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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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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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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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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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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DUMMY

나에게 온 결투장은 총 두 장이었다.

페이튼 백작가에서 한 장, 센츄리온 공작가에서 또 한 장.

본래 결투에 귀족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페이튼 백작가의 결투장엔 게르하 센츄리온이 모욕당한 약혼자를 대신해 페이튼의 기사로 출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정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면, 레이기스 본인이 자신을 상대하란 메시지와 함께.


그리고 센츄리온 공작가의 결투장에선.


"미쳤군."


가문의 제1 검이자, 오러 마스터인 로퍼가 대리 기사로 나선다고 한다.


"날 제대로 엿 먹이려는 것 같은데···"


로퍼는 강하다. 원작에서 진주인공 소리를 듣는 인물인 천소윤과 대등하게 일기토를 벌일 정도다.


결국 패배하긴 하지만, 그거야 주인공 일행이 워낙 사기라서 그렇고.

윈덱스 후작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로퍼를 막을 사람이라곤 후작 본인뿐이다.


"머리를 잘 썼어."


오러 마스터는 같은 오러 마스터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다. 이 세계에서의 진리다.

그런데 로퍼를 잡겠다고 윈덱스 후작이 결투에 나서버리면 그림이 참 이상해진다.

강간 미수를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결투에 나가는 아버지? 거참 눈물겹겠네.


그렇다고 다른 기사를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윈덱스 후작가와 센츄리온 공작가는 앙숙.

만약 기사단장급의 요인을 결투로 내몰았다간, 그대로 사지가 모조리 잘려 병신이 될 거다.


버림패로 약한 기사를 내보낸다면? 자기 가문을 무시하느냐며 재결투를 신청하겠지. 기사들은 줄줄이 죽어나갈 테고.

원작에서도 중간 보스의 포스를 뽐내던 센츄리온 공작이 적대 가문의 힘을 깎을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돌겠군."


후작이 결투에 관해 일절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어떤 수를 놓아도 악수다. 정치적으로 완전히 외통수에 몰려버렸다고 할 수 있다.

고작 이 망나니 놈의 성욕 하나 때문에.


기사는 귀족 가문의 가장 큰 힘이다. 그들을 잃느니, 차라리 망나니 장남 하나를 버리는 게 후작으로선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아무런 잘못 없이 버려지는 처지에선 억울하긴 하다만.


"도와줄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혼자 해결을 봐야 하는데."


하지만 어떻게? 비싼 용병이라도 던져서 결투 구색이라도 맞춰줘야 하나?


레이기스의 명예야 곤두박질치겠지만, 뭐. 이 돼지의 명예가 밥 먹여 주는것도 아니고.


"아."


천천히 침대를 뒹굴 거리며 고민하고 있던 차, 좋은 생각이 났다.


"어쨌든. 아직은 두 달이나 남았으니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일단 해 봐야 알겠지만, 잘하면 역으로 덮어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


다음날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레이기스 공자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하녀를 희롱했다던가, 기억을 잃었다던가, 등등.

결투가 두려워서 기억상실을 연기한다는 말도 있었다.


화가 난다기보단 신기했다. 난 방에서 온종일 뒹굴기만 했는데 왜 그런 소문이 퍼졌을까?

후작가 장남이라는 자리가 내 생각보다 훨씬 영향력 있는 자리인 것 같다. 쏟아지는 관심이 약간은 부담스럽다.


뭐, 부담스러운 건 부담스러운 거고.


"어쭈. 또 울겠다?"

"아니에요, 공자님!"

"여기가 밖이지 안이야? 정신 못 차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내 앞은 예의 그 하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성의 지리를 몰라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누굴 고를까 하다가, 괜히 일을 키운 게 마음에 안 들어 일부러 콕 찍어 지목했다.


이름이, 세이나라고 했던가?

여전히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게 한 대 찰싹 때려주고 싶다.


"얼마나 남았어?"

"거의 다 왔어요, 공자님!"


내가 세이나와 함께 향하고 있는 곳은 연무장이었다.

결투 준비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출렁이는 뱃살을 보니, 운동했던 사람으로서 안 빼고 못 배기겠어서 말이다.


"진짜 넓네."

"네! 윈덱스 후작가의 영지는 왕국의 두 공작령보다도 넓으니까요!"

"지금 우리 가문의 영토를 다른 곳과 비교한 건가?"

"죄, 죄송합니다!"

"됐어."


이런 말장난을 칠 때마다 시무룩 움츠러드는 게 갓 자대 배치받은 신병을 보는 것 같아서 귀엽다.


그렇게 세이나를 괴롭히며 걷길 십 분가량, 저 멀리서 기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냐?"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자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미적인 가치를 고려 않고 지은 기능적인 형태의 석재 구조물이다.


"네. 바로 저기에요. 공자님."


생김새가 워낙 이질적이어서 설마 했는데, 저기가 연무장이 맞긴 한가보다.


끼익!


난 별다른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남이 제 가문의 연무장에 가겠다는데 그 누가 말리랴?

하지만 무슨 수업 지각한 학생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훈련하던 기사들의 시선이 모조리 몰리기 시작했다. 그 중엔 레이기스의 형제도 있었다.


"레이기스 네놈이 웬일이냐?"


저 녀석, 분명 이름이.


"라이너."

"드디어 네놈이 미쳤군. 감히 내 이름을 막 부르다니. 어차피 죽을 목숨, 막 나가기로 한 게냐?"

"야 이 새끼야. 내가 형 아니었냐?"


급히 사과하려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라이너는 딱 보기에 레이기스 이 돼지 녀석보다 어른스러워 보인다.

키도 더 크고, 어깨도 떡 벌어진 게 운동한 태가 난다.

고작 이름을 부른 게 큰 실수인 것처럼 굴어서, 저 녀석이 이 돼지보다 형인 줄 착각했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 집의 장남은 라이너가 아닌 레이기스다. 반말을 하는 게 당연하지.


"망나니 녀석. 난 네놈을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새끼 말하는 뽄새 봐라?"


쌍욕이 나오려는 내 말을 라이너가 끊었다.


"어쨌든. 내가 묻지 않았나? 왜 네놈이 이곳에 있느냐고."

"신경 꺼라. 운동이나 하려고 왔으니까."

"운동? 푸흡, 네놈이 말이냐? 돼지처럼 방 안을 뒹굴 거리는 게 아니라?"


악의 담긴 목소리가 조용해진 연무장을 울렸다.

레이기스의 등장으로 모든 움직임과 잡담이 멈췄기에, 저 멀리 떨어진 기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침묵.


얼어버린 듯한 광경을 깬 건 라이너의 웃음소리였다.

곧, 기사들이 라이너를 따라 하나둘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흐흐하하하! 라이너 공자님! 왜 레이기스 공자님에게 그러십니까!"

"어디서 들었는데, 돼지가 어지간한 인간보다 지방이 적다고···"

"흐흐흐! 네놈! 귀족 모독죄가 두렵지도 않느냐! 흐하하!"


레이기스가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허, 미친 새끼들."


이 세계가 능력에 따라 대접받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망나니가 백해무익한데 반해, 저 기사들은 후작가의 소중한 자원인 것도 맞다.


하지만, 동생이 쓴 이 소설 배경은 어디까지나 신분 사회 아래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꼬투리를 잡는다면 기사 작위마저 박탈 가능한 게 바로 지금 상황이란 말이다.


그런데, 대놓고 면전에서 비웃는다고? 시답잖은 농담까지 하면서?


"그만, 그만. 그래도 꼴에 내 형님이라고 하지 않느냐? 오랜만에 운동하시겠다니, 우리가 연무장을 비워드려야 하는 게 맞겠지."

"맞습니다! 라이너 공자님!"

"역시 누구랑 다르게 통이 크단 말입니다!"


그런 말들을 지껄이며 기사들이 우르르 입구 쪽으로 몰려나갔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 광경을 본 라이너가 피식 웃더니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러면, 그래. 열심히 운동하시오. 형님."


난 그런 라이너의 얼굴에.


"넌 좀, 맞아야 쓰겠다."

"뭐?"


장갑을 벗어 집어던졌다.


***


철로 장식된 면장갑이 라이너의 얼굴을 때렸다. 살갗이 찢겨 잘생긴 얼굴에 피가 맺힌다.


"망나니 새끼인 건 알았다만, 이렇게까지 미친놈일 줄은 몰랐군."


한참 입을 닥치고 있다 꺼낸 말이 겨우 그거다.

라이너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이쪽을 죽일 듯 노려봤다.


"말리지 마라. 기사인 너희인 만큼, 지금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겠지."


혹시나 끼어들까 싶은 기사들까지 물리고 나서 라이너가 다가왔다.


"야."

"인제 와서 사과라도 할 생각이냐? 왜, 싸울 생각을 하니까 겁이 나나 보지?"

"그런 건 아니고."

"응?"

"혀 깨물 수 있으니까. 어금니 꽉 물라고."


말이 끝난 것과 내 주먹이 나간 건 동시였다.

시작은 가벼운 잽. 견제 삼아 뻗은 왼손이 라이너의 턱을 찧고 돌아왔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감각이 주먹에서 손목까지 울려 퍼졌다.


"윽!"


라이너의 몸체가 크게 뒤로 몰렸다. 하지만 지기 싫다는 듯, 오히려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내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자신 있을 만했네.'


강건한 육체에서 나오는 폭발력!

확실히 감탄할 수밖에 없는 기세였다.

만약 우리 체육관에 다니는 회원이었다면 본격적인 격투기 입문을 추천해줬을 거다.


'그래도 엉성해. 안 배운 티가 나.'


하지만 동작이 컸다.

어깨가 붕 뜨고 주먹의 투로(投路)가 곡선을 그린다. 제힘에 취해 있는 힘껏 지른 주먹이다.

난 가볍게 상체를 숙이는 걸로 공격을 피했다. 복싱에서 더킹(Ducking)이라고 부르는 움직임이다.


빡!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카운터.

가슴 아래까지 장전된 주먹이 직선의 궤도를 그리며 라이너의 광대에 꽂혔다.

제대로 턱에 맞추지 못한 게 아쉽지만, 내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러게, 누가 깝치래?"


고통에 정신줄을 놓은 라이너의 후두부(後頭部)를 잡았다. 그리고 땅을 향해 내리 끌며, 무릎을 있는 힘껏 올려쳤다. 팜 클린치 니킥이다.

코뼈가 단숨에 주저앉는 느낌이 무릎에 와 닿았다. 라이너가 휘청였다.


그럼에도 라이너는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쪽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내 중심을 흔들고 있었다.


"잘 버티네?"


센스가 제법 괜찮은지, 그럴듯한 자세로 안아 띄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던 차였다.

하도 낑낑대는 게 마음이 아파, 나는 라이너의 멱살을 잡고 냅다 뒤로 누워버렸다.

딱 봐도 유리해 보이는 자세에 뒤에서 구경하던 기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라이너 역시 마찬가지. 표정이 활짝 펴지는 게, 이제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아래 깔린 사람보다, 위에 올라탄 사람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윽!"


그건 현대 격투기 기준이다.

괜히 주짓수 선수가 초반 종합격투기 대회 우승을 싹쓸이한 게 아니다.

주짓수가 최강의 무술은 결코 아니지만, '모르면 맞아야지'가 가장 잘 통용되는 무술이 바로 주짓수다.


현실에서도 1990년 이후에서부터야 퍼진 기술의 대응법을 이 녀석이 알 리가 없지.


"컥! 커헉!"


가볍게 왼 다리로 겨드랑이를 미는 것만으로도 라이너의 자세가 무너졌다. 나는 넘어진 라이너의 팔을 양다리로 감쌌다.

현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기술. 암바다.

팔이 꺾인 라이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모르면 맞아야지. 안 그래?"


난 그런 라이너의 팔을 꺾었다.

우득, 하고 관절이 비틀리는 느낌이 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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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2 8 11쪽
2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397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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