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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작품등록일 :
2019.01.16 20:38
최근연재일 :
2019.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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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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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첫사냥 (First Hunt)

DUMMY

6화.


길드장인 시크는 그의 비서인 알과 함께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렇게 시간을 보낸 시크는 서류를 탁하고 내려놓곤 양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하아. 죽겠군. 무슨 게임에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지 원...”


시크와는 다르게, 알은 오히려 그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모든 정보위에 군림하면서 사람들을 이리저리 리드하는 맛을 즐겼기 때문이다.

알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시크를 위로했다.


“길드장이 그런 거죠. 게임을 즐길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어찌 보면 우리에겐 이건 일이니까요.”


시크는 감은 눈꺼풀을 양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아직 그 건에 실마리도 잡지 못했어.”

“곧 잡을 수 있겠죠. 너무 큰 염려 말아요. 그 전에 일단은 길드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최근에 그 부분을 너무 등한시 했어요.”

“나는 그런 거에 취미 없어. 권력욕은 알이나 채우라고.”

“호호.”

“그나저나 그 신입은 어떤 것 같아?”

“개인 엔진을 가진 것을 보면, 실력은 대단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신용이 안 가.”

“일하면서 잠깐잠깐 정보를 찾아봤어요. 그 실력으로 지금까지 뭘 했는지. 하지만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어요.”

“생체정보를 받기 전까지 겉모습으로 찾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좋은 방법 없을까?”


알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UN에서 허가하지 않은 이상, 어떠한 조건에서도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건 국제법위반인 걸 그가 모르진 않을 테니, 정상적인 길드시스템으론 불가능하죠.”

“그럼 그냥 대놓고 말해야겠어.”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길드에서 나가겠다고 할 거에요. 아니, 애초에 들어온 적이 없으니, 나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신용이 전혀 없는 놈을 받을 순 없어.”

“받아야 할 만큼 우리 길드내부엔 A.I. 엔지니어가 절실해요. 생명에 관련된 스킬을 원하는 길드원들이 엔지니어를 찾아서 다른 길드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에요. 일단 임시라도 받아서 지금 길드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않으면 안돼요.”


시크는 혀를 찼다.


“쯧. 어쩔 수 없나.”

“천천히 가죠.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띠-링!

그 때, 집무실 책상 위에 뜬 스크린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백인과 아시안계의 혼혈로 보이는 십십대 초반의 남자로, 금발이 유독 돋보였다.

그 남자를 본 순간 시크와 알의 얼굴이 굳었다.


“지프리드...”


금발의 혼혈인, 지프리드가 스크린 속에서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간만이야 시크? 요즘 거기 어때? 아시안 지역 중에서도 판타지 월드를 가진 건 거기밖에 없지 아마? 다른 월드에서 별다른 공격이 없었어?”


시크가 말했다.


“아직은. 그래도 다들 협력적인 분위기라. 내가 듣기로는 그쪽은 한창 전쟁이라 들었는데?”

지프리드가 말했다.


“지옥이 따로 없지. 잠깐 만났으면 해.”

“지금?”

“응. 가능하면 집무실 허가 좀 내줘.”


시크는 알을 보았고, 알이 조용히 속삭였다.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시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이 스크린에 띄웠다.

시크가 지프리드에게 말했다.


“어디 있지?”

“코펜하겐.”

“여관인가?”

“호텔이지 여긴.”


알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크가 말했다.


“입장 허가 됐다. 들어와.”

“좋아. 시간 많이 안 뺏을게.”


스크린이 꺼지기 무섭게 지프리드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해서 그대로 파티에 가도 전혀 손색이 없는 복장이 훤칠하고 늘씬한 그 몸을 한껏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모습은 그래픽과 사운드만 연동되는 일종의 홀로그램으로, 서로간의 거리는 먼 그대로였다.

지프리드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았고, 시크와 알도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프리드가 말했다.


“한가하네. 매력 없게.”


알이 대답했다.


“시간 안 뺏는다 하지 않았나?”


지프리드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지. 바로 본론?”

“내 스타일 알잖아.”

“한가하면서, 바쁜 척 하기는. 대화나 좀 하자고.”

“용건은?”


단호한 말에 지프리드는 슈트 재킷의 단추를 풀며 대답했다.


“드래곤하트(Dragon heart)가 필요해.”

“뭐?”

“드래곤하트가 필요하다고. 우리 지역에선 모던 월드(Modern world)랑 판타지 월드랑 전쟁인거 알잖아? 그쪽을 통해서 구할 수가 없어서 이쪽에서 구하려고.”

“이유를 떠나서... 네 테마랑 맞지도 않는 걸 왜? 판타지 월드에선 네 스킬들이 거의 힘을 쓰지도 못하니까 스스로 구할 수도 없는 거잖아?”

“그니까.”

“그 정도로 어려운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스킬이 뭐지?”

“하여간 가능한지 여부나 알려줘. 이쪽에 드래곤 있어 없어?”


시크는 알을 보았고, 알은 스크린에 열중했다. 그리고 곧 그녀가 말했다.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정작 그걸 요구한 지프리드의 눈이 두 배나 커졌다.


“우와! 설마 했는데... 아시아 지역의 판타지 월드가 그렇게 깊게 만들어져 있단 말이야? 아시안들이 판타지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시크의 눈초리가 좁아졌다.


“무슨 소리지?”


지프리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지금까지 드래곤의 출현은 소울온라인에서 손가락 안에 뽑을 만하니까. 백만 단위가 넘어가는 테마가 모일 정도로 판타지 월드가 심화되지 않으면 드래곤은 출현하지 않아. 이런 횡재를 하다니... 운이 좋은데?”


시크의 얼굴이 굳었다.


“운이 아니라 어디서 정보를 듣고 온 것이겠지. 다시 묻겠어. 모던 월드의 초능력자 테마를 가지고 있는 네가 왜 드래곤하트가 필요한 거야?”


지프리드가 대답했다.


“그것까진 알 것 없고. 가져다 줄 거야, 말 거야? 보상은 충분히 할게.”


시크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낮은 음으로 말했다.


“첫째, 드래곤하트를 필요로하는 그 스킬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넘겨. 무슨 스킬인지, 조건은 뭔지, 효과는 뭔지... 전부다.”

“내 테마인 싸이킥(Psychics)에 관련된 스킬이야. 판타지 월드에선 거의 쓰는 건데? 왜 필요하지?”

“그건 그쪽이 상관할 바가 아니고. 조건을 듣고 동의하면 하고 아니면 말아.”

“다른 건?”

“둘째, 다른 길드와는 같은 거래를 하지 마.”

“그건 좀 곤란한데?”

“아시아서버에서 출현하는 드래곤은 둘 이상일 리 없다. 결국 드래곤은 하나고 드래곤하트도 하나겠지. 그것 때문에 다른 길드와 경쟁하고 싶지 않아.”

“흐음...”

“셋째. 우리가 비슷한 종류의 스킬을 만들 때 협조해.”


지프리드는 고개를 흔들흔들 거리며 시크를 보았다.

시크도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한 동안 서로를 응시한 그들은 동시에 서로의 마음을 알아챘다.


“아쉽군.” “배웅은 안하지.”


그들은 동시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


마을의 길은 네모난 돌로 잘 닦여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울퉁불퉁한 것이 느껴졌는데, 그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디테일을 살리는 것 같았다.

길거리를 걸으며 길드로 다시 향하던 아이셔는 보석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신앙은 포데르(힘), 테임스파(시공) 그리고 센티미엔(감각)야. 힘과 스피드와 감각. 전투의 가장 중요한 세 요소지. 이 세 신앙은 자기 스킬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무조건 투자해야해. 이들 만큼 전투에 유효한 건 없어. 어째든 몬스터를 사냥해야한다고 이 게임은!”

“비다(생명)하고 포무라(형태)는? 생명력하고 아이템도 중요하잖아.”

“일단 적을 때려야 중요하겠지. 안 그래? 물론 그 둘로 인해서 변수가 많이 작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랭커정도는 되어야 의미 있어.”


보석이 아이셔를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빠르게 돈을 벌어야하는 만큼 게임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설명하길 그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다.


“다들 신앙lvl은 어느 정도 돼? 랭커는 어느 정도고?”

“Lvl.3은 고수. lvl.4는 랭커. lvl.5는 탑이지. lvl.6은 아직 없다고 들었어.”

“아 그래? 생각보다 레벨이 다들 작네.”

“작은 게 아니야. lvl차이는 절대적인 차이라고. 예를 들면 포데르(힘)lvl이 하나라도 낮으면 모든 힘 싸움에서 그냥 밀려버려.”

“뭐야? 그러면 레벨이 깡패네?”

“스킬이 있잖아. 스킬을 이용해서 자기 lvl보다 높은 lvl의 공격을 한다든지 뭐 그런 것도 가능하니까. 그리고 아이템들도 있고. 뭐, 그래도 결국 순수lvl이 최고야. 스킬도 어찌됐든 lvl에 제약을 받잖아. 그러고보면 lvl이 정말 깡패이긴 해.”

“흐음.”

“아, 깜박했다. 그 대부분 유저가 거의 lvl.3에서 머무는 이유는 lvl.4부터는 lvl다운이 있어서 그래. 사망하면 확률적으로 레벨이 감소해. lvl.5까지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뭐? 뭐 그런 시스템이 다 있어?”

“하여간 이 게임. 빡세다니까?”


보석은 아이셔의 lvl이 묻고 싶었지만, 왠지 실례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울온라인은 불친절한 게임인만큼 정보 자체가 귀중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걷다가 보석이 말했다.


“웬만하면 월드에 국한되지 않는 스킬을 쓰고 싶어. 자기 테마와 벗어난 월드에선 그 스킬의 위력이 반감된다며?”

“오, 게임 시작한지 이제 막 3~4시간이 지났는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글쎄. 머리가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걸?”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기 보단, 테마에 관심 없는 사람이겠지.”

“관심이 없는 걸 어쩌라는 거야.”


아이셔는 보석의 투정을 가볍게 넘기며 말했다.


“그런 스킬들을 뉴트럴(Neutral)라고 하지. 어느 월드에서도 잘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이야.”

“예를 들면?”

“칼에 관련된 스킬들.”

“칼?”

“동서고금을 떠나서 칼이 없던 시절은 없어. 사람들의 상상이 모인 이 세계도 마찬가지지. 칼을 다루는 스킬은 어느 월드에서나 쓸 만한 위력을 발휘해. 심지어 총이 대세무기인 북미 동쪽에서도 칼은 위력적이지.”

“현실에 가까운 것일수록 뉴트럴 스킬이겠구나.”


아이셔는 작은 불만이 섞인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선 그게 무슨 테마야. 자고로 현실에서 없는 걸 경험하는 게 가상현실게임을 하는 이유 아니야?”


보석은 고개를 들었다. 가상의 하늘 위를 떠다니는 가상의 뭉게구름이 너무나 평화로워보였다.


“현실은 하나지만 가상현실은 무한하니까. 그것도 일종의 밸런스가 아닐까?”

“무슨 밸런스?”

“사람들의 이상은 각자가 다 달라.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지. 각기 다른 이상들이 전부 모여서 절충된 것이 현실 아닐까?”

“...”

“그렇기에 현실의 것은 어느 이상에서도 내포되는 거지.”


아이셔는 팔짱을 끼며 코웃음 쳤다.


“흥. 갑자기 재미없는 얘기하네. 그러면 너 여자들한테 인기 없어.”

“원래 여자랑은 별로 인연이 없어서.”

“그래? 좀 의외네?”

“공대 나왔거든.”

“...”

“거의 다 왔네.”


그들은 길드 건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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