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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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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최근연재일 :
2019.0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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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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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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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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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왕성(1)

DUMMY

용마전쟁.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 있었던, 용과 악마의 싸움.


프로키온은 그 전쟁에서 홀로 열 마리의 용을 맞았다.

팔이 날아가고, 머리가 깨지고, 심장을 잃으면서까지 결국 그는 세 마리의 용을 참살했다.


그가 훗날 천의 심장을 가진 악마라고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그거다.

살아남기 위해, 잃어버린 자신의 심장 대신 다른 존재들의 심장을 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찾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강대한 악마의 심장을 집어삼켰다.


***


피온의 걱정대로 우리는 제법 아슬아슬한 시간에 도착했다.

연회가 시작하기 고작 열네 시간 전이라던가.

왕성의 검문소에서 당황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이렇게까지 늦게 온 가문은 처음이란다.


"전야제엔 참석하실 생각이십니까?"

"전야제?"


그녀가 침대에 드러누운 날 찾아와 물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런 문화도 있었다.


"예. 페이튼 백작이 주관하는 전야제가 있다고 합니다."

"굳이 갈 필요 있나?"

"굳이 갈 필요는 없습니다만, 결투를 벌이기 전에 상대의 얼굴을 한 번 정도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피온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소설로만 봤지, 나는 페이튼 백작이나 게르하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오랜만에 누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서글프긴 하지만,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지, 뭐."


내가 긍정하자 그녀는 어디선가 시종을 데려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시종 뒤를 졸졸 따라,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거대한 문 앞이다.


"윈덱스 후작가의 장남! 레이기스 윈덱스 공자님 납시오!"


내가 발을 들이밀기도 전에 빵빠레가 울려 퍼졌다.

전야제의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젊은 귀족과 귀족의 자제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뭐라고 할까, 참으로 아니꼽다.


"레이기스? 저게 레이기스라고?"


날 보더니 몇몇 무리의 움직임이 멈췄다.

대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춤을 추던 커플들마저 쌍으로 날 쳐다보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다.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멜던트산 소고기, 그중에서도 한 줌 나온다는 토시살···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월급으론 꿈도 못 꾸는데."

"솔직히 말해봐. 너 이거 때문에 오자고 한 거지?"


저런 눈빛들을 받으면서도 이 음식이 맛있네, 저 음식이 맛있네 티격태격할 수 있는 걸 보니.

피온이나 나나 신경줄이 두꺼운 편인 게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미에 정신이 너무 팔렸나 보다.

누군가 팔뚝을 툭툭 치자, 그제야 나는 고기에서 눈을 뗐다.


"레이기스. 모습은 변했어도 그 식탐은 변하지 않았군."


세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여우처럼 생긴 여자가 하나, 기생오라비 같은 멸치가 하나, 덩치 큰 남자가 또 하나.


"니들 뭐냐?"


나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시비를 걸고 싶어하는 건 딱 봐도 알겠다.

근데 쟤들이 누군지 알아야 받아주지.

소설 내용을 되새겨봤지만, 저 녀석들을 떠올리게 할 법한 묘사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머, 설마 까먹으신 건가요? 우리 옛날에 아카데미에서 친하게 지냈잖아요~"


여우의 말이다.

아카데미, 그런 것도 있었나?

소설엔 등장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래 레이기스. 이거 섭섭해지려고 하는데. 설마 예전에 친 장난 가지고 아직도 삐쳐있는 건가? 계집애처럼."

"맞아. 친하니까 장난도 치는 거지. 안 그래?"


덩치가 내 어깨에 팔을 얹었다.

땀 냄새가 풍겨 나와 식욕이 뚝 떨어진다.


"꺼져라. 냄새난다. 야 피온, 너 기사잖아. 얘들 좀 치워봐."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건데? 저기 있는 네 깔도 다 기억하는 모양이다만."


내 말에도 피온은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을 뿐, 아무런 답이 없다.

느낌이 싸했다. 피온이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맞아요! 자기 기사랑 사귄다고 했을 땐 우스워 죽을 뻔했죠! 언니, 언니. 레이기스가 아직도 잘 해줘요?"


여우가 피온을 툭툭 쳤다.


"우리도 대충 소식 들었다. 결투에서 패배하면 윈덱스의 이름을 버리겠다며?"

"정 못 살겠다 싶으면 우리 가문으로 와도 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내가 청소부로 고용해줄게."

"아니에요~ 가문에서 쫓겨나도 저기 피온 언니가 먹여 살릴지도 모르잖아요? 몸 정이라는 게 있는데."

"크하하! 그것도 그러네! 야 피온. 내일 레이기스가 병신이 돼서 만족이 영 안 되걸랑 와라. 이 오라버니가 얼마든지 받아주마!"


저런 폭언에도 피온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러니 녀석들은 더 신 나게 떠들어댄다.

그제서야 상황 돌아가는 게 조금 보였다.


"야, 피온."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밤 기술이 얼마나 좋으면 레이기스를 꼬셨겠어? 우리 일리아한테도 안 넘어간 목석이었는데."

"아이 참, 부끄럽게. 그런데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호호! 언니. 저한테도 좀 알려줄 수 있어요?"

"아서라. 그런 기술은 창녀들이나 익히는 거다. 네가 굳이 배울 필요 없지."


주변의 소음이 한없이 멀어지고, 대신 시야가 좁아진다.

피온을 제외한 광경이 모조리 흐릿해져 오직 피온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 방에서, 그녀와 처음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야."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오직 나 혼자만이 움직인다.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달팽이가 이슬을 먹으러 기어가는 것처럼.

마침내 내 손가락이 피온에게 닿았다.

툭 하고, 볼에.

뒤늦게 반응한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동기화율이 상승합니다.


평소에 냉랭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포커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져내려, 눈에는 눈물마저 살짝 맺혀있었다.

뜬금없긴 하지만,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예쁘긴 예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고 있는 거 보니까, 한 대 때리고 싶어서."


그녀가 웃었다.

내가 뭘 말하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역시, 기억을 잃으셨어도."


아무리 생각해도, 쿵짝이 잘 맞는다.


"후작가 최고의 망나니십니다."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촤악!


끈적한 샴페인이 덩치의 얼굴에 끼얹어졌다.

달리 누가 할 사람이 있을까. 피온이었다.


"죄송합니다. 손이 미끄러져서."


덩치는 냉기 마법이라도 맞은 듯 굳어있다.

하긴, 여태껏 얌전히 있던 피온이 저런 짓을 벌일 거라고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아, 미안. 내가 대신 사과하지."


우릴 보고 급하게 달려오는 시종에게서 흰색 천을 빼앗았다.

그리고 땅에다가 내버린 뒤, 지근지근 짓밟았다.

천이 금방 더러운 회색으로 물든다.


"이걸로 닦으면 되겠네. 그지?"


어느새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덩치는 화통을 통째로 삼킨 듯 새빨개진 채로 서 있었다. 이런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는 듯한 모습이다.


"너, 후작가의 위세를 업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 아카데미에선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던 놈이."


개가 짖나.

이쪽으로 뻗어오는 덩치의 팔을 잡아챘다.

가볍게 안다리를 후리는 것만으로도, 중심이 흐트러져 덩치는 바닥에 쓰러졌다.


"결국 그렇게 닦을 거면서 뭘 그리 빼?"


더럽혀진 천 위다.

덩치의 머리를 한 번 강하게 짓밟았다. 회색의 천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아마 이빨이 깨졌나 보다.


"레이기스! 이 미친 새끼가!"


있는 힘껏 던진 주먹이 멸치의 턱에 꽂혔다.

그것만으로도 뼈가 작살 나 아래턱이 덜렁거렸다.


"이, 이게 무슨!"


연회장의 분위기가 얼었다. 오죽하면 곡을 연주하던 음유시인들마저 악기를 떨어뜨렸을까.

하지만 이걸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커헉!"


오블리킥,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발차기에 멸치의 무릎이 반대로 꺾였다.

반대쪽 무릎도 있는 힘껏 차주고 나서 나는 뒷걸음질 치던 여우를 향해 다가갔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기사!"


여우의 호위인지, 저 멀리서 남자가 뛰어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녀에겐 안타깝게도, 멀리 있는 기사보단 내가 훨씬 더 빨랐다.


짜악!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쳤다.

내 따귀에 피부가 뜯겨나가 볼 근육이 드러났다.

철철 흘러넘치는 피.

여우가 벌레처럼 땅바닥을 뒹군다.


"악! 아아악!"


기사들은 뒤늦게 도착했다.

연회장에선 검의 패용이 금지된다. 그렇기에 맨주먹으로 그들은 내 주위를 둘러쌌다.


"왜, 팰려고? 책임 질 자신 있어?"


과연 후작가의 장남에게 주먹질을 해도 되는 건가, 그런 고민이 내 눈에까지 보였다.


나는 연극이라도 하듯, 손을 과장되게 휘두르며 선언했다.


"저 버러지들이 나와 내 기사를 모욕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인다.


"불만이 있다면, 정식으로 항의를 보내라. 아니면 결투를 요청하도록. 얼마든지 받아주마. 아, 페이튼 백작이 주관하는 전야제라고 했나?"


웃음이 나왔다.


"영 아니꼬우면, 내쫓아 보시던지."


망나니라는거, 원래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작가의말

술을 먹고 있읍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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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왕성(2) +1 19.02.08 157 7 9쪽
» 왕성(1) +1 19.02.03 193 8 9쪽
8 악마의 심장(2) 19.02.01 197 6 10쪽
7 악마의 심장(1) 19.01.30 219 6 10쪽
6 준비(3) 19.01.23 240 7 9쪽
5 준비(2) 19.01.21 270 7 11쪽
4 준비(1) 19.01.20 294 7 12쪽
3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3 8 11쪽
2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399 9 8쪽
1 프롤로그 19.01.15 426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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