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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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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게
작품등록일 :
2019.01.05 23:57
최근연재일 :
2019.0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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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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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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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굴-2

DUMMY

“.....할 거야?”

기닌이 눈을 뜬 곳은 데라노 항구가 보이는 언덕 위였다.

바다를 안고 들어간 항구에선 내일 새벽에 출항할 배에 실을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순풍을 받아 활강하는 갈매기 소리 사이로 선원들에게 잔소리하는 항해사와 그 모습을 감독하는 선장과 스승이 보였다. 자신이 할배라고 부르는 스승은 선장과 뱃삯을 논하고 있으리라.

기닌이 소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어떻게 할 거냐고.”

안경을 쓴 그녀가 말했다. 긴바지와 무늬 없는 면 셔츠만 입던 그녀의 평소 차림과는 다른, 아래가 풍성한 치마 차림의 밑단이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허리에는 나무판자를 뒤에 댄 선적장부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할...거냐고 묻잖아!”

조금 전보다는 다소 작은 목소리였지만 세실은 음절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확실히 들리도록 했다.

기닌은 다시 항구를 내려다봤다. 선장은 인부들 사이를 다니며 뭐라 고함 지르고 있었고 할배는 선장을 주시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게 아무래도 자신과 세실을 찾는 것 같았다.

“글쎄.”

쾅!

세실의 장부가 기닌의 머리를 강타했다. 누운 채 무방비했던 기닌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크악!”

기닌이 인상을 찡그리며 세실을 돌아보았다.

세실은 장부에서 삐져나온 종잇조각들을 주섬주섬 모으느라 기닌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삐죽 내밀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네가 말했잖아, 오늘까지 대답해주기로”

“...모르겠어.”

기닌이 풀을 한주먹 뜯어 바람에 풀어놓자 길쭉한 초록 섬유들이 수평선을 향해 흩날렸다.

“다음 주까지야. 다음주에 출항이라고.”

세실이 할배에게 가고 조금 뒤, 기닌은 다시 몸을 눕혔다. 팔베개 사이로 삐져나온 풀잎이 귀를 간지럽혔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어쩌란 거야.’

수평선을 바라보니 잠잠한 바다가 보였다. 하늘 사이로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야 기닌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바다는 평소의 자신이 알던 색이 아니었다.

회색 바다.



“으...”

기닌이 뒤통수에 손을 갖다 댔다. 조금 부어있긴 했지만 피는 묻어 나오지 않았다. 멍한 정신을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자 진흙을 판자 사이에 바른 나무 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벽을 바탕으로 열댓 명의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가 어딥니까?”

기닌의 말에 벽에 등을 기댄 채 축 늘어져 있는 몇몇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하나 같이 힘이 없고 행색은 더러웠다. 본래는 하얀색인 것처럼 보이는 옷에는 누런 얼룩이 묻어있었고 검은 옷에는 갈색과 회색의 흙이 묻어 있었다.

사람들은 기닌을 한번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기닌이 몸을 일으켜 맞은편에 있는 문을 향했다. 아직도 머리가 울려 서너 걸음 걷는 데도 균형 잡기가 힘들었다. 겨우 걸음을 옮겨 쓰러지기 직전 문에 손을 대었다.

마룻바닥을 가장자리부터 뜯어 세운 것 같은 나무문이었다. 판자 사이로 눈을 뜨자 바깥 풍경이 조금씩 보였다.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달과 그 위에 밝게 빛나는 큰 달 덕분에 바닥은 어두운 상아색이었다.

쿵. 기닌은 힘을 주어 문을 밀어보았다. 하지만 끼익- 마찰음만 조금 있을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기닌이 문과 벽 사이로 보이는 나무 기둥을 발견했다. 옆으로 길쭉하게 걸려있는 것이 아무래도 나무로 만든 걸쇠 같았다.

‘마구간. 창고인가.’

손을 억지로 틈 사이에 집어넣자 중지 끝이 걸쇠에 닿았다.

‘이대로 위로 올려서.’

그때, 커다란 눈 하나가 나타났다. 나무 벽 너머에 있는 미끈한 녹색 피부에 둘러싸인 주먹만 한 검은 눈. 녹색 피부에서 내려온 투명한 막이 아래로 한 번 끔뻑했다.

“개골.”

“힉!”

기닌이 엉덩방아를 찍으며 뒤로 물러났다. 큰 눈이 다시 한번 끔뻑인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것 봐요. 저거 봤어요? 저...저거!”

“시끄러워 멍청아.”

구석진 곳에 있는 늙은이가 말했다. 물을 한 동안 마시지 못했는지 쇳소리 같이 갈라진 목소리였다.

기닌이 물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저건 또 뭐고?”

노인이 벽에 등을 기댄 채 말했다.

“어디긴 어디야. 킥킥. 개구리들 축사지. 멍청이. 자는 데 방해되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노인의 옷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러웠다. 흰색 바탕인지 아니면 검은색 바탕인지 모를 정도로 흙과 냄새나는 누런 것들이 덮여있었다. 몇 걸음 떨어져 있었지만 뒷골목 구석진 벽에서 많이 맡을 수 있는 지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노인은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 다시 킥킥거리며 웃었다.

‘뭐지, 미친 건가.’

실컷 웃던 노인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누런 이를 드러냈다.

“난 잘 거니까 떠들지 말라고 멍청아. 어차피 난 늙어서 너희들 죽고 한참 뒤에야 먹힐 거니까. 흐흐.”

한참을 웃던 노인은 힘이 빠졌는지 옆으로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야 기닌은 늪의 입구에서 본 팻말이 생각났다.

‘개구리 주의.’

“망할.”

‘미친놈들. 이건 주의 정도가 아니잖아!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될거 아니야. 경고하던가 옆에 해골 그림이라도 그렸어야지.’

기닌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노인을 바라보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저 영감 가족과 친척 결혼식에 갔다 오는 길에 잡혀 온 거 같소만.”

거지 차림의 노인에 비해 다소 말쑥한 붉은색 제복 차림의 남자였는데, 옷깃에는 은색으로 도금한 제비 배지가 달려있었다. 며칠째 정리를 못 해 듬성듬성 난 수염이 구레나루와 붙어있었다.

기닌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인은 혼자였다. 혼자만 도망치지 못한 걸까.

“혼자서 오래 버틴 거로군요.”

남자가 말했다.

“아니, 가족이 있었소.”

잠든 노인을 지켜보던 남자가 말을 이었다.

“놈들이 먹었다오.”


기닌이 벽에서 등을 때었다. 등을 쓸어 냄새를 맡자 금세 그 구린내가 옮은 것 같았다.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은 열 명이 조금 넘는 수였다.

세 명은 구석에서 얼굴을 가린 채 기도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고 있었고, 세 명은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구석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남녀는 여자가 남자의 외투를 뒤집어쓴 채 훌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방의 한가운데, 다소 작은 체구가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어린애?’

망토 사이로 보이는 붉은색의 머리카락에 비슷한 붉은 장갑을 낀 아이였다. 기닌은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한 번 본 듯 낯설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봐, 무슨 짓이야? 손대지 마시오!”

어린아이를 깨우려던 기닌의 손이 멈췄다.

기닌은 소리를 친 제복남과 바닥의 아이를 번갈아 봤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린아이에게 눈이 고정됐다. 아이가 끼고있는 그것은 장갑이 아니었다.

거친 느낌의 붉은 외피는 바닷가재의 껍질만 길게 잘라 붙인 것 같았다. 손가락을 말아 쥔 손은 손톱까지 뻗어나간 외피 때문에 그림책에서 나올 법한 용의 아가리와 이빨처럼 보였다. 팔꿈치까지 이어진 검은 색의 실선은 팔꿈치 근처에서 끊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녀석은 어젯밤 자신의 냄비를 털어간 용아족이었다.

“깨우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사내는 아이의 손을 가리켰다. 녀석의 손등에 박힌 붉은 색의 보석 같은 것이 보였다. 어두운 방 안이었지만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기닌이 고개를 저었다.

“왜 여기 있는 거죠?”

“오늘 아침에 개구리 하나가 업고서 들어오더이다. 상처가 없는 걸 보니 덫에 수면제를 탄 음식이라도 놔둔 거겠지.”

기닌이 뒤통수를 만졌다.

‘그럼... 난 왜 맞은 거지?’

“여기, 여기 목을 보시오. 이건 노예들이 쓰는 목걸이인데 분명히 어디서 도망쳐 나온 녀석이라는 거요. 깨우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보이겠소? 그러니...”

-웅.

제복남의 말이 끊겼다. 기닌과 제복남의 눈이 마주쳤다.

“뭐지 이건.”

잠깐이었지만 발밑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커다란 나무가 쓰러질때와 비슷한 진동이었다.

“무슨 일이야?”

우리 안에 있던 몇몇도 느꼈는지 몸을 일으켜 문으로 다가갔다. 기닌이 그들을 비집고 들어가 판자 사이에 눈을 댔다.

작은 체구의 인간 형태의 무엇과 그것보다 세네 배 정도는 커 보이는 덩치가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 쓰러져 있는 연녹색의 번들거리는 덩어리는 아까 기닌과 눈이 마주친 그 큰 개구리처럼 보였다.

“이것봐요. 여기 사람... 어?”

커다란 사람은 몇 걸음 걷다가 쓰러지며, 아니 무너지며 작은 형체 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뭐야? 왜 그래.”

안에 있던 다른 몇몇이 기닌을 따라 문에 붙었다.

“사람이야? 사람 맞지 저거?”

“우릴 구하러 왔나 봐.”

“애 아니야?”

“이리로 온다!”

작은 체구가 기닌이 갇혀 있는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달이 밝아 하얗게만 보이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보였다. 다리와 팔에서 진흙 덩어리 같은 걸 털어내며 뭐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멀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쪽으로... 말했잖아. 토리”

10대 중후반쯤 되는 소녀의 목소리였다. 머리 덮개가 달린 로브를 뒤집어쓴 하늘색 머리의 소녀는 기닌이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소녀가 머리 덮개를 열어 얼굴을 보였을 때, 제복남이 말했다.

“빌어먹을... 기록자라니.”

소녀의 이마엔 작은 십자가 하나가 있었다.


작가의말


정시 퇴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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