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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만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Pio
작품등록일 :
2019.01.05 03:24
최근연재일 :
20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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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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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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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등신(6)

DUMMY

등신 - 6


마화천궁의 궁주 마한천은 청현에게 검과 돌을 건네주었다. 아쉬운 모양인지 건네주는 손길이 덜덜 떨렸다. 마한천은 검집은 자신이 특별 주문한 것임을 여러번 강조했다.


“이 돌은 뭔가요?”


“그 돌은 네 주머니에 있던 물건이란다. 마정지기라고 불리는 굉장히 비싼 물건이지. 자, 손을 내밀어 보거라.”


궁주의 말에 청현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마한천은 청현의 손을 잡고 맥을 짚어보았다.


‘헉!’


청현의 손을 잡은 마한천은 속으로 헛바람을 들이켰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의 청현은 하루를 넘기기 힘든 위중한 상태였다. 단전이 크게 손상되어 앞으로 무공을 배울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는데 내력이 마화천궁의 평제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 있었다.

이런 일은 영약을 먹거나 대단히 뛰어난 고수가 진기를 이끌어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단하구나. 내력이 빠른 속도로 돌아오기 시작했어. 앞으로도 계속 운기조식을 하거라.”


“네? 운기조식이 뭔가요?”


마한천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내력을 쌓는 방법은 운기조식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운기조식을 모른다니!


그렇다고 자신이 알고 있는 운기조식을 알려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쌓아온 것과 다른 운기조식은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었다.

마한천은 잠시 고민하다 답을 내려주었다.


“그냥 지금처럼 잘 먹고 지내면 된다.”


“네. 헤헤.”


청현이 해맑은 미소를 짓자 마한천도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일부터는 마화를 가르치고 나서 미화의 방에 가보려무나 미화가 네게 배울 것이 있다더구나.”


청현은 그때서야 미화가 자신에게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고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행여 우리 딸들을 덮친다면 내가 자네를 죽여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게나.”


살기어린 궁주의 말에 청현이 눈치를 살살 살피며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청현은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덥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네.”


“그럼 살펴가거라.”


청현이 밖을 나서자 궁주는 서류가 가득한 책상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해도 해도 이놈의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


청현은 자리에 누워 운기조식에 대해 생각했다. 뭔지 알 것도 같았지만 그렇다고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운기조식이 이건가?’

청현은 정자세로 앉았다. 그 상태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정신을 집중하니 배꼽 밑에 자리 잡고 있는 단단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운을 감싸고 있는 구 모양의 집은 한쪽에 금이 가있어 미세하게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빠져나간 기운들은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때 청현에게 두통이 찾아왔다. 인상이 저절로 찌푸러질 정도의 고통이었으나 통증은 금새 가셨다. 근래에 두통이 자주 찾아오고 있는데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고통이 가시자 청현은 몸안의 기운을 움직여보았다. 기운은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 잘만 움직이던 녀석이 미동조차 없는 것이다.

청현은 몇 번 더 시도하다 아무런 성과가 없자 자리에 드러누워 이마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리고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던 단전의 기운들은 청현이 잠에 빠져들자마자 서서히 몸 이곳저곳을 누비더니 심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다만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


마화는 청현 앞에서 힘차게 검을 내리그었다. 마화검술의 1장 1초식인 진천검퇴였다.


“마화야.”


마화는 청현의 부름에 다시 검을 힘차게 내려 그으며 대답했다.


“왜?”


“네가 어제 그 사람에게 진 이유를 알려줄까?”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마화의 눈이 화등잔만큼 커졌다. 마화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거처럼 요동쳤다. 어제 덕화에게 패한 이후로 너무나도 분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마화였다. 그 원인을 알려준다니 마화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마화는 검을 내려놓고 청현에게 다가왔다.


“뭔데? 뭔데? 내가 덕화에게 진 이유에 대해 어서 말해봐.”


“네 무기는 고작 1척 길이의 소검이야. 덕화의 무기가 얼마나 길었는지 기억나?”


마화는 덕화의 박도를 떠올리며 길이를 가늠해 보았다.


“음... 한 3척 정도?”


“정확히는 2척 7치였지만 뭐 비슷했어.”


마화는 청현의 지적에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청현의 못생긴 얼굴이 더욱 못생겨 보였다. 마화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게 뭐 어쨌다고.”


“히히... 잘 봐.”


청현은 근처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와 땅에 콕 하고 점을 찍었다. 그리고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이 점이 그 녀석이고 원이 그 녀석의 공격 범위라면...”


그리고 또다시 나뭇가지를 콕 찍은 뒤 조금 더 작은 원 하나를 그렸다.


“그리고 이 점이 너고 이 도, 동그란 것은 너의 공격 범위야. 상대의 점을 공격하기 위해서 너의 몸은 그 녀석의 간격에 들어가야 했지만 너는 상대의 가, 간격을 파고들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간격에서 싸웠어. 그러니 상대방을 공격 할 수가 없었던 것이야.”


맞는 말이었기에 마화는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청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상대의 무기는 크고 간격이 길지만 그만큼 재빠른 연속공격을 할 수가 없었어. 너는 사,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흘린 뒤 곧바로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었어야 했어. 적의 무기가 네 무기보다 긴만큼 접근전에서는 네가 훨씬 유리했을 텐데 너, 넌 그러지 못했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마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마화는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나도 안다고!”


청현은 마화의 표정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넌 주변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상대의 검에 집중하지 못했어. 너도 모르게 압박을 받았을 거고 결정적으로 상대방의 검에 거, 겁을 먹었지.”


결국 마화는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뭐? 썅... 내가 그놈 검에 겁을 먹었다고?”


마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현은 허리춤에 걸린 교룡정검을 뽑아 순식간에 마화의 목을 찔렀다.


“꺄악.”


갑작스레 살기어린 진검이 공격해 들어오자 마화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조심스레 한쪽 눈을 떠보니 청현의 검은 자신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춰있었다. 마화는 놀라 소리쳤다


“씨바... 나랑 뭐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봐봐 방금 전에도 넌 상대의 검을 똑바로 보지 않고 눈을 감아버렸어. 그건 실전경험이 부족하다는 뜻도 있지만 상대의 검을 무서워 한다는 거야.”


“그래?”


청현이 검을 거두자 마화는 청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청현은 마화의 공격을 몸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쉽게 피해버렸다.

공격에 당하면 핀잔을 주려했지만 마화는 말문이 막혔다.

예전에는 이런 기습공격을 하면 넘어지거나 몸으로 막아내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제법 몸을 잘 움직였다.


“야... 근데 방금 너처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글세? 혼자 기술을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하고 대련을 많이 해봐야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기술도 상대방에게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잖아.”


마화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목검 진열대에서 목검을 두 자루 뽑아 한 자루를 청현에게 던졌다.


“그럼 해. 지금 당장. 그 대련.”


청현이 교룡정검을 넣고 목검을 들자 마화는 씩씩대며 청현을 향해 검을 날렸다. 청현은 몇 차례 마화의 검을 피하고 막아냈으나 이내 발이 엉켜 금방 넘어지고 말았다.

마화는 우쭐한 표정으로 서서 넘어진 청현에게 검을 겨눴다.


“나의 승리네?”


청현은 무어라 변명의 말을 하려했지만 패자의 말은 핑계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청현은 바닥에 앉은 상태로 매혹적인 제안을 던졌다.


“내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필살기술(必殺奇術)을 하나 알려줄까?”


“필살기술?”


거절할리 없는 마화였다.


------------


청현이 입고 있던 옷은 원래 흑색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흙투성이였다. 청현을 기다리던 미화는 청현에게 다가가 무복을 툭툭 털어주었다. 그때서야 검정색 무복이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옷이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헤헤 괜찮아요.”


“혹시 마화나 다른 누군가 괴롭혔나요?”


“그런 것 아니에요. 마화에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필살기를 알려 주었거든요.”


그 말에 미화는 작게 웃음 지었다.

필살기라는 말에서 유치함과 순수함이 묻어나온 탓이다.

몇 번 넘어졌다고 이렇게 흙범벅이 될 리가 없었지만 미화는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보자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기관진식에 대해서 몇 가지 도움을 청할 것이 있어서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다 시피 저, 저는 기관진식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드릴 수 없어요.”


청현은 기관진식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기관진식은 자칫 잘못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큰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보이는 것만 이야기 해주시면 돼요.”


독학으로 기관진식을 배우던 미화에게 있어서 청현의 조언은 그야말로 사막에 떨어진 빗줄기 같은 것이었다.

미화는 자신의 집 뒷마당으로 청현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기묘한 문양들과 나뭇가지들 그리고 작은 돌무더기가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제가 몇 개월 전부터 연습하는 진식이 있는데 도무지 작동이 안 되더라고요. 한번 봐주시겠어요?”


청현은 그녀가 만든 진식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진식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완성된 진식이 아니었기에 위험할일은 없었고 어떤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청현은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사람을 해할 수 있는 진식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힘을 가하는... 조금 위험할 수 있는 진식 같은데요.”


“네 맞아요. 진뇌여진(眞腦閭鎭)이라는 진식인데 상대방의 가식과 거짓을 없애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진식이에요. 그리고 진식이 풀리면 그동안 이야기 했던 것을 다 잊어먹게 만들죠. 천수학자라는 분이 만든 진식인데 그분은 진식을 굉장히 작게 만들 수도 있다고도 했어요. 저는 아직 수준이 낮아서 진식이 예상보다 몇 배는 커져버렸네요. 책을 보고 만들어봤는데 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작동도 안하고 도통 문제를 모르겠어요.”


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식의 흐름을 찾아보았다. 어떠한 진식이든 기의 흐름이 있어야 하건만 이 진식은 아무런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애초에 잘 못 만든 진식이라는 뜻이었다.


“혹시 책을 볼 수 있을까요?”


미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 한권을 내밀었다.

책의 내용을 훑어본 청현은 글쓴이가 가진 진식의 깊이에 혀를 내둘렀다. 천수학자라는 사람은 자신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청현은 진뇌여진의 설명이 적힌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며 책의 내용과 만들어진 진식을 비교했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나갔다. 그러면서 미화에게 잘못된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 시진 정도 수정 작업이 끝나자 진식은 조금씩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었는데 하, 한두 군데 방향이 어긋나있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에는 서술 돼있지 않지만 기의 흐름이 시작되는 곳에 대한 설명이 없네요. 그래서 제가 임의로 진식의 입구와 출구를 만들었어요.”


청현의 말에 미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식의 흐름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쪽에 있는 돌무더기에 기운을 흘리면 되요.”


미화가 일어나 돌무더기에 손을 올리자 청현은 다급히 제지했다.


“아, 아직은 안돼요.”


-쿵-


짧게 땅이 울리며 주변 기운이 흔들렸다. 청현이 미화를 바라보니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청현을 바라보았다. 미화가 진식을 발동시킨 것이었다.

미화는 당황한 얼굴로 청현에게 물었다.


“어떡해... 제가 실수로...”


당황한 것은 청현도 마찬가지였다.


“아, 안되는데.”


“왜요?”


“지금 저희는 진식에 갇혔어요. 진식 밖에서 진식을 부수게 되면 안에 있는 사람이 위험할 수 있어요.”


“정말 죄송해요. 이제 어쩌죠?”


“책에는 2각 정도면 자연적으로 풀린다고 적혀있었는데... 그동안 누가 오지 않기를 바라야죠. 그리고 만약 누군가 강제로 진식을 부순다고 해도 이정도 진식이면 죽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기껏해야 내상을 입거나 주화입마에 걸릴 뿐이에요.”


청현의 말에 미화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말이 기껏 주화입마지 주화입마에 잘못 걸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여기는 제 방 뒷마당이라 누군가 찾아오고 그러진 않으니 걱정 마세요.”


“그럼 다행이고요.”


“그럼 진식은 발동 된 건가요?”


“네. 아마도요.”


“그럼 서로 진실만 이야기 할 수 있고 진식이 끝나는 2각 뒤면 이야기한 내용을 다 잊어먹겠네요?”


“네. 책의 내용이 맞으면요.”


그녀는 기관진식으로 무언가 이득을 얻고 이름을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미화는 기관진식을 배움으로 인해 스스로의 즐거움을 얻는 순수한 탐구자이며 학자였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재미있고 짜릿했다.


“그럼 기다리는 동안 우리 서로에게 질문 하나씩 하기로 할까요?”


“그래요. 제가 먼저 할게요. 기, 기관진식은 왜 배우세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약간의 과거 이야기가 필요해요.”


“네. 해, 해보세요.”


“저희 집은 무림인 집안이잖아요. 어려서부터 검을 배우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요. 그래서 아버님은 저희 딸들이 빨리 시집가서 아들을 낳아주기를 원하셔요. 첫째 언니인 일화 언니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고 저는 어려서부터 책이 좋았거든요. 막내 마화는 검을 열심히 배우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제가 어렸을 때 본 책들 중에 우연히 기관진식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저하고 잘 맞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혼자 배우고 있는데 선생님 없이 혼자 배우려다보니 어려움도 많고 뭐...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미화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청현에게 물었다.


“이번엔 제 질문이에요. 혹시 제 동생 마화 좋아하세요?”


청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네. 좋아해요.”


미화는 혼자 꺅꺅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청현은 미화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자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헤집어 놓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청현은 미화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했다.

미화는 여전히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청현의 이어진 말에 그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화도 좋고 궁주님도 좋고 앞에 있는 미화 아가씨도 좋아요.”


“누, 누가 그런 것 물어봤어요? 그렇게 따지만 저도 다 좋아하죠.”


“헤헤 그런가요? 이번엔 저에요. 기관진식 배워서 나중에 뭐하려고요?”


청현의 질문에 미화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는 청현 공자님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공자님은 계속 기관진식에 대해서만 질문하시네요. 좋아요. 궁금하시다니 알려드리죠. 처음에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이었어요. 그런데 여타 학문과는 달리 기관진식은 실제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흥미를 느끼고 더욱더 깊이 파고들게 되었어요. 주변에 기관진식을 아는 사람이 없어 오로지 책으로만 배웠거든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쓸모없는데 시간을 낭비한다고 많이 무시했어요. 아버님께서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셨죠.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처음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 제 꿈은 내년에 열리는 용봉지회 시험에 통과해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것이에요. 올해부터 기관진식 과목이 신설된다는데 자그마치 담당 선생님이 환사선녀인 것 있죠?”


청현은 미화의 마지막 말에 한줄기 빛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빛은 수많은 단어들과 기억들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억의 편린(片鱗)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청현은 스쳐지나가는 기억 속에서 유독 많이 떠오른 단어 하나를 가까스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청지촌? 청지촌이 뭐지?’


또 다시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청현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누르며 물었다.


“잠깐만요. 환사선녀가 누구죠?그리고 청지촌이 뭔가요?”


“환사선녀는 무림에서 기관진식으로 유일무이한 여장부세요. 제 꿈과 없는 분이시죠. 그리고 청지촌이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왜요?”


청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환사선녀와 청지촌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무언가가 생각 날 듯 했지만 빛줄기는 머릿속 어둠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환사선녀라는 말에 알 수 없는 포근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환사선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치 오,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친근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갑자기 청지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예전에 들어보셨을 수도 있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까요. 옛 기억의 단서가 될지도 모르니 청지촌이라는 단어는 제가 기억해 둘게요.”


미화는 품에서 필기구를 꺼내 손바닥에 -청현 공자에게 알려줄 단어 청지촌- 이라는 글씨를 적었다. 진식이 사라졌을 때 기억도 같이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다시 제 질문이에요. 기억을 잃으신 것이 진짜에요? 어떻게 기억을 잃었다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고 여태까지 되찾은 기억들은 무엇들이 있나요?”


한 번에 여러 질문이 쏟아졌지만 청현은 개의치 않았다.


“진짜에요. 저는 과거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없어요. 사실 제가 기관진식에 대해 설명을 드려도 이 설명이 옳은 것인지 장담을 못해요. 그냥 그런 것 같으니까 이야기하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한편으론 틀린 것인데 잘못 대답할까봐 두려워요. 그리고 되찾은 기억이라고 해봤자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나 경험들을 토대로 내가 뭔가를 했겠구나 하고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애초에 제가 기관진식을 알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이렇게 기관진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제가 예전에 기관진식을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아까부터 왜 이렇게 인상을 쓰세요? 어디 아프세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청현은 애써 웃어보았지만 다시 찾아온 두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청현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자 미화는 걱정이 앞섰다.


“정말 괜찮아요?”


“헤헤... 네.”


청현은 웃었지만 그 표정은 웃는 표정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괴로운 표정이었다.


“우웁.”


청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지만 손을 타고 흐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순간 청현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고, 공자님 어떡해...”


갑자기 청현이 쓰러지자 미화는 발을 동동 굴렸다. 청현의 입에서 계속해서 시커먼 피거품이 흘러내렸지만 미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화는 진식이 풀리자마자 의식을 잃은 청현을 업고 정 의원에게 데려갔다. 그것이 미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작가의말

이 부족한 글을 ghdeod606님에게 바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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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8 무에노
    작성일
    19.02.19 19:54
    No. 1

    재밌게 잘보고있어요. 아직 조회수는 적지만 탄탄한 글이니 곧 많은 사람들이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호흡이 느린 글이니만큼 너무 조급하게 생각마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Pio
    작성일
    19.02.19 21:23
    No. 2

    빈말이 아니라 정말 부족한 글인것 저또한 알고있습니다 제가 자주하는 실수인데 같은 어휘나 비슷한뜻을 너무 자주 사용하네요... 글솜씨도 많이 딸리는데ㅠ 그래도 좋게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퇴고에 신경 많이쓰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ods
    작성일
    19.02.19 22:21
    No. 3

    재밌게 잘보고갑니다 그런데 용봉지회면 정파에서 여는 거 맞지요?? 환사선녀가 아직 정파에 남아있나 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Pio
    작성일
    19.02.19 23:29
    No. 4

    용봉지회는 정파에서 여는 것이지만 정사의 구분없이 입학이 가능합니다. 환사선녀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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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무서운 바깥세상(5) 19.01.26 858 19 14쪽
16 16화 무서운 바깥세상(4) 19.01.25 849 14 12쪽
15 15화 무서운 바깥세상(3) 19.01.23 881 16 10쪽
14 14화 무서운 바깥세상 (2) 19.01.22 903 15 13쪽
13 13화 무서운 바깥세상 (1) 19.01.20 931 17 14쪽
12 12화 청현제일 무술대회(8) 19.01.19 899 19 11쪽
11 11화 청현제일 무술대회(7) +2 19.01.18 914 18 12쪽
10 10화 청현제일 무술대회(6) 19.01.18 959 20 12쪽
9 9화 청현제일 무술대회(5) 19.01.16 972 20 10쪽
8 8화 청현제일 무술대회(4) 19.01.13 1,067 22 11쪽
7 7화 청현제일 무술대회(3) +1 19.01.10 1,081 17 16쪽
6 6화 청현제일 무술대회(2) 19.01.09 1,114 18 13쪽
5 5화 청현제일 무술대회 +1 19.01.07 1,257 21 14쪽
4 4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4) 19.01.06 1,341 20 13쪽
3 3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3) 19.01.05 1,436 17 19쪽
2 2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2) +1 19.01.05 1,677 18 14쪽
1 1화 감옥이 된 무릉도원 +1 19.01.05 2,702 2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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