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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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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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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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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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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무서운 바깥세상(8)

DUMMY

사람들은 마교의 노괴들을 여러 수식어로 불렀다. 대부분 좋은 평가는 아니었다. 울던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칠 정도로 악명이 자자했는데 특히 광마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인귀나 미친놈이라는 말도 모자라 악마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광마를 지칭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 실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었다.


광마와 흑수를 공격하는 공로검수단은 처음에는 방어위주로 조심스레 공격했다. 그러나 광마가 공격을 막으며 뒷걸음질을 치자 조금씩 과감한 공격을 했다.


광마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흘렸다. 상대의 공격이 뻔히 보였으나 내력이 일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을 검으로 흘렸지만 검에 담긴 내공을 힘을 분산시키지 못해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자세가 흐트러지자 상대의 검이 가슴을 베어 들어왔다. 피할 수 있었으나 내력이 없으니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상대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니었으며 합격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끝이구나.’


광마는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콰앙.-


광마의 손에서 그의 절기 중 하나인 천마검법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공격에 직격당한 공로검수단원이 강대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멀리서 지켜보던 백운상은 그 모습을 보고 공로검수단에게 조언했다.


“조심해라.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맹수다. 다들 방심하지 말고 공격보다는 방어 초식을 사용하면서 허점를 노려라.”


광마의 무서운 공격력을 경험한 공로검수단이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하자 광마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슬쩍 바라보았다. 분명 내력이 없건만 자연스럽게 내력이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나완권이 알려준 달마역근경의 구결 중 한 부분이 문득 생각났다.


“一切衆生 手乎 執着 放教遣”


나완권은 인간을 제외한 우주의 모든 생물들은 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 자세히 물었더니 그는 인간은 고정관념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한계가 없지만 멋대로 자신의 한계를 단정지어 버린다고 했다.


‘왜 갑자기...’


광마는 한계를 모르던 어렸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엔 마교에서 삼류의 무공을 배웠다. 무척이나 즐거웠다.


한 계단을 올랐다.


재능이 있는지 금세 이류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만큼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좋아했기에 무작정 버텼다.


한 계단을 올랐다.


운 좋게 마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천혈단주(天血丹住)의 눈에 띄어 가르침을 받았다. 오년 만에 일류의 내공을 가졌고 그에 걸맞은 무공을 배웠다.


한 계단을 올랐다.


천혈단주가 더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마교의 전투부대인 철마대(綴魔隊)로 보냈다. 수년간 수련과 임무를 거치다보니 어느새 검기를 다루는 신검합일의 경지에 올랐다.


한 계단을 올랐다.


철마대에서 마교의 중상위 부대인 귀마대(鬼魔隊)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수 없는 실전경험과 전투를 벌였다. 그렇게 이십 년을 지내니 깨달음을 얻고 이기어검에 올랐다. 귀마대를 이끄는 귀마대장의 자리에 올라 십 년간 귀마대를 이끌었다. 피가 마를날이 없었다. 목숨을 건 수많은 전투를 대부분 승리로 이끌자 명성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심검의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광마는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았다. 심검의 고수와도 싸워 이겼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광마는 겸손하고 끈기가 있었다. 노력한만큼 실력이 오른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연검의 경지를 돌파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자연검에 오른 사람이 전무하니 어떤 경지인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자신을 비난한 적도 있었다.


재능이 없는 것일까?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모두 아니었다.

마음이 문제였다.


‘왜 내공을 단전의 크기로 생각했을까?’


‘왜 얼마나 길게 검기를 뽑아내느냐를 실력의 우위로 여겼을까?’


모든 것에 답을 두고 그것의 정답을 찾으려 했다.

광마는 모두 잊고 자신을 순수하게 바라보았다.

늙은 몸뚱이에 텅 빈 단전이 느껴졌다. 그러나 기운은 주변에 있었다. 밟고 서 있는 대지에도 기운이 있었고 근처에 널린 나무에도 기운이 있었다. 심지어 마시고 내쉬는 공기에도 기운이 있었다. 내 몸에 기운이 없다면 자연의 기운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광마의 백회혈이 열리자 모든 기감이 확장되며 주변의 기운이 느껴졌다.

멀리서 새파랗게 타오르는 백운상의 기운이 느껴졌으며 옆에는 붉게 빛나는 흑수의 기운도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파르스름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공로검수단의 기운이었다.


광마는 상단전을 개방하며 새로운 눈을 떴다.

이제는 새로운 계단을 오를 차례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불과 오초?

아니 이초.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을 향해 쇄도하는 파란 기운이 있었다.


광마의 이상함을 눈치챈 백운상의 이기어검이다.

광마는 전설로 불리는 자연검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광마는 계단을 밟아보고 싶었다. 경지에 오른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이 없는 자연검은 사절이었다.

광마는 결국 계단을 오르는 한 발자국을 포기하고 눈을 떴다.


광마는 자신의 목을 노리는 백운상의 검을 막아냈다. 자연의 기운을 급히 끌어모았지만 심검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충격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뱉자 피가 섞여 나왔다.

광마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백운상을 노려보았다. 찰나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강했다. 그러나 살아있다면 또다시 계단을 밟을 날이 올 것이었기에 광마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광마는 자연검의 경지를 살짝 맛본 것만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신검합일과 이기어검의 경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실력차가 있다. 물론 신검합일의 고수가 이기어검의 고수를 이길수도 있지만 1푼의 확률에 불과했다.


‘나는 경지에 오른 것이 맞을까?’


'자연검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은 무림에 없다. 자연검에 오른 사람은 무림 역사상 한 명 뿐이었다. 그것도 천 년 전 사람이다. 그 이야기도 구전으로 전해져 작금에선 자연검의 경지를 이루었다는 무검자의 경지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광마는 차분히 자신을 바라보았다. 힙겹게 공로검수단의 검을 막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자연검의 경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공이 없는 몸으로 적의 검기를 막아내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연검의 경지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공로검수단이 합격진을 이뤄 연속공격을 펼치자 광마는 어깨에 한칼을 내주고 말았다. 광마는 속으로 헛웃음을 들이키며 자책했다.


‘허헛 어리석은 광마야 이런 검도 막아내지 못하면서 무슨 자연검의 경지라고 들떠서...’


그 순간 광마에게 연속공격을 가하던 공로검수단원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동시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빌어먹을 영감탱이들 살아있었구나!”


대라선마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들은 광마와 흑수는 대라선마와 제갈연 그리고 청현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되찾았다. 대라선마가 전투에 참여하자 공로검수단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백운상이 뒤늦게 공로검수단의 복마검진에 합세했지만 이미 전투의 흐름은 넘어온 뒤였다. 복마검진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마두가 여기 다 모여 있었구나.”


새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화산의 장현학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소리 뒤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그들중 한명은 무림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 활을 들고 있었다.


대라선마가 적들의 모습을 보고 시원하게 욕을 내뱉었다.


“이 씨벌놈들아 정파 십대고수들의 반이 뭘 주워먹을게 있다고 이곳까지 왔느냐”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대라선마는 압도적인 전력차에 정말을 느꼈다. 질이나 양이나 무엇하나 우월한 것이 없었다.


장현학이 앞으로 나와 칼을 겨누었다.


“십대고수의 반이라고? 천만에 모두가 왔다네.”


대라선마의 눈썹이 역팔자를 그렸다.


“나머지는 어디에 있느냐?”


“신의선사께서 물어보시니 특별히 알려드리지. 마교에서 자네들을 구하겠답시고 천마대, 수라마참대, 혈륜대 등을 보냈는데 아미와 곤륜파는 물론 청성과 소림에서 그들을 막아내고 있다네. 그들의 지원을 바라는건 아마 무리일게야. 피차 바쁜몸들이니 서둘러 끝내자고.”


장현학의 손짓에 모든 무림인들은 자신의 무기를 꺼내 살기를 끌어올렸다. 누군가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다. 그리고 죽는 이는 십중팔구 노괴들이었다.


제갈연은 재빨리 이기어검의 수법을 응용해 적들의 발을 묶는 보학진(步壆鎭)과 자신의 주변을 보호하는 오행진의 일종을 설치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본 장혁한은 자신의 검을 띄워 진법들을 향해 날려보냈다. 단순히 검이 진법을 훑고 지나간 것이지만 순식간에 기운이 뒤틀리며 진법이 모두 파훼되어 버렸다. 심검의 위력을 버틸 수 없었던 탓이다.


제갈연은 급하게 자신의 몸을 토대로 진법을 만들었다. 청현에게 배운 방법을 응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부서진 진법의 피해는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왔다.

제갈연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자 장현학은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광마, 신의선사.”


광마와 대라선마가 갑자기 자신들을 호명한 장현학을 쳐다보자 장현학은 말을 이었다.


“언제까지 환사선녀를 데리고 있을 생각인가? 그녀는 우리에게 보냄이 맞지 않겠는가?”


“!!”


광마와 대라선마는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제갈연은 원래 정파인이었으니 애초에 이 싸움에 낄 필요조차 없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모두가 잊고있던 사실이었다.


제갈연은 장현학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는 이미 마교에 투신한 몸입니다.-


장현학은 놀란 눈으로 제갈연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장현학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내 뜻이 아닐세.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휘의 명이네. 마지막으로 묻겠네 정말로 마교에 투신하겠는가?-


제갈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장현학의 말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제갈연이 마교에 투신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게되면 세가에도 피해가 간다.

제갈연은 목숨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았으나 자신으로 인해 제갈세가가 마교인을 배출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오명을 뒤집어써 쇠락의 길을 걷는 문파들도 많았다.


-제 아들도 함께 보내주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설마 저 아이가...?-


-네. 맞습니다.-


-몇 살인가?-


-곧 열네살이 됩니다.-


장현학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갈연이 실종된 년도와 아이의 나이는 동일했다. 그녀가 왜 마교에 투신하려 했는지 단번에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현학은 이에 대한 가정도 제갈세가의 가주와 이야기를 끝마친 상태였다.


-좋네. 둘다 보내게.-


장현학은 전음을 끝으로 육성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환사선녀 제갈연. 세가로 복귀하라는 제갈세가 가주의 명이네. 이 마저도 거절하겠는가?”


노괴들이 저마다 제갈연에게 전음을 보냈지만 이미 제갈연은 결심한 뒤였다. 자신의 목숨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아들의 목숨을 살리려면 이 방법뿐이었다.


“보, 복귀하겠습니다. 현아 가자.”


제갈연이 청현의 손을 잡고 무림맹으로 향하자 노괴들의 눈빛이 착찹하게 변했다.

청현은 제갈연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전음을 들은터라 입을 열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들과의 갑작스런 이별에 당황해 했다.


제갈연이 청현과 함께 장현학에게 다가간 그 순간이었다.


장현학의 손이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제갈연의 혈도를 짚었고 동시에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청현의 검을 빼앗아 청현의 단전을 깊게 찔렀다.


제갈연은 노괴들이 아들의 이름을 울부짖는 것을 들으며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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