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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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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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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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리벤지 매치

DUMMY

창공의 정원, 아리아의 신전.


넓은 공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15개의 계단이었다.

고개를 들어 확인 하니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위에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아 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었고, 나는 저 존재가 여신 아리아임을 직감했다.


단숨에 계단을 뛰어넘어 그녀의 앞에 섰다.


공간을 관장하는 여신.

무이전왕과의 전쟁으로 스스로 봉인을 택한 존재.


[지금 아리아를 깨우면 공간이 열리고 만다. 무슨 생각이냐.]


“여신, 여신 거리길 레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야.”


흰 색의 왕관이 머리에 얹어져 있었고, 의자에 비해 체구는 작았다.

왜소한 몸으로 세계의, 전 차원의 운명을 건 전쟁을 이어온 거였구나.


인간이 아닌 신이기에 중압감을 느끼긴 할까?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기분으로 이 긴 전쟁을 치렀을까?


갖가지 물음이 생각으로만 머문 채 나는 아리아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때 묻지 않은 새하얀 얼굴과 순진해 보이는 관상이다.

도저히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금방 눈을 뜰 수 있게 해줄 테니까.”


나는 그 한 마디만을 내뱉고 신전을 뒤로 하였다.


[고작 얼굴 한 번 보는 거였냐?]


“그게 뭐 어때서, 궁금할 수도 있는 거지.”


---


“기회를 줘도 걷어차는군. 좋다 이 자리에서 전부 죽여주마.”


제로와 분신이 마기를 피워 올렸다.

반더람은 지쳐있는 노바를 뒤로 물리며 발톱을 꺼냈고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휘둘렀다.


“범기골!”


반더람은 발톱 전부를 꺼내었다.

그 위력은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 명백히 틀렸으며 숲을 가르며 높게 치솟은 절벽까지 사정없이 긁어내었다.


카가가가각!!!!!


무수한 돌무더기가 쏟아지며 주변은 한 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제로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

반더람의 그림자로 이동하여 뒤를 잡아 그대로 마기를 두른 주먹을 뻗는다.


콰앙!!!


등을 허용한 반더람의 육신으로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마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반더람은 이 정도 공격쯤은 아무렇지 않아하며 곧바로 뒷발차기를 날려 제로의 복부를 걷어찼다.


푸왁!!!


제로의 상체가 터진다.

하체만 덩그러니 남은 채 쓰러지지만, 녀석은 죽지 않는다.

복제와 본체가 함께 죽지 않는 이상은.


녀석을 불사로 만들어주는 능력, 월식이다.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를 지녔다고는 하지만 반더람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제로의 본체는 그 광경에 감탄을 살짝 흘리며 곧바로 터져나간 분신을 폭발시켰다.


“마폭.”


지쳐있던 노바에게 날아가며 마폭을 시전한 제로.

하체는 마기를 잠시 응축하며 그대로 일대를 집어삼키며 폭발하였지만 노바는 서둘러 요선을 꺼내 자리를 피해보였다.


반더람은 곧장 달려 나가 본체를 향해 다시 한 번 발톱을 휘둘렀지만 그림자를 지배하는 제로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노바의 등 뒤로 나타나는 제로카로지스.

마기를 두른 양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찍어 누른다!


“노바양!”


쉬리릭!!!


반더람의 외침에 노바는 급선회하여 제로의 공격을 피한 뒤, 선의 청록검을 빼들어 휘둘렀다.


“뒤바꾸기.”


새로 생성된 복제와 본체가 이동하며 제로는 아로크를 회수하였고 곧바로 분신을 폭발시켰다.


콰앙!!!!


폭발의 여파로 요선의 비행이 불안정해졌지만 이내 중심을 잡은 뒤 반더람의 옆으로 착지한 노바.


반더람은 사나운 맹수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제로를 노려보았다.


“내 일격에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존재인가. 힘도 힘이지만 엄청난 맷집이군.”


겉으로는 멀쩡해보였지만, 사실 반더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제로의 능력인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에 대해서 모르는 탓에 카운터를 노렸지만 이 이상은 받아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적과는 차원이 틀림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등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촉.

그것은 마족의 힘으로 치부하기엔 터무니없는 데미지였다.


“마계의 다른 마족들과는 다르구려, 조심해야겠소. 노바양.”


“녀석은 마왕 다음가는 실력자, 아니 이제는 마계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예요, 어찌 보면 차기 마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차기 마왕.

그것이 뜻하는 바를 반더람이 모를 수 없었다.

수인족의 왕인 동시에 계승자로서의 힘을 지녔다곤 하지만.


마계의 왕이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주의의 세계.


하물며 마기를 끊임없이 제공받을 수 있는 홈그라운드에서, 이만한 강자를 상대하기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본 힘을 아직 내지 않았지 않나? 무엇이 너희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지?”


여유로운 제로와 달리 반더람과 노바는 그러지 못했다.

적의 소굴에서 무작정 힘을 낭비했다간 큰 변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미니엄과 칼은 정신을 잃은 상태.

마냥 전투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반더람님, 미니엄씨와 칼님은 제가 어떻게든 수습할게요.”


“그리 해주겠소? 아무래도 본 힘을 발휘해야할 것 같소이다.”


노바가 그리 말해주니 한층 마음이 놓인다.

요선이 가진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기 때문인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제로는 분신을 사용한다는 것.


어떻게든 저 둘을 상대하며 노바가 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대의 힘은 드래곤을 압도하는구려.”


“마계에서 드래곤이 설칠 수 없는 이유를 이제 알겠나.”


본체와 분신이 동시에 사라진다!

그림자 이동.


반더람은 이번에도 자신의 뒤에 나타나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주변은 숲, 그림자는 어디에서나 펼쳐져있다.


후웅!!!


하지만 야수의 직감으로 금세 위치를 파악한 반더람이 뛰어올라 제로의 멱살을 부여잡는다.

나뭇가지 위에 있던 제로는 반더람의 힘에 이끌려 그대로 딸려왔지만 반더람은 서둘러 다른 제로를 찾기 위해 야수의 직감을 펼쳐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뒤바꾸기, 마폭.”


반더람의 손에 들린 것은 본체였지만 복제와 바꾼 것으로 마기의 폭발이 일어나며 반더람을 한 순간에 덮쳤다.


그러는 동안 노바는 서둘러 미니엄과 칼을 수습하려 들었고 둘의 육신을 요선으로 감싸는 찰나, 칼의 밑에 펼쳐진 그림자로 모습을 드러낸 제로에 의해 노바는 일격을 허용시킬 수밖에 없었다.


푸욱!!!!


아슬아슬하게 요선의 경로를 틀어 즉사는 피했지만 제로의 주먹 끝이 노바의 손목에 닿는 바람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크윽···!”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노바.

신체의 일부분이 날아가도 둘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지만 불행하게도 둘은 제로의 손아귀에 축 늘어진 채 재생성 된 분신에게 넘어갔다.


“괜찮소!?”


“···예,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지.”


터져나간 손목 언저리를 부여잡으며 한 쪽 무릎을 꿇은 노바의 곁으로 반더람이 발톱을 빼놓은 상태로 제로를 주시하였다.


상황이 좋지 않다.


제로의 능력이 상당히 거슬리는데다가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치명상이다.

반더람은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노바는 단 일격에도 즉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 정도의 존재가 마계에 존재할 줄이야.


“기시단에게 힘을 부여받고 마계와 지상은 물론 천계의 어떠한 존재보다도 강해졌다. 이 힘으로 나는 마계를 온전히 흡수하여 유례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것을 방해하는 녀석들은 사로스뿐만 아니라 모조리 죽일 뿐이다.”


마계의 마기가 제로에게 뭉쳐들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반더람과 노바는 기운을 보충할 방법은 없는 상황.

능력도 능력이지만 저렇게 끊임없이 기운을 공급받는 상태의 강자를 상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칼과 미니엄은 제로에게 붙들려있는 상태에, 노바의 한 쪽 손목은 터져 나가 선의 청록검을 온전히 휘두를 수 없는 상황.


반더람의 일격이 제대로 먹혀들면 승산은 있지만 그림자를 사용하여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한 상대가 분신까지 합쳐 2명.


제로와 1대1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녀석의 능력과 이동술을 생각하면 마냥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때문에 반더람은 제로에게 달려드는 것을 망설였다.


“노바양, 아무래도 희생을 하지 않으면 승산은 없을 것 같소.”


“예?”


반더람은 여전히 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노바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가로 사라졌던 신념.


반더람의 그 한 마디에 작은 불씨가 타올라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목숨을 걸고 타파해야만 할 것 같소. 지금부턴 앞뒤 생각 없이 내 모든 것을 퍼부을 것이오. 그 틈에 둘을 구해 달아나시게.”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럴 수는 없어요.”


수인족에게 있어 반더람은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인들이 희망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비호국을 소멸시킨 비피두스어에게 한 방 먹일 것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지금 이곳에서 저물기엔, 그의 어깨에 걸린 숙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어깨에 수인들의 모든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순간이 문득 찾아오는 것이오. 떠넘기게 되었지만 칼공에겐 희망이 있소, 그 희망을 위한 대가로 이 몸의 목숨을 지불할 생각이오.”


반더람이 거대한 손으로 노바의 어깨를 밀었다.

앞으로 있을 여파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부탁 같지 않은 명령의 강경한 태도이기도 하였다.


“그래, 그런 각오를 내비치지 않으면 승산은 없지.”


분신과 나란히 서 있던 제로가 싸늘한 눈빛을 띄우며 말했다.


“아직도 여유를 부리는 것이오, 그대에게 이 힘은 버거울 수도 있음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구려.”


반더람의 눈에 각오가 서렸다.

이제부터는 맹수의 사냥 시간이다.

먹이를 집어 삼키기 위해 반더람의 털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그칠 뿐인 강함은 마신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할 뿐이다. 언제나 여유를 가진 채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있을 때야 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것이 마왕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서의 격이지.”


제로의 양 손에서도 심상치 않은 마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계의 마기가 제로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 기운은 그야말로 마계의 분노와도 같았다.

마계 전체가 반더람을 향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 착각이 일정도이다.


이 정도의 기운을 모을 정도면 마계의 웬만한 존재들이 느꼈을 터.


승부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끝이 나리라.


제로와 반더람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돌입하는 동안 노바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정녕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가?

터져나간 손목을 부여잡으며 노바는 요선을 펼쳤다.


그때.


콰직!!


“···!!!”


퍼억!!!!


제로의 분신이 형체를 일그러뜨리며 압축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런 뒤 본체의 얼굴이 뒤로 젖힐 만큼의 강력한 일격을 먹었다.


타닥!


분신을 찌그러뜨리고 본체에게 한 방을 먹인 존재는 반더람의 앞으로 가볍게 착지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내가 좀 늦은 모양이네.”


“칼님!”


“칼공, 무사하셨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칼이 둘에게 대답했다.


“고생했어, 이제부턴 내가 상대할 테니 둘은 쉬고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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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完 ) 내 고향 19.08.20 188 1 15쪽
134 21. 기시단과 신기 아토비악의 힘 19.08.19 101 1 14쪽
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6 1 16쪽
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6 1 13쪽
» 21. 리벤지 매치 19.08.13 82 1 11쪽
130 21. 지켜내기 위한 싸움 19.08.12 84 1 12쪽
129 21. 세계를 향한 포용 19.08.08 94 1 11쪽
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5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6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125 20. 돌파하라. 19.08.01 78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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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20. 3인의 힘 19.07.23 99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3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99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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