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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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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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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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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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2)

DUMMY

집사가 뒤돌아서니, 상체는 코끼리, 하체는 문어 형태의 악마가 표독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칠죄종 레비아탄과 베헤모스의 딸이었다.


“시기와 분노의 아가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집사가 공손히 인사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인사나 받자고 말 건 거 아니거든? 묻는 말에나 대답할래? 그거 뭐냐니까?”

“음식입니다”

“이 새끼가···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그녀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환상적인 냄새가 저 음식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걸 먹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마저 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마족을 으깨버리고 음식을 탐하고 싶었지만, 마왕성 내부라 겨우 참고 있었다.


집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뭐 어쩌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행동에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야,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어디서 그따위 건방진 태도를!”


코끼리와 문어가 징그럽게 뒤섞인 그녀가 순식간에 거대하게 부풀었다. 전투형으로 변화한 거다.


그 모습에 집사가 조소를 머금었다.


‘이러니 비교를 안 할 수 있나.’


왕자님이 가끔 생각 없는 망나니처럼 행동하지만, 그 모든 행위에는 철저한 계산과 이익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자신은 알고 있다.

조금 도발했다고 마왕성에서 전투형으로 신체변형을 하는 이런 덜떨어진 꼬맹이를 볼 때면, 고작 여섯 살 난 왕자님의 무서운 심계(心計)가 더욱 대단해 보일 뿐이다.


집사는 그녀를 무시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가던 길을 갔다.


그 태연자약한 모습에 그녀의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

뒤돌아 가는 집사를 향해 완연하게 변형된 거대한 문어발을 휘둘렀다.


쿠우웅!


조용하던 마왕성 중앙길에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집사에게 닿지 못했다.


온몸이 검고, 등에 박쥐 날개를 달고 있는 염소 얼굴의 악마가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와 똑같이 생긴 악마들이 어느새 그녀를 포위하고 있었다.

마왕성 내의 안전을 책임지는 악마들이었다.


“마왕성 내의 전투형 신체변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듯, 힘껏 뻗었던 팔을 내리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시기와 분노의 아가씨”

“이··· 이익!”


앙다문 입에서 분기를 참지 못한 잇소리가 새어 나왔다.

분노를 참지 못해 붉어진 얼굴과 꽉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반항하지 않고 악마들에게 순순히 끌려갔다.

마왕성에서 더 행패를 부릴 만큼 멍청하진 않았으니까.


“왕자님 명으로 발락님께 다녀올 것이다. 문을 열어라.”


멀리서 들려오는 집사의 목소리가 그녀에 귓속을 파고들었다.

고개 돌려 집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매서웠다.


‘겨우 62위 발락에게!’


자신의 부모님은 칠죄종. 저 귀한 음식을 자신의 부모도 아닌 고작 62위의 발락에게 준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여섯 살이 되어서도 아직 능력 발현조차 못 한 반푼이 새끼가 이제는 눈까지 멀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 분간을 못 하는 모양이다.


‘아··· 그런 거였나’


번뜩 무언가 머리를 스쳤다.

이번 알현식에는 왕자도 참석한다고 들었다.

왕자가 광신도를 잡았다고··· 발락이 보증을 선다고 했었다.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저 음식을 가져다 바치는 조건으로 만든 허위 공적일 것이다.


‘알현식 때 보자 이 반푼이 새끼야’


눈까지 멀어버린 반푼이 왕자를 엿 먹일, 아주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악마들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


칙칙 소리를 내며, 연신 증기를 내뿜는 찜통을 보는 사탄의 눈이 복잡했다.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타란툴을 잡고 난 뒤, 레벨이 16이나 올라 스탯의 총합이 120이 됐다. 엊그제 처음으로 영혼을 뿌려 먹어 마기가 5 올랐고, 어제도 마기가 4가 올랐다.

스탯의 총합이 129가 된 것이다.

131이 되면 그때부터 D급으로 친다.

이 요리를 먹고 마기 스탯이 두 개만 더 올라도, 이제는 자유롭게 인간계를 오갈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만들긴 했는데···’


카말 일행과 헤어진 지 이제 겨우 6일.

그들이 피스 왕국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고, 냉장고를 제물로 받을 때까지 타란툴 고기가 상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아끼고 아꼈던 고기를 꺼냈다.

타란툴 머리에 들어있는 흰 살. 바닷가재 찌듯 쪄낸 뒤 내장에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꿀꺽.

고민하는 와중에도 찜통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냄새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넘어갔다.


‘그래··· 남 주기엔 아깝지.’


마음을 정한 사탄이 찜기에서 타란툴 머릿살을 꺼냈다.

타란툴의 영혼을 적당히 떼어내 회 치듯 얇게 썰어서 그 위에 올리고, 미리 준비한 내장 소스를 듬뿍 찍어 먹었다.


“흐··· 흐읍!”


절로 흘러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행복감에 눈앞이 아찔해진 사탄이 빠르게 고개를 두어 번 휘휘 저었다.

리소토보다 맛과 향이 더 풍부했다.


‘이건 더 위험하겠는데···.’


타란툴 머리 찜을 집어 먹으며, 사탄은 어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발락이 찾아와서는 냉장고는 나중에 꼭 받아줄 테니, 음식을 선급으로 달라고 행패 아닌 행패를 부리고 갔다.

얼핏 장난처럼 보였지만, 회까닥 돌아간 발락의 눈을 통해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프가 적용될 만큼 정량의 음식을 먹은 악마는 자신과 발락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다.


버프 효과가 사라진 뒤 찾아오는 심각한 중독 및 의존 현상.


24시간이 지나 버프가 사라지면 극심한 상실감에 빠져, 음식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힘을 숭상하는 마족에게 힘의 누수는 참기 힘든 상실감일 터···.


“왕자님 이제 슬슬 알현식 참석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언제 왔는지 집사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사탄에게 말했다.


“어, 거의 다 먹어가. 기다려봐”


사탄은 집사의 꿇린 무릎이 신경 쓰였지만, 일단 무시하고 타란툴 요리를 계속 먹었다.


띠링!

[System : 상품(上品)의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마기가 4 상승합니다. 마기 회복 속도가 12% 상승합니다. 영구적으로 마기가 3 상승합니다.]


‘초밥처럼 만든 타란툴 머릿살 9개’


버프가 적용되는 정량을 확인한 사탄이 집사에게 물었다.


“오늘 알현식에 참석하는 72악마와 칠죄종을 다 합치면 몇 명이지?”

“스물세 명입니다. 왕자님”


“뭐가 그렇게 많아? 어휴··· 207개··· 가능하려나”


사탄의 혼잣말에 집사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선물··· 하시려는 겁니까”

“어, 개인당 9개씩. 서둘러야겠는데···”


집사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도로 닫았다.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왕자님께 득 될 게 없다.

오히려 왕자님을 노리는 잡것들이 더 많아질 터.

그래도··· 왕자님이 하시는 일이니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집사는 아무 말 없이 왕자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 그게 요즘 집사의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사탄은 시간 없다며 보채는 집사의 말에도 꿋꿋하게 23인분의 타란툴 머릿살을 준비했다.


“마왕성 정예 악마들한테 여기 지키라고 해”

“정예 악마들은 마왕님의 명···”

“아버지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마.”


집사의 말을 잘라먹은 사탄이 그를 안심시키며 길게 나열된 찜통을 바라봤다.


‘머릿살이 아슬아슬했어.’


머리 흰 살을 거의 다 사용했지만, 후회는 없다.

타란툴 영혼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먹을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첫날은 마기가 영구적으로 5 올랐지만, 어제는 4, 오늘은 3 올랐다.

요리하는 부위가 다르면 감소폭이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버프의 능력치만 올랐다.


‘썩혀서 버리느니 이렇게 처리하는 게 이익이야.’


영혼은 인벤토리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타란툴의 사체는 썩을 위험이 있다. 아끼다 똥 만들 바에는 적당히 써먹을 생각이다.


알현식이 끝날 때쯤 오면 얼추 익을 거다. 그때 꺼내서 나눠주면 되겠지.


“집사, 너는 집사라는 놈이 알현식 준비는 안 하고 왜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냐?”


사탄이 주방을 나서며 집사에게 구시렁거렸다.

요리하는 내내 시간 없다고 보채는 바람에 적잖이 짜증이 쌓인 그였다.


“왕자님이 처음으로 알현식에 서는 날입니다. 공식적으로 마계에 데뷔하는 날이기도 하죠. 이런 영광된 날 제가 어찌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옷도 갈아 입···”


‘에이, 괜히 말 걸었네···’


괜한 말을 꺼냈다. 집사가 흥분해서는 열변을 토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지만, 거슬리는 말이 있다.

공식적인 데뷔···.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할 일이던가?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 망할 집사놈 때문에 조금 긴장됐다.


사탄이 마뜩잖은 눈으로 집사를 흘겨봤다.


***


알현실은 거대했다.

수백의 마족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

그 끝에는 높게 올라간 단상이 있었다. 그리고 넓은 단상의 중앙에는 덩그러니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왕좌라 하기엔 너무 볼품없어 보이는 의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 볼품없어서 계속 시선이 가는 의자였다.


단상 밑에는 귀족들이 서열에 따라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는데, 알현식이 시작되기 전이라 파벌에 따라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악마들도 적지 않았다.


“들었나? 이번에 왕자가 광신도 잡았다는 거··· 거짓이라더군”

“그런 헛소문을 믿는 것이오?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왕자가 왜 하겠소?”

“왕자가 여섯 살이잖나. 알현식에서 확인절차를 거친다는 걸 모르고 거짓말을 했다는군”

“에이··· 설마. 발락이 보증을 선다 하지 않았소?”

“자신이 보증하니, 확인절차는 필요 없다고 우긴다는데··· 그러니까 더 의심스러운 거지”

“허어··· 이거, 이거 오늘 알현식은 꽤 재미있겠소. 그래”

“그러게 말이야. 여섯 살에 광신도를 잡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럼 나는 여섯 살에 능천사를 잡았네!”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제법 컸다.


단상 앞에는 이번에 공을 세운 악마들이 도열해 있었다. 당연히 사탄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다.

맨 뒷줄에 선 사탄은 귀를 후비며, 제 뒷담화를 하는 악마들을 쳐다봤다.


‘은근히 기분 나쁘네’


뒷말의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 버젓이 있는데도, 목소리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들으라는 듯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고 있다.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확신하는 모양.

원치 않았던 자리. 발락 때문에 억지로 서게 된 자리라 대충 하려고 했는데, 저렇게 나오면 대충할 마음이 사라진다.


“마왕님 드십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알현실이 고요해졌다.

알현실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마왕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알현실로 들어섰다.

언제나 마왕과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루시퍼도 마왕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터벅터벅

정적에 휩싸인 알현실을 마왕과 루시퍼의 발걸음이 가득 채웠다.

누구 하나 고개를 들거나, 돌리지 않았다.

마왕이 단상 위 의자에 앉을 때까지 모두가 미동 없이 그저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시작하라”


의자에 앉아 알현실을 한번 훑어본 마왕이 시작을 알렸다.


‘멋있긴 하네···’


고개 들어 마왕을 바라본 사탄의 감상이었다.


단상 위 초라하게 덜렁 놓인 의자에 마왕이 앉자, 단상이 꽉 차 보였다.

마왕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거대한 태산을 앞에 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기운을 분명 갈무리했을 텐데도 마왕의 몸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기세는 언제나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지만,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는 악마는 자신밖에 없었다.

악마들이 마왕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천계와의 전쟁으로 소멸한 고위악마 보다 마왕의 손에 소멸한 고위악마가 더 많을 정도로 마왕은 폭군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인가?’


사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몇 악마들이 마왕의 등장에 몸을 과하게 떠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왕이 폭군이라지만, 그의 등장만으로 급수 높은 악마들이 몸을 떠는 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니까.


마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얼마나 이질적이고 광포한 것인지 사탄은 알지 못했다.

마왕이 자신의 근원을 떼어내 만든 것이 사탄이기 때문에 둘은 같은 마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악마들은 사정이 달랐다.

상급 이하의 악마들에게는 마왕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마기에 절로 몸이 굳고, 떨리는 것이다.


‘선행 포인트 여유 있을 때, 꼭 마왕 정보를 열람해 봐야지’


사탄이 그런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논공행상이 시작됐다.


“푸르카스”


행정관이 호명하자 큰 낫을 들고 있는 긴 수염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푸르카스는 이번 동남부 전선의 국지전에서 능천사(能天使) 둘을 베었습니다.”


알현실의 분위기가 변했다.

소리 내는 자는 없었지만, 분명 알현실의 분위기는 변했다.

행정관은 담담히 푸르카스의 공적을 읊었지만, 능천사 둘을 벤 것은 엄청난 공훈이었다.

능천사는 아홉 개의 천사 계급 중 밑에서 네 번째 등급이지만,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는 계급이다.

72악마 중 능천사 출신이 있을 정도.


무엇보다 마계에서의 공훈은 상대적이다.

자신보다 낮은 급수를 잡고 알현식에 서는 경우는 없다. 최소한 자신과 같은 급수를 잡아야 한다.

푸르카스는 최소 자신과 동급인 천사 둘을 벤 것.


무표정했던 마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돌아가는 길에 공훈실에 들르거라. D등급 영혼을 하나 내어주지. 앞으로도 기대하마”


마왕의 말에 악마들의 표정이 변했다. 인상을 찌푸리는 자가 다수였는데, 푸르카스가 받게 된 상이 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푸르카스의 공적이 대단하긴 하지만, D급 영혼 하나를 전부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왕에게 너무 과하다며 따지는 악마는 없었다. 자신에게 득 될 게 없는 일에 끼어들어 마왕과 척을 지고 싶은 악마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띠는 걸 보니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가 보다 생각하고 넘길 뿐이었다.


그 뒤로도 마왕이 내리는 상은 후했다.

호명되어 앞으로 나온 악마들에게 그들이 쌓은 공적을 상회 하는 보상을 계속해서 내려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악마들의 심정은 가지각색이었다.

저 자리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악마도 있었고, 상을 받는 악마들을 시기하는 자도 있었으며, 과한 상을 내리는 마왕을 욕하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마왕을 비웃는 자도 있었다.


‘폭군도 제 자식은 귀한 모양이군’


날개 있는 천사의 몸에 까마귀 머리를 한 72악마 중 63위 안드라스는 마왕을 비웃었다.

마왕이 오늘따라 후하게 상을 내려주는 이유는 뻔했다. 왕자가 상을 받는 날이기 때문일 터.

왕자에게만 과한 상을 내려주면 너무 속 보이니, 악마들의 활약이 기꺼운 척 모두에게 후한 상을 내리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오. 마왕’


안드라스가 스산하게 웃을 때 사탄의 이름이 불렸다.


“사탄 18세”


사탄이 걸어 나와 마왕 앞에 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와중에도 사탄의 얼굴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행정관이 말을 이었다.


“사탄 18세는 인간계에서 우리엘이 임명한 사자(使者)의 숨통을 끊었습니다.”


이미 소문을 통해 들었기 때문인지 놀라워하는 악마는 없었다.

단지, 눈을 형형히 빛내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파벌의 구별 없이 모두가 기대의 찬 시선으로 사탄을 바라봤다.


“여섯 살의 나이에 대천사가 임명한 사자를 잡다니··· 참으로 탄복할 공적입니다. 마왕님. 이대로 넘길 수는 없지요”


안드라스가 마왕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덧붙였다.


“오늘 알현식에 참석한 귀족 중에는 과거를 볼 수 있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을 통해 왕자의 위용을 듣고 싶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니,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 사실을 널리 알리면 어린 악마에게는 귀감이 될 테고, 전장에서 싸우는 악마들의 사기는 오를 것이며, 태만한 자들에게는 부끄러움을 안겨줄 것이라 설파했다.


혀에 기름이라도 두른 듯 쉬지 않고 마왕을 설득시키는 안드라스를 보며, 사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말솜씨가 청산유수 같았다.


‘왜 저렇게 열심인지는 알겠는데···’


사탄이 주변을 둘러봤다.

과거를 볼 수 있는 귀족은 총 열여섯. 그중 오늘 알현식에는 네 명이 참석했다.

평소보다 알현식에 참석하는 귀족이 많다 했더니··· 이런 꿍꿍이였나.

마왕이 저런 개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 건 자신이 결정하라는 뜻일 터.


“아, 알았어. 알았어 봐, 봐. 보라고”


사탄이 건들건들 고개를 까딱이며 안드라스의 말을 끊어냈다.

그리고 고개 돌려 마왕에게 웃으며 말했다.


“마왕님. 저리 제 위대함을 칭송하고 싶다는데 못할 거 뭐 있겠습니까? 제 과거를 살펴본다는 게 찜찜하긴 하지만, 마계를 위해서 그깟 거 못하겠습니까.”


그냥 대충 각성자 죽인 상만 받고 끝내려 했는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 C- 등급 몬스터도 잡은 몸이거든?’


어떤 얼굴을 할지 기대된다. 아주. 매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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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EX특성(2) +1 19.01.24 669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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