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헌터 시간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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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1.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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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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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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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것이 답

DUMMY

‘······한두 달밖에 안 키웠으면서’


정훈은 차지환이 김성아에 대해서 어째 좀 집착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프로텍트] 스킬의 유용성 때문일 것이다.

정훈도 김성아의 장래성 때문에 그녀에게 권유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 때문이라고 보기에도 지환의 태도는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었다.

김성아 정도의 스킬을 가진 헌터가 드물다 해도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차지환이 김성아의 팔을 잡고 끌었다.

그러나 바로 뿌리치는 김성아.


“뭐하는 거지?”


김성아가 차지환을 노려봤다.


“딱히 팀을 바꾸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저는 [적룡]과 계약한 거지 길드 내의 어느 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계약조항은 없어요. 어느 팀에 들어가든 그건 제 마음이에요.”

“하!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는 건가? 이 떨거지들하고 있으면 넌 절대로 상위 헌터가 될 수 없어. F급 따위가 널 어떻게 키우겠어?”


‘아니 난 F급 아닌데······’

마음속으로 소소한 태클을 거는 정훈.

더구나 김성아는 오늘 하루만에 레벨을 둘이나 올렸다.

하지만 그런 걸 굳이 가르쳐줄 이유도 없기에 일단은 두고 보고 있는 정훈이었다.


얼굴이 빨개진 차지환이 김성아를 다시 잡아끌었다.


“내가 널 키워준다고! 잔말 말고 따라와!”


결국 정훈이 다가와 그 팔을 낚아챘다.


“제 팀원한테 무례한 건 두고 보기 어렵네요.”

“넌 뭐야!”


차지환은 분노로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F급 따위가 어째서 A급인 자신을 막아선단 말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도 이 자식이 할 수 있는 게 있단 말인가?

이 녀석이 길드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이때 권성완 실장이 그를 가로막았다.


“어이 지환이. 이미 김성아씨는 팀원 등록이 끝났어. 이건 위, 그러니까 대표님 라인에서도 결제가 끝난 사항이야. 자네가 여행가 있는 동안 몇 번인가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메일로 보내놨는데 아직 읽지 않은 것 같고.”


차지환은 권성완을 노려보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네를 위한 새로운 팀원도 다 마련되어 있어. 우리 팀에서도 유망한 애들로 세팅했어. 이쪽 못지않은 인재들이야.”


하지만 분노로 정신이 나가버린 차지환에게 권성완의 말은 닿질 않았다.

그의 입에서 기어코 욕이 비집고 나왔다.


“이······ B급에서 그만둔 떨거지 따위가······ 감히······.”


그러자 권성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차지환. 아무리 네가 에이스고 A급 헌터라도 오늘 일은 간과하기 어려워. 현장지원실에서 난동 부렸다고 위에 보고하면 어떻게 될 줄 몰라서 그래? 안 그래도 요새 이미지 안 좋던데 너 감당할 수 있겠어?”


권실장을 잡아먹을 기세로 노려보던 차지환이 정훈의 손을 쳐냈다.


“박정훈, 김성아, 어디 두고 봐. 니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권성완 실장. 당신도 마찬가지야.”


차지환은 전형적인 악역의 대사를 내뱉은 뒤 현장지원실을 나갔다.



“에휴, 한 때는 내가 저 놈 멘토였던 적도 있었는데······.”

“실장님이요?”


강성호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어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 옛날얘기지. 그 때는 [적룡]이 이렇질 않았거든.”


권실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차지환 한 명이 내는 매출이 이 부서 전체가 내는 매출보다 높아. 큰 소리 칠 만하다는 거 알아야 해. 우리는 그런 팀의 에이스 감정상하게 하면서까지 무리해서 팀 만든 거고. 무슨 말인지 알지?”

“알죠.”


정훈이 대꾸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 아닙니까.”

“바로 그거야.”


권실장이 씨익 웃었다. 방금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거 알지? 다음 계획은 뭘로 할 거야? 알아나 두자. 무슨 생각하고 있어?”


권실장은 팀의 방향키를 정훈에게 넘겼다.

현장지원실이 온갖 지원을 해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팀인 만큼 이런저런 참견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권실장의 질문에 정훈은 생각했다.


첫째, 현재 이 팀의 목표는 차지환이 내는 매출을 앞지르는 것.

둘째는 ‘인지도’를 쌓는 것이다.

당연히 첫째와 둘째는 연결되어 있다. 결국은 이 두 가지가 ‘힘’이 되는 것이니까.

이 중에서 인지도 부분은 권성완 실장이 알아서 세팅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정환이 신경 쓸 부분은 자연히 첫째.

그 중에서도 당장은 공략 던전의 등급을 올리는 일이었다.


‘역시 강해지는 것만이 답.’


오늘처럼 E급 던전을 몇 번 도는 걸로 차지환 팀을 능가하려면 아마 일이년은 걸릴 것이었다.

그것도 대단히 빠른 속도긴 했지만 정훈의 계획에선 충분치 않았다.

정훈은 최종적으로는 [적룡]을 정면으로 맞상대할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좀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 역시 지금은 그거밖엔 없겠네.’

생각에서 돌아온 정훈이 말을 꺼냈다.


“권실장님께서는 지금처럼 출현 게이트 중에 저희에게 적합한 게이트의 정보를 전달해주세요. 공략하는 걸로 정해지면 가능한 한 빠르게 해당 절차 밟아서 저희 들어가게 해주시고요.”

“그거면 충분하겠나?”


말이 쉽지 결코 쉬운 것이 아닌데 권성완 실장은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정훈도 할 일을 해야겠지.


“뭐,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마도 필요한 것은 곧 더 생길 것이었다.


***


팀원들에게 쉬면서 대기하라고 지시를 내린 정훈은 바로 [적룡] 길드 본사를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성남.

[고블린 소굴] 게이트 앞에 도착한 정훈은 F급 헌터들이 몇 명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앵벌이 던전을 공략하러 온 헌터들인 모양이었다.

펜스 안으로 들어온 정훈이 정철웅을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하자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박정훈 공포증이라도 생긴 것 마냥 애써 정훈의 눈을 피하며 다가왔다.


“지, 지금은 고객이 있어서 말이지······ 오늘은 좀 봐주면 안 될까?”

“아아, 오늘은 [고블린 소굴] 돌려고 온 게 아니야.”


그 얘기가 어지간히 기뻤는지 정철웅의 표정이 펴졌다.


“그럼 왜 왔어?”

“잠깐 나 좀 볼까? 따로 부탁할게 있어.”


밝은 미소 속에 숨겨진 수상쩍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정철웅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정훈은 껄끄러워하는 정철웅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건물로 들어갔다.


“새로운 앵벌이 던전이 필요해서 말이야. 이번엔 D급으로 부탁해.”

“뭐, 뭐! D급?!”


떨리는 숨을 내뱉은 정철웅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맡은 앵벌이 던전은 [고블린 소굴]밖에 없어. 거기다 D급 던전은 물량이 많지도 않아.”

“그 물량이 많지 않은 D급 던전 관리자를 너는 알고 있을 거잖아?”

“진짜 곤란하다니까······.”


정훈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보이자 정철웅의 말끝이 흐려졌다.


“더 곤란하게 해줄까?”


눈앞에서 흔들리는 스마트폰을 보며 정철웅은 혼이 빠진 사람마냥 멍해졌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너한테는 선택지가 없거든? 그냥 내 요구를 들어주는 게 최선이야.”


정철웅은 머리를 박박 긁으며 몇 분간 고심했다. 그리고 끝내 힘 빠진 기색으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우리가 관리하는 D급 던전이 하나 있긴 해. 대신 조건이 있어. 퀘스트 하나를 달성해줘.”

“퀘스트?”


퀘스트. 즉 의뢰.

길드가 지금처럼 많아지기 전에는 재료를 구해달라든지, 일정 몬스터를 처치해달라는 식의 퀘스트 의뢰가 활발했다.

당시에는 헌터들의 주된 밥줄이기도 했다. 당시의 헌터는 던전에 들어가는 모험가와도 비슷했던 것이다.

던전 경제가 비대해지고 길드가 많아지면서 커다란 퀘스트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개개인의 선에서 크고 작은 의뢰들은 남아 있었다.


“만약에 이 퀘스트를 달성해주면 그 D급 던전을 관리하는 애한테 잘 말해줄 수는 있지.”

“이거 왜이러시나? 내가 원하는 건 앵벌이 던전이지 퀘스트가 아니야.”

“얘기를 좀 들어봐. 어차피 그쪽 D급 던전은 내 담당이 아니야. 그런데 이 퀘스트가 그 D급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와 관련된 거거든.”


정철웅의 말은 이러했다.


- 지인을 통해 정철웅에게 [갑각류]의 껍질을 40개 모아달라는 퀘스트가 들어왔다.

- 마침 [백광]이 관리하는 앵벌이 던전 중 D급 앵벌이 던전 중에 ‘갑각류’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 있다. 아까 이야기한 그 D급 던전이 그것.

- 그 D급 던전의 관리자는 바로 조직에서 정철웅의 직속 아우.


“즉, 퀘스트를 내가 대신 처리하면 그 D급 앵벌이 던전을 들여보내주겠다?”

“바로 그거야. 아우에게도 대금은 나눠줄 테니까 싫어하진 않을 걸. D급 앵벌이 던전은 꼭 인기가 있진 않아. 몬스터 리젠도 오래 걸리고 관리비용도 많이 들거든. 걔도 요새 상납금 때문에 고민이었으니까 이거 퀘스트 하는 동안은 그냥 이용하게 해줄 거야.”


······이 이상 닥달해봐야 다른 D급 앵벌이 던전을 그냥 줄 거 같진 않다. 정훈은 퀘스트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뢰자체는 단순한데 기한이 빠듯하다고 한다. 앞으로 5일 남았다고.


“······이거 니네 길드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냐? [백광]도 엄연히 길드인데 헌터들이 있잖아.”


그랬더니 지금 조직은 항쟁 중이라 인력이 부족한 상태란다. 뭐, 일단 넘어가자.


“거기 정원은?”

“10명.”


정원 10명 수준의 D급 던전이라면 지난번 [늑대의 언덕]정도의 난이도다.

거기다 재료를 얻는 퀘스트라면 몬스터 핵을 부수는 식으로 공략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레벨업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이 의뢰를 빨리 끝내고 던전을 며칠 더 공략할 수만 있다면 효율은 그리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럼 기한 내에 해줄 테니까 그대신 총 일주일 동안 무제한으로 그 던전을 이용하게 해주시지.”

“음······ 그건 내가 맘대로 못하는 건데.”

“어이, 어차피 이 의뢰 하려면 최소한 며칠은 거기 던전을 독점해서 돌아야 해. 그걸 며칠 더해서 좀 넉넉하게 하라 이거지. 그 정도는 설득할 수 있잖아?”


정철웅이 고뇌하다 입을 열었다.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재료는 전부 그 아우에게 줘야 해. 나한테 하는 것처럼은 안 돼.”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아이템은 5대5로 해라”


그 아우도 언제 한번 약점을 잡고 털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 정훈이었다.


“그래서 그 의뢰는 얼마짜리야?”

“······그건 왜?”

“우리도 의뢰비를 나눠 받아야 하니까 그렇지.”

‘뭐?’

“어차피 우리 아니면 못 하는 의뢰 아냐. 당연히 나눠받아야지.”

“허······”

“그래서 얼마야? 말 안하면 우리 안 한다.”


정철웅은 한참 후에 대답했다.


“······4억.”

“야 그럼 한 7대3 쯤으로 받아야겠네. 물론 우리가 7이고.”


그러자 정철웅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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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해지는 것이 답 +1 19.02.02 1,761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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