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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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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최근연재일 :
2019.02.08 20:24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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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40,958

작성
19.01.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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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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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8쪽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DUMMY

내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는 현실은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장 거울에 웬 뚱뚱한 금발 돼지가 뱃살을 출렁이고 있는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찌 배길까.

게다가 이 모습이라면 생각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윈덱스 후작가의 장남, 레이기스 윈덱스.


[얼굴엔 덜 닦은 기름때가 줄줄 흐르는 것 같았고, 온몸에 가득 찬 지방은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 남들로부터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작중에 나온 묘사다. 난 거울을 보자마자 사실 태훈이 녀석이 외향 묘사를 꽤 잘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로, 혐오스러웠다. 키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몸무게가 족히 120kg은 나갈 것 같다. 근육? 생존을 위한 근육마저도 모자라 보인다. 그렇다고 골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사실 여기까진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었다. 키 좀 작을 수도 있고, 살 좀 찔 수도 있다. 현대에도 얼마나 많은 비만인이 있던가?


더 큰 문제는 레이기스란 녀석이 씻는 것 마저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는 거다.


얼굴에 개기름이 줄줄 흘러내리는 건 예사. 머리가 가려워 한 번 긁을 때마다 새하얀 비듬이 후두둑 떨어진다. 분명 곱게 차려입었는데 몸에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돌겠군."


내가 소설 초반에나 나오는 이딴 엑스트라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작 이 녀석 하나 때문에 후작가가 통째로 멸망하니까.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상 그럴 일은 없다지만···


"씨발. 왜 하필 이 소설이냐고."


더 큰 문제는 이 세계가 엑스트라들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앞으로 정말 스팩타클한 일이 벌어진다. 마족도 나오고 이계의 괴물들도 나온다. 대륙 규모의 전쟁도 터질 예정이다.

후작가의 장남이라는 알량한 지위 하나만 가지고 살아남기엔 이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눈먼 칼에 맞고 죽지 않으려면, 개인의 무력을 어떻게든 키워야 하는데.


이 저주받을 몸뚱어리에 검이나 마법의 재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결국, 재능을 덜 타는 힘을 익힐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적당히 생각나는 게 바로 정령이다.


"그러려면 정령석이 필요하지."


정령은 극히 소수 인간이나 엘프들에게나 허락된 힘. 하지만 정령석이 있다면 평범한 인간도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당연히 정령석은 귀하다. 직접 엘프의 숲에 쳐들어가지 않으면 구할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행인지, 아니면 다행인지. 주인공의 일행이 튜토리얼에서 얻은 물건 중 그 물건이 있었다.

그 녀석들과는 얽히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작품 후반부까지 목숨이라도 붙여 놓으려면 적어도 한 번은 그 주인공 일행과 마주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 김태훈 이 새끼··· 왜 저런 개 또라이 같은 주인공을 넣어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상대가 누구든 엎어버리는 패기, 튜토리얼부터 섬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무력, 심지어 어지간하면 손해 보지 않는 지능까지.

소설 밖에서 볼 때나 사이다라 좋아했지, 직접 그 녀석과 마주할라니 걱정부터 된다.


"핫!"

"응?"


앞으로의 계획을 짜고 있는데, 문이 끼익 열리더니 새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여자라기보단 여자애에 가까운 얼굴. 하지만 목 아래에 있는 몸매가 아주 환상적이다.

족히 D컵은 될법한 가슴이 하녀 복으로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드러나 있었고, 이쪽을 향해 다가올 때마다 씰룩이는 엉덩이가 한 대 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대화라도 나눠 보려고 침대에서 일어섰는데.


"히익!"


코앞까지 다가온 여자애는 그런 새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라 잃은 김구 선생처럼 울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왜 울어?


***


상황이 일단락된 건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몰려온 후였다.

멀쩡히 걸어 다니는 내 모습을 본 후작가 사람들은 어디론가 뛰어갔고, 저 멀리서부터 쿵쿵거리며 날 찾아온 사람이 바로, 레오날 윈덱스 후작. 이 금발 돼지의 아버지다.


"네 녀석!!!"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윈덱스 후작의 기백에 방 안의 가구들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미친.'


저 사람이 이 돼지의 아버지라고?

그런 의문이 절로 들 정도의 외모와, 기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윈덱스 후작은 귀족이기 이전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

의지만으로 이 정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아마 제대로 살기를 뿜는다면 이런 돼지쯤은 충분히 죽일 수 있겠지.


그런데 그 대단한 후작 나리가 왜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냐, 그 태도는.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냐?"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레이기스 윈덱스는 주인공에게 얻어맞기 전까진 단 한 줄의 묘사도 없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후작이 이유 없이 저러진 않겠지만··· 문제는 내가 그 잘못을 알 방도가 없다는 거다. 하도 유명한 망나니니 그러려니 하는거지.


혹시 저 하녀 꼬맹이를 울려서?


"하녀에 관한 것이라면, 전 아무런 짓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미치겠군."


말하면서도 혹시나 했다. 역시나 그것 때문에 몸소 행차하신 건 아닌 모양.

하긴, 그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이가 없어서 빽 소리라도 질렀을 거다.

쟨 그냥 자기 혼자 울었는데? 진짜 건드렸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그렇다면···"


말 끝을 줄이는 날 보고 윈덱스 후작의 뒤에 가려져 있던 잘생긴 미남자 하나가 나섰다.


"멍청하긴. 아버지께서 고작 그딴 일 때문에 직접 행차하셨을 것 같으냐?"


고놈 참 잘 생겼다. 후작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보니, 레이기스 윈덱스의 형제인가.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의 언급도 없어서 몰랐다.


그나저나 얘는 돼지인데 왜 쟤들은 쌍으로 잘생겼지?


"정녕, 정녕!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냐?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다시 한 번 후작의 분노가 점점 거세졌다. 이젠 숫제 화통을 통째로 삼킨 듯한 얼굴.

나는 혹시 놓친 게 있나 소설 내용을 재빨리 떠올렸다.

헌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에게 있을 리가 없는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하는 거다.


마치 전날 술 먹고 끊긴 필름이 복구되는 것처럼.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훤칠한 키를 가진 남자에게 얻어맞는 레이기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며 비웃는 듯한 여우 상의 여자.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뭔지 고민에 빠져 있던 차, 그런 나에게 멋들어지게 수염을 기른 노집사가 다가와 설명을 시작했다.


"송구합니다만, 공자님께서는 페이튼 백작가의 여식을 희롱하시다가···"

"그 약혼자에게 얻어맞고 혼절했지. 네 녀석은 우리 가문의 수치다."


단숨에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평민도 아니고 무려 백작가의 여식을 희롱하다니, 어지간한 망나니라도 저지르지 않을 일 아닌가.

게다가 페이튼 백작가는 내가 알고 있는 가문 중 하나다.

페이튼 자체는 그저 부유한 가문 중 하나지만, 제국 제일 명문가인 센츄리온 공작가와 혼약을 맺게 되면서 속된 말로 떡상을 해버린다.


아마, 그 시기가···


어? 설마?


"페이튼 백작가와 센츄리온 공작가에서 결투를 요청했다. 대리 기사를 지원해줄 생각은 일절 없으니, 스스로 결투를 대신해서 치러줄 기사를 구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네놈이 직접 결투를 치르도록!"


윈덱스 후작이 고급스러운 양피지를 던지곤 방 밖으로 나섰다.

결투장이었다. 대충 '네가 우리 가문 귀한 딸을 건드렸으니 좀 맞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결투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두 달.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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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준비(2) 19.01.21 270 7 11쪽
4 준비(1) 19.01.20 294 7 12쪽
3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3 8 11쪽
»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399 9 8쪽
1 프롤로그 19.01.15 426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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