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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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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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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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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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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무서운 바깥세상(5)

DUMMY

청현이 생문을 빠져나오자 달빛 아래에서 저마다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숫자가 수십 명이다. 청현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처음 보는지라 정신없이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흰색 꽃이 수놓아진 옷을 입은 사내가 옷 앞섬을 툭툭 쓸어내리며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천하의 적수가 없다는 광마가 아니신가? 이제 할아버지가 다 되셨군.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 한 20년 만인가?”


광마라는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천존은 좀처럼 보기 힘든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허허 이것 참. 무슨 일로 무림맹의 매일제검께서 이런 외진 산골짜기까지 귀한 발걸음 하셨는가?”


매일제검은 청현도 익숙히 들어온 이름이었다. 정파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고수중에 한 명이 바로 화산파의 매일제검 장현학이었다. 장현학은 후줄근한 할아버지들의 모습과는 달리 매끈한 피부에 멋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수려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폭풍과도 같은 기세를 감추고 있었다.


“이십 년 전의 못다한 승부를 내러 왔네. 우리의 인연을 정리할 때가 온 것이지. 소개하지 대마두 흡혈마의 원한과 늙은 빙살마검의 목을 가지러 여기 종남과 점창파에서 귀한 걸음을 해주셨다네. 그뿐인가 청성파는 물론 공동파에서도 힘을 보태러 산을 올라오고 계신다네. 거기 계시는 일보신권 나완권 대협은 걱정말게. 대협의 단전을 파괴하러 특별히 소림의 십팔나한(十八罗汉)들께서 친히 방문중이시네. 당연히 어느 누구도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말게. 그런데 빙살마검은 어디가고 안보이나 혹시 이미 돌아가셨나? 큭큭”


장현학이 비릿한 조소로 말을 끝내자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삽시간에 주변은 진득한 살기로 뒤덮였다. 청현은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정파와 사파의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방금 전까지 반갑게 웃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원수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 순간 주변이 흐려지며 어둠이 찾아왔다. 청현이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박였지만 갑자기 달빛이 사라진 것처럼 주변이 캄캄해졌다.


“아참 깜빡 잊고 설명을 안 했는데 자네들 발밑에 흑마진(黑摩鎭)이라는 진식을 설치해두었다네. 이 진식을 설치해준 천수학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게나.”


제갈연은 안력을 돋아 매일제검 뒤에 서있는 천수학자의 얼굴을 보고는 이를 갈았다. 천수학자는 황실에 몸을 둔 사람이었지만 품행이 올바르지 못했다. 그러나 진식에 대한 실력만큼은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흑마진은 그녀도 쉽사리 만들지 못하는 매우 어려운 진법이었다. 흑마진은 세가지 무서운 효능을 발휘했는데 첫 번째로 주변의 시야를 방해했다. 진법 내부에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는데 어두운 밤에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두 번째로 흑마진은 지속적으로 내공을 갉아 먹었으며 마지막으로 흑마진 안에서는 지닌 힘의 오할밖에 사용할 수 없는 위력을 갖고있었다.

제갈연은 다른 노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경고했다.


“조심하세요. 흑마진은 시야와 내력을 빼앗는 것은 물론 내공의 운행까지 방해하는 진이에요.”


진식의 가장자리에 있던 흡혈마가 내력을 뺏긴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진식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종남파 고수 세 명이 흡혈마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내질렀다.


“흡혈마! 어딜 가시나. 종남의 검이 여기있다.”


흡혈마가 가소롭다는 듯이 공격을 쳐내고 반격했지만 세 명의 고수는 삼행검진(三行劍鎭)으로 흡혈마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냈다. 흡혈마는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콧방귀를 꼈다.


“실력이 안되니 검진으로 본좌의 공격을 막아보겠다? 흥, 그럼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 보거라.”


흡혈마가 주먹을 움켜쥐자 호저갑에서 송곳과도 같은 날카로운 기운이 불쑥 튀어나왔다.


호조마수(虎爪魔手)

제 일 초식(制 一 招式)

수섬관(手殲貫)


호저갑의 갈고리에서 검기가 일장이나 뽑아져 나와 종남파의 삼행검진을 덮쳤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종남파의 고수들은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흡혈마가 적을 단번에 쳐죽 각오로 공격을 했지만 적을 넘어트린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흑마진이 왕춘칠의 내공 운행을 방해한 탓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매일제검 장현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삼행검진을 펼친 정창파의 고수들이 모두 절정고수들이기 때문이었다.


“대마두께서 무리하시는 것을 보니 오늘은 정력이 넘치시나 보오?”


누가 들어도 명백한 조롱이였다. 허나 무림의 잔뼈가 굵은 흡혈마였다. 이정도의 도발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까부터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주둥아리만 살아있는 화산의 개가 여기 있었구나.”


흡혈마의 말에 매일제검이 얼굴을 붉히며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살기를 어린 절초를 날렸다. 흡혈마는 몸을 보호하는 천마공(天魔功)에 마령신조의 방어 초식으로 장현학의 공격을 막아냈다.


상대를 두동강이 내버릴 각오로 공격한 절초가 무위로 돌아가자 장현학은 인상을 찌푸렸다. 심검의 경지인 자신의 절초를 막았다는 의미는 상대가 최소 이기어검의 초입은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놈! 남의 정혈(精血)을 모기처럼 빨아 먹더니 보통의 경지가 아니구나!”


흡혈마 왕춘칠은 남몰래 핏덩어리를 꿀꺽 삼키며 호방하게 외쳤다.


“하하 그걸 이제서야 눈치채다니 네놈 눈깔은 개눈깔이 확실하구나.”


흡혈마는 상대를 도발했지만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내력의 소모가 큰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한데다 흑마진이 계속해서 내력을 빨아먹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매일제검의 검을 방어한 댓가로 적지않은 내상도 입었다. 확실히 매일제검의 실력은 흡혈마보다 훨씬 윗줄이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검진으로 공격을 막거나 시간을 끌며 노괴들을 흑마진 안에 가둬둘 뿐이었다.

행여 노괴들이 강경한 공격으로 벗어나려 하면 장현학이 나서 공격을 막아주었다. 무의미한 소모전이 계속 이루어지자 노괴들은 똥줄이 타들어 갔다.

거짓으로 입을 놀려 격장지계(激將之計)를 펼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청성, 공동 그리고 소림사에서 지원군이 곧 도착한다 말에 점점 초조해져갔다.

흡혈마는 제갈연에게 전음을 보냈다. 흑마진만 없으면 노괴들에게 지금 서있는 인원들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진법을 없앨 수 있겠느냐?-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청현은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노괴들 뒤로 숨어 안력을 돋으며 전투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여러명이 동시에 내뿜는 살기를 마주하니 무서웠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청지촌에서 할아버지들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종종 느껴봤기 때문이다. 청현은 흑마진을 해제하는 어머니를 도와주기위해 슬그머니 제갈연의 옆으로 다가왔다. 정파인들이 흑마진을 넘어오지 않고 소모전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현이 살펴보니 진법을 이루는 곤삼절(坤三絕) 부근에서 진식의 기운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수학자는 제갈연과 보이지 않는 수싸움을 하는 중에 청현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는 장현학에게 물었다.


“매일제검 저 아이는 누굽니까?”


틈틈이 다른 정파인을 도와주던 매일제검은 천수학자가 가리키는 아이를 흘끔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천수학자가 지켜보니 아이가 자신의 진식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씩 흑마진의 가장자리로 다가가는 아이를 보며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저 아이가 행여 흑마진을 파훼할 수도 있으니 접근을 저지해주십시오.”


장현학은 아이를 해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뒤에 있던 무림맹 고수에게 턱짓을 했다. 지금이야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지만 흑마진이 없어진다면 마교의 전대 고수들을 상대하기가 껄끄러워지기 때문이었다.


청현은 흑마진의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발밑에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땅 속에 진식을 구성하고 있는 매개체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청현이 몸을 숙이는 순간 어둠속에서 검기를 머금은 검이 목을 베어 들어왔다.

깜짝놀란 청현이 반사적으로 은령귀법을 펼쳐 간신히 검을 피했다.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자른 검은 목표를 놓치고 허공을 찔렀다. 평소 흑수 할아버지의 검을 피하는 연습을 게을리했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무서운 공격이었다.

청현은 검을 피하자마자 염류도 할아버지에게 배운 독수마권으로 상대의 목을 가격했다. 회피와 반격. 수없이 몸에 익힌 연습의 결과였다.


-우득-


아직은 내공보다 오행기의 운행이 익숙했기에 중단전에서 흘러나온 힘이 청현의 수도를 타고 흐르며 상대방의 목을 타격했다.

청현의 단 한 수에 목이 기이하게 꺽인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바둥거렸고 이내 행동을 멈추었다.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노괴들과 제갈연은 하마터면 청현이 크게 다칠뻔해 놀랐고 정파인들은 첫 사상자가 어린아이의 손에서 벌어질줄 상상도 못했다.

정신을 차린 점창파의 고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림공적을 앞에 두고 다들 시간을 끌며 뭣들하는 겁니까. 우리 모두 저 애새끼와 마두의 목을 잘라 정철 대협의 목숨을 되갚읍시다!”


“와아!”


점창파의 무인 여섯명을 선두로 수십명이 살기등등하게 돌진해오자 청현은 재빨리 천마보의 보법을 밟아 할아버지들의 뒤로 숨었다. 그와 동시에 흑마진이 사라졌다.

천수학자는 흑마진의 진식을 유지하던 매개체가 아이에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고 놀라 외쳤다.


“모, 모두 조심하십시오. 흑마진이 파훼되었습니다.”


그러나 천수학자의 외침보다 화룡도의 도가 빨랐다. 양강지기를 머금은 화룡도가 혈우진의 손을 떠나는 순간 시뻘건 화룡의 기운이 대지를 가르며 선두에 있던 점창파의 여섯 고수들에게 날아갔다. 깜짝 놀란 점창의 고수들은 합격술을 펼쳐 화룡도를 막아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점창파의 여섯 고수들이 땅과 달려오던 사람들 사이로 쳐박혔다. 그러나 일어난 것은 단 한 명뿐이었다. 여섯 중에서 다섯이 화룡도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이다.


무시무시한 화염을 내뿜으며 공중에 둥둥 떠있는 화룡도를 보고 매일제검이 놀라 소리쳤다.


“거, 검강을 이기어검으로 펼치다니. 화룡도 네놈... 심검의 경지를 돌파한 것이냐.”


기회를 엿보던 일격이 성공하자 화룡도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왜 부럽냐? 네놈도 심검 맛좀 볼텨?”


혈우진의 도가 불꽃을 휘날리며 날아가자 백서진인은 똑같이 검강을 실은 검을 날려 공격을 막아냈다.

도와 검이 허공에서 공방을 주고받을 때마다 대기가 일렁거리며 큰 소리가 울부짖었다. 내공이 약한 몇몇은 기파의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났다.


백중지세로 오십여 초수가 지나가는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검 한자루가 노괴들을 덮쳤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낌 염류도가 재빨리 검강으로 날아들어온 검을 가까스로 쳐냈으나 찢어진 손아귀를 붙잡고는 신음을 흘렸다.


“끌끌 천산에 쳐박혀있던 노괴들이 묏자리를 찾아 이곳까지 오셨구만.”


검을 날린이가 등장하자 노괴들의 표정이 모두 굳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대라선마의 입에서 나지막히 상대의 별호와 이름이 흘러나왔다.


“만현검(滿賢儉) 백서진인(白書眞人).”


청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이야기로만 듣던 정파의 최고 고수 중 둘을 한번에 만난 것이다.

백서진인은 왠 어린아이가 자신을 보고 눈을 빛내자 가볍게 시선을 마주한뒤 대라선마를 바라보았다.


“아니 신의선사가 아니십니까?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신수가 아주 훤해보이십니다.”


백서진인은 예전에 신의선사에게 빚을 진적이 있었기에 대라선마를 보고 포권을 취했다. 그리곤 이내 나완권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여기에 일보신권 나완권 대협도 계셨습니까? 여러분 여기에 소림사를 기만한 나완권이 있습니다.”


백서진인의 말이 끝나자 백서진인의 일행 뒤로 빡빡머리에 법의(法衣)를 입은 열여덟명의 나한이 바람처럼 등장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완권이 인상을 썼다.

몸 상태가 멀쩡한 광마라해도 소림의 십팔나한을 상대로 백초나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십팔나한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나완권은 십팔나한의 모습을 보고는 죽음을 떠올렸다. 객관적인 전력을 따져봐도 상대가 안됐다. 상대방에게는 심검의 고수가 최소 둘이나 있었다. 노괴들 중에도 심검의 경지에 오른 광마와 화룡도가 있고 나머지 노괴들 또한 이기어검의 끝자락에 있는 고수중의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광마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거기에 소림의 십팔나한은 개개인은 약하지만 십팔나한진을 펼치게 되면 심검 이상의 힘을 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우와! 할아버지 저것 좀 보세요. 소림사의 땡중들이에요.”


오직 청현만이 소문으로만 듣던 소림사의 승려들을 봤다고 기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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