스레 미안해졌다.


“일어나게. 그저 청현이 우리의 아들 같아서 그런 것이니 그러지 말게.”


제갈연은 마천존의 말에 눈가에 눈물이 차올라 견딜 수 없었다.

아비 없이 키우는 아이라는 생각에 어디서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노괴들이 엄한 부분에서 아비노릇을 하며 아이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하니 크게 감격한 것이다.


백수에 가까운 노인들이 어린 아이를 증손자 같다 불러도 모자랄 판에 아들 같다했지만 회의장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날 천마경은 격체전력의 방식으로 청현에게 전승되었다.

이 과정에서 광마의 내력이 상당수 소실되었지만 광마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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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무서운 바깥세상 (1) 19.01.20 946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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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청현제일 무술대회(7) +2 19.01.18 931 18 12쪽
10 10화 청현제일 무술대회(6) 19.01.18 976 20 12쪽
9 9화 청현제일 무술대회(5) 19.01.16 988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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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청현제일 무술대회(3) +1 19.01.10 1,097 17 16쪽
6 6화 청현제일 무술대회(2) 19.01.09 1,127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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