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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이 무한대인 초영웅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빈
작품등록일 :
2019.01.11 20:43
최근연재일 :
2019.10.24 22: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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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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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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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리는 사실...

DUMMY

“뭐···.”


무심코 큰소리가 나오려던 걸 필사적으로 참는다.

지금 이 자리에는 나 말고 다른 자들도 있다.

충격적인 말을 들어도 섣불리 티를 낼 수가 없었다.

특히 그것이 종말과 관련된 거라면.


‘그게 무슨 소리냐!’


대신 마음속으로 대화했다.

이놈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모양이니 이래도 상관없겠지.


‘아직 이런 놈들이 세 마리 더 남았다고?’

[네]

‘그럼 오늘 남은 놈은 종말의 원인이 아닌 거냐?!’


믿을 수 없다!

그렇게 센 놈이 종말의 원인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종말을 부를 존재는 대체 뭐란 말인가?


[당연히 아니죠.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 없습니까? 아직 종말이 올 시간도 아닙니다]


그, 그건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아직 종말이 온다고 명시된 일자가 아니었다.


‘그럼 우리가 잡은 놈은?’

[일종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괴수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존재. 마왕 밑의 사천왕쯤 되는 놈이라 할 수 있죠. 마침 숫자도 정확히 넷이니 딱 맞습니다]

‘···그 중요한 걸 왜 지금 말해!’


일났다.

진짜로 일났다.


지금 련주를 포함한 무련 사람들은 자신들이 종말의 원인을 제거했다고 확신하는 중이다.

그래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종말의 원인을 쓰러트렸다고 선언한 거다.


···그런데 사실 아니었다면?

전 세계에서 비난이 쇄도할 거다.

아니, 비난이 문제가 아니라 나 같으면 쪽팔려서 자살할지도 모른다.


[남 일처럼 생각하는군요. 저들이 당신을 영웅으로 내세운 이상 당신도 그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텐데]


그래, 그게 문제지!

괜히 나까지 함께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무슨 의도야? 왜 가만있다가 이제야 이걸 알려주는 거지?’

[안 물어봐서]

‘웃기지 마!’


그따위 농담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건.

말하려면 진작 말했어야 했다.

시스엘이 입 다물고 있던 탓에 지금 바로 발언을 정정하고 대책을 짜려고 해도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생길 거다.


사실 그게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해도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하고 따라 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러면 종말을 막는 일에도 차질이 생겨서 상식적으로 시스엘에게도 전혀 이득이 없는 일이다.

놈의 목적은 우리처럼 종말을 막는 것일 테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라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어쩔 수 없군요]


이상해서 시스엘을 추궁하자 곧바로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다.


[당신 생각이 맞습니다. 일부로 늦게 알렸습니다. ···저 남자, 련주를 견제하기 위해서죠]

‘련주를 왜?’

[그도 이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으로 사악한 존재는 아니지만 너무 호전적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위급상황이라도 그렇지, 중국을 점령하고 한국을 침략한다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확실히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제가 당신에게 진작 거대 괴수가 세 마리나 더 있다는 걸 알렸다면 련주에게도 말하겠죠?]

‘아니, 말하지 말라고 하면 나도···.’

[나 보고 그걸 믿으라고?]


···미안. 잘 생각해 보니까 나도 못 믿겠다.

나는 목숨 걸린 일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걸 진작 알았으면 충격에 빠져 사실을 누설했을지도 모른다.


[련주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일단 거대 괴수에 대해 숨긴 채로 공작에 들어갔을 겁니다. 말이 좋아 동료를 모으는 거지, 한국에 그러려던 거처럼 다른 나라를 습격하여 강제로 전력을 징병하려 했겠지요. 다름 아닌 당신의 힘을 빌려서요]

‘그래서?’

[이 경우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전 그러니 련주가 날뛰지 못하도록 견제 삼아 그가 전 세계에 선언하는 걸 내버려 두었습니다]


아앙, 이제야 뭔 소리 하는지 알 것 같네.


사실 우리들이 오늘 잡은 거대 괴수는 종말의 원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단순히 굉장히 강하니까 원인이라 단정 짓고 설레발 친 거다.

이 진실이 세상에 퍼져 나가면 련주로서는 개쪽도 이런 개쪽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창피를 당하니 가능한 숨겨야 하는데 이 와중에 다른 나라에 전쟁을 걸 겨를이 있을 리 없다.


아무 명분 없이 각성자들을 모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고, 종말에 맞서기 위해 모은다고 밝히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둘 다 피하기 위해서는 전쟁 자체를 일으켜서는 안 되겠지. 각성자를 모아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모을 수밖에 없어.’

[그렇지요. 그래서 일부로 늦게 밝힌 겁니다]

‘···근데 이러면 내가 힘들어지지 않나?’


련주에게 도움을 청하든,

그를 견제하든 일단 내가 그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라 무서운데. 내가 그걸 어떻게 그걸 아냐고 추궁할 게 분명하고.’

[적당히 속이십시오]

‘뭘 어찌 속여. 그리고 나머지 삼대 괴수는 어디 있는 건데?’


있다면 또 날뛰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당신 생각에는 어디 있을 것 같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힌트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힌트?’


···아!


‘거대 괴수는 오늘 잡은 놈까지 쳐서 총 네 마리! 우리 각성자 사이에도 유명한 4가 있지.’


바로 이 무련을 포함한 각성자 사대 단체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조직들.

기묘할 정도로 숫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데다 거대 괴수 중 하나는 이쪽 무련의 영역에 있었다.

그 말은 다른 괴수들도 다른 삼단체의 영역에 있다는 건가?



[맞습니다.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빠르시군요]


시스엘이 긍정한다.


[다른 거대 괴수도 무련이 그랬던 거처럼 일찌감치 사대 단체에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걸 련주에게 전해 협력을 요청하십시오]

‘···알았어.’


다만 오늘 당장은 무리다.

다들 흥분한 상태인데 바로 말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우선 하루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동안 변명할 말도 생각해 두어야 하니까.





다음날.

련주가 자금성에 준비해준 화려한 방에서 묵었던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대충 준비를 한 뒤에 련주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갔다.


“흠, 무슨 일인가?”


무련 놈들은 잠이 없는가 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알현실에 찾아간 건 데도 련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있다.

삼태상이나 장로들이 옥좌에 앉은 련주를 지켰다.


련주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나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했다.


“아무래도 어제 쓰러트린 게 종말의 원인이 아닌 것 같아.”


라고, 다들 듣는 데서 사실을 밝히자 분위기가 변한다.

근엄하게 련주를 호위하고 있던 삼태상과 장로들은 전원 흠칫했고,

련주는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얼이 빠졌다고 해도 무방한 분위기를 풍겼다.


“···뭐라고!”


그러다 곧 크게 화를 낸다.

이성을 잃고 기세를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련주를 중심으로 막대한 기가 소용돌이쳤다.

자금성, 아니, 중국 전역에 그 기에 반응하여 흔들리는 듯했다.


“이봐, 진정해!”


내가 말리려 해도 쉽사리 듣지 않았다.


“어떤 근거도 없이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라면 아무리 그대라도 가만두지 않겠다!”

“근거라면 있어. 솔직히 아직 종말이 일어날 시기도 아니잖아? 그런데 과연 우리가 쓰러트린 게 진정한 종말의 원인이라 할 수 있을까?”

“···!”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련주가 멈칫한다.

기를 가라앉히고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잘 생각해 봐. 너도 바보는 아니니 이상하단 걸 느꼈겠지.”

“···하지만 그 괴물이 원인이 아니라면 진짜 원인은 무엇이라 말인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거대 괴수에게 일방적으로 농락당했던 련주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나도 비슷한 불안을 느끼고 있지만 나조차 자세한 건 모르니 대답해줄 수는 없다.

딱 한 가지만 빼고.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짐작이 가는 데는 있어.”

“그게 무엇인가?!”

“나머지 삼대 단체.”


서슴없이 대답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오히려 왜 이들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라면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알고 있겠지.


무련이 중국을 점령한 거처럼,

나머지 세 단체도 대놓고 나라를 점령하지 않았을 뿐으로 그에 버금가는 권세를 자랑하고 있다.


“너희가 거대 괴수를 발견한 거처럼 틀림없이 이들도 뭔가 발견한 게 틀림없어.”

“···.”

“나는 당장 이들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비밀리에 말이다.

나는 련주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 드러내 놓고 행동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후다. 동네방네 종말의 원인을 쓰러트렸다고 떠들어댔는데, 이게 들통날 빌미를 만들면 곤란해. 너희도 나도.”

“확실히 그렇군.”


천위류가 신음하듯 말한다.

사이 나쁜 그도 동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쪽팔린 일이니까.


하지만,


“허나 그것은···.”


어째선지 련주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종말은 막으려는 그의 열의에 반대되는 우유부단한 태도였다.


아, 혹시 종말교 때문에 그런가?

나도 한 번 부딪혀 본 적 있는 사이코들의 단체인 종말교.

종말이 신의 징벌이고 괴수가 신의 사자라 주장하는 이 미친 것들도 실은 사대 단체에 속한다.

어찌됐든 많은 각성자들을 보유한 데다 거기에 협력하는 신도와 부유층도 있다.


‘세상 참 말세네.’


이 종말교 때문에 주저하는 거라면 이해한다.

이놈들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훼방을 놓을 것들이니까.


‘잠깐 그러면 종말교 놈들도 거대 괴수 중 하나를 관리하고 있는 건가?’


놈들도 사대 단체의 일원이니 당연하리라.

다른 단체는 몰라도 이놈들은 거대 괴수로 무슨 일을 벌일 게 분명한 놈들인데 산 넘어 산이네 진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다.”


다급해진 나는 련주를 설득하려 했다.


“그럼 일단 종말교는 빼자고. 나머지 두 단체를 불러 진위를 묻고 협력한 다음, 혼자 남은 종말교를 다 같이 족치는 건 어때? 이럼 위험부담도 없을 거야.”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군.”


련주가 한숨을 내쉰다.


“꼭 괴수교가 아니라도 믿을 수 없다. 나머지 두 단체가 우리에게 순순히 협력할 리가 없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이건 세상의 위기야.”


사대 단체끼리 불화가 없다고는 말 못하리라.

오히려 경쟁 세력이니만큼 서로 사이가 나쁜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세상이 망하면 다 끝장이다.

다른 두 단체도 무련처럼 엄연히 이 세상에 속한 자들.

자기들이 죽기 싫어서라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리 설명했는데 어째 다들 반응이 이상하다.

련주뿐만 아니라 태상이나 장로들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련주의 말에 동의합니다.”

“멍청한 놈이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너희가 하기 힘들다면 날 특사로 보내도 괜찮아. 반드시 협상을 성공시켜오지.”


부정적으로 말하는 자들에게 반박했는데,


“무리다. 그대는 애초에 결정적인 걸 착각하고 있으니.”


련주가 씁쓸하게 말을 잇는다.


“방금 같은 세상에 사는 자들인 이상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 했지?”

“그래.”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 사실 다른 두 단체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니 말이다.”

“···뭐?”


순간 잘못 들었나 했는데 련주는 지극히 진지한 목소리로 거듭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 소위 말하는 이세계에서 온 자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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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종말교 교주. +5 19.10.20 1,386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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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종말교로. +5 19.10.15 1,572 38 8쪽
61 막타만 때려. +10 19.10.14 1,684 36 9쪽
60 진짜 여기라고? +9 19.10.13 1,824 4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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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착각하셨군. +5 19.10.10 2,051 43 8쪽
56 봉투 줄까? +4 19.10.09 2,072 46 11쪽
55 꼽사리임. +6 19.10.08 2,141 45 10쪽
54 치킨. +15 19.10.08 2,185 63 11쪽
53 너, 나한테 뭔 원한이라도 있냐? +8 19.10.06 2,614 49 11쪽
» 우리는 사실... +4 19.10.06 2,459 48 12쪽
51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4 19.10.04 2,514 58 11쪽
50 진정한 영웅의 힘. +6 19.10.03 2,581 44 12쪽
49 인연도 5. +8 19.10.02 2,599 54 12쪽
48 오직 미션뿐이다. +5 19.10.01 2,637 52 12쪽
47 말이 씨가 된다. +8 19.09.30 2,706 50 11쪽
46 안 보인다며. +6 19.09.29 2,879 55 12쪽
45 몰살. +6 19.09.28 2,968 62 12쪽
44 크레타인. +7 19.09.27 3,110 60 12쪽
43 날 못 믿겠냐? 응. +9 19.03.06 3,977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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