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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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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게
작품등록일 :
2019.01.0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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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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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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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굴-4

DUMMY

기닌이 뒤돌아봤다. 건물은 숲에 가려 지붕 끄트머리만 보였다. 사람들의 아우성은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저기, 기록자님.”

“네.”

“진짜 갈 거야?”

“네.”

기닌이 들릴 듯 말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기록자들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나 보네.”

그때, 앞서가던 에렐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들었나? 흠칫 놀란 기닌이 한발 물러섰다.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지.”

기닌이 에렐과 거리를 두며 옆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캑.”

기닌이 몸을 일으키며 진흙을 뱉었다. 아직 혓바닥에 남아있는 정체 모를 털 한 가닥을 떼어내곤 뒤를 쳐다봤다.

번들거리는 피부가 유난히 매끄러워 보이는 녀석이었다.

지나치게 커서 제대로 걸어 다닐 수는 있을까 싶은 몸통만 한 머리에 녹색의 점액질이 흐르는 피부, 얇지만 뒤틀어 짠 빨래처럼 골이 드러나는 근육질 팔과 그에 비해 굵은 넓적다리를 가진 개구리였다.

“고들이에요.”

에렐이 고들이라 부른 개구리는 누운 상태로 벌린 입으로 긴 혀를 빼내고 있었다. 배가 천천히 들썩거리는 거로 보아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손에는 덩굴로 엮은 나무창이 쥐어져 있었는데, 기닌이 걸려 넘어진 것은 저것 때문인 것 같았다.

기닌이 손가락으로 고들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거 니가 그런 거야?”

고들의 한쪽 눈에는 멍으로 보이는 검은 얼룩이 있었다.

에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다른 종에는 관여하면 안 된다면서?”

에렐이 정수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이 진흙투성이인 것을 발견하곤 슬쩍 내려 바지에 닦았다.

“자기방어는 가능해요. 아무리 그래도 객사할 수는 없으니까.”

에렐이 기닌을 슬쩍 쳐다보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빨리 따라와요. 큰소리가 났으니 녀석들도 금방 이곳으로 올 거예요.”


늪지는 사라졌고 푹신한 검은 흙이 나타났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았다. 북에서 한동안 불던 대륙풍도 일찍 집에 돌아간 듯했다. 아직 습기 섞인 나무 진내가 유독 심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에렐 일행이 걸음을 옮긴 지 2시간째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작은 달과 큰 달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두 뼘 정도 멀어져 있었다. 해가 뜨기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남았을 것이다.

앞서 걷던 에렐이 말했다.

“곧 큰 길이 나올 거예요.”

“저기.”

“안돼요.”

에렐은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어차피 지난 2시간 동안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우리 같은 하층민 몇 명 더 산다고 세상에는 별 영향도 없다고.”

에렐이 머리에 붙은 나뭇잎과 거미줄을 떼어냈다. 나무 사이를 엮고 있는 굵고 구불구불한 뿌리와 덩굴 때문에 걷는 속도가 다소 느려진 상태였다.

“당신들은 그렇겠죠.”

앞 서 걷던 에렐이 허리에 찬 나이프를 빼 들었다. 기닌이 흠칫 다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에렐은 덩굴을 자르며 걸을 뿐이었다.

에렐이 말했다.

“인간들은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

기닌이 나무를 피하고자 허리를 숙였다.

“자연의 섭리지. 어이, 설마 짐승이랑 인간이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고들이 인간을 먹는 것도 그런 거예요. 당신들도 약자를 먹고살면서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특별대우라도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가요?”

“아니, 이것 봐.”

에렐이 단검을 긋자 시야가 탁 트이는 공간이 나왔다. 나무가 늘어선 길가에는 듬성듬성한 풀뿌리 몇 개가 올라와 있을 뿐 마차 2대가 나란히 지나갈 만큼 넓고 평평한 길이었다.

주위를 살피던 에렐이 기닌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기닌이 에렐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다 결국 품 안주머니에서 누런 두루마리를 꺼냈다. 에렐은 그것을 받아 배낭 틈에 끼워 넣었다.

“이 근처를 빨리 벗어나는 게 좋아요. 고들은 생각보다 행동반경이 넓으니까. 물가에 살았어야 할 종들이 왜 육지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렐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돌아보았다. 기닌은 자신들이 방금 빠져나온 숲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숲에는 나무 기둥으로 된 갈색 창살들 사이로 당장에라도 기어 나올 것 같은 어둠이 가득했다. 빠져나오는데 정신이 팔려 몰랐지만 정체 모를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이따금 들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의 목소리가 낯익었다.

‘또 버리고 가는 거야?’

“아니, 안 되겠어.”

“네?”

기닌이 에렐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숲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렐은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설마 진짜 가는 거야? 그러다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기닌의 모습은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음...”

점점 멀어지던 발소리가 결국 들리지 않게 되자 에렐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봤다. 늦은 새벽의 푸른 별은 밝아 선명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렇지?”

토리가 몸을 울렸다. 에렐은 씁쓸하게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를 걸어가니 평평한 바위가 나왔다. 에렐은 허리 높이의 바위에 배낭을 올렸다. 그대로 철퍼덕 주저앉아 등을 기댔다.

지도를 찾기 위해 뒤쫓은 게 삼일이다. 마지막에 늪지까지 걸었더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기록은 해야겠지.’

에렐이 검은색 표지 책자를 꺼내서 날짜와 문장 몇 개를 적었다.

이번 이야기는 후에 종족보존본능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일지의 마무리 문장을 뭐로 적을까 고민하다 자연스레 배낭으로 시선을 갔다.

‘다음 기준점이 어디였지.’

다음 기준점에서 꽤 많이 떨어져 나왔을 게 분명했다.

에렐이 두루마리를 꺼냈다. 기준점을 보기 전에 혹시 찢어진 곳이 있지 않을까 상태부터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두루마리를 꺼내 들던 에렐의 손이 멈췄다.

뭐랄까. 감촉이 달라진 것 같았다. 잠시 기분 탓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겉면이 조금 더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습기 탓인가.’

에렐은 두루마리를 펴서 조심스레 달빛에 비췄다.

“...이게 뭐야.”

에렐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싶었지만 고들 놈들에게 들킬라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기닌은 갈대 뒤에 몸을 숨기고 최대한 몸을 낮추었다.

‘이 근처였는데.’

늪과 마른 땅을 잇는 긴 풀 사이에 몸을 숨기며 이동한 지 십여 분, 기닌은 늪의 외곽에서 조금 더 들어간 곳에서 목조건물을 발견했다.

벽 한 면이 무너지고 흙과 돌멩이가 가득 찬 것이 자신이 빠져나온 그 집이 맞는 것 같았다.

근처로 접근하던 기닌은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조용한데.’

좀 더 다가가자 입구 주위에 찍혀 있는 물갈퀴 자국이 보였다.

외양간의 입구를 덮었던 흙더미도 많이 없어진 상태였다. 가장자리가 옆으로 많이 파여 있어 성인 남자 하나쯤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닌이 구멍으로 다가갔다.

"이런..."

옆으로 길게 드리운 달빛이 외양간 안을 비추고 있었다. 찢은 듯 뜯어놓은 나무 널빤지가 몇 개, 조금 희미해진 익숙한 지린내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큰소리가 났으니 녀석들이 몰려올 거예요.’

“이런...”

녀석들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게 틀림없었다. 먹을 양식을 가둔 우리가 부서지고 외부인에게 도둑질까지 당한 셈이니 이곳은 이제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닌이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에 한 명은 공격까지 받았지. 누구 덕분에.’

기닌은 입구를 나와 목조건물 근처를 살폈다. 한쪽에 큰길 반대 방향으로 찍혀있는 발자국들이 보였다.

여러 개의 길쭉한 오리발 사이엔 인간의 발자국과 주인을 잃은 신발 몇 켤레가 있었다. 몇몇은 발버둥을 친 듯 손바닥 자국과 다리가 억지로 끌린 흔적이 있었다.

기닌은 근처에 떨어진 널빤지 하나를 주워들고는 발자국들을 따라갔다.

흔적은 머지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니 녀석들의 집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방 한 칸 정도 되는 크기에 지붕을 흙으로 만든, 꼭 덮은 지 얼마 안 된 무덤처럼 보였다. 무덤은 몇십 개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부로 향한 입구들은 꼭 낯선 사람을 지켜보는 개구리 눈동자 같았다.

물갈퀴 중 대부분은 갈라져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남은 고들 흔적 몇 개와 인간들의 발자국은 마을 안쪽을 향하고 있었다.

기닌은 실눈을 뜨고 그곳을 바라봤다.

멀리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집 입구에는 개구리 두 마리, 그러니 고들 두 명이 입구 양쪽에 서서 지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가둔 곳 같았다.

기닌의 손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혼자서는 무리겠지.”

만약을 위해 수를 쓴 게 다행이었다.

"이것 봐요!"

뒤에서 카랑카랑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렐은 급하게 달려오다 몇 번 넘어진 듯 신발과 무릎, 손바닥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목과 얼굴에는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붙어있었고 팔, 허리, 종아리에는 수생식물과 넝쿨 줄기, 낙엽과 썩은 풀들로 치장한 상태였다.

기닌이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자 에렐이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양피지 중앙에는 지도 대신 갈겨 쓴 문장 몇 개가 적혀있었다.


가마의 다브란

토끼가죽 3장

사슴가죽 2장

물소가죽 2장

20은화에 기닌에게 판매하였습니다.

다브란


"당신, 미친 거 아니에요?"

에렐이 어금니를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한 발짝씩 기닌에게 접근했다.

기닌이 괜찮은 체 덤덤히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칙.

기닌에게 접근하던 에렐이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네모난 곽 위에서 솟은 불꽃이었다. 겉 일부분이 나무로 되어있는 은색 금속 곽. 크기는 주먹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었다. 기닌이 반대쪽 손으로 두루마리를 꺼냈다.

"누가 겁먹을 줄 알아요? 거기에 불을 붙이는 순간 당신...!"

기닌은 두루마리의 끝에 불을 붙였다.

"어... 어? 토리, 잡아!"

땅에서 솟아오른 진흙 덩이가 기닌의 다리를 휘감았다. 하지만 불붙은 두루마리는 이미 내던져진 이후였다.

에렐이 기닌을 스쳐 지나갔다.

"가만 안 둘 거야!“

질퍽거리는 진흙밭에서 에렐은 최대한 중심을 잡으며 달려 나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불붙은 채 빙그르르 돌아가는 두루마리는 눈에 잘 띄어 찾지 못할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막 날아가는 두루마리를 낚아채려는 그때였다.

나무창 두 개가 에렐과 두루마리 사이를 막았다.

"개골?"

고들의 나팔소리가 새벽을 깨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독감이 한 달 주기로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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