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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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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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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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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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두 번째 시련으로, 2계층의 지배자

DUMMY

[갑자기 웃는 걸 보니 실마리를 찾은 모양이군.]


‘아니면 아니지만 일단 추리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니니 잘 들어봐.’


심연의 목소리가 말한 대로 미궁은 살아있는 몬스터와도 같다.

그렇다는 말은 나는 거대한 몬스터의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뜻했고, 미궁은 내 생각과 행동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내 추리가 들어맞는다면 다음 단계로 가는 통로가 열리던지 분명 어떠한 변화가 보일 것이다.


‘우선 골렘, 녀석은 단순히 쇠창살의 함정을 위해 만들어진 녀석에 불과해.’


[함정을 위해 만들어진 함정이라는 말이냐.]


‘이 공간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겉으로는 단단해보여도 실제로는 쉽게 부서져, 골렘은 이런 대지에서 만들어지면서 나타났고.’


황토색의 쉽게 부서지는 돌덩이들.

단순히 내 힘이 넘쳐서 파괴가 어렵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힘 좀 쓴다는 자들이면 고운 가루로 빻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골렘은 이런 암석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위압적인 모습과 달리 실은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니 내 힘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패턴만 파악한다면 어렵지 않게 격파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첫 번째 함정의 쇠창살을 피한 뒤에 골렘은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덮쳐왔잖아, 그때 내게 표식을 새겨놓았을 지도 몰라, 아니면 내가 골렘의 핵을 부쉈을 때라던가.’


말 그대로 추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단 한 번의 출현과 쉽게 격파가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을 해볼 만했다.


첫 번째 함정이후에 곧바로 골렘이 등장했다.

땅 속에서 날 겨냥하고 있었다면 쇠창살이 정확하게 날 노리고 날아올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된다.


어차피 골렘에게 죽든, 함정에 죽든 미궁의 입장에서는 신이 정한 설계대로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용안을 통해 골렘의 핵을 쉽게 발견해 부술 수 있었지만, 그걸 모르는 자들은 골렘과 함정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구조였을 것이다.


그리고 골렘은 핵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이곳의 암석에 의해 무한히 재생을 했을 테고, 내가 벽을 부쉈을 때도 공간이 곧바로 재생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 부분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가 골렘에게 일격을 먹었기 때문에 표식이 새겨진 것일 수도 있고, 핵을 파괴했기 때문에 새겨진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쇠창살의 함정이 날 정확하게 노릴 수 있도록 골렘은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렇군,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구먼, 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골렘의 비밀과 쇠창살의 함정을 간파한 것 외에도 다른 것이 남아있는 모양이군.]


나는 자리에 편히 앉으며 심연의 목소리에게 대답해주었다.


‘다른 것으로 넘어갈 필요도 없이 쇠창살의 함정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보면 해답은 나와 있어.’


이 공간은 시련자에게 수많은 힌트를 계속 내보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 것이 쇠창살의 함정이다.


그 중 하나가 첫 번째 함정은 피할 수 있도록 창살이 날아오지만, 두 번째 함정은 시련자에게 이미 꿰뚫렸다는 결과를 초래한 함정이 발동한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 미궁에 발을 들인 자들은 크나큰 착각에 빠져들 수 있다.


심연의 목소리는 아직도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지만, 나는 급할 것 없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시작했다.


‘함정이 발동될 때의 소리는 동일한 크기로 심연의 너머에서 들려왔지.’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내려앉은 듯 낮게 깔린 소리, 그것은 마치 아주 멀리서 나는 소리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횃불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그 너머의 공간은 내다볼 수 없다.

창살이 날아온 곳으로 아무리 이동을 해보아도 소리는 항상 똑같이 울리기만 할 뿐이다.


창살을 쏘아낸 장치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상하게 여길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함정은 항상 발동되고 소리는 멀리서 들려온다는 것, 이 점 하나만으로도 비밀을 푸는 열쇠로 충분하였다.


[그렇군, 낮게 깔린 소리는 들려오고 첫 번째 함정이 발동될시 창살이 날아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다가 지근거리에서만 들려왔다는 것은 이상하군.]


여기서 심연의 목소리가 지근거리라고 말한 범위는 횃불이 밝히고 있는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곧바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소리로 인해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아 낼 수 있었다는 점이야.’


솔직히 말해서 함정의 장치나, 창살이 날아오고, 꿰뚫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히 대상을 죽이기 위해 발동된 것이 맞았고, 그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공간은 횃불이 밝히고 있는 곳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텅 빈 공간이다.


횃불의 역할은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장치일 뿐이다.

횃불의 영역 안에 벗어난 공간은 눈에 보이는 대로 심연인 것이다.

용안으로 꿰뚫어보지 못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가며 횃불이라는 시각적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발상을 이용하여 신의 설계에 놀아난 것이다.


함정의 발동 시 들려오는 소리의 속임수까지 더해지니, 아마 웬만하면 이 공간의 비밀을 밝혀내기 전에 대부분이 쇠창살의 트랩에 의해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리라.


어느 누가 처음 들어선 공간이, 실은 횃불이 밝히고 있는 공간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함정이 여러 번 발동되고 몸소 부딪혀본 뒤에서야 비로소 의심을 가지고 추리를 해나갈 수 있었으니.


[흥, 내가 널 과대평가하고 있었나 보구나, 생각보다 많이 늦었다 이 놈아.]


추리를 끝마치자 심연의 목소리가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치고 들어왔다.


‘뭐? 잠깐만···너 설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냥 허세부리는 거지?’


그러자 심연의 목소리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찬물을 끼얹어주었다.


[이 몸이 누구라 생각하는 것이냐, 아무리 그래도 처음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네 녀석보다는 훨씬 빠르게 이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진짜? 거짓말 아니야? 그렇다면 왜 모른척하고 있었던 거야.’


[이 미궁의 시련을 받겠다고 한 것은 네 녀석이지 않느냐, 내가 알려줘서 어쩌자는 건지···쯧쯧.]


어쩐지, 평상시 늘 훈수를 달고 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조용하게 잘 모른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느껴지더니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너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네 녀석 복부에 첫 창살이 박혔을 때 알았다 이 놈아.]


‘역시 이런 미궁을 만들어낸 신과 같은 위치라 그런지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네.’


[이 녀석이, 아직도 날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자유잖아.’


그 말을 끝으로 내 전신은 하얀 빛 무리에 감싸지기 시작했고, 나는 미궁의 다음 시련으로 넘어가는 것임을 직감했다.


---


초원의 한복판에 전이되었다.

짧게 자란 잡초와 넓게 탁 트인 시야.

대지는 평평했으며 몇 그루의 나무와 집채만 한 바위 몇 개를 빼면 그것이 전부인 공간이었다.


‘미궁이라고 해서 칙칙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네.’


[하지만 상당히 엉성한 공간이군, 하늘을 보아라.]


심연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태양과 구름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구름은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고 태양은 눈이 부실만큼 빛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그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은 가짜라는 말인가, 이 풀들과 흙은 진짜이지만.’


어린아이의 손에 그려진 것처럼 순박한 그림체로 그려진 구름과 태양.

엉성하지만 신기하게도 바람은 불었고 태양의 기운은 대지에 내리쬐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어떤 시련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겠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이었다.

땅에 난 것을 제외하면 하늘과 태양, 구름 등은 전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색을 덧칠한 것이었다.


비록 가짜이기는 해도 태양에 의해 공간은 대낮처럼 밝았고, 꽉 막힌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살랑이듯 불어와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 공간도 첫 번째 공간처럼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넘어갈 수 있는 건가?’


[똑같은 시련을 굳이 넣었을 리는 없겠지, 일단 주변을 둘러보자꾸나.]


바람을 등지고 초원을 거닐었다.

꽉 막힌 공간이라고 해도 훌륭하게 잘 구성이 되어 있었고 매우 넓었기 때문에 방목을 해도 상당히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심연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초원의 한 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바위의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자 우리들 외의 다른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엄청 평화로운데, 진짜 무슨 시련이 펼쳐질지···응?’


[보아하니 이 녀석이 이 층의 지배자인 모양이군.]


각각의 신이 직접 만드는 만큼 미궁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수많은 형태 중에서 계층별로 나뉜 미궁은 신이라 할지라도 만들기 번거로워 꺼려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만 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층 미궁의 모든 시련을 통과한 자들에겐 확실한 보상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미궁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들어왔지만.


어쨌든 정성을 들인 미궁인 만큼 앞으로 몇 계층의 시련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레이나에게는 아무런 언질도 없이 미궁에 들어섰지만, 숲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니 괜찮을 것이다.


‘일단 말이나 한 번 걸어보자.’


바위에서 뛰어내려 여전히 가만히 있는 존재의 앞에 섰다.


근육질의 탄탄한 육체.

피부는 짙은 회색에 탄력이 넘쳐보였고 신장은 대략 2M는 되어보였다.

그리고 옷을 걸치지 않았기 때문에 전라상태였는데 가릴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얼굴의 이목구비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은 내가 눈앞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쪽 팔로 머리를 받친 채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없었기 때문에 자고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이목구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코 고는 소리가 똑똑히 녀석을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꿈도 꾸고 있는 모양인지 무언가를 중얼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어디로 말을 내뱉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녀석으로부터 육성이 튀어나오고 있다.


‘이 고무로 만든 인체모형 같은 녀석은 뭐지?’


[이 공간만큼이나 상당히 엉성한 녀석이로군.]


나는 심연의 목소리 말에 살짝 웃으며 녀석에게 쪼그려 앉아 어깨를 흔들어 깨워보았다.

내 손길에 반응하는 듯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녀석이 잠에서 깬 기척이 느껴졌고 날 몇 초간 바라보더니 뒤늦게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녀석은 자리에 일어서는 동안에도 몇 번에 걸쳐 고개와 상체를 닭 대가리마냥 움직여대며 날 확인하였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감탄사를 연발해대었다.


“으음~ 응?! 오! 응···?! 오오! 흐음? 오호!!”


‘저, 정신없는 녀석이네.’


[엉성한 것으로도 모자라 산만하기까지 하군.]


2M가 넘는 회색빛의 이목구비가 없는 존재는 내 시선에 맞춰 쪼그려 앉은 상태로 그렇게 한 참을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미궁에 첫 발을 들인 날 신기하게 쳐다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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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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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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