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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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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게
작품등록일 :
2019.01.0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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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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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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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굴-5

DUMMY

에렐이 어금니를 씹었다.

“...가만 안 둘 거야.”

물론 대상은 자신을 포위한 고들이 아니었다. 고들의 수는 눈대중으로 30-40명 정도에 나무창을 하나씩 양손으로 쥐고 에렐을 겨누고 있었다.

에렐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난 이것만 가지고 가면 되니까.”

손가락으로 고들 사이에서 불타고 있는 두루마리를 가리키자 고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눈치를 봤다. 개골개골하는 소리가 점차 작아질 무렵 에렐이 걸음을 뗐다.

‘알아듣기는 한 걸까.‘

에렐이 느린 걸음으로 그들 사이를 지나가려는 때였다.

“개굴!”

어디선가 고들 하나가 소리쳤다. 눈 한쪽이 검게 멍든 녀석이었는데 다치지 않은 눈을 잔뜩 찡그리고서 이를 내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고들 쪽에선 저게 화난 표정일 것 같았다.

‘설마.’

다친 위치와 금방이라도 달려들 정도로 공격적인 자세를 보아 먼젓번에 에렐이 기절시킨 고들인 것 같았다.

고들이 다시 볼을 부풀렸다. 에렐의 생각이 맞았는지 옆의 고들도 창을 다시 잡으며 뒷다리를 구부렸다.

“토리.”

에렐이 오른발로 바닥을 두드리듯 밟았다.

그러자 에렐 오른편의 바닥 가장자리가 아래로 꺼지며 중심에서 솟아난 뭉툭한 흙덩어리가 솟아났다. 흙덩어리는 5개로 갈라졌고 잠시 후 에렐의 몸보다 조금 큰 손으로 변했다.

-웅.

바닥을 짚고 몸을 밖으로 빼내어 올린 흙덩어리는 낮게 진동하며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고들의 반응을 살펴보던 에렐이 뒤를 슬쩍 바라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다음부터는 여기 이런 거 다 떼어내.”

토리의 커다란 몸에는 썩은 넝쿨 줄기와 썩어서 가죽만 남은 쥐, 내장이 튀어나온 뱀 그리고 정체 모를 괴상한 촉수생물까지 달려 있었다.

토리가 낮게 웅얼거리며 손을 에렐에게 뻗었다. 에렐이 손을 지그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그냥 올라갈게.”

에렐이 손을 발판삼아 토리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흙 거인은 고들 키의 3배 정도는 될법한 높이에 너비 또한 그만한 것이 얼굴에는 눈과 코, 귀가 없었다. 발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걸음을 옮길 때도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고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상한 거인의 모습에 당황한 것 같았다.

“개굴?”

처음 보는 생물에는 누구나 위협을 느끼게 마련이다. 거기에 그것이 자신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녀석이라면 보자마자 도망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고들은 자신의 둥지였기에 아무래도 도망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는 고들 사이로 에렐은 토리에 몸을 실은 채 유유히 지나갔다.

에렐이 옆에 있는 고들에게 “크르릉” 소리를 내며 이빨을 드러냈다. 화들짝 놀란 개구리는 나무창도 놓아버린 채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에렐이 미소지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에렐은 토리에서 내려 두루마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개구리들이 사이에서 불타고 있는 두루마리가 보였다.

“난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어?”

-골...

에렐이 토리를 바라봤다. 너야? 방금 발에서 느낀 작은 진동에 대해서였다. 토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아니라고?”

토리가 끄덕이며 손으로 에렐을 가리켰다.

“나?”

토리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손을 좀 더 높게 들어 에렐의 뒤를 가리켰다.

둥글고 넓적한 바위가 보였다. 구멍이 뚫린 현무암 같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가만 보고 있자니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에렐은 그제야 그것이 일반적인 바위가 아님을 알았다.

녀석은 일반 고들에 비해 두세 배 정도는 커 보였다. 다른 고들과는 달리 피부가 두툴한 곰보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팔과 뒷다리의 허벅지가 너무 두꺼워 몸에 비해 짧아 보였다.

몸을 일으킨 큰 고들이 눈동자를 끔뻑였다.

-골

고들 몇 마리가 나무창을 끌고 오자 녀석이 한 손으로 낚아채고는 한 바퀴 돌려 진흙을 떼어냈다.

‘구고들...’

고들의 무리에 한 마리씩 존재한다는 고들의 우두머리였다. 종은 다르지만 먹이 대신 고들을 지켜주며 공생관계를 유지한다고 배웠다.

다시 땅이 울렸다. 구고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기닌이 짧은 숨을 내뱉었다. 기닌의 앞에는 뒤통수에 혹이 난 고들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의식을 잃으면서도 나무창은 굳게 쥔 채였다.

기닌이 머리 위까지 치켜든 팔을 내렸다. 바위가 철퍽 소리를 내며 진흙밭에 박혔다.

‘굳이 죽일 필요까진 없겠지.’

고들의 집 입구는 수면보다 조금 높게 올라가 있었다. 썩은 나무 같은 것으로 가장자리를 지지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늪지의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놓은 것 같았다.

미리 준비한 불을 비춰보니 아래로 이어진 진흙 벽에는 이끼들이 많았다. 뜯으려고 하니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잘 뜯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뜯어낸 뿌리에는 진흙이 숨풍 딸려 나왔는데 고들 나름대로 굴을 지탱하기 위해 붙인 게 아닌가 싶었다.

동굴은 생각보다 깊었다. 기껏해야 지하 1, 2층 정도 깊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입구도 보이지 않았다. 일자로 쭉 이어진 통로는 기닌의 어깨보다 조금 넓었고 작은 통로들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기닌은 그들 중 아래 통로 하나를 택해 내려갔다.

조금 걸어가니 중간에 작은 웅덩이 같은 것이 나왔다. 안을 보니 사람의 눈알 크기 알맹이를 가진 주먹만 한 크기의 알 수십 개가 연결되어 담겨 있었다.

기닌이 불을 높이 들었다. 웅덩이가 여러개인 것으로 보아 고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인 것 같았다.

‘아직 올챙이는 되지 못했나.’

몇 개 가져갈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기닌이 걸음을 이었다. 웅덩이를 지나가니 흙에 반쯤 묻힌 나무문짝이 보였다. 걸친 문 밖에 흙을 덮은 것으로 안에서 밀어서 열기는 힘들어 보였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듯 했다. 기닌이 횃불을 벽에 끼우고 손으로 진흙을 걷어냈다. 십여 분이 흐르자 겨우 문을 열 정도가 되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사람 열댓 명이 보였다. 몇 명은 질퍽한 진흙더미 위에서 몸을 눕히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진이 빠진 듯 지쳐 쓰러진 것 같았다.

“누구요? 사람이오?”

달려오던 제복남이 눈을 찌푸렸다. 어두운 곳에 계속 있었던 탓인지 빛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흙 굴에 굴렀는지 온몸에는 흙투성이였다.

“나갑시다. 거기 엎어져 있는 사람 깨워요.”

제복남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나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던 제복남이 구석에 있는 미친 노인을 둘러업었다. 잠에서 깬 노인이 욕을 내뱉으며 발버둥 쳤다.

“찢어 죽일 개구리 놈들! 혓바닥을 칼로 갈라버릴 것들 같으니! 히힛. 히히. 죽일 것들!”

“어이쿠, 가만히 좀 있어 보시오. 얼른 나갑시다. 뭐하시오?”

기닌이 제복남에게 횃불을 건네줬다.

“먼저 가요. 아직 한 명 남았으니까.”

의아한 표정을 짓던 제복남이 기닌의 방향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당신 미쳤소?”

기닌이 뒤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흔들어 보였다.

“그...아, 맘대로 하소. 아무튼 이 은혜는 나중에 꼭 갚으리다.”

잠시 후, 진득한 흙이 밟히는 소리가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었다.

-칙. 치익.

기닌이 휴대용 부싯돌에 불을 붙였다. 굴 안이 다시 밝아졌지만, 불꽃은 전보다 더 작아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기닌이 손바닥으로 불을 보호하며 앞으로 걸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망토로 덮인 몸뚱이가 나타났다.

동공 가운데에는 용아족 소년이 있었다. 손등 위에 박혀있는 붉은 보석이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는 것 같았다.

‘괜한 짓 하는 게 아닌가 몰라.’

나쁜 녀석은 아닌 거 같았다. 제복남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찢죽일 정도의 힘이 있는 흉악한 놈이라면 그때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았을까.

살 기회를 얻은 것도 어떻게 보면 이 녀석 때문이었다.

심호흡한 기닌이 용인족 소년을 깨우려는 때였다.

‘뭐지.’

사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희미한 말소리 중간에 고함과 욕설이 섞여 있었다.

“아악!”

마지막은 비명이었다. 기닌이 자신이 들어온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망할...”

막 문을 들어선 개구리 하나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붉은 핏줄이 선 눈에 나무창을 굳게 쥔 팔은 심줄이 선명했다. 날카로운 이를 내밀며 아득 이를 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화가 났다’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고들이 입구 너머에 있는 손을 당기자 제복사내가 흐느적거리며 딸려왔다. 가슴엔 붉은 구멍 하나가 크게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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