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평선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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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없어
작품등록일 :
2019.01.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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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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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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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장이라고요?

DUMMY

- (완료) KNMI에 도착

- (완료) 나노로봇 주사기 찾기

- (완료) 나노로봇 용액 투여


모든 목표를 완료하였습니다.

스카이라인-레이저 송수신 준비 완료.

서버룸으로부터 데이터를 받고 있습니다... 완료.

서버룸 전력 차단까지 5일. 주 전력 발전기 가동

기한이 반영구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서버룸 리소스 활용 가능

최우선 클라이언트 ‘데브일’ 설정 완료


---


“달라진 게 없는데?”


“뭐야. 막 신체가 변화하거나 뭐 그런 거 없어? 느낌이 새로워졌다던가.”


“몰라. 다삼이도 말 없어졌는데?”


“속았나? 아냐, 신체가 좋아진 것일 수도 있어. 지협아, 이거 한번 피해 봐.”


갑자기 나연이 왼손으로 잽을 날리더니, 내 코앞에서 바로 주먹을 멈췄다.


“뫄와아악! 깜짝이야.”


“멈춰서 그런가? 진짜로 때려야 반응이 오나?”


“자.. 잠깐만, 이제 과한 호기심은 그만 집어넣자.”


[데브일 님, 서버룸과 통신이 성공하였습니다.]


“다.. 다삼아.”


다삼이는 5분만에 나타났지만, 다삼이가 없어진 몇 분 동안은 시간이 몇십 년 걸린 것 같았다. 내 코뼈가 부셔질 뻔했기도 말이다.


다삼이는 이제 서버룸의 리소스를 활용하여 세상 모든 물리 법칙, 인과 관계 등의 인간이 알아낸 지식을 총 망라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이를 일정 공간 내에서 실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아까 도움을 주셨던 중년 남성 이철 씨는 1분 후 저희가 있는 약품 보관실로 와서 ‘볼일 끝났냐’고 물어볼 예정입니다. 오른쪽 책상 안에 청록색 약품 상자를 들어 의심을 피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허겁지겁 책상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그 남자가 들어왔다.


“마, 이제 볼일 읎제? 어린 것이 약이나 달고 말여.”


“예, 예. 약도 찾았고, 이제 저흰 가보려고요.”


이철 씨는 밖으로 나가면서, 우릴 트럭까지 마중을 나가 주었다. 그는 우리는 트럭을 타고 출발하려는 찰나 말을 걸어왔다.


“그려. 근디 말야. 그 들어보니 해킹 같은 머시기도 잘하고 그러데? 그러니 머 갈데 없으믄······”


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살벌한 집단 폭행 현장을 목격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마음을 먹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아~ 아뇨. 저는 집이 따로 있어서······ 죄송합니다.”


“마 괘안타! 그럼 이거라도 가가. 영설아! 아한테 설명 좀 캐라.”


영설이라고 불린 사람은 우리 트럭 뒤에 라면 상자를 실어주었다.


“아이고! 라면 안 주셔도 되는데.” “라면이 아니라 무전기입니다.”


아.


그들은 힘들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면서 자기네들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역으로 불러도 된다고도 했고.

영설이라 불린 남자는 우리에게 상자를 꽉 채운 크기의 무전기의 작동법과 통신하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군부대 납품 전 무전기인가? 그렇게 설명을 다 듣고 우리는 인사한 뒤 집으로 향해 출발했다.


---


“와, 나는 그렇게 미치고는 못 살겠더라. 이해는 가긴 하는데, 항상 막 뭐랄까.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고 할까나?.”


“자기 가족들이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씻지도 못하면 눈 돌아갈만도 하지. 화장실은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고. 꼬름한 텐트에 끈적거리는 피부로 며칠 살면 적응 못할 거야.”


만나기 전에 노숙 생활을 해서 잘 알고 있는 나연은 그들 행동 일부는 공감이 가듯이 말했다.


[데브일 님. 다음 목표를 설정해드리겠습니다.]


“아, 그 전에. 집부터 가자. 집에 가서 좀 쉬고 싶어.”


“그럼 난?”

“나연이 넌, 음. 데려가고 싶긴 한데. 집에 부모님 계셔서 말이지.”


사실 여유만 된다면, 집에서 쉬게는 하고 싶긴 한데. 가족과 같이 사는 입장에서 많이 불편해하실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하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현재 데브일 님이 거주 중인 ‘캐슬 더 퍼펙트’ 아파트 22층 2201호의 옆집인 2202호는 빈집입니다. 그 주거지의 피난 거주민으로 ‘김나연’ 님이 올 수 있도록 정부 전산 시스템에서 순위를 조정해드리겠습니다.]


“대박. 다삼아 고마워!”

“잘됐네. 근데 옆집은 어쩌다 빈 집이 된 거야?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는데 설마 다 안 좋은... 사건이 터진 거야?”


[서울로 이사 갔습니다.]

“아 그래? 똑똑한 분들이네.”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는 군인이 차를 검문하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이 왜 있는지 알고 있지. 당연하게도 안에 들어가자 그들은 차를 징발할 거라는 말을 하면서 이제 어딜 멀리 나가려면 버스로만 다녀야 할 거라 말했다.


우리는 주차하고 무전기가 들은 박스를 옆집으로 옮기고 짐을 풀었다. 나연이 옆집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가족들 모두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자, 아빠가 소파에 누워서 나를 맞아주...진 않으시고 호통을 치셨다.


“야 이 녀석아.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서 안심하게 만드냐!”


“네? 안심이요?”


“그래. 너 소집 영장 나왔다.”


아, 안 돼. 내 원대한 꿈이······


“근데 군대 가는 게 아니라 군수품 공장으로 출근하는 거다. 네 누나 지원이도 중화제 생산 공장에 다니게 됐다. 아파트 단지 안에 헬스장 있었지? 헬스장과 그쪽 주차장에 큼지막한 기계를 놓더니 공장으로 만들어 놨더구나.”


나는 입에서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내 얼굴을 보던 아빠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걱정 마라. 내가 사고 나서 다친 것 때문에 간병인 사유로 3주까지는 연기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너희 엄마가 그것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기도 하고.”


어머니는 이 일에 관련된 문서들을 제출하고 처리하기 위해 시청으로 가셨다. 자기 차례까지 오는 데만 몇 시간 걸린다고 늦게 오신다 하셨다. 누나는 공장 다녀온 뒤로 울면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갔다고 했다.


“그래, 앞으로 뭐 하고 살 거냐.”


이제 뭐 어떡하지? 국가가 나에게 다시 충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공장일은 어렵지 않겠지만, 나는 다삼이와 함께 하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다삼이가 말을 걸어왔다.


[데브일 님. 혹시 상급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입니까? 제가 화면에 표시한 대로 읽어주십시오.]


“음, 그래. 그 아버지. 저는 나가서 일 좀 배워 오려고요.”


“일? 뭔 일인데?”


“그게 뭐냐면, 비행선 승무원이에요. 비.. 비행선?!!”


비행선? 혹시 내가 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스카이웨일즈’ 라는 비행선??


“뭔 지가 말하다 놀라고 그러냐, 비행선이라면 그 하늘에 둥둥 뜨면서 날아다니는 강철덩어리들 말하는 거지?”


“예, 예······ 그래서, 내일부터 저 이웃 동네에 있는 학원에서 합숙 좀 하려고요. 내일 가서 1~2주 후에 올게요.”


“하늘로 날아다니면 퓨엘리움 가스도 피할 수 있고, 힘든 공장일도 피할 수 있겠구나. 좋은 생각이야. 잘 생각했네, 아들. 이따 같이 식사나 하자.”


나는 알겠다고 한 뒤, 방으로 들어가 다삼이에게 물었다.


“비행기 승무원은 힘들지 않을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퓨엘리움 가스 방어 성공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저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재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데브일 님을 비행선 파일럿으로 훈련하여 퓨엘리움 가스가 방해물이 되지 않도록 조종 능력을 키울 예정입니다.]


“비행선은 어떻게 구하게?”


[현재 인천 공항 터미널에 비행기와 함께 많은 비행선이 주둔해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다, 미군 수송기가 자국민 탑승을 끝내고 모두 떠나면 포기하게 될 지역이라 많은 비행선이 쓰이지도 못한 채 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내 머리. 아 내 머리야. 하지만 뭐든지 간에 공장일보단 나을 것 같았다. 저녁때 열불을 내며 불만을 토로하는 누나의 말을 듣고 더욱 확신에 차게 되었다. 다음날 나는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옆집에 있는 나연이를 만나러 갔다.


“나연아! 이제 뭐할”

“지협아! 우리 어디 안 가냐? 제발 어디로 좀 가자!”


응? 같이 떠나자고 말하려던 나는 오히려 내가 권유를 받았다.


“어떻게 여자한테 소집 통지서가 오냐고! 이제 공장으로 출근하래······”


“애국정신의 마음으로 가다듬고 출근하면 되지 않겠니.”


“아 제발!!!!!”


“농담이야, 농담. 가방 챙겨. 버스터미널로 가자. 갈 곳이 있어.”


목표 갱신


- 인천 공항 도착

- ‘스카이 웨일즈’ 비행선 구하기


“우리 파일럿이나 해보자.”


작가의말

2019년 1월 31일 AI 대화 구분 기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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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1부 외전 및 후기 +3 19.02.20 110 3 3쪽
34 [33] 캐슬, 성 (2) - 1부 완결 +4 19.02.20 76 3 15쪽
33 [32] 캐슬, 성 (1) +1 19.02.20 78 3 11쪽
32 [31]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1 19.02.19 74 4 12쪽
31 [30] 다가오는 위협 +2 19.02.18 84 3 12쪽
30 [29] 격리 (2) +4 19.02.15 94 3 10쪽
29 [28] 격리 (1) +2 19.02.15 96 2 12쪽
28 [27] 무법지대 (4) +2 19.02.13 215 5 11쪽
27 [26] 무법지대 (3) +2 19.02.12 106 4 9쪽
26 [25] 무법지대 (2) +2 19.02.11 118 5 10쪽
25 [24] 무법지대 (1) +1 19.02.08 121 4 12쪽
24 [23] 밖은 엉망이었다 +1 19.02.07 128 5 12쪽
23 [22] 힘드십니까? +1 19.02.06 141 5 12쪽
22 [21] 도시의 손님들 +1 19.02.04 146 4 9쪽
21 [20] 자연의 보고, 아크 (3) +1 19.02.02 140 3 10쪽
20 [19] 자연의 보고, 아크 (2) +1 19.02.01 138 3 10쪽
19 [18] 자연의 보고, 아크 (1) 19.01.31 172 2 11쪽
18 [17] 한계 직전의 음욕 19.01.29 173 4 12쪽
17 [16] 그들의 교만 밑에서 19.01.27 144 3 11쪽
16 [15]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 19.01.25 162 3 10쪽
15 [14] 나태 장치 19.01.24 174 4 10쪽
14 [13] 터져버린 식탐 (3) 19.01.23 198 3 10쪽
13 [12] 터져버린 식탐 (2) 19.01.22 169 3 12쪽
12 [11] 터져버린 식탐 (1) 19.01.21 167 4 12쪽
11 [10] 첫 비행선이 주는 무게 +1 19.01.19 212 5 11쪽
10 [9] 탐욕의 집단, 쉘터러 (2) 19.01.18 187 6 13쪽
9 [8] 탐욕의 집단, 쉘터러 (1) 19.01.17 215 6 10쪽
» [7] 영장이라고요? +2 19.01.16 21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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