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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드마스터, 낙제생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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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별
그림/삽화
마교졸개
작품등록일 :
2019.01.1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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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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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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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러라고 키운 실력이 아닐 텐데

DUMMY

15. 그러라고 키운 실력이 아닐 텐데



칼 크로네의 무대를 지켜보던 루미안, 그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마왕의 오른팔인 고위마족을 쓰러뜨리기 전, 기사왕이 휘하 기사들 앞에서 연설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의 그는 바위와 같은 단단함으로 무장한 채, 사자의 용맹을 보여주었다.

그 믿음직스런 모습에 자신을 포함한 모든 기사들은 용기백배할 수밖에 없었다.


‘오러의 힘이었지.’


단순히 목소리에 오러를 싣고, 몸 밖으로 오러를 뿜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에게 원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그에 어울리는 심상을 떠올리고 이를 실현시킨다. 이는 기사들 중에서도 최정상급에 위치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이었다.

루미안 또한 이 수법을 종종 활용했다.

기사왕처럼 동료의 신뢰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쓰기보다는, 적을 압박하는 식으로. 신화 속의 거인과 같은 기세를 뿜어내는 자신을 보며 수많은 악마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곤 했었다.


‘그런데 저 놈은······ 어떻게 오러의 도움도 없이 저런 걸 할 수 있는 거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칼 크로네를 둘러싸고 있는 기운은 오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나도 아니었다. 마법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면, 아카데미의 마법교수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랬다. 저것은 칼 크로네의 엄청난 재능이 만들어낸, 그만의 공능이었다.

관심에 대한 강한 열망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기운인 것이다.


-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현대 과도한 응원 때문에 시합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부디 관객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위를 지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꺄아아아아악-!”

“한 번 더 보여줘요, 칼 크로네!”

“어서 저 녀석을 끝장내버려요!”

“아아, 당신의 손길이 나의 뺨에 머무르다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으흑······ 으흐흑······ 너무 좋아······ 어떡해······!”


한 차례 더 마법방송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칼 크로네의 팬이 아니었던 여성들조차 들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몇몇 남자들조차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꼴깍 침을 삼키며 칼 크로네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미친 광경에 루미안이 고개를 저었고, 진행자도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그냥 시합을 시작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그가 두 참가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모두 준비 되었나?”

“예.”

“네, 네!”


여유로운 칼 크로네와 달리, 상대편인 1학년 생도는 몸을 잔뜩 떨고 있었다.

진행자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긴, 자신이라도 이런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냐, 상대가 칼 크로네인 것을.’


칼 크로네는 최고였다. 실력과 인기, 양쪽 면에서.

그런 그를 이겨먹으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일 터였다. 그저 자신의 대진 운을 탓하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몰랐다.

그것이 일반적인 관객들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테오로와 부머, 그리고 루미안은 달랐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루미안의 마음이 가장 뜨거웠다.

그는 쇳물이 뚝뚝 떨어지듯 뜨거운 시선으로 칼 크로네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이미지를,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얼굴은 고칠 수 없어.’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 타고난 얼굴은 고칠 수 없다.

마치 없던 거시기를 노력으로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루미안은 테오로의 얼굴을 보며 진한 좌절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칼 크로네의 능력은 아니었다.

적어도 저건 흉내라도 낼 수 있다. 저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자신이지만, 적어도 노력하면 근접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루미안의 의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물론 칼 크로네의 재능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아카데미 역대 최강이라는 칼 크로네조차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검술 실력이 있다. 압도적인 오러가 있다.

비록 전생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칼 크로네의 능력을 흉내 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앵!

철그럭!


"져, 져, 졌습니다!“

“시합 종료! 2학년 A반 칼 크로네, 승리!”

“꺄아아악! 날 가져요!”

“칼 크로네! 칼 크로네! 칼 크로네!”


루미안이 의지를 불태우는 동안 시합의 결과가 나왔다. 승자는 당연히 칼 크로네. 1학년 생도는 일격에 날아간 자신의 검을 주워들고 쓸쓸히 무대를 내려갔다.

그러나 그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여성들, 심지어 남성들조차도 칼 크로네만을 바라봤다. 동서남북으로 무도회식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며 남자들이 중얼거렸다.


“씨발, 멋있긴 멋있네.”

“개새끼, 잘생기긴 잘생겼네.”

“젠장, 검술 실력도 좋고, 가문도 좋고, 키도 크고. 도대체 모자란 게 뭐야?”

“게이였으면 좋겠다.”

“그래, 게이였으면 좋겠다.”

“으으, 어쨌든 내가 졸업반이어서 다행이다. 저 녀석하고 경쟁할 필요 없으니까.”

“그러게. 진짜 다행이다. 나라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기권하고 내려왔을 거야.”


‘절대 그럴 수 없다.’


루미안의 예민한 청각에 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대기석으로 돌아오는 칼 크로네를 주시하며 그가 다짐했다.


‘결승전 전까지······ 최대한 쫓아가보겠어.’


수련만이 답이다.

생각을 마친 루미안이 눈을 감고, 조용히 오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


‘오랜만에 주목받으니 상쾌하네.’


자리에 앉은 칼 크로네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중간평가 이후로 잠시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던 그였다. 제아무리 그라고 한들 광팬들의 집착에 하루 종일 노출되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제대로 판이 깔린 무대에서,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달랐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들의 관심이 애정이든, 질투이든, 악의든, 존경이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자신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생각했다.


‘4강 상대가······ 테오로였던가.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


그를 감당하기에 1학년 생도는 너무 부족했다.

적어도 테오로 정도는 되어야 했다. 훌륭한 상대를 꺾을수록 자신이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법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시합에 눈길을 주려던 때였다.

참가자 대기석의 한 쪽에서, 갑작스레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자세히 보니 루미안 칼라드다. 그의 간단한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해 흥미가 떨어져버린 녀석.

헌데 그 별 볼 일 없는 녀석의 몸에서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뭔 분위기가 이렇게 훅훅 바뀌어?’


이해할 수 없었다.

돌처럼 투박한 느낌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대나무처럼 곧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뱀의 피부처럼 축축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으로 바뀌고, 또 잠깐 후에는 검처럼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나중에는 떠오르는 이미지조차 없었다. 그냥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복잡 미묘한 기운이 흘러나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뭐야?”

“이거 뭐지?”

“루미안, 너 지금 무슨······.”

“뭐 연습하는 게 있어서. 잠깐만 말 걸지 말아봐.”

“······.”


주변의 참가자들 또한 어렴풋이 이를 느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루미안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루미안과 친한 부머, 테오로조차 무슨 일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는 있나본데······ 관심 끄자.’


잠시 더 루미안을 지켜보던 칼 크로네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봐야 부머 아래인 녀석. 4강에서 부머에게 밟힐 상대에게 굳이 관심을 줄 이유가 없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것은 루미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칼 크로네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심상을 떠올린 그가 은은하게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젠장, 어렵잖아!’


검, 방패, 바위, 거인, 맹수, 밤안개. 적을 압박하거나 기척을 숨기기 위한 것들, 즉 전투에 도움이 되는 심상은 순식간에 실체화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심상은 잘 구현이 되지 않았다. 그런 쪽으로 생각해본 적이, 노력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기사가 오러로 장미의 분위기를 자아내려 하겠는가.

어떤 소드마스터가, 자신의 피 같은 오러를 사용하여 후광 효과를 얻으려 하겠는가.

한 줌의 오러에 목숨이 걸린 전장에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수련 중에도 없다. 수련은 실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루미안은 달랐다.

지금의 그에게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할 수 있다. 초조해하지 말자!’


후으읍, 심호흡을 한 루미안이 다시금 오러를 운용했다.

자신의 컨셉,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에 가장 맞는 심상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의 분위기를 밖으로 흘리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인다.

칼 크로네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는 역대 최고의 관심종자 재능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일찍부터 깨달아 오랜 시간 갈고 닦아왔다.

그의 결과물을 시작부터 탐내는 건 도둑놈 심보다.


‘하지만 적어도, 첫걸음을 내딛는 정도라면······ 됐다!’


우우우웅!


루미안이 번쩍 하고 눈을 떴다.

그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온몸에 은은하게 어린 풋풋하면서도 순수한 느낌.

기어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그가 시원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 때, 시합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2학년 E반 루미안 칼라드, 그리고 1학년 C반 쟝 클레어!”


벌떡, 루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 밑의 진열장에서 장검을 챙긴 그가 천천히 무대 위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테오로와 부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평소랑 다른데?’


대기석에서 개지랄을 하던 게 이걸 위함이었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니, 좋았다.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는,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싱그러운 기운이랄까.

그리고 이러한 기분을, 관객석의 사람들 또한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


친구 따라 검술제에 구경을 온 역사학부 바바라 멀린 양, 그녀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처음에야 검과 검이 부딪치는 모습이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날 선 분위기가 유지되고, 긴장감이 가득하고, 주변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에 숨이 막히고······.

중간 중간 테오로와 칼 크로네라는 꽃돌이들이 나와서 기분전환을 하긴 했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바바라 멀린의 머릿속에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던 찰나, 한 참가자가 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바바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를 스치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왠지 싱그러운 풀냄새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풀냄새랑은 뭔가 다른데······.’


그보다 더 아련하고 따스한, 마치 어릴 적의 추억이 담겨 있는 서랍장을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뭘까?’


바바라가 고개를 돌려 친구를 바라봤다. 친구 또한 자신을 바라보며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미안 칼라드라고 했지?”

“맞아.”

“뭔가 검술제랑 안 어울리게 생겼네. 순해 보이고.”

“그러게. 궁금하다.”


둘은 이전보다 생기 있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비단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루미안을 향한 관심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순간, 진행자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시합 시작!”


작가의말

내일도 밤 11시 20분에 연재됩니다.


구구구야 님, babydragon 님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선작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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