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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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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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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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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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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준비(2)

DUMMY

"슬슬 나오시지요."


후작의 목소리가 빈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의 침묵. 잠시 후 허공이 유리창처럼 깨져나가더니 한 인형이 등장했다.


"눈치챘나?"

"저 역시 왕국의 여섯 검입니다. 전설 속 시프 마스터(Thief Master)도 아니고, 고작 선배님의 은신술 정도는 당연히 꿰뚫어 볼 수 있죠."


선배님이라고 불린 노인이 껄껄 웃었다.


한참 후배뻘인 주제에 건방졌다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남의 영역에 무단으로 들어온 노인 쪽의 잘못이 훨씬 컸으므로.

그나마 야인인 자신이었기에 망정이다.

작위를 가진 다른 여섯 검이었다면, 당장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쯧. 예전엔 꽤 귀여웠는데 말이야. 요샌 너무 딱딱해."

"누구든 이렇게 대할 겁니다. 선배님이 남의 집무실에 은신해 있는 걸 본다면요."

"그러게 미리 부탁 좀 들어주지 그랬나. 아들내미 좀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뭐가 그리 귀하다고 꽁꽁 숨겨놔?"


후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노인이 왜 제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둘째는 재능이 없고, 셋째는 유약하며, 넷째는 아직 어린아이라고."

"첫째는?"

"상종 못 할 개망나니지요. 넷 모두 윈덱스 가문의 오러 연공법조차 익히지 못하는데, 선배님의 검을 익힐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후계자 양성.

그게 바로 여섯 검 중 최강이라는 이 노인이 작위조차 거절하고 세상을 떠도는 이유였다.

그의 오러 연공법은 금지 바깥에서 왔다고 하던가.

하도 이질적이기에, 후계자는커녕 제자조차 구하지 못한 모양이다만.


"아까 그 녀석은 몇 번째지?"

"레이기스 말입니까? 첫째지요. 넷 중 가장 재능이 없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녀석."


후작은 레이기스의 대한 평가를 그렇게 일축했다.

열을 가르쳐야 하나를 아는 둔재. 그렇다면 노력이라도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요샌 좀 변한 모양이다만···


"전 진작 그 녀석을 포기했습니다."


사람은 원래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곧 타성에 젖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포기했다고?"

"결투에서 패배할 것은 기정사실. 이름을 버리게 되면, 그 망나니 녀석이 원하는 대로 평생 술이나 끼고 놀게 해줄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말이다."


후작의 말을 듣고 노인이 씩 웃었다.


"나에게 넘기는 건 어떻겠나?"

"예?"

"제니스, 내 이름을 걸고 그 녀석을 무인으로 만들어주지."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눈에 탐욕이 비쳤다.


***


플레이어들이 이 세계에 도착한 후, 난 무려 일주일 동안 술집을 들락날락거렸다.

망나니라는 게 이런 면에선 참 좋은 것 같다.

매일같이 바깥을 싸돌아다녀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말이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 생각해 보니 딱 두 명 있기는 하다.

하나가 내 전속 하녀 세이나, 나머지 하나가 내 호위로 술집에 따라나온 피온이다.


"별건 아니고."


오늘도 피온은 내 옆자리에서 우유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피온을 볼 때마다 감정이 미칠 듯 끓어오른 게 고작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하도 옆에 붙어있다 보니 이젠 별다른 느낌도 안 든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피온을 곁에 두는 건 반갑지 않은 일.

그래서 기왕이면 다른 녀석을 붙여달라 후작에게 말했건만, 얘가 아니면 내 호위로 지원하는 사람이 없단다.


결투가 코앞이니까.

괜히 눈앞에서 알짱거리다 코가 꿰이고 싶진 않나 보지.

얘도 날 싫어하는 거 같기는 한데, 왜 옆에 끝까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제가 예쁜 건 압니다만,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면 부담스럽습니다."


저런 짓만 안 한다면 더 고마울 거 같은데 말이야.


"뚫어져라 안 봤다. 오히려 네가 날 봤지. 왜, 뭐가 불만인데?"


내 질문에 그녀가 답답한 티를 숨기지 않고 제 앞의 우유를 힘껏 들이켰다.


"도저히 누굴 기다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태껏 오셨던 분들 외에도 다른 친우분들이 있는지요?"


사실, 처음 술집을 전세 내고,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레이기스의 친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피온도 그걸 보고 '아 드디어 이 망나니 녀석이 술판을 벌이려는구나.' 했었고.

하지만 나는 녀석들이 보이는 족족 쫓아내 버렸다.

게다가 여지껏 술을 입에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으니, 피온으로선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만하다.


"총집사장의 아들입니까? 술을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그게 아니라면, 혹 베르틴 상단의 자제입니까? 그분도 풍류를 즐기기로 유명하시잖습니까."


가만히 놔두니 점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피온.

난 그녀의 말을 대충 얼버무리곤, 주방에서 뒹굴고 있을 주인장을 불렀다.


"어쨌든,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뭐 하나 더 마실래? 주인장!"


자고로 시끄러운 아이에겐 입에 뭘 물려줘야 하는 법이다.


"요새 살이 붙어서. 전 그냥 물로 부탁드립니다."

"전세 냈는데 물을 먹을 순 없지. 이봐. 꿍쳐놓은 차 있다며?"

"예, 예! 그렇습죠. 저 금지 너머에서 왔다는 동방의 귀한 차입니다. 사실무근이긴 하지만··· 헤헤! 풍미가 아주 좋습니다."

"그걸로 두 잔 줘봐."

"헌데, 이게 가격이, 참···"

"내가 언제 돈 신경 쓰는 거 봤나? 배로 쳐 줄 테니 빨리 가져오도록."

"감사합니다! 평생 충성하겠습니다, 충성충성!"

"까불긴."


처음엔 술집에서 차를 판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선 커피와 술을 같이 파는 호프집이 유행했었거든?

조선 시대 주막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법인가 보지.


주인장이 도로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고개를 흘끗 돌려 피온을 바라봤다.

여전히 얼음장 같은 눈매를 하곤 따뜻한 우유를 홀짝이는 게, 그 갭이 느껴져서 왠지 귀엽다.


"또 왜 그러십니까?"

"불만 있나?"

"그럴 리가요."


다시 말하지만 피온은 내 취향이 아닐 뿐 상당한 미인이다. 오밀조밀한 얼굴도 그렇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도 예술적이다.

그런 여자한테 대놓고 찝쩍거릴 수 있다니.


'망나니 최고야.'


몸에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작가는 자신의 주변인을 캐릭터화시켜 등장인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너무 몸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설마 아니겠지?

자세히 얼굴을 보면 내가 예전 살쪘을 때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응. 아니야.'


그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 주인장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두 잔 내왔다. 그리고 한 잔 마셔볼까 하는 와중.


쾅쾅쾅!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귀한 손님 모시는데!"


주인장이 씩씩대며 문을 열고 외쳤다.


"우리 오늘 장사 안 해. 손님 안 받아!"


열린 문 사이로 언뜻 모습이 비쳤다.

족히 190cm는 될법한 거구에, 공허를 품은 듯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도 안 잡히는 눈동자.


"그러면, 돈 많은 손님은 받나?"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금화를 건넸다.

그 광경을 본 백발 꼬맹이가 거구의 등짝을 때리고, 그 뒤에서 앳돼 보이는 여자애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왔군."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보니까, 참 좆같다.


주인공아.


***


-아카식 시스템이 당신을 101번째 플레이어로 인정합니다.

-오류! 아바타 인식이 불가능합니다.

-특전 '레벨 업'과 '전직'이 봉인됩니다.

-성좌 '최초의 대마법사'의 형평성 문제 제기, 저울추의 균형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인과율 계산 중···

-권능, '초월안'을 획득합니다.


일주일 전 우수수 떠올랐던 시스템 메시지의 일부다. 나는 그 후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을 마주친 순간.


-'초월안'이 발동됩니다.


나는 스킬을 발동했다.


+


<스테이터스>


이름(Name): 김현민

성별(Sex): 남자

종족(Species): 인페스터(infester)

칭호(Designation): 포식자, 전직 초월자, 고대룡.

직업(Status): 없음

상태(Condition): 정상

힘(str): 102

민첩(dex): 86

지혜(int): 25

체력(sta): 95

행운(luk): 18


남은 스텟 포인트: 0


<상태>


-권능 '용족화'를 얼마 전 발동했습니다.(재사용 대기 시간 6일 22시간 45분)

-패시브 스킬(S Rank) '용의 비늘'이 봉인되었습니다. 용족화의 대기 시간이 끝나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고유 스킬 '소화'가 발동 중입니다.


+


'미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태창이 펼쳐졌다.


저 괴물 같은 스텟을 보라.

저걸 보고 누가 갓 튜토리얼에서 나온 녀석이라고 생각할까?

모든 능력치가 고작 10에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양민의 본보기 같은 내 능력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 만나기 싫었는데.'


단순히 강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주인공 같은 또라이가 저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위험한 거다.

당장 저 녀석이 튜토리얼에서 죽인 다른 플레이어만 오십 이상. 심지어 그중 몇 명은 잡아먹기까지 해버렸다.

아무리 관련 스킬을 가졌다고 한들, 주인공이란 작자가 식인을 벌인 거다.

오죽 어이가 없었으면, 글을 읽다 동생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기억이 아직도 난다.


"들이지."


나는 접착제라도 붙인 듯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뗐다.


"다른 테이블 정리하기 귀찮을 테니, 합석시켜도 좋아. 주인장."


내 앞의 있는 녀석이 어떤 괴물이든,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낙장불입이다.

이래 죽든 저래 죽든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차피 주인공을 꾀어내지 못하면 난 두 달 후 있을 결투에서조차 목숨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도 될까요?"


내 허락에 주인공 뒤에 가만히 서 있던 여자애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생긴 것도 예쁜데 목소리도 옥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는 것 같다.


"상관없어. 오히려 난 너희를 기다렸거든."

"음? 우리들을요?"


하지만 주인공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방심할 순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저 녀석이 주인공을 상대하기보다 더 까다롭다.


뜬금없는 말이지만, 난 이 소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라이 같은 주인공도, 정박아 같은 히로인도 모조리 질색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등장인물 중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소윤 양. 당신이 가진 정령석이 필요해."

"제 이름은, 어떻게?"

"그게 중요한가?"


천소윤.


파천검류의 면허 개전 보유자이자, 튜토리얼 랭킹 역대 2위. 이 소설의 진주인공 소리를 듣는 메인 조연. 그리고.


"소윤 양도. 날 알잖아?"


이미 이 세계를 한 번 경험한, 회귀자다.


작가의말

하와와 회귀자인 것이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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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악마의 심장(2) 19.02.01 201 6 10쪽
7 악마의 심장(1) 19.01.30 223 6 10쪽
6 준비(3) 19.01.23 243 7 9쪽
» 준비(2) 19.01.21 274 7 11쪽
4 준비(1) 19.01.20 298 7 12쪽
3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6 8 11쪽
2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402 9 8쪽
1 프롤로그 19.01.15 435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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