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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드마스터, 낙제생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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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별
그림/삽화
마교졸개
작품등록일 :
2019.01.1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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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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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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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그러라고 키운 실력이 아닐 텐데(2)

DUMMY

“트하아아압!”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1학년 생도가 들소처럼 루미안을 향해 돌격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눈앞의 선배가 요즘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강자라는 사실을 듣긴 했지만, 반대로 별 볼 일 없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리고 1학년 생도는 후자를 믿는 쪽이었다.


‘아니, 나는 나를 믿는다!’


황금세대라는 2학년의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중간평가에서 1학년 전체 수석을 달성한 실력자였다.

선배라고는 하나 저런 여려 보이는 외모의 상대에게 질 생각은 없었다. 그의 검이 사선으로 힘차게 베어졌다.


후우우웅!


벼락처럼 내리쳐진 공격. 하지만 루미안은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1학년 수석은 재차 검을 끌어와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첫 방에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의 특기는 온 힘을 집중한 일격이 아니라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연속 공격!

자신의 공격권 안에 들어온 이상 반쯤은 끝났다.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인 1학년 수석이 흡 하고 숨을 참았다.

그리고 무자비한 연격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웅! 후웅!

쒜에에엑!


“아, 저런!”

“어떡해!”


바바라 멀린과 그녀의 친구가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포개져 가슴께에 올라간 두 손이 조마조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줬다.

어느새 루미안 칼라드라는 참가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었던 것.

그녀는 무시무시한 검의 폭풍 속을 누비는 루미안에게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의 상대는 굉장히 강해보였다. 들소처럼 강인한 체격에, 쉬지 않고 휘둘러지는 검격. 여리고 순해보이는 루미안에게, 그는 너무나 큰 시련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알 수 있었다. 바바라 멀린은 계속해서 공격을 피해내는 루미안을 보며, 알 수 없는 신뢰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모습이, 다른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잡초······ 아니, 들꽃.’


그랬다. 루미안은 들꽃이었다.

거센 추위와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텨온, 그리하여 끝끝내 봉오리를 피워낸 존재.

여려 보이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고, 강인함 속에서도 풋풋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잡초보다는 들꽃에 가까운 것이었다.

비로소 그것을 깨달은 바바라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무대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약하게만 느껴졌던 루미안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는 약하지 않았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결코 뿌리를 잃지 않았다.


휘이익!


“크읏!”

“시합 종료! 2학년 E반 루미안 칼라드, 승리!”


비바람은 계속해서 몰아치지 않았다. 루미안은 빗줄기가 가늘고 약해질 때까지 무사히 버텨냈고, 틈을 노려 1학년 수석의 목젖에 검을 가져다 댔다.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루미안이 불리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어렵사리 검술제 무대에 올라온 1학년이 실력발휘도 못하고 내려가는 일이 없도록, 나름의 배려를 해준 것뿐이었다.

1학년 또한 그것을 알았다.

그가 루미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 수 배웠습니다.”


1학년의 표정은 무척 개운해보였다.

당연했다. 선배는 단순히 자신을 농락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 것에 가까웠다. 그의 움직임을 쫓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


“뭘. 좋은 솜씨였어.”


그런 그에게 루미안이 맑은 웃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악수를 청해왔다.

1학년 또한 씨익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런 그에게 루미안이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작년의 나는 너보다 훨씬 약했어.”

“그, 그런가요?”

“응. 만년 낙제생 루미안 칼라드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네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훈훈한 거짓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후배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루미안과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관객석 앞줄,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이들 또한 둘의 대화를 들었다.

1학년 수석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따스해진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관객석 앞쪽 뿐만 아니라 뒤쪽도 대충 분위기를 눈치 챘기 때문이다. 후배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배의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어린 눈길로 무대를 내려다봤다.

승자에 대한 일방적인 환호가 아닌, 승자와 패자 모두를 아우르는 박수갈채.

이를 이끌어낸 루미안을 보고 카렌 교수가 옅게 미소 지었다.


‘갈수록 마음에 들어.’


급증한 실력보다도 바뀐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욱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오해였다. 현재 루미안은 관객석 곳곳의 여자들 반응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좋아. 아주 괜찮아.’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원하는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칼 크로네와 같은 화려하고 돋보이는 이미지는 자신에게 독이 될 거라 생각하여, 은은한 매력과 억센 기질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들꽃을 마음에 두고 오러를 뿜어냈다.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어찌어찌 시합 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더럽게 힘이 든다는 점이었다.


‘오러 낭비가 너무 심해.’


목소리에 오러를 싣는 수준과는 격이 달랐다. 오러를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오러가 필요했다.

오러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것도 꽤나 고역이었다.

물론 엑스퍼트도 아닌 생도들에게 질 일은 없겠지만, 덜 힘들기 위해서라도 연습이 필요했다. 오러도 더 쌓아야 하고.


‘그래도 일단은······ 주목도가 높아졌으니 됐어.’


칼 크로네가 보유한 관심종자의 재능, 줄여서 관종력은 갖고 있지 않은 루미안이다.

허나 재능이 없다면 노력으로 극복하면 될 일이다. 전생의 그가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루미안이 대기석의 테오로와 부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좀 멋있지 않았냐?”


***


“멋있······ 어.”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타니아 엘로이즈가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말을 들은 이는 없었다. 그녀는 당황으로 열이 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했다.

그녀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를 내려다봤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이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양파 같은 남자였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번갈아 등장하는 모습에 타니아는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갈색 봉투를 들고 해맑게 웃고 있던 루미안의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선명했다. 표지에 그려진 어마어마한 수위의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이처럼 훈훈하고, 순수하고······ 약간이지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괴리감이 너무 커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제라도 가까워져야할까? 아니면 계속 거리를 둬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고뇌가 자연스레 얼굴에 드러났다.

그런 타니아를 보고 3학년생도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타니아, 왜 그래?”

“어? 아니,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뭐야, 또 영입할 생각 하고 있는 거야?”


3학년생도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타니아가 전도유망한 인재들에 목말라하고, 그들을 자신의 사교 클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은 그의 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물어본 것인데, 타니아가 펄쩍 뛰며 이를 부정했다.


“무슨 소리! 아니얏!”

“어, 어? 아니야?”

“뭐야, 왜 그래? 뭐 문제라도 있는 애야?”


다른 3학년생도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타니아가 저리 강하게 거부감을 나타낸다면 필시 이유가 있을 터. 그녀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 저 녀석은 변······.”


‘잠깐, 변태인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 타니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변?”

“아니, 잘못 말했어. 별로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서.”

“흠, 그래? 그러면 내 쪽 모임에 끌어들일······.”

“안 돼!”

“······타니아? 왜 그래?”


타니아의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맥형성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친구이기에 먼저 양보를 하긴 했지만, 루미안은 그녀로서도 탐이 나는 인재였다. 가까이해서 나쁠 것 하나 없는 후배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타니아가 흥미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말을 꺼냈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타니아였다.

그녀가 말을 더듬으며 어설픈 변명을 내뱉었다.


“저, 저놈, 질이 별로 안 좋아. 부머랑 같이 어울리면서 사고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어.”

“그래? 으음. 부머라······ 하긴, 걔 성격이 좀 그렇긴 하지.”


수틀리면 선배고 윗사람이고 신경 쓰지 않는 부머 심슨은 3학년들에게 그리 평이 좋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만으로 루미안을 포기하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타니아가 저렇듯 눈에 힘을 주고 말리는데 굳이 고집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한숨을 푹 쉬며 푸념했다.


“에휴, 2학년 애들은 괜찮다 싶으면 죄다 하자가 있네. 죄다 독불장군 타입이야.”

“그러게. 루미안 쟤는 순해 보이는데 어떻게 부머랑 어울리지.”


3학년생도들이 루미안을 보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타니아도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과 함께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녀의 마음은 그녀의 말과는 전혀 다른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

루미안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가까워지고 싶은지, 거리를 두고 싶은지 너무나도 헷갈렸다. 이렇게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은 난생 처음이었다.

결국 그녀가 내린 결론은 예전과 비슷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어!’


말 꼬랑지 같은 뒷머리가 찰랑일 정도로, 타니아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무사히 검술제의 첫날이 끝났다. 비록 저학년밖에 참가하지 않은 대회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시합의 수준이 높아 관객들은 크게 만족하였다.

특히 칼 크로네, 테오로 슈트가른, 부머 심슨, 루미안 칼라드의 실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2학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실력에 사람들은 다음날에도 대회장을 찾았고, 또다시 만족스런 얼굴로 돌아갔다.

그들의 활약은 파죽지세로 이어졌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4인방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B반의 실력자, 바이른 시갈이 부머에게 패하며 마침내 4강 대진표가 완성되었다.


칼 크로네 vs 테오로 슈트가른.

부머 심슨 vs 루미안 칼라드.


한껏 기대할 수밖에 없는 대진!

칼 크로네의 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준결승의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뽐내기 위해 컨디션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시합 전날까지 무리해서 수련을 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랬다가 무대에서 본 실력을 낼 수 없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루미안만은 달랐다.

그는 절박했다. 절실하게 오러가 필요했고, 그렇기에 열과 성을 다해 오러 연공에 매진했다.

밥 먹는 시간도,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대회 아침까지 오러를 쌓아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쌓은 오러로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온 노력을 기울였다.


“후우.”


루미안이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마왕을 토벌하러 갈 때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버금갈 정도로 열심히 한 것 같았다.

아직도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서는 괜찮았다. 이제 어느 정도는 칼 크로네의 무대 장악력, 관종력에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힘내자. 결승까지 노력하면 길이 보일거야. 대기석에서도 쉴 틈 없이 연습해야 해!’


타고난 재능을 이기기 위해선 노력만이 살길이다.

더없이 진지한 표정의 루미안이 숙소를 나섰다.


작가의말

내일도 밤 11시 20분에 연재됩니다.


unb1sw4 님, 오쳬 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힘내서 쓰겠습니다.


추천 선작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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