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CRC
작품등록일 :
2019.01.11 19:18
최근연재일 :
2019.03.14 23:1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4,473
추천수 :
435
글자수 :
177,944

작성
19.02.26 08:15
조회
390
추천
17
글자
16쪽

4. 기묘한 봉사활동(4)

DUMMY

“공격자는?”


사탄이 느릿느릿 일어서며 말하자, 정예악마가 한쪽을 가리켰다.


“형태만 얼핏 봤습니다. 저쪽에서 갑자기 나타나 마족을 향해 공격을 날리곤 바로 사라졌습니다. 이동계열 기술이 특기인 듯합니다.”


“람?”


“단언할 순 없지만, 느껴지는 기운으로 판단컨대 하위악마였습니다. 빈민굴에 악마가 여럿이진 않을 테니 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흥미롭네···”


사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옷을 부욱 잡아 찢었다.

파앙! 마기를 분사해 몸에 묻은 불순물을 털어낸 뒤, 호위가 건네주는 새 옷을 입었다.


“일단, 조금 전 그놈을 람이라 치자고. 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호위가 목적이 아닐 경우 정예병이 놈을 제압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정면으로 맞붙으면 5초 이내, 도망 다니며 시간을 끌면··· 이동계열 특성을 생각해도 3분 안팎입니다”


그 말에 사탄이 피식 웃었다.


자신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예병은 전부 상위악마. 하위악마 따위는 손쉽게 소멸시킬 수 있다.


“궁금하지 않아?”

“···어떤 게 말씀입니까?”


사탄은 아직도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마족들을 향해 턱짓했다.


“늑대 얼굴의 마족이 저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줬잖아. 그걸 보면, 녀석들은 오랜 시간 이곳에서 고립돼 살아온 게 맞아. 감을 완전히 잃은 거지”


“오랜 고립 생활로 무릎 꿇지 않는다는 마계의 불문율을 잊었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래. 저들끼리 이렇게 수천 년을 살아가면서 무뎌진 거야. 이 모습이 너무나 당연해 자연스러운 거지. 하지만 귀족이 이 모습을 봤다면? 빈민굴은 그날로 완전히 사라졌을걸”


정예악마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힘의 차이에 따라 상대에게 무릎 꿇어야 한다면, 귀족들도 자신보다 강한 귀족을 상대로 매번 무릎을 꿇어야 해. 그들이 이런 문화를 용납할 리 없어”


“그렇습니다. 귀족이 이 모습을 봤다면 이곳을 지배하는 집단 전체를 소멸시킬 테지요. 자신도 받지 못하는 경배를 받고 있으니 용납할 리 없습니다. 또한, 긍지를 잃고 굴복하여 당연하다는 듯 무릎 꿇는 빈민굴 마족들도 소멸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사탄이 분노한 이유는 빈민굴의 마족들에게 뭔 짓을 했길래 이들이 이처럼 긍지를 잃었나 하는 것이었지만, 일반적인 귀족들이라면 정예악마가 말한 부분에서 분노했을 것이다.


“그래. 그런데, 그런 미친 짓을 나에게 당당히 보여줬지. 늑대 얼굴의 마족은 소멸할 때까지도 내가 분노한 이유를 알지 못했고 말이야”


“음···”

정예악마가 침음을 흘렸다. 사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급하게 빈민굴로 돌아가려 했던 마족들을 떠올렸다.


“기본적인 불문율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어기는 놈들이 뭔가를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얼마나 구린 것일지 궁금하지 않아? 이런 놈들조차 필사적으로 숨길만큼 구린내 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사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녀석들은 철저하게 약육강식에 심취해 있어. 어찌 보면 가장 마계답다고도 할 수 있지. 그러니까 동태눈깔과 나에게 눈을 치켜뜨며 대들었겠지”


귀족의 자제건 뭐건 늑대 얼굴의 마족에겐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자신보다 상대가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것뿐이었을 테니까.


“조금 전 소멸한 마족은 너희의 기운을 제대로 읽지 못했을 거야. 아마도 자신과 동급이나 그 이하의 중급 마족이라 생각했겠지”


“예···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그래. 그러니까 지가 더 강해서 무릎을 꿇었다느니 하는 개소리를 했겠지. 하지만, 람이라면?”


“하위악마쯤 되면 저희가 상위악마라는 걸 눈치챘을 겁니다”


“그래. 너희가 상위악마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거야. 자신은 가볍게 소멸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거고. 그런데도 모습을 드러냈지”


정예악마 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철저하게 약육강식에 매몰된 악마가 상위악마 둘이 버젓이 있는데도 모습을 드러내고 공격을 감행했다. 이해가 안 되지?”


소멸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지켜야만 했던 비밀.


“나는 그게 뭔지 너무 궁금하거든. 얘들 다 불러와. 여기 싹 다 뒤집어엎어서라도 찾아보자고”


사탄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거봐! 나는 딱! 보자마자 미친놈인 줄 알았다니까? 죽일 듯이 눈을 부라리는데 내가 어이가 없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동태눈깔이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


한창 식사 중이었기에 그 작달막한 입에서 씹다 만 타란툴 머릿살이 마구 튀었다.

당연하게도 마주 앉아 있는 내게 우수수 쏟아졌다.


‘에이 씨··· 더럽게 진짜···’


가볍게 흘겨보자, 중2병 환자가 스리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데려온 악마랑 마족들이 전부 동원돼서 빈민굴 뒤지는 중이야?”

“그래”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얼굴에 달라붙은 음식 파편을 떼려는 찰나, 초록 눈깔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해”


지난번, 마기로 한번 찍어누른 후 그녀가 부쩍 조심하는 게 느껴졌다.

문제가 있다면 옆에서 계속 힐끔힐끔 눈치를 보니, 나까지 괜히 불편하다는 거다.


“네? 아, 예··· 그럼···”


조심스레 손을 뻗더니, 내 얼굴에 붙어있던 타란툴 건더기를 떼어 입으로 쏙 가져가 야물야물 씹는다.


“에이 씨! 쌍으로 진짜··· 더러워 죽겠네!”


조심스러워하긴 하지만 하는 짓은 여전히 또라이다.


나는 결국 포크를 내려놓았다.

한 명은 입에서 음식물을 마구 쏟아내고, 다른 한 명은 그걸 주워 먹고 있으니 비위가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몫의 접시를 앞으로 밀며 나눠 먹으라고 하자, 둘의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졌다.


“오늘은 정예악마들한테 나눠주지 않을 거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도 돼”

“오! 진짜? 나야 좋지!”

“네~”


늑대 얼굴의 마족이 갑작스레 터지며, 졸지에 핏물로 샤워하게 된 건 정예악마 탓이 아니다.

하지만, 핏물과 파편이 튀는 걸 막아주지 않은 건 호위들의 의지가 맞았다.


그러니, 매번 나눠주던 음식을 주지 않을 생각이다. 소심한 복수랄까.


‘비위도 좋다··· 어휴···’


기뻐하는 두 여인을 잠시 바라보던 사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텐트를 빠져나갔다.


사탄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두 여인이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가 남기고 간 머리 찜을 집어 먹었다.


“하응!”

“꺄응!”


두 여인이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타란툴 영혼이 들어간 음식을 처음 먹어본 그녀들의 얼굴은 헤실헤실 풀어져 있었다.


“이거 봐! 저 자식, 제가 먹는 음식은 더 맛있게 만든다니까? 냄새부터가 다르다고! 내 말이 맞지?”


칠칠치 못하게 턱밑까지 침을 질질 흘리며 은발의 소녀가 말했다.


“그래도··· 조금 위험했어요. 오늘은 유독 기분이 안 좋아 보였잖아요. 다음에는 안 통할지 몰라요. 오늘도 다 알면서 넘어가 주신 느낌이라···”


서큐버스 또한 몽롱한 얼굴로 오물오물 씹고 있었지만,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비위를 상하게 해 음식을 강탈한다는 작전이 먹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다시 시도하면 뻔히 알고 있는 사탄에게 호되게 얻어맞을 테니까···.


버프 효과는 여전했지만, 타란툴 영혼을 먹는다고 마기 스탯이 계속 상승하진 않았다.

총 15개의 마기 스탯이 상승한 후 더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맛있다는 이유로 사탄은 계속 영혼을 뿌려 먹었고, 그의 음식에서만 환장할 만큼 맛있는 냄새가 나니, 그것을 먹고 싶었던 둘이 머리를 모아 꾀를 낸 게 지금의 퍼포먼스였다.


“씨이··· 너무한 거 아니냐? 지만 맨날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


소녀의 칭얼거림에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챙겨주는 타란툴 요리만으로도 감지덕지했으니.


“벌써 다 먹었어··· 어떻게··· 더 먹고 싶은데···”


뭐가 그리 서글픈지 소녀의 눈망울이 그렁그렁 해졌다.


“···왕자님이 마족들에게 검술을 알려준다고 하셨잖아요”


서큐버스가 스리슬쩍 소녀의 눈치 보며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그걸 도우면, 잘했다고 또 요리를 해주시지 않을까요?”


소녀의 고운 아미가 일그러졌다.


“아까 이야기 못 들었어? 공포에 절어 무릎을 꿇는다잖아! 그런 것들은 더는 마계의 일원이라 볼 수 없어. 그럴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고! 반푼이도 완전히 생각이 변했을걸?”


지도 스킬이 생긴 사탄은 빈민굴의 마족들에게 검술을 알려주고, 경험치 셔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빈민굴의 마족은 검술을 통해 자력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기를 수 있고, 본인은 그들이 사냥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했던 거다.


“왕자님은 그래도 계획대로 진행하실 거 같은데···”


“싫어 싫어! 나는 그런 것들에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에이, 그러면 나 혼자 왕자님 도와드려야겠다”


그녀는 무심한 척, 티 나지 않게 소녀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다.

앙다문 입이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빈민굴 마족이 수십만 명은 된다던데, 왕자님 혼자서 고생하실 때 짠! 하고 도와드리면 고맙다며 요리를 착!”


그녀가 다시 힐끔 소녀를 보자, 눈썹이 한가득 찌푸려져 있었다.


“어쩌면 왕자님이 드시는 음식과 같은 걸 받을지도··· 꺄~ 너무 맛있겠다”


“야! 치사하게! 하려면 같이하고 말라면 같이 말아야지!”


소녀가 결국 꾹 닫았던 입을 열고 버럭 소리쳤다.


“제가 왜요? 저는 왕자님 시종이라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데요?”


그 표정이 너무 얄미워, 결국 소녀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늘 같은 패턴이었다.

소녀는 버럭버럭 소리 지르며 죽일 듯이 잡으러 다녔고, 그녀는 쏜살같이 도망치며 계속 소녀를 약 올렸다.


그리고 소란의 종지부도 항상 같았다.

따콩! 쾅!


“힝!”

“꺅!”


서큐버스와 은발의 소녀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바빠죽겠는데 이것들이 밥 잘 먹고 또 지랄이네, 또 지랄이야.”


사탄이 신경질적으로 구시렁거렸다.


시기와 분노의 악마가 소란의 대상이다 보니, 막을 수 있는 자가 사탄밖에 없었다.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소방수 역할로 불려와야 했다.


“왜 나만 아프게 때려! 이 나쁜 놈아! 이번엔 분명히 들었어! 따콩이랑 쾅이었다고!”


소녀는 바락바락 소리쳤고.


“죄송합니다”


서큐버스는 재빠르게 용서를 구했다.


소녀가 쫙 째진 눈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너무 비교되는 타이밍이지 않은가.


“오랜만에 검술대련 좀 하자. 나와!”


“시··· 싫어! 싫다고! 손목, 손목 뿌러진다! 아퍼! 아프다고! 헉! 뿌러졌다!”


“안 속아. 네 근력 스탯이 몇인데 개소리야”


“스··· 스탯이 뭔데? 자, 잠깐만! 쟤도 같이해! 왜 맨날 나만 맞아!”


“맞는 거 아니야. 대련이야”


사색이 되어 끌려가는 소녀를 바라보는 서큐버스의 표정이 결연했다.


'이걸로 어느정도 됐어···'


이 정도로 약 올렸으니, 아마 시기와 분노의 악마도 같이 검술을 지도할 거다···.

자신도 빈민굴 출신이기에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뼈에 사무치도록, 아직도 그 시절의 악몽을 꿀 만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빈민굴 마족들에게 다신 찾아오지 않을 구원의 손길이다.

희망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한 줌의 빛이 내비치는 것이다.


대충 이야기만 들어봐도 이곳은 자신이 있었던 곳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산다는 기분으로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느낄 좌절과 절망, 체념이 이해되기에 가슴이 저릿했다.


‘한 명이라도 더 가르쳐야 해’


그녀는 손등에 힘줄이 우둘우둘 돋을 만큼 주먹을 꼭 쥐었다.


***


수색은 며칠째 진척이 없었다.

수십만의 마족이 사는 곳인 만큼 빈민굴은 방대했고, 인력은 부족했다.


“돌아버리겠네··· 소멸보다 두려운 게 뭐가 있지?”


사탄은 작게 한숨 쉬었다.

저 치들의 작태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민굴의 마족들은 잔뜩 겁에 질려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질문에는 고개만 조아리며 묵묵부답이었다.


이 지역을 장악했다는 마족들 역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공포심을 조장하려고 본보기로 몇몇 마족을 소멸시켰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검술 지도는 나름대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큐버스가 소극적인 빈민굴의 마족들을 한 명, 한 명 설득하면서 끌어냈다.


‘초록눈깔이 너무 의욕적이던데···’


그녀를 잠시 떠올린 사탄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해지는 것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그녀가 굉장한 의지를 보이며 마족들을 가르치는 게 의아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지가 지도 스킬 있는 줄 알겠네’


사탄이 피식 웃었다.


“왕자님”

“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서큐버스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봉사활동 기간이 이제 26일 남았잖아요”


“응. 그게 왜?”


“봉사활동 끝나고 저희가 돌아가면, 여긴 다시 저 마족들이랑 람이 지배하겠죠?”


그녀의 얼굴에는 언뜻 초조함 마저 담겨 있었다.


“글쎄? 여기서 뭔 짓을 하고 있었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주 큰 죄를 지었다면요?”


“죄라는 건 상대적이긴 하지만, 내 마음에 안 들면 죄다 소멸이지 뭐”


마족들을 강제로 무릎 꿇린 일만 해도 소멸당해 마땅하지만, 그 일이 알려진다면 긍지를 잃었다며 빈민굴의 마족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뭔 짓을 했다면··· 그걸 빌미로 저 범죄집단만 소멸시킬 수 있었다.


“확답만 주신다면 제가 알아낼 수 있어요!”


“···네가?”


“네! 할 수 있어요! 저들이 두려워하는 건 저희가 돌아간 뒤니까요!”


“···그래. 해봐”


사탄의 떨떠름한 대답에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송곳니가 길쭉하게 난 돼지를 끌고 나타났다.


“···그건 뭐냐?”

“빈민굴에 사는 하급 마족이에요”


사탄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돼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족··· 맞아?”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먹지 못해 퇴화한 거예요. 그··· 아시잖아요. 이족보행 돼지형 마족”


“퇴화라···”


너무 충격적인 모습에 사탄이 말을 잃었다. 마족이라기보다는 정말 인계에 있는 돼지 같았으니까.


‘아무리 못 먹었다지만 이렇게까지 변하나?’


그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서큐버스가 부연했다.


“근원의 손실률이 높은 거예요. 제대로 먹지 못한 마족이 퇴화한 근원으로 자식을 낳고, 그의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그게 반복되면 이렇게 돼요. 빈민굴에선 흔한 경우예요”


“···빈민굴에 대해서 잘 아나 봐?”


“아··· 예. 저도 빈민굴 출신이에요. 서북부 지역이요”


사탄의 고개가 작게 흔들렸다.


'연민이나 동질감 뭐 그런건가'

그녀가 묘하게 의욕적이었던 이유를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요점은?”


서큐버스는 대답 대신, 돼지에게 시선을 줬다.

사탄과 서큐버스, 둘의 시선을 동시에 받게 된 돼지가 부담스러운지 눈을 꾹 감았다.

몸을 덜덜 떨긴 했지만, 나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람님··· 아, 아니 라, 람은 마족을 먹어요”


“···뭐?”


“차··· 창고에 마족들을 주,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보관하면서 토, 토, 통째로 머···먹어요”

“···”


동족 포식.

그 잔혹하면서도 금기된 단어가 튀어나왔다.


사탄은 비로소 마족들이 소멸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다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장난삼아 문어 다리 몇 점 먹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혼 섭취.

다른 마계 일원의 영혼을 먹어 자신의 힘을 살찌우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


그것이 통용된다면 진즉에 마계는 동족상잔으로 멸망했을 것이다.


으득.

사탄의 이가는 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야차 같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의 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완) 그리고 휴재공지 +1 19.03.15 220 0 -
26 6. 인간계로! (1부.완) +5 19.03.14 297 18 15쪽
25 5. 너의 이름은(5) +2 19.03.13 317 16 14쪽
24 5. 너의 이름은(4) +5 19.03.12 283 15 15쪽
23 5. 너의 이름은(3) +9 19.03.10 327 15 13쪽
22 5. 너의 이름은(2) +1 19.03.10 334 18 13쪽
21 5. 너의 이름은(1) +7 19.03.09 325 17 14쪽
20 4. 기묘한 봉사활동(7) +7 19.03.06 328 14 15쪽
19 4. 기묘한 봉사활동(6) +12 19.03.04 370 16 14쪽
18 4. 기묘한 봉사활동(5) +13 19.02.28 389 17 16쪽
» 4. 기묘한 봉사활동(4) +5 19.02.26 391 17 16쪽
16 4. 기묘한 봉사활동(3) +5 19.02.23 420 18 16쪽
15 4. 기묘한 봉사활동(2) +4 19.02.19 468 17 17쪽
14 4. 기묘한 봉사활동(1) +7 19.02.16 522 18 17쪽
13 3.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4) +4 19.02.14 520 21 14쪽
12 3.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3) +3 19.02.11 523 17 18쪽
11 3.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2) +1 19.02.10 510 17 17쪽
10 3.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1) +2 19.02.07 561 16 18쪽
9 2. EX특성(5) +1 19.02.04 550 11 14쪽
8 2. EX특성(4) +3 19.02.03 590 15 21쪽
7 2. EX특성(3) +3 19.01.27 614 18 16쪽
6 2. EX특성(2) +1 19.01.24 669 14 19쪽
5 2. EX특성(1) +2 19.01.24 682 14 14쪽
4 1. 미운 6살(3) +1 19.01.19 793 18 16쪽
3 1. 미운 6살(2) +3 19.01.16 1,029 18 16쪽
2 1. 미운 6살(1) +3 19.01.14 1,281 21 13쪽
1 프롤로그 +4 19.01.11 1,364 1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