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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F급 헌터 시간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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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1.11 14:55
최근연재일 :
2019.02.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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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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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한밤의 춤 (1)

DUMMY

사실 정훈은 손희원의 스킬을 파해하기 위해서 [타임 스톱]을 상당히 많이 사용했다.

SP포션도 꽤 먹었기 때문에 손실분의 보충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 정도면 한동안 포션 걱정은 없겠고. ······응? 이건···.’


임조성의 인벤토리를 쭉 확인하다가 눈에 익은 아이템을 발견했다.


그 아이템은 주황색 구슬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구슬 안쪽에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죽어 있는 아이템이지만 불꽃은 마치 살아 있는 듯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 아이템을 본 정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훈의 얼굴을 힐끔 살핀 임조성이 불안한 기운을 감지했다.


“저, 저기요. 슬슬 됐지 않습니까? 그만큼 가져가셨으면 충분하잖아. 그렇지 않습니까?”


반말과 존대를 넘나드는 임조성.

임조성이 인벤토리를 닫으려고 하자 정훈이 칼날을 슬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임조성이 움찔 하고 몸을 움츠린다.

교육의 성과는 충분한 모양이었다.

칼날의 서늘함에 임조성은 몸을 떨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하루 종일 쓸데없이 사선을 넘나들었는데 그건 누구 책임이지?”

“······저, 접니다.”

“옳지. 내가 너였으면 그냥 다 가져가세요, 라고 말했을 걸?”“한 번만 봐주세요. 더 이상 얼씬도 안할 테니까······.”


‘그 물건’만큼은 넘기기 싫었는지 임조성도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정훈이 아니었다. 이 물건은 다른 아이템도 아니고 ‘강화석’이었으니까.


강화석은 무기와 장비아이템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아이템이다.

기존 옵션의 상향은 기본이며, 스킬이 부속된 아이템의 경우 특수효과의 능력치도 상승한다.

심지어 상향을 거듭하는 경우 아이템 등급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며 온라인 경매장에서도 매물이 생기자마자 1초 만에 동나는 아이템이다. 경매장에서 구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쪽은 몬스터 드롭인데, 일반 몬스터한테서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A급 이상의 보스나 네임드한테서 극한의 확률로 나온다.

정훈이 겪은 황금 몬스터가 네스호의 괴물이나 백두산 천지의 괴물 급으로 ‘있을지도 모른다더라’ 식의 이야기라면 ‘강화석’은 실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템 중에서는 드롭 확률이 가장 희귀한 축에 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훈은 더욱 강화석이 탐났다.

······그렇다고 억지로 빼앗을 수는 없겠지.

어디까지나 협상과 동의를 통해야 하리라.

그래서 정훈은 ‘협상’을 시도했다.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쪽 다리하고 강화석하고 어느 쪽이 소중한지 골라서 결정해.”


사지가 잘릴 경우 HP포션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임조성의 눈 속에서 희미하게 경멸의 빛이 보였지만 정훈은 괘념치 않았다.


“잘 생각하는 게 좋아.”


살의가 담긴 정훈의 눈.

임조성은 그 눈빛을 피하고 싶었지만 굳어버린 마냥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는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드릴게요.”


강화석을 손에 넣은 정훈. 아이템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그렇게 좋은 아이템도 별로 없었다.

떠나기 전에 정훈은 한 마디를 남겼다.


“아 맞다. 여기 나가면 언론이나 헌터 협회 쪽에 고발해야겠다거나 뭐 이런 식의 생각이라도 하고 있으면 말야. 생각 고쳐먹는 게 좋을 거야. 어? 헌터가 무슨 일을 당하건 사회는 별로 관심이 없다구. 잘나가는 헌터라면 몰라도 약해빠진 헌터는 오히려 경멸하고 하대하는 게 보통이거든.”


임조성이 한 말을 그대로 갚아준 정훈.

뒤로 돌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희처럼 말이야.”


머맨의 부락에서 나온 박정훈 팀.

비의 징조는 아까부터 있었지만 이제 콧잔등에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행은 원래의 예정대로 산 쪽으로 향했다.



박정훈 팀이 산에 도착하자 타이밍 좋게 비가 억세게 쏟아져 내렸다.

근처를 탐색하자 겨우 얕은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를 완전히 피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가지고 온 방수텐트를 치고 가장 안쪽에 모닥불을 피웠다.

챙겨온 온 식량으로 적당히 배를 채운 뒤에 불침번 순서를 정했다.

간단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했는데 정훈이 제일 처음으로 불침번을 서게 됐다.

팀원들이 “팀장님 가위바위보 못하시네.” 라며 웃는 모습을 보며 정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자신이 임조성을 죽이려고 했던 걸 모두가 지켜보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 광경을 봤으면서 어떻게 저리 태연히 웃을 수 있는 걸까?


“팀장님. 왜 그러세요? 또 저주라도 걸렸어요?”


표정이 안 좋은 정훈을 보고 김성아가 물었다.

그러고보니 김성아는 정훈의 표정을 꽤 세심하게 보는 것 같았다.


“아뇨. 괜찮습니다.”


오늘 소모한 만큼의 HP포션을 분배한 정훈은 불침번을 서기 위해 동굴 입구에 앉았다.

근처에 다른 머맨들이 없다는 건 알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정훈은 밀려오는 졸음을 견디며 어둠 속을 주시했다.


어느새 비는 조금씩 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등 뒤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편안한 복장 차림의 김성아가 서 있었다.


“안자고 뭐하세요? 달밤에 체조라도 하고 주무시게요?”


실없는 농담을 하는 박정훈. 물론 달은 안 보인다.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이상하네요. 하루 내내 싸우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그런 게 아니고······ 성호씨 코고는 소리가······”


동굴 입구에서는 빗소리 때문에 잘 몰랐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드르렁~ 거리는 소리가 상당한 데시벨로 울리고 있다.


“조금 이따가 졸리면 들어갈게요.”


그렇게 말한 김성아가 모닥불 앞에 쭈그려 불을 쬐었다.

잠시 침묵하는 두 사람.

정훈은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성아씨.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요.”

“뭔데요?”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까 제가 했던 행동. 혹시 안 좋게 보고 계신가 해서요.”

“아··· 그거 때문에 표정이 안 좋으셨던 거예요?”


괜히 덤불을 들쑤시는 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훈의 입장에서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원래는 팀원들과의 관계에 흠이 생길만한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조성 같은 경우는 쉬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에게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어물쩍 넘어갔다가는 자칫 불신을 일으켜 팀 안에서 곪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까 그 일은······”

“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김성아의 태연한 말투에 정훈은 목 끝까지 올라온 변명을 삼킬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라뇨?”

“임조성이 팀장님한테 스킬을 걸었던 거잖아요.”


김성아는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건 달리 말하면 팀장님을 죽이려했다는 거고요.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해도 그것 때문에 던전에서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건 과실치사를 유도한 거나 마찬가지고 살해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어요.”


불꽃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끊었던 김성아.


“전 되려 팀장님이 대단하게 보였어요. 저였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제 행동이 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나요?”

“조금 무섭긴 했지요. 하지만 먼저 해코지를 한 건 임조성이잖아요. 잘못을 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죠. 피해를 끼쳤으면 보상도 해야 되고요. 그냥은 하지 않을 사람이니까 받아낼 건 받아내야 해요. 그냥 넘어갔다면 저희 팀을 만만하게 보고 또 다른 짓을 꾸몄을지도 모르고요.”


김성아가 슬쩍 정훈의 안색을 살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같은 생각일걸요? 그러니까 팀장님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때, 텐트 쪽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성아씨 말이 맞습니다. 형님.”

“그런 거 그냥 놔두면 얕보이기나 하네. 할 때는 제대로 해야 소문이라도 나서 함부로 건들질 못하는 법이거든.”


정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왜 다들 안 자는 겁니까?”

“그게······.”


그 순간 다시 드르릉~ 하는 코고는 소리.


분위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순간이었지만 정훈은 속이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어떻게 납득시킬까를 고민했었는데 불필요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


임조성 팀의 관문관리사 이금희.

나름의 헌터이기도 한 그녀는 관문관리사들의 회의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참이었다.

[사신] 팀의 관문관리사를 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임조성이라는 작가는 상당히 음침한데다 폭력적이었던 것.

사실 헌터라는 직종은 온갖 영광을 받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람들의 열등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헌터를 추앙하는 것만큼이나 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문관리사들의 주 업무는 단순히 헌터들 간의 재산권 – 즉 아이템을 둘러싼 분쟁에 쏠려 있었으며 헌터들 간의 무력 분쟁의 경우 어느 정도는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지나 말아라–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금희가 임조성 팀에 돌아왔을 때 본 광경은 확실히 처참한 것이었다.


일단 임조성이 기다리겠다고 한 머맨 부락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스윽 하고 드러나는 임조성과 그 팀원들.


[인식저하] 스킬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째서?’


그러나 그 이유는 명확했다.

다들 으······, 으······하고 신음하고 있었으니까.


이금희는 깜짝 놀랐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C와 D급 헌터를 살펴보니 허벅지에 큰 관통상이 있었다.

손희원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이죠? 머맨들에게 당했나요?”


“바, 박정훈······ 그 녀석이······.”


임조성의 목소리였다.

이금희가 살펴보니 온 몸에 자상이 가득했다.

차라리 관통상을 한두방 입은 다른 이들이 나을 지경이었다.


“박정훈요?”


그제서야 사건을 대충 파악한 이금희. 임조성이 박정훈에게 스킬을 걸었다는 것도 대강 알고 있는 이금희였다. 애초에 관문관리사 앞에서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역습 당했구나.’


나름대로 쌤통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이런 상황에서의 구조는 자신에게 달린 업무 중 하나였다.


이금희는 비어있는 움집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응급처치용으로 가져온 HP포션을 먹였다.

응급처치는 마무리됐지만 관통상의 경우에는 움직일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팔다리를 잘라내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대로 돌아갈 수라도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HP 포션도 한두 병에 불과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하기도 했다.


“관문관리사로서 말씀드릴게요. [사신]길드는 던전 공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다른 관사들에게 요청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이곳에서 대기해주세요.”


[인식저하] 스킬도 있으니 당분간 머맨에게 쉽게 당하지 않을 정도는 될 것이다.

응급처치를 끝낸 이금희가 움집을 나섰다.

이금희가 나간 직후 차츰 기운을 되찾은 임조성이 버럭 소리를 쳤다.


“이 쓸모없는 새끼들!”


특히 임조성의 분노는 애인인 손희원에게 향하고 있었다.


“손희원! 다 너 때문이야! 니가 그때 [인식저하]를 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어!”

“어쩔 수 없었어. 말을 안 들었으면 죽이겠다고 그랬단 말이야.”


손희원이 위축된 표정으로 대꾸했다.


“웃기지 마! 웃기지 마! 너 때문에 포션에다 강화석까지 잃었어. 이번 연합 던전도 전부 끝이야. 니가 책임져!”

“그게 내 잘못이라는 거야? 스킬을 건 게 너잖아! 그리고 너도 겁나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잖아.”

“뭐?! 이게!”


임조성이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손희원의 얼굴을 철썩 하고 때렸다.

서로 간의 고함과 손찌검이 격해지던 그때,

움집 문이 벌컥 열렸다.


[사신] 길드 전원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인물을 보고 얼어붙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끔 내리치는 번개 때문에 아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인물은 검은 망토와 복면으로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든 [사신] 길드원들. 누운 자리에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한다.


“넌 누구야?”

임조성이 묻자 복면남자가 단검을 꺼내들었다.

단검을 본 임조성이 본능적으로 박정훈을 떠올렸다.


“서, 설마 박정훈······”


말할 타이밍도 주지 않은 복면남자가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푹!


임조성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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