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이후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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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작품등록일 :
2019.01.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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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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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둘은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예정에 없던 사슴 사냥에 예정이 지체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꽤 많은 거리를 걸어왔으니 예상했던 시간 안에는 도착할 것이다.

도미닉과 제인은 짐을 챙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식사를 든든하게 한 덕에 제인은 힘이 넘쳤다. 이 상태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뱃속에는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의 3일치정도 되는 식사가 자리 잡혀 있었고 오랜만에 느낀 포만감은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쉘터안에서 사는 것도 괜찮지만 이런 생활도 나쁘지 많은 않은데?”

제인이 웃으며 말했다.

“글쎄, 밤이 되면 생각이 바뀔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이 되었고 제인은 곧바로 도미닉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아 진짜!”

산을 타는 탓에 땀을 많이 흘렸다. 더군다나 씻지도 못했으니 말 못한 찝찝함이 올라왔다. 물론, 씻지 못하는 일이 한 두 번은 아니기에 별 상관은 없었지만, 장소가 숲인 탓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어우, 좀.”

제인이 허공에 손을 휘적거렸다. 온갖 날벌레가 달려들었다. 밤이 되자 오두막이 그리웠다.

“우리 잠은 어디서 자?”

“당연히 야영이지.”

도미닉은 텐트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집이 없으니 밖에서 잔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닥치고 보니 조금 큰일이었다. 이렇게 벌레들이 들러붙는데 관연 잠을 잘 수 있을까.

“으악!”

눈앞에 손바닥만 한 나방이 휙, 지나갔다. 제인이 기겁하며 손을 휘두르자 나방의 감촉이 손에 선명히 느껴졌다.

“으, 으.”

기분 나쁜 감촉이었다. 제인의 걸음이 빨라졌다.

점점 어두워지던 숲속은 순식간에 밤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지.”

도미닉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목표치보다 꽤 많은 거리를 걸어왔다. 잘 하면 5일이 체 되기 전에 놈들의 본거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배낭과 짐을 풀은 뒤 제인에게 말했다.

“아까처럼 가서 불 피울 것 좀 가져와라. 밤을 버틸 정도로 많이.”

제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짐도 내려놓았다.

제인이 모닥불을 피울 나무를 구하러 가는 사이 도미닉은 잠을 자기 위한 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과 나뭇조각들을 전부 치워둔 후 주위에 있는 풀과 나뭇잎들을 뜯어 바닥에 쌓아뒀다. 푹신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딱딱하게 등이 배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 후 커다란 돌멩이들을 주워 둥글게 원형 모양으로 만들어 뒀다. 모닥불이 위치할 공간이다. 또한 주위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탈 만한 것들을 전부 치워냈다. 그때 쯤 되니 제인이 양손 한 가득 땔감들을 구해왔다.

“오, 장난 아닌데.”

카펫처럼 깔려있는 풀과 나뭇잎, 그리고 모닥불이 자리 잡을 공간을 보니 꽤 그럴싸했다. 지붕만 없었을 뿐이지 이정도면 충분히 밤을 지샐만하지 않나 싶었다.

“일단 한 번 더 다녀올게. 아직 부족할 것 같거든.”

제인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장작을 구하러 떠났다.

도미닉은 그 사이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가방에서 방수포를 꺼내 풀과 나뭇잎을 쌓아둔 곳에 올렸다. 텐트는 지참하지 않았지만, 야숙을 할 경우를 대비해 넣어둔 방수포다. 잠을 자는 동안 이슬이 올라와 옷이 젖거나 감기에 걸릴 것을 대비한 것이다.

비는 올 것 같지 않으니 지붕은 만들지 않는다. 제인은 모아둔 장작을 그저 한 번 더 옮기는 것뿐이라 그런지 금방 다시 돌아왔다.

“와오.”

그러고는 깔려있는 방수포를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아니 이런 게 있으면 진작 말씀을 해주시지.”

그러고는 히죽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맨 바닥에서 잘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방수포가 생겼으니 이정도면 호사였다.

도미닉은 제인이 가져온 장작들 중 습기가 없는 놈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울 자리에 넣었다. 장작위에 불을 붙였다. 불이 조금 커졌을 때 쯤 나머지 장작들을 넣었다. 불이 꽤나 커다래지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둘은 불 주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배낭에서 훈제된 고기를 꺼냈다. 모닥불 위에 다시 열을 가한 뒤 먹으니 이것 또한 별미였다.

“역시 고기는 따뜻해야해.”

제인이 만족해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잠자리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습기는 전혀 올라오지 않았고 불을 피워 두니 벌레들이 찾아오는 것도 덜했다. 빛에 끌린 벌레들은 모닥불에 다가가 스스로 산화했다.

먼저 잠에서 깬 도미닉은 모닥불의 불을 껐다. 야숙을 할 때는 누군가가 보초를 서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들 중에서 그 누군가도 보초를 서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가 접근 하는 것이 느껴진다면, 자던 도중이라도 도미닉은 즉각 반응 할 수 있었다.

물론 비록 깊은 잠에 빠지지는 못하지만 애초에 그는 며칠 밤을 샌다고 해도 몸에 큰 이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얕은 잠이라도 잘 수 있다면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도미닉이 일어나 정리를 하는 사이 그 약간에 소음에 제인도 눈을 떴다. 익숙지 않은 야숙이라 잠이 잘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걸으며 몸을 혹사시킨 덕에 눕는 순간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오히려 숙면을 취해 일찍 일어난 것이다.

일어난 제인은 도미닉이 시키지 않아도 제 할 일을 시작했다. 먼저 깔아뒀던 방수포를 탈탈 털어 물기를 제거한 후 곱게 접었다. 그러고는 식사를 준비했다. 어제부로 오두막에서 받아온 훈제 구이를 전부 먹었기 때문에 보존식량 한 개의 포장을 벗겨 도미닉에게 건넨 후 자신도 먹었다.

“지도 좀 볼 수 있을까?”

제인의 말에 도미닉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건넸다.

유심히 지도를 살피던 제인은 어제동안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금방 가겠는데?”

제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빨리 도착한다면 빨리 도착할수록 좋은 일이다. 도미닉에게 지도를 돌려주곤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이윽고 목표물을 향해 걸었다. 하루사이 체력이 좋아졌는지 어제보다 부담이 덜했다. 걷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지치지가 않았다. 꼬박 이른 아침부터 해가 중앙에 뜨기 까지 조금의 휴식을 위해 잠깐 앉아있던 것이 전부일 뿐, 그들은 쉬지 않고 걸었다.

계곡이 보일 때 마다 물병에 물을 채우고 완전한 목욕은 하지 못하더라도 기초적인 위생을 챙기며 끊임없이 나아갔다. 걷는 동안 제인은 어제처럼 야생 동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주위를 살폈지만 어제 같은 행운은 또 찾아오지 않았다.

제인은 그저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물론 육포가 조금 남아있기는 했지만, 맘껏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아끼는 것이 좋았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주 배가 불렀군.”

그 말을 들은 도미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말도 못해? 그냥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걸 세상이 이지경이 됐는데. 난 보존식량도 감사하게 생각해.”

어찌 되었든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음식이었다. 맛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곧 있으면 해가 질 터였고 이대로 라면 내일 쯤 슬레이어의 본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정보다 하루 빨라진 것이다.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준 제인이 나름 대견했다. 보기보다 체력이 좋았다.

언젠가 발견할 야생동물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던 제인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외쳤다.

“어? 저거 오두막 아냐?”

그 목소리에 도미닉이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그곳엔 분명 오두막의 뾰족한 지붕이 있었다.

“오늘 밤은 제대로 된 집에서 잘 수 있겠는데?”

제인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어젯밤도 훌륭한 잠자리였다. 나뭇잎과 풀로 만든 침대는 꽤나 푹신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벌레의 완전한 차단과 바람까지 막아주는 집이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물론 도미닉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야숙은 준비할 것이 너무나 많은 탓이었다. 잠자리를 정리해야 하며 모닥불도 만들어야하고 괴물의 습격에 주의해야 했다.

물론 오두막 안이라고 해도 안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눈에 띄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괴물들은 시야에 보이는 인간이나 소리에 이끌린다. 건물 안에 들어간다면 놈들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도미닉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저기서 묵는 걸로 콜?”

“글쎄.”

“왜? 아까는 좋다며.”

“주인이 없다면 좋겠지. 하지만 주인이 있다면 우리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집 주인이 그들을 반겨줄 가능성은 적었다. 외부인은 경계하고 보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민닉과 제인은 무장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도미닉이 걱정한 것은 다른 부류였다.

이런 첩첩산중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정상적인 부류는 아닐 것이다. 제인이 잡혀있던 곳처럼 슬레이어의 아지트 쯤 되는 곳 일수도 있으며, 쉘터에서 죄를 짓고 도망쳐 나온 범죄자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좀 살펴봐야겠군.”

어찌 되었든 해가 저물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오두막이라면 오늘 밤은 저 곳에서 묵으면 된다. 있다면 협상을 하는 수밖에.

도미닉과 제인은 능선에 자리를 잡았다. 오두막의 지붕만 보이던 상황에서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이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있는지 확인 할 정도는 되었다. 제인과 도미닉은 각각의 망원 조준경을 이용해 주변을 살폈다. 오두막은 평범했지만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이런 썅.”

조준경으로 오두막을 살피던 제인이 욕설을 내뱉었다.

도미닉은 침묵했지만 제인이 본 것을 그도 확인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 그도 속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울타리 안에 팔이 잘린 인간형 괴물이 가둬져 있었다. 괴물은 커다란 기둥에 묵 줄이 채워진 체 울타리 주위를 방황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걷고,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인간형 괴물은 대게 팔이 잘리면 폭력성을 잃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제인 또한 도미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하지만 괴물의 팔을 잘라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다. 적어도 괴물 한 마리쯤은 깔끔하게 처리 할 수 있는 인간이나 하는 작업이었으니까.

“저곳에 가는 건 조금 생각해 볼 일이군.”

도미닉이 낮게 읊조렸다. 제인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딱 봐도 위험하게 생긴 곳이었다. 저런 곳에서 잠을 잘 바에는 방수포가 없더라도 산속에서 벌레한테 물어뜯기며 잠을 청하는 게 더 나을 테니까.

“지금 당장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이제 슬슬 해가 질 텐데.”

행동하려면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산속은 해가 더 빠르게 지니.

도미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좀 더 관찰한다.”

“미련이라도 생긴 거야?”

하긴, 그녀도 될 수 있다면 저런 오두막에서 자는 것이 좋았다.

“그게 아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도미닉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제인은 스코프에서 눈을 떼고 도미닉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스코프로 오두막을 관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묻기 애매했다. 말을 걸기에 그의 표정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도미닉은 생각했다.

보기에는 괴물을 마치 애완용처럼 기르는 것 같았다. 애완용 괴물은 소위 높으신 분들의 특권이었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비싼 브랜드의 시계를 걸치고, 좀 더 비싼 자동차를 타며, 높은 땅값의 건물에 주거하듯,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려는 과시용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없는 곳에서 기르는 것은 이상하다. 과시고 뭐고 없다.

그렇다면 실험인가. 하지만 실험을 진행하기에 이런 외딴 오두막은 시설이 열악해 보였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실험이 아닐 터, 괴짜 과학자에 의한 실험.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다가간다.”

나무에 가리지 않는 부분 또한 확인하기 위해 서였다. 제인과 도미닉은 능선을 조금 내려가며 위치를 바꿨다. 나무에 가리던 부분이 드러났고 도미닉은 오두막을 조금 더 깊게 관찰했다.

“역시...”

그의 생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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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인 (4) 19.01.10 208 1 12쪽
6 제인 (3) 19.01.10 21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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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인 (1) 19.01.07 33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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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미닉 (1) 19.01.06 661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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