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헌터 시간을 지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1.11 14:55
최근연재일 :
2019.02.27 10:07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4,097
추천수 :
1,820
글자수 :
236,792

작성
19.02.23 18:00
조회
920
추천
27
글자
11쪽

단독 행동 (2)

DUMMY

정훈은 그때 깨달았다.

머맨들은 물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종족인데 길이 꼭 육지로만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저 경사만 해도 헌터들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함정을 만들었겠지만, 그건 머맨들도 저 길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물 속에 다른 통로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혹시 모르지만 시험해봐서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잠수한 정훈.

그리고 결국 제5섬 뒤에 위치한 수중 동굴을 발견했다.

‘빙고.’

[타임 스톱]을 쓰고 경비 머맨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또 한 병의 포션을 소모했다.

‘칫! SP소모 장난 아니네.’

정훈은 수중 동굴을 오르면서 임조성 팀에 있던 손희원을 떠올렸다. 그 녀석이 쓰는 스킬 [인식저하]야 말로 이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라도 비슷한 스킬을 쓰는 헌터를 구해야겠군.’


수중 동굴의 안쪽. 공기가 있는 곳을 발견한 정훈이 조용히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굴에는 부락까지 올라갈 수 있는 나무계단이 있었으며 별다른 보초도 없었다.

정훈은 그곳을 뛰어올라가 부락의 내부로 잠입할 수 있었다.

부락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많은 머맨들이 보였다. [마스터 머맨], [고대 순혈의 머맨], [블러드 머맨]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물 근방에 모여 있었는데 우물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목이 잘린 머맨의 시체.

마치 제물을 바치며 제사라도 지낸 모습이었다.

‘참혹하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5섬에도 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꽝이야? 이래서 확률은 믿을 게 안 된다니까.’


결국 다시 수중 동굴로 돌아간 정훈은 바다를 통해 제4섬으로 향했다.

[로드의 버블]과 [수룡의 지느러미]의 조합은 이처럼 물에서 이동해야 할 때는 최적이었다.

[로드의 버블]은 10분 사용하면 10분의 쿨타임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정훈은 이윽고 제 4섬에 도착, 앞서와 같이 비슷한 수중 동굴을 통해 잠입할 수 있었다.

섬 내의 부락으로 들어온 정훈은 이곳에 다른 섬보다 더 많은 머맨들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그럼 여기에 보스가 있다는 건가?’

뭔가 촉이 온 정훈.

[타임 스톱]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제4섬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도중, 제5섬에 있는 우물과 똑같이 생긴 붉은 우물을 발견했다.

좀 이상한 것이 있다면 앞서 본 우물과 달리 이곳 우물은 핏물의 수위가 높다는 점이었다. 거의 넘칠 듯 꽉 차올라 있었다.


정훈은 여기에서 좀 엉뚱한 상상을 했다.

혹시 다른 섬에서 의식을 해서 우물로 피를 흘려보내면 그 피가 전부 이쪽 우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에이 설마.’

하지만 이 우물은 뭔가 마법적 의식에 쓰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 누군가가 접근하는 기척이 났다.

정훈이 우물 근처의 움집 뒤의 수풀에 몸을 숨기자. [고대 순혈의 머맨] 몇 마리가 나타나더니 우물에서 피를 퍼 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나무통에 잔뜩 담겨진 피.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머맨이 있었다.

이 머맨은 직경 2m쯤 되는 붉은 구슬에 들어 있는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다른 머맨들과 확 달랐다.

그리고 정훈이 가진 [리자드맨의 보안경]에 뜨는 이름과 등급.


[혈관의 세이렌] (B급)


“찾았다!”


***


[혈관의 세이렌]은 하반신은 물고기 지느러미에 상반신은 거의 인간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피처럼 붉은 머리칼에 가시가 촘촘히 박힌 식물로 엮은 관을 썼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인어, 그것도 젊은 여자.

딱 봐도 ‘나 보스예요.’ 하는 모습이었다.

몬스터 중에서는 톱에 들어갈 미모이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들한테도 인기가 있을지 모르겠네.’

정훈은 [타임 스톱]을 걸고 다가갔다.

그리고 [차지 대거]를 들고 잠시 머뭇거렸다.

딱히 보스가 인간하고 닮아서 마음이 약해진 건 아니었다.


[혈관의 세이렌]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붉은 구슬 때문이었다.

좀 전에 나타난 세이렌은 붉은 구슬의 내부에서 그대로 누워서 눈을 감아버린 참이었다.

아마 이 구슬이 침대대용으로도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고대 순혈의 머맨]들은 방금까지 우물에서 퍼올리던 핏물을 그 구슬에 부어대고 있었다.

구술 안에 피가 차오르자 세이렌은 그 핏물에 몸을 잠그고 얼굴까지 퍼올려 세수를 했다.


‘피로 목욕을 하다니 무슨 엘리자베스 바토리도 아니고.’


신기한 것은 머맨들이 부어대는 핏물은 곧 세이렌의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는데 그럴수록 세이렌은 더욱 생기가 도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세이렌이 피에서 뭔가를 흡수하는 듯이······.


‘더이상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저것이 무슨 의식인지는 몰라도 그대로 두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확실했다.

정훈은 일단 [차지 대거]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타임 스톱]을 연달아 쓰고 [강화]를 써서 파워를 더욱 끌어 올렸다.

에너지가 모인 빛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채애앵~


엄청난 단단함에 [차지 대거]를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뼛속까지 땡기네.’

하지만 구슬은 금조차 가지 않았다.


[세이렌]이나 피를 부워대는 머맨들이 구슬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제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건 특정한 생물이나 공격만을 튕겨내는 구슬인 것 같았다.

[혈관의 세이렌]을 보자마자 쉽게 죽일 수는 없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막상 실패하고 나니까 뭘 어째야 할지 난감해졌다.

정훈은 SP를 아끼기 위해 다시 근처 풀숲에 숨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슨 짓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칫! 일단은 철수해야겠네.’


저 진주를 깨기 위해선 더 강한 근력을 가진 헌터들이 필요하다. 즉, [푸른범]과 [명월]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헌터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반응한 머맨들이 무장하고 절벽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정훈도 몰래 밖을 내다봤다.

물이 빠져 바닷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벌써 새벽 5시가 된 거야?’

본토에서 4킬로미터나 떨어진 제5섬과 제4섬을 오갔으니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린 것.

헌터들은 현재 제3섬을 공격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제3섬에는 보스가 없다. 괜히 무의미하게 여력만 소모할 뿐이다.

‘어떻게 해서든 연합 팀이 이쪽으로 올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야 할까?’

남겨진 팀원들도 걱정이었다.

다급해진 정훈이 불이라도 피울 생각을 하던 순간,

캬아아아!!!

피 진주에서 자고 있던 [혈관의 세이렌]이 잠에서 깨어났다.

곧 [혈관의 세이렌] 앞으로 [고대 순혈의 머맨]과 [블러드 머맨]이 모여들었다.


캬아! 캬아! 캬아캭!


생긴 것과 달리 목소리는 완전히 괴물이다.

‘인어라고 목소리가 다 예쁜 건 아닌가 보네.’

대화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명령을 내리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머맨들이 [혈관의 세이렌] 앞으로 누군가를 끌고 왔다.

사람이었다.

그 인물을 확인한 정훈은 방금까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

포박당한 채 머맨들한테 이끌려 나온 인물은 바로 [사신] 팀의 짐꾼 윤수현이었던 것이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


너무 많은 생각이 폭발적으로 일어서 도무지 앞뒤를 맞출 수 없었다.


윤수현은 육지 쪽에 있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 제4섬에 있나.

[사신] 팀은 다 어떻게 된 것인가.

그 순간, 정훈의 사고가 빠르게 회전하며 퍼즐을 맞춰갔다.

정훈은 전투불능 상태가 된 [사신] 팀이 관문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귀환했을 거라 생각했다.

이는 이금희 관사가 자신들에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대략 추측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윤수현은 지금 제4섬에 있다.

그렇다면 이건 무엇일까. [사신] 팀이 서울에 돌아가되 윤수현 혼자 뒤쳐졌거나 실종된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관문관리사들이 행동이 미심쩍어진다.

실종된 윤수현을 찾는다든지, 다른 헌터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액션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1. [사신] 팀은 전부 퇴장했다. 윤수현은 도중에 낙오되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관문관리사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2. [사신] 팀은 전부 사망했다. 시체들이 전부 사라지든가 해서 관문관리사들은 윤수현이 실종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훈은 은근히 2번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1번 가지고는 관사들과 헌터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좀 다른 이야기여서 관문관리사들은 절벽의 흔적을 보고 윤수현이 이미 죽었다고 판단했던 것이지만 대략적으로는 진실과 틀리지 않은 판단을 한 정훈이었다.


정훈이 윤수현을 신중하게 관찰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 질질 끌려다니며 흔들거리는 몸.

‘정상이 아니네.’

사람 모양의 마네킹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옆구리에는 깊은 상처가 났던 모양인데 현재는 얼기설기 지혈되어 있었다.

치료를 했다기 보다 당장 죽지 않게 대충 처치해놓았다는 느낌이었다.


머맨들이 윤수현을 붉은 진주 앞에 무릎 꿇렸다.

잠시 후 머맨이 윤수현의 뒷목으로 칼을 겨눴다.

제물로 바칠 셈인 모양이었다.


그때,

[혈관의 세이렌]이 눈을 감은 채 두 팔을 우아하게 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허밍으로 이루어진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는 괴물이 꽥꽥 대는 목소리였는데, 노랫소리만큼은 웬만한 가수보다 훌륭했다. 물론 언어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몬스터라도 인어는 인어라는 건가? 그런데 왜 갑자기 노래를······’

쿵!


“윽!”


심장이 격렬하게 뛴 정훈이 가슴을 붙잡고 앞으로 쓰러졌다.

‘이, 이건······ 뭐야?’

노랫소리가 기생충처럼 귓속에 파고들어 뇌를 헤집고 다니는 듯한 고통.

숨을 쉬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정훈이 재빨리 [타임 스톱]을 사용했다.

그러나 스킬이 발동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몇 번을 시도했지만 [타임 스톱]은 발동하지 않았다. [강화]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디버프! 제기랄! 또 디버프야!’


[혈관의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스킬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정신적 대미지를 안겨주는 효과를 지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훈은 직감했다. 아까 머맨들이 붉은 구슬에 쏟아 붇던 핏물은 이 주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이 디버프는 제3섬을 공략하는 헌터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헌터 시간을 지배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고자 합니다. +4 19.02.27 533 0 -
공지 매주 월화수목금토 저녁 6시에 올립니다. +1 19.01.15 1,992 0 -
41 생존자 윤수현 +1 19.02.27 917 27 13쪽
40 혈관의 세이렌 +1 19.02.25 852 26 11쪽
» 단독 행동 (2) +2 19.02.23 921 27 11쪽
38 단독 행동 (1) 19.02.22 963 23 12쪽
37 자가치유 vs 전체치유? 19.02.21 1,014 27 15쪽
36 한밤의 춤 (3) +2 19.02.20 1,046 29 13쪽
35 한밤의 춤 (2) +4 19.02.19 1,108 24 13쪽
34 한밤의 춤 (1) +3 19.02.18 1,151 33 13쪽
33 교육의 시간 +4 19.02.16 1,220 35 11쪽
32 경찰은 왜 필요해요? 19.02.15 1,254 33 13쪽
31 해주 +2 19.02.14 1,252 38 13쪽
30 고대 머맨의 수룡 19.02.13 1,223 39 13쪽
29 돈이 줄줄 샌다 +2 19.02.12 1,274 39 13쪽
28 탑으로 가는 길 +3 19.02.11 1,365 39 11쪽
27 저주 +1 19.02.09 1,494 41 15쪽
26 연합던전 +2 19.02.08 1,506 40 13쪽
25 응? 양다리? +6 19.02.07 1,586 42 12쪽
24 D급이 되다 +2 19.02.06 1,636 43 13쪽
23 차지 대거 +3 19.02.05 1,640 41 12쪽
22 귀신의 광란 +1 19.02.04 1,698 49 13쪽
21 강해지는 것이 답 +1 19.02.02 1,760 41 11쪽
20 차지환 습격 +3 19.02.01 1,771 49 11쪽
19 리자드 퀸의 보안경 +1 19.01.31 1,704 44 10쪽
18 리자드 퀸 +1 19.01.30 1,727 41 10쪽
17 에이스팀 아닌데 에이스팀 같은 +1 19.01.29 1,777 47 13쪽
16 새로운 팀의 결성 +3 19.01.28 1,977 45 12쪽
15 권성완의 제안 +1 19.01.26 2,135 44 13쪽
14 필버그 공략 +1 19.01.25 2,116 5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