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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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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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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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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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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등신(1)

DUMMY

만왕 - 등신 1


천산에서 남서쪽으로 400리정도 떨어진곳에 위치한 마화천궁(魔火千宮)은 위구르 지역을 대표하는 문파 중에 하나였다. 마교가 잘 나가던 100년 전만해도 수천명의 제자를 다스리던 거대 문파였지만 마교의 세력이 약해지자 덩달아 마화천궁의 세력도 약해졌고 지금은 100명의 제자들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토우시강은 위구르 지역 사람들에겐 거대한 생명의 물줄기다.

토우시강의 물줄기가 넘실거리면 작물도 풍작이었고 강이 말라버리면 흉작으로 저마다 먹고 살기 힘들어했다.


위구르 사람들은 옛날부터 씨앗을 강물에 던지면 그 씨앗이 되돌아와 풍요를 준다고 믿었다. 마화천궁의 문주 마한천은 토우시강의 물줄기가 마르자 막내딸인 마화를 불러 곡식을 던지고 오라고 시켰다.


막내딸 마화는 위로 언니들이 있는데도 자기에게만 심부름을 시키자 궁시렁거렸다.


“아버지 저는 검술 연습하느라 바빠요. 둘째 미화 언니가 놀고 있으니 언니보고 다녀오라고 하면 안 돼요?”


마한천은 마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원래 풍요의 신은 작고 예쁜 아이를 좋아한단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마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꺄르르 웃은 뒤 말했다.


“알겠어요. 다녀올게요.”


마화는 창고에서 곡식을 한 웅큼 집어 토우시강으로 향했다.

토우시강은 그동안 비가 안 온 탓인지 상당히 말라있었다.

마화는 곡식을 강물에 뿌리며 말했다.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게 해주세요.”


흔한 의례였지만 마화는 두 손을 곱게 모아 진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풍요를 바랬다.

그때 마화의 물가에 둥둥 떠 있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 같았다. 익사한 시체일까봐 무서웠지만 마화는 용기를 내 다가갔다. 그런데 정말로 사람이었다. 그것도 또래로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한데다 온몸이 찢어지고 터져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팔과 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인 것을 보니 뼈도 부러진 것 같았다. 게다가 복부에 검까지 꽂혀있었다.


“으윽”


시체를 처음보는 것이 아니지만 끔찍한 모습을 보니 마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시체인줄만 알았던 사내의 가슴이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잽싸게 다가가 남자아이를 뭍으로 꺼낸 마화는 마화천궁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


꿈을 꾸었다.

할아버지들과 함께 청지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무공을 배우는 꿈이었다.


‘보법의 생명은 다리다.’

‘검은 이렇게 쥐는 것이다.’

‘탄지신통을 사용하려면 기를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인체의 혈 자리는 수백이 넘는다. 우선 기본인 36혈부터 알아보자꾸나.’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알아갔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혼난 적도 많았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자연의 문턱에서 바라본 깨달음이다. 잘 새겨들어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자 주변이 불바다로 변했다. 청지촌은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할아버지들은 전부 불길에 휘말려 비명을 질렀다. 구하기 위해 다가갔으나 전부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 끔찍하고 무서웠다.


소년은 꿈에서 깼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환경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의원 할아버지! 일어났어. 남자애가 일어났다고.”


남자아이가 일어서려 발버둥 치자 어느새 다가온 의원이 소년의 몸을 움켜잡았다.


“움직이지 말고 누워어라. 부러진 뼈들이 간신히 붙었고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느니라. 살아난 것이 천운이니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도록 하거라.”


남자아이는 입을 벌리고 간신히 소리를 냈다.


“가으어... 마... 므아... 교...”


“고맙다고? 아니 마교를 이야기 하는 것이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뱉은 남자아이는 곧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의원이 여자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여자아이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개월이 지나자 소년은 스스로 앉아 죽을 떠먹을 수 있었다.

아이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청현이라고 했으나 그 외에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2개월이 되자 청현은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뼈가 잘못 붙었는지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코는 한쪽으로 휘었고 왼쪽 광대는 살점이 크게 떨어져나간 탓에 움푹 패여있었다. 말할 때 목소리까지 어눌하자 사람들은 이름보다는 등신이라고 불렀다.


문주 마한천은 자신의 서재에서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현이라는 아이는 이제 괜찮은가?”


“네. 처음엔 하룻밤도 못 버틸 것 같았는데 하루하루를 버티더니 어느새 곧잘 움직입니다. 가히 기적에 가까운 회복력입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과 몸이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


의사가 서재를 나가자 마한천은 청현의 복부에 꽂혀있던 검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마한천의 주무기는 검이었기에 검에 대한 욕심과 지식은 남들보다 월등했다.

칼날에는 음각으로 교룡(燆龍)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가보로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명검이었다. 단단하고 질 좋은 흑철로 만든 것이 보니 매우 유명한 장인이 만든 검 같았다.

아이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빙설이라는 검은 더 대단했다. 검의 손잡이 끝에는 빙설이라는 이름이 예쁘게 수놓아져 있었는데 천하의 명검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검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한기와 날카로운 예기는 한 지역의 패자(霸者)들도 쉽게 갖기 어려울 정도의 명검이었다.


마한천은 사파와 마교에 기별을 넣어 청현이라는 아이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최근 실종된 남자아이가 있는지 조사해봤지만 그런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마화천궁은 남자아이 하나를 먹여 살릴 힘이 충분히 있었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고아를 보호해주는 단체는 아니었다.


아이에 대한 처분을 결심한 궁주 마한천은 막내딸을 불렀다. 막내딸은 항상 자기만 부른다고 툴툴대면서 다가왔다.


“마화야 내일부터는 네가 청현을 돌봐 주거라.”


마한천의 말에 마화는 깜짝 놀랐다.


“네? 그 등신을요?”


“등신이라니?”


마화는 가뜩이나 바쁜데 등신까지 돌보라고하니 너무나 싫었다.


“하는 짓이 등신이잖아요. 제가 그 모자란 아이를 어떻게 돌봐요.”


“허허... 등신이라니... 뭐, 좋다. 무공을 가르쳐도 좋고 마화천궁에 도움이 되는 잡일을 시켜도 괜찮다. 하다못해 네 수족처럼 부려도 되니 네 마음대로 돌봐 주거라.”


마화는 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정 귀찮다 싶으면 장작이나 패라고 시키면 되었다.


“아버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어요.”


마화가 나가자 마한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화 위로 두명의 언니가 있었지만 인물들이 없었다. 장녀인 일화는 혼기를 훌쩍 넘겼지만 시집갈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저잣거리를 싸돌아다니거나 이상한 물건들을 사며 시간을 낭비했다. 둘째인 미화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슬슬 시집이나 가면 좋으련만 방에 쳐박혀 기관진식 같은 쓸모없는 책만 쳐다보고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막내인 마화였다.

간혹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무공 연습도 열심히 하고 아비의 말도 잘 들었다. 그러나 단점이 있었으니 여자라는 점이었다.


‘마화가 남자였으면 좋았을걸...’


마한천이 마화에게 청현을 맡긴 것은 마화에게 내린 일종의 시험 같은 것이었다.


‘일화 이년은 빨리 시집이나 가서 아들이나 하나 낳아주지...’


첫째 딸을 원망해봤지만 괜히 마음만 상했다.


‘에휴 나만 속 썩고 말지... 일이나 하자.’


책상에 쌓인 서류들을 보니 오늘도 밤을 홀딱 새야할 것 같았다.


------------


마화천궁의 모든 남자들은 아침 일찍일어나 무공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외가 한명 있었다. 청현은 하루 종일 놀고 먹으며 수시로 잠을 잤다. 이토록 한심한 등신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마화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게다가 오늘부터 그 사람을 돌봐야 했다.

청현에게 다가가니 청현은 팔자좋게 마루에 대자로 누워서 쿨쿨 자고있었다. 마화는 발끝으로 청현의 등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야 등신아 그만 자고 일어나봐.”


잠에서 깬 청현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입을 벌린채 흐릿한 동공으로 마화를 바라보았다.


“정신 차리고 반각 안에 준비하고 나와.”


마화는 청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호되게 혼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청현은 기가 막히게 시간을 맞춰 나왔다. 청현은 잠에서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왜애?”


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다. 입가에 말라붙은 침을보니 한숨을 안쉴수가 없었다.


“뭐? 왜애? 이 등신새끼야 해가 중천인데 넌 언제까지 자고 있을래. 할 줄 아는게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할 것 아냐. 남들은 열심히 사는데 혼자 그러고 살래? 남자로 태어났으면 하다못해 무공이라도 하나 배워야할 것 아냐.”


“나 무공 할 줄 아는 것 같아.”


예상치 못 한 청현의 대답에 마화는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뭐? 할 줄 아는 것 같다고? 아이고 배야.”


마화는 한참동안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오랜만에 웃었다. 누가 등신 아니랄까봐... 야 헛소리 말고 따라와 내가 역사 깊은 본가의 무술을 보여줄게.”


청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화는 마화천궁의 넓은 연무실로 청현을 데리고 갔다.

마화천궁의 무공은 검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연무실에 있는 모든 제자들은 하나같이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마화검술(魔火劍術) 1장(二章) 3초(三招)! 벽산타우(劈散打右)”


“하압!”


무술교관인 심평관이 기술을 외치면 제자들은 힘찬 함성과 함께 목검을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많은 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동작을 맞추니 그 위압감과 박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등신아 어때? 멋있지?”


“응 멋있다.”


마화는 청현을 이곳으로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청현의 마지막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말이다.


“그런데 너무 못한다.”


마화는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화들짝 놀라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청현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몇몇 제자들이 검을 내려놓고 이쪽을 바라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청현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때 무술교관 심평관이 제자들에게 손을 들어 한마디를 했다.


“모두 휴식.”


마화는 무술교관이 웃으면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심평관은 화가 나거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이렇게 웃는 버릇이 있었다.


“마화 아가씨께서 연무장까지 무슨 볼일이십니까?”


“안녕하세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옆에 있는 분은 누구시죠?”


“아, 그 왜 있잖아요. 제가 몇 달 전에 토우시강에서 발견한 남자아이요.”


“아하... 그 친구군요. 그런데 못한다니 무슨 말이죠?”


무술교관이 청현에게 묻자 마화는 청현의 앞을 슬며시 가로막았다.


“교관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얘가 머리를 크게 다쳐서 등신 같은 소리를 자주하고 다녀요.”


청현은 마화의 어깨 위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아닌데 진짜 못하는데...”


그 말에 심평관의 심기가 매우 크게 뒤틀렸고 마화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쪽의 어린 친구 분은 혹시 마화검술이 못하다고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 제자들이 못한다고 하는 건가요?”


“둘 다요.”


어떻게든 청현을 보호해주려 했던 마화도 포기했다.

마화천궁의 자랑인 마화검술이 못하다고 하는데 그녀로서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마화는 머쓱한 표정으로 청현을 가로막던 몸을 옆으로 비켰다. 이 등신을 구워 잡수던 삶아 잡수던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심평관은 입이 귀에 걸릴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청현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잘못된 것을 알려줘 보시겠어요?”


“네.”


청현이 절룩거리며 심평관을 따라가자 마화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등신 같은 짓만 제대로 골라 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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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무서운 바깥세상 (1) 19.01.20 923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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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청현제일 무술대회(7) +2 19.01.18 907 18 12쪽
10 10화 청현제일 무술대회(6) 19.01.18 950 20 12쪽
9 9화 청현제일 무술대회(5) 19.01.16 967 20 10쪽
8 8화 청현제일 무술대회(4) 19.01.13 1,058 22 11쪽
7 7화 청현제일 무술대회(3) +1 19.01.10 1,074 17 16쪽
6 6화 청현제일 무술대회(2) 19.01.09 1,103 18 13쪽
5 5화 청현제일 무술대회 +1 19.01.07 1,248 21 14쪽
4 4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4) 19.01.06 1,332 20 13쪽
3 3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3) 19.01.05 1,420 17 19쪽
2 2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2) +1 19.01.05 1,666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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