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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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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최근연재일 :
2019.02.08 20:24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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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58

작성
19.01.3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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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악마의 심장(1)

DUMMY

제레인트 제니스.


이 소설의 줄거리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1회차 시절엔 천소윤의 스승이었고, 2회차인 작중에 가서도 주인공 일행의 조력자로서 만만찮은 도움을 주게 된다.

아군 삼아야 할 1순위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내 입에선 확답이 나오지 않았다.

인성도 실력도 좋은 양반이지만, 옆에 붙어 있다 보면 강해지기 전에 죽을 것 같거든.

약해 빠진 제자를 금지(禁地)에 던져 놓는 게 말이나 되는가?

뿐만 아니다. 실전 훈련을 빙자해 구타하는 건 기본, 영약의 효율을 높이겠다면서 일주일동안 굶게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소윤이 걔가 회차가 넘어간 지금까지 악몽을 꿀까.


"시간을 오래 줄 순 없는데."

"제니스 경에겐 그저 유희거리지만, 저에겐 일생이 달린 일이 아니겠습니까. 내일 아침까지 반드시 답해 드리겠습니다."

"허, 내가 누군지 알아본 건가?"

"눈이 달려 있으니까요."


제레인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좋다. 하루 정도라면야. 날 알아본 상으로 기다려주지. 윈덱스 가의 풍경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말이야."


감사하다 고개를 숙이는 나에게 몇 마디가 더 들려왔다.


"그래도, 이건 말해야겠다. 착각하는 게 있어."

"네?"

"첫 번째. 널 제자로 받아들이려는 건 유희거리가 아니다. 내가 익힌 오러 연공법, 파천은 기본적으로 일인 전승의 연공법이다. 맞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귀해, 후계를 들이는 게 가장 큰 의무지."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괜히 소윤이 걔가 '아 슬슬 후계자 찾아야 하는데'라며 찡얼거린 게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눈이 달렸다 하여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너와 난 초면이다. 그저 검술 스승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터. 내 정체를 알아본 건 충분히 칭찬해 줄 만하지. 널 제외하고 날 알아본 녀석은 없었다. 윈덱스 그 녀석이 그렇게 자랑하는 자기들 기사들조차도 말이야."


그러니 하루의 시간을 주는 거라고, 그가 말을 보탰다.


***


정령력이 회복되자마자 난 방에서 페트리아를 꺼냈다.

허공이 갈라지고 회색 꼬맹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


대답은 없었다.

아마 소환되자마자 허차원으로 돌아간 게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이번엔 괜찮아. 아깐 처음 너랑 계약을 맺느라 하도 정령력을 써서 그렇고, 아마 별다른 능력을 쓰지 않으면 계속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 거야."


난 아이를 달래듯 페트리아를 어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의 능력이 뭔지 아직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이 소설 속 세계에 있는 동안은 퍽 의지하게 될 거다.

벌써부터 싸워서 좋을 게 없지.


-진짜냐?


곧 삐친 아이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페트리아가 이쪽을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진짜 안 돌아가고 여기 있어도 되는 거냐?


"다른 사람한테 안 들키고 잘 숨어있을 수 있다면."


나는 그런 조건을 달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결투 후라면 모를까, 그 전에 정령을 다룬다는 이야기가 퍼져서 좋을 게 없다.


인간 중에 정령을 다루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만큼, 소문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퍼질 터.

분명 내 결투 상대인 게르하의 귀에도 들어갈 거다.

그러면 결투를 준비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게르하 그 녀석은 오만한 거지 멍청한 게 아니니까.

만약 내가 정령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뭐가 되었든 대비하겠지.


-상관없다. 정령력의 보유자가 아니면 날 볼 수 없어.


"그건 잘 됐네."


-왜, 아까 그 가슴 큰 꼬맹이도 날 못 알아보지 않았더냐.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세이나의 성격이라면 얠 보고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귀엽다면서 오두방정을 떨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래. 잡담은 이쯤 하기로 하고. 너 지금 쓸 수 있는 능력이 뭐 있냐?"


살짝 긴장이 됐다.

이게 바로 제레인트의 대답을 미룬 이유였다.


그 양반의 제자로 들어가는 건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겠지만, 그걸 극복한다면 이 세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으리라 장담한다.

그런데 난 이미 페트리아와 계약을 맺지 않았던가. 심지어 잠재력만 친다면 최상급 정령 이상이란다.


제자로 들어가고 말고 할 것 없이, 얘만 키워도 난 목숨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강해질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 녀석이 당장 두 달 후 있을 결투에도 도움이 될 것인가.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능력?


중급 정령 수준만 되더라도 괜찮다.

본래 오러 익스퍼트를 중급 정령으로 쉽게 이길 순 없겠지만, 지금 게르하는 내가 정령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하지만.


-가속과 감속. 지금은 그 둘 뿐이다. 시간의 흐름을 잡아채 멈출 수도, 물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도 없지. 미안하구나.


역시 늘 기대는 빗나가는 법이었다.

제레인트의 제자로 들어가 고생하라는 세계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내 전력은 하급 정령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꼬맹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영 머쓱한지 뒷목을 긁는 페트리아였다.


***


'공자님이 이상해지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세이나는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요샌 술도 안 드시고 말이죠. 성희롱도 안 하시고.'


망나니라 불리는 것에 비해, 의외로 레이기스가 막 나가지 않는다는 걸 세이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의외로일 뿐.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가 망나니라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매일 떡이 될 때까지 음주를 즐기는 건 기본.(그래 봐야 몇 잔 못 마시지만)

술만 먹었다 하면 술병을 던져 하녀들을 겁먹게 하는 일도 잦다.(다른 사람이 다칠까 봐 일부러 방구석에서만 던진다.)

심지어 성희롱을 어찌나 잘하시는지 하녀들이 빨개져서 웃음을 겨우겨우 참은 적도 부지기수다.


맨 처음 레이기스의 전담 하녀가 되었을 땐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었다.

평소엔 소 닭 보듯 하던 선배님들도 괜찮냐며 주전부리를 챙겨주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원래부터 저한테는 잘 대해주셨는데··· 어쨌든.'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다. 요는 레이기스가 변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음주도, 성희롱도 하지 않는다. 간식을 끊고 운동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레이기스가 뇌진탕에서 깨어나고 고작 이 주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 살이 몰라보게 빠지는 게 보였다.


다른 하녀가 레이기스를 못 알아보고 무례를 범했을 정도라면 체감이 될까?


'너 힘 좀 쓸 것 같다? 새로 온 하인이니? 라고 했었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무리 요새 레이기스의 성격이 죽었다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큰 불호령이 떨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레이기스는 그 하녀를 용서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말과 함께, 씩 웃으면서.

이제 확연히 인물이 드러난 레이기스의 웃음이다. 그 불여시 같은 계집애가 심장을 부여잡았음은 물론이다.


'슬슬 견제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세이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엔 레이기스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여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세이나는 레이기스의 옆자리를 결코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연무장까지 굳이 따라가 레몬 티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쟨 뭐냐?"

"전속 하녀요."

"아."


그 여우 짓이 빤히 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


종합격투기 선수부에서 완전히 적응했던 나조차 토가 쏟아질 정도로 제레인트의 훈련은 빡셌다.

소윤이가 저 양반을 볼 때마다 왜 기겁을 하는지 드디어 실감이 갔다.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요?"


현대 운동법에선, 레이기스같은 고도 비만에게 달리기를 시키지 않는다. 무릎이 다 나가버리거든.


아니나다를까, 이 무거운 몸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던 적이 있었다.

딱 봐도 피로 골절의 증상이었다.

그때 한 번, 제레인트의 명령을 거부하고 뜀박질을 멈춘 적이 있다.


어떻게 됐냐고? 한 대 맞았다. 그리고 그거 맞고 뼈가 부서졌다.

가장 단단한 부위 중 하나라는 정강이뼈가.


놀라운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뼈가 부러져 소리를 지르는 나에게 제레인트는 물약을 건넸다.

근데 그 물약이 후작가로서도 막 쓸 수 없는 고급 포션이었다.

그 이후로도 제레인트는 내가 크게 다칠 때마다 포션을 먹였다.

아마 한 달 반 동안 내 입속으로 들어간 포션 값만 합쳐도, 족히 건물 두어 채 세울 값은 되리라.


"너무하긴 무슨. 넌 이미 검을 잡기에 늦었어. 지금이라도 내 후계자가 되려면, 이렇게 해서라도 따라가야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훈련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레이기스의 돼지 같던 몸뚱아리는 현실의 내 몸을 뛰어넘었다.

심장에 연성한 오러 하트까지 사용한다면, 현실의 나 따위는 열 명이 있어도 간단하게 처바를 수 있으리라.


-흥. 자기 혼자 한 줄 아네?!


팔짱을 끼고 이쪽을 쳐다보는 제레인트에게 페트리아가 같잖다는 듯 외쳤다.

사실, 페트리아의 말도 영 틀린 건 아니었다.


'고마워.'


-별건 아닌데···


심장에 오러를 이렇게까지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페트리아 덕분이었다.

오러 연공법, 파천의 특징은 심장 박동에 감응해 마나를 쌓아, 순환을 통해 마나를 오러로 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페트리아는 이 심장 박동만을 가속할 수 있었다.

그게 제레인트의 예상보다도 훨씬 오러 하트를 크게 연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 주 후.


"생각보다 빠르군."


나는 드디어 오러 유저의 경지에 올랐다.


결투가 시작하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작가의말

글이 안 써져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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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심장(1) 19.01.30 220 6 10쪽
6 준비(3) 19.01.23 240 7 9쪽
5 준비(2) 19.01.21 270 7 11쪽
4 준비(1) 19.01.20 295 7 12쪽
3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3 8 11쪽
2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399 9 8쪽
1 프롤로그 19.01.15 429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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