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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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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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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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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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모험가 등급 시험(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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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모험가 등급 시험(1)



엘리나가 납치당할 뻔했던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엘리나와 길드장의 이야기를 들은 경비병들이 남성 4인방을 체포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며칠을 수색하고 조사해도 4인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을 본 목격담과 거주지 및 기타 정보들을 통해 모든 방안을 동원했지만 결국 남성 4인방을 찾지 못한 경비병은 그들을 현상 수배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겐트는 항상 엘리나를 마중 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그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모험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엘리나가 건네준 모험가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항상 가지고 다니며 암기한 결과 겐트는 2주 만에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에 저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난 오늘, 겐트는 어느 때와 같이 길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목표가 다른 날과 사뭇 달랐다.

"시험...인가."

겐트는 다시 한번 가지고 있는 물품을 확인하며 어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시험?"

"응.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는 치러야하는 시험이 2가지가 있어."

"전투력과 수행 능력이라고 적혀져 있던 것 같은데."

"맞아. 전투력은 네가 처음 길드에 왔을 때 했던 것과 비슷해. 그런데...너는 조금 특이하게 진행될 거야."

"특이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겐트는 엘리나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수첩에 적혀져 있듯이 신입 모험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등급은 E등급이야. 그리고 E등급을 처음 받은 신입 모험가는 정말로 드물어. 지금 있는 S,A급 모험가들 정도? 그만큼 처음에 E등급을 주는 것은 특이 케이스라는 거지."

"그래?"

"응. 그런데 너도 그 특이 케이스에 들어가. 특히나 네가 보여준 전투력은 B등급에 걸맞을 정도고 능력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능력이야. 그래서 너를 어떤 등급으로 줘야할지 길드장과 많은 상의를 했어. 그리고 그 회의 끝에 길드장과 우리는 너에 대한 보고서를 왕성에 보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했지."

"그래서?"

"그 보고서를 보내고 약 1주일 후 왕성에서 하나의 서신이 날아왔어. 서신에는 한 명의 심사위원을 보낼 테니 그에게 너의 심사를 맡기겠다는 내용이였지. 그리고 우리 또한 너를 심사하기 위해서 최고의 인원을 준비하기로 했어."

"...나 때문에 모두 호들갑을 떠는 거 아냐?"

"겐트. 나는 접수원의 일을 하면서 수많은 모험가들을 만나봤어. 그런 내가 보장하는데 너는 누구보다 뛰어난 모험가가 될 거야."

엘리나가 확신하는 어투로 얘기하자 겐트는 고개를 돌리며 조금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나가 그렇다면야...그래서 나는 어떻게 심사를 하는 거야?"

"먼저 왕성에서 올 예정인 심사위원과 우리가 준비한 심사위원, 그리고 길드장까지 해서 총 3명이 전투력 평가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수행 능력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네 등급이 매겨질 거야."

"심사위원이라고 했는데 누군지 알아?"

"왕성에서 오는 인물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가 준비한 심사위원은 알아."

"누구야?"

"그건...비밀. 미리 알면 재미가 반감되잖아?"

엘리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윙크를 했다.



그런 대화를 떠올린 겐트는 과연 심사위원이 누굴까라는 생각을 하며 발을 움직였다. 항상 가던 길이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길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깊었던 것일까? 겐트는 미쳐 눈앞에 한 명의 인물이 서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대로 인물의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퍽.


"윽!"

"응?"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겐트는 비틀거리며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런 겐트를 향해 인물은 손을 내밀며 얘기했다.

"소년. 괜찮은가?"

"괜,괜찮아."

겐트는 인물의 손을 부여잡고 일어서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짚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삿갓을 쓰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늘이 져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또한 얇아 보이는 도복을 입고 짚으로 된 신발을 신고 있으며 허리 춤에는 2개의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2개의 검 모두 검집에 들어가 있었는데 2개의 길이가 모두 달랐다.

하나는 약 80cm 정도로 보이는 장검이였고 나머지 하나는 약 30cm 정도로 보이는 단검이였다. 목소리를 통해서 그가 조금은 나이가 있는 중년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장난기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년?"

중년 남성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겐트를 향해 고개를 맞추었다. 남성은 입가에 조금 기다란 이쑤시개를 물고 있었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겐트는 남성을 관찰하다가 이내 정신이 팔렸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부딪혀서 미안해."

"아니다. 나도 딴생각을 하다가 피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소년."

"응?"

"소년은 대체 정체가 뭐지?"

중년 남성은 손으로 턱을 만지며 겐트를 바라보았다. 겐트는 남성의 뜬금없는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

"내가 직접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래 봬도 이 아저씨는 힘 좀 쓸 줄 알거든. 그리고 보는 눈도 있지. 그러니 이 아저씨의 눈을 속일 수는 없지."

"....."

"소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지는 않겠어. 그 나이에 그런 눈을 가지고 있다니. 이거 상당히 흥미롭구만."

"...과찬이야. 그리고 나는 일이 있어서 이만."

"응? 어디 갈 생각인가?"

"길드에 일이 있어서."

"길드? 이런 우연이 있나? 나도 길드에 갈 예정인데. 가는 곳도 같은데 같이 가지 않겠나?"

"으음..."

겐트는 왠지 이 중년 남성은 껄끄러웠다. 마치 자신의 속까지 훤히 바라보는듯한 눈과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여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이 가면 길드에서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 어때?"

"그렇다면야..."

하지만 먹을 것 앞에는 껄끄러움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좋군. 그럼 길드로 같이 가도록 하지."

남성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움직였고 겐트는 그런 남성의 뒤를 따라갔다. 남성은 뒤에서 겐트가 따라오는 것을 보며 그에게 얘기를 걸었다.

"그러고보니 소년의 이름을 듣지 않았군.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겐트라고 해."

"겐트? 네가 겐트라고?"

"나를 알아?"

겐트는 마치 자신을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남성의 말에 그를 바라보았지만 남성은 장난기가 들어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 소년은 이 도시의 유명인이니."

"내가 유명인?"

"그렇고말고. 소년의 이름은 몰라도 버그 마스터라는 말은 대부분 들어봤겠지...참, 내 정신 좀 보게. 내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군. 내 이름은 카이르라고 한다. 남들은 나를 돌풍의 카이르라고 부르기도 하지."

"돌풍의 카이르?"

"응. 내가 검을 휘두를 때 돌풍이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나 뭐라나. 그 별명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카이르라고 소개한 중년 남성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지 어깨를 으쓱 올리며 얘기했다.

"그러는 소년도 버그 마스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 않나? 소년은 그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아무런 생각도 없어."

"그런가? 그럼 소년이 곤충과 벌레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인가?"

"사실인데...궁금해?"

"궁금하다고 묻는다면 궁금하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

겐트는 마치 자신을 조사하려는 것처럼 묻는 카이르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흐음...소년은 나와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보군. 그렇지?"

"...글쎄."

"그럼 이것은 어때? 나의 질문에 소년이 답하면 나도 소년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이래 봬도 모험가로 산 지 꽤 되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아저씨도...모험가?"

"그럼, 그럼. 그것도 아직 현역이지."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좋아. 그럼 길드에 거의 도착했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나 하면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식사는 선배로서 내가 쏘도록 하겠다."

카이르라는 남성의 말에 겐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어느새 길드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카이르는 길드의 앞에 왔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길드의 주위를 돌며 건물을 관찰하였다. 그런 이상한 행동에 겐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카이르에게 물었다.

"안...들어가?"

"아아. 미안하군. 오랜만에 와서 뭔가 변한 것이 있나 보았다..그런데 변하지 않았군. 날 기억하고 있는 녀석이 있으려나?"

카이르는 그런 쓴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고 겐트 또한 그 뒤를 따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길드 안에는 수많은 모험가들이 의뢰 게시판에 모여있거나 혹은 식사나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나 또한 동료 접수원과 함께 접수대로 온 모험가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카이르와 겐트가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저기로 가도록 하지."

카이르는 수십 개의 테이블 중 딱 한 개 남은 테이블을 손으로 가리키며 발걸음을 옮겼다. 겐트는 엘리나에게 아는 척을 할까 고민했지만 바빠 보이는 것 같아서 이내 카이르가 지목한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내부는...변함없군. 모험가는..조금 변했다고 보는 것이 맞으려나?"

턱에 손을 대고 주위를 둘러보며 카이르는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겐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입에 물고 있는 이쑤시개를 움직이며 얘기했다.

"하하. 실례했군. 사죄의 의미로 먹고 싶은 것을 시켜라. 여기 좋아하는 음식이 있나?"

"...몰라."

"모른다라..그럼 내가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2인분 시킬까 하는데 괜찮나?"

겐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괜찮다는 뜻을 표현했다.

"좋아. 오랜만에 와서 메뉴가 그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여기 주문."

카이르는 손을 들고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많은 모험가들로 인해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정확히 서빙하는 여성의 귀에 들어갔고 이내 카이르에게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음식을 드릴까요?"

"아직 소고기 치즈 스튜 메뉴가 있나?"

"예. 있는데요?"

"오! 다행이군. 그럼 그것으로 2인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주문을 받은 서빙원은 다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걸어갔고 카이르는 미소를 지으며 겐트를 바라보았다.

"운이 좋군. 아직 그 메뉴가 남아있다니."

"....."

"그러고보니 서로 간에 질문을 하기로 했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나? 소년이 먼저 질문하게. 선심 쓰도록 하지."

"...카이르는 던전을 많이 경험했어?"

"그럼~ 처음 던전에 도전했던 것이 20년 전인가? 아니야...25년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정도는 될 거다."

카이르는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럼 많은 던전에 도전했겠네?"

"당연하지. 지금까지 내 손에 공략된 던전만 40개가 넘는다."

"그럼 강해?"

"강하다라...글쎄. 그 질문에는 조금 애매하겠는걸?"

"왜?"

"모험가의 전체 비율로 보자면 강한 축에 속하지. 하지만 나보다 강한 모험가들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 그러니 대답하기 애매하다고 하는 거지."

"얼마나...많은데?"

"으음..우리 왕국에서는 20위권? 다른 왕국까지 합치면 100위권 정도 될 거라고 예상해. 뭐, 이건 나만의 생각이니까 다를 수도 있지만."

카이르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모양인지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겐트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고 이내 입을 열었다.

"질문...정했어."

"호오? 그래. 어떤 질문이냐?"

"어떻게 하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포괄적이면서도 누구나 알고 싶은 핵심적인 질문이군. 소년이 그렇게 힘을 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건가?"

"....."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그리고 그 질문에 답변하자면 나는 3가지의 요건을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네."

카이르는 오른손가락 3개를 들며 얘기했다.

"첫 번째로 육체. 스피드, 힘, 반응속도 모두 육체적인 강함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이지. 나는 이중 스피드에 높은 수준의 경지에 달하고 있네. 반사신경은 그럭저럭이지만 힘으로는 평범한 농사꾼이 나보다 더 강할 거야. 그런 내가 모험가 중에서도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모두 스피드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지."

"육체.."

"물론 나보다 강한 녀석들 중에서는 스피드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극한까지 수련하여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이 대부분이지. 그러니 육체를 강화시키는 것도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3개의 손가락 중 약지를 내리며 카이르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두 번째는 정신. 던전은 죽음에 직결할 수도 있는 곳일뿐더러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공간이지. 또한 층마다 환경이 다르고 크기조차 모두 다르다 보니 한 층을 공략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게 일어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긴장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있으면 대부분의 이들은 정신이 미쳐버린다. 그러니 그런 공간 속에서 미치지 않는 정신. 어떤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정신..."

"정신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험가들이 많을 거야. 하지만 정신만 바짝 차려도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잖아? 실제로 던전에 의해 정신이 미쳐버린 모험가들도 내가 많이 봤으니까 명심하라고."

"...알겠어."

카이르는 가운뎃손가락을 내리고 마지막 집게손가락만 올렸다.

"마지막은 능력.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지. 던전을 공략해서 나온 아이템으로 강화하거나 혹은 비싼 장비를 착용하거나 또는 마법사가 마법서를 읽고 그릇을 키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S등급 모험가 중에서 육체는 보잘 것 없지만 재력으로 산 수많은 아이템만으로 등급을 올린 녀석이 있지. 그만큼 능력도 강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란 것이다. 특히 소년. 네가 빠르게 강해지려면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네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네 능력이 너만의 고유 능력일 경우 어떻게 강화시키는 것에 따라서 사용법이 천차만별로 늘어난다. 특히나 네 능력의 경우에는 베테랑 모험가인 나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능력이다. 그러니 먼저 능력을 강화해라."

"...알겠어."

"너는 아마 후위로 활동할 테니 전위를 맡아줄 동료를 찾아라. 물론 네 발걸음의 움직임과 몸의 골격을 봤을 때 육체를 단련해도 나름의 성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능력만한 성과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정신은...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입에 문 이쑤시개를 움직이며 카이르는 겐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겐트는 그런 카이르의 시선에도 그저 무표정을 유지하며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수한 표정과 눈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지 않나? 무슨 생활을 하고 살아왔는지는 몰라도 소년의 나이대에 볼 수 있는 눈빛이 아니지."

"....."

"마치 전장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병사.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수라의 길을 건너고 온 자의 눈빛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이 참 흥미롭고 궁금하네. 무슨 경험을 했길래 그 나이에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는지."

"...그게 질문이야?"

"흐음..그 질문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따로 있네."

그는 즐겁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카이르는 오른손으로 삿갓을 올리고 고개를 내려 겐트의 눈에 시선을 맞춘 후에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소년. 소년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지 않나? 그렇지?"

그의 질문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겐트와 카이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마치 그 둘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공간만 다른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정지된 시간 속에서 겐트의 눈동자만이 조금씩 움직였고 그의 눈은 카이르의 허리 춤에 있는 2개의 검에 고정되었다.

마치 그가 검을 뽑기 전에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지를 감별해내는 것처럼. 그렇게 둘 사이에 원인 모를 신경전이 이루어졌고 그런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겐트의 고민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의 선택이 뭔지를 아는 것처럼 카이르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행동을 기다렸다.

"자신 있나?"

"...모든 것은 해봐야 알지."

그 대화를 끝으로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 이어져나갔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아서 겐트의 행동으로 깨졌고 동시에 카이르 또한 몸을 움직였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시키신 소고기 치즈 스튜 2인분 나왔습니다."

서빙원이 양손으로 그릇 2개를 가져와 겐트와 카이르가 있는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서로 행동을 취하려고 했던 겐트와 카이르는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눈동자만 그릇으로 집중되었다. 그런 둘의 이상한 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내 카이르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깨트렸다.

"식사나 하도록 하지.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카이르는 여유 있게 나무로 만들어진 숟가락을 들어서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겐트는 그제야 자신도 스튜를 먹기 시작했고 둘의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이루어졌다. 모르는 누군가가 보면 조용한 아버지와 아들이 식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렇게 서로 입을 닫고 식사를 하면서 그릇의 내용물이 빠르게 사라졌다. 이어서 그릇의 바닥이 보이려고 할 때 테이블에 다가오는 한 명의 인물이 그 둘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겐트?"

"누나?"

겐트는 자신을 부르는 것이 엘리나라는 것을 눈치채고 카이르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엘리나는 그런 겐트에게 똑같은 미소를 지었고 이내 겐트와 같이 있는 카이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카이르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면서 놀라움의 감정으로 가득 찼고 이내 그녀의 입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카이르님?!"

"오랜만이야. 보지 못한 사이에 예뻐졌는걸?"

카이르는 엘리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렸고 엘리나는 여전히 놀라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테이블에서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있던 모험가들은 엘리나의 외침을 듣고 갑자기 조용해지며 시선을 돌렸다.

"카이르라고?"

"그 돌풍의 카이르?!"

"진짜야?"

"몇 년 동안 보질 못했는데?"

"진짜 그 카이르다!"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겐트와 카이르가 있는 테이블로 모이기 시작했고 신기하다는 듯이 카이르를 바라보았다. 겐트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쌓은 모험가들을 바라보며 엘리나에게 얘기했다.

"유명한 사람이야?"

"그럼! 우리 길드에서 제일 강한 모험가가 바로 카이르님이야! 무려 A등급 모험가라고."

"A등급?"

겐트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카이르를 바라보았고 카이르는 입에 문 이쑤시개를 질겅질겅 씹으며 엘리나에게 얘기했다.

"이 소년이 그 당사자가 맞지?"

"예. 맞아요. 어떻게 둘이 같이 들어왔죠? 미리 계획했던 건가요?"

"아니. 길가에서 만났는데 심상치 않아서 합석을 하게 되었지. 그리고 그동안 어느 정도 소년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

"...무슨 말이야?"

겐트는 둘이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되물었고 그 물음에 엘리나가 답변했다.

"내가 어제 말했잖아. 너를 심사할 심사위원이 2명 온다고. 그리고 우리 길드에서 준비한 심사위원이 바로 이분이야."

엘리나가 카이르를 지목했다. 그리고 그 말에 겐트의 눈썹이 움찔거렸고 그 모습을 본 카이르는 지금까지 지은 어떤 미소보다도 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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