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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작품등록일 :
2019.01.16 20:38
최근연재일 :
2019.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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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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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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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Vol 2. 첫사냥 (First Hunt)

DUMMY

***

7화.


공대남자와 암살자 여자.

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 길드 건물에 들어섰다. 그들은 바로 이층으로 올라가 집무실로 향했다.

문이 벌컥 열리고, 집무실 안을 본 보석과 아이셔는 갑자기 공중으로 부유하는 사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초, 초능력자?”


금발의 혼혈인인 그 남자는 전신에서 에메랄드 같은 오오라를 흩뿌리며 공중에 떠있었다. 눈동자도 에메랄드 색으로 변해 정말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상황을 이해한 그 남자는 곧 다시 땅에 착지했고, 그러자 에메랄드 기운도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하아... 놀랬네.”

“누, 누구야?”


아이셔의 질문에 금발의 혼혈인이 대답하며 보석을 보았다.


“지프리드. 그런데 이쪽은... 흐음. 놀라는 정도를 보니 신규 같은데? 시크. 혹시 설마 구한거야? A.I. 엔지니어?”


시크가 말했다.


“네가 상관할 일 아니지. 나가지 않으면 내쫓겠다.”

“갑자기 적대적으로 나오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하. 좋은 구경했어.”


지프리드는 긴 다리를 널찍이 움직이면서 보석과 아이셔를 지나 걸어갔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보석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연락하지.”


쿵.

문이 닫히자 시크가 알을 째려보았다.


“어떻게 문을 잠그는 걸 잊을 수 있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알이 즉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지프리드의 방문이 너무 갑작스럽다보니... 죄송합니다.”

“후우... 뭐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내가 알던 알이 아닌 거 같아.”

“...”

“그나저나 이제 저놈이 이 길드 저 길드 돌아다니면서 딜을 할 거야. 그 전에 우리가 드래곤하트를 확보해야해. 그러면 그때가선 우리의 조건을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알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실수를 만회하도록.”

“...”

“자, 그럼 아이셔, 보석. 갔던 일은 잘 됐나?”


시크는 소파로 다가왔고, 알은 집무실 책상에 가서 자기 일을 시작했다.

보석와 아이셔는 시크 앞에 앉았는데, 보석은 자꾸만 알이 신경 쓰여 눈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 이를 눈치 챈 시크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개인엔진은 허가가 난 것 같은데?”


아이셔가 먼저 대답했다.


“장난 아니었어. 총 테스트 시간이 20분도 안 걸렸다니까?”

“뭐?”

“진짜야. 20분도 안 걸렸어. 정확하게는 17분 40초!”


시크는 무표정한 채로 보석에게 고개를 돌렸다. 막 집중하여 업무를 처리하려던 알조차도 서류에서 시선을 때고 보석을 보았다.

두 남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보석이 어깨를 한번 들썩했다.


“별거 없던데요.”


시크가 옷무새를 바로하며 말했다.


“시간이 그렇게밖에 안됐나? 하. 이거 대단한 실력자를 몰라봤군.”


보석이 다리를 꼬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실력적인 부분에선 통과한 겁니까?”

“그건 개인앤진을 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통과한 거고. 그걸 게임 내부에서 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받을 생각은 없으신 것 같군요?”


시크는 알을 보았고, 알은 서랍에서 서류하나를 꺼내 시크에게 주었다.


“동의하게.”

“뭡니까?”

“신체정보동의서.”

“...”

“그 실력을 가지고 그저 백수로 살았다? 그걸 믿고 받아주기에는 우리 길드 특성상 불가능해.”

“길드의 특성이 뭔데 그럽니까? 신용평가는 일단 길드원으로 받고나서 천천히 하는 게 예의 아닙니까? 갑자기 신체정보를 요구하는 건...”

“나도 무리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 정도로 우리 길드는 신용을 중요시 생각하네. 신용이 없으면 세계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우리 길드에 들어올 수 없어.”


보석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시크와 알을 번갈아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들, 도대체 얼마나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거지? 생체정보를 받아서 뭐? 배신이라도 하면 현실에서 보복이라도 하게?”

“그렇게 말하는 본인도 해커 아닌가?”

“A.I. 전문가일 뿐이야.”

“버벌해킹을 하는 전문가는 처음 들어보는데?”

“어찌됐든, 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들한테 생체정보를 넘겨라? 말도 안되는 소리 마.”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느낀 시크는 보석의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젊은 나이의 동양인.

버벌해킹이 가능할 정도의 A.I. 전문가이자, 개인엔진을 가질 정도의 엔지니어.

흔히 말하는 천재 스타일이다.

무슨 일은 하는 자인가?


“그럼 최소한 과거를 공개해주게.”


시크가 다시금 공손한 말투로 말하자, 보석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하기 시작했다.


“말해도 안 믿을 게 뻔합니다.”

“정말 말하지 않을 셈인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저를 받아주시고 지켜보시면서 판단하시지요.”


시크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다른 걸 말해주면 길드원으로 받아주겠네.”

“무엇을 말입니까?”

“소울온라인을 플레이하는 목적. 최소한 그건 알아야 우리 길드 내부의 목적과 상충되지 않는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대강 예상은 가지만 정확하게 알고 싶네.”

“그것도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생체정보도 주지 않겠다. 과거도 말하지 않겠다. 그러면 미래의 할 일이 뭔지 정도는 알려줘야지. 길드원을 받아드리고 이후에 자네의 행보를 지켜보며 신용을 확인하라는 건 자네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그걸 알아야 자네 행보가 일관되는 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안 그런가?”

“...”

“이 부분은 자네가 우리 입장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보석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작은 침묵이 흐르고 보석이 대답했다.


“돈을 벌어야합니다.”

“얼마나?”

“그건 보수를 듣고, 제 생각과 맞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수는 얼마나 생각하는데?”

“제가 알 리가 없지 않습니까?”

“뭐?”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입장입니다. 전 아무 정보도 없습니다. 길드장님도 그걸 잘 아십니다.”

“그럼 우리가 얼마를 제안하든 상관없다는 건가?”

“미래에는 상관있게 될 겁니다.”

“무슨 뜻이지?”

“앞으로 전 소울온라인을 계속 플레이할 것이고, 점차 돈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겁니다. 그때, 미래에 가서도 오늘 거론되는 보수를 생각했을 때, 길드장님과 제가 여전히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는 그 정도의 적당한 보수를 말씀해달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무표정을 유지했던 시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몇 번이나 참았지만, 정말이지 완전 제멋대로군.”

“그 정도로 급한 거 아닙니까? 엔지니어가.”

“...”

“정 그러시면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한 달에 벌어야하는 돈은 1천만 달러. 이 길드에서는 이 정도의 일거리를 제게 공급해줄 수 있습니까?”

“어느 길드도 그 십분의 일도 못할 거다.”

“그럼 일어나죠.”


보석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시크와 알, 그리고 아이셔에게 번갈아가며 한국식으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발을 놀려 밖으로 나갔다.

쿵.

보석의 모습이 사라지고, 문이 닫히자 시크가 소파 앞에 있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건방진 새끼.”


알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기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시크에게 말했다.


“한 달에 1천만달러라니. 저희 길드 전체의 수익보다 많은데요?”


시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분노를 식혔다.


“그냥 일 같이 안하겠다는 거지. 그냥 아이셔를 통해서 정보만 빼먹고... 애초부터 길드에 들어올 생각은 안했던 것이 분명해.”

“그래서 그냥 보낼 거예요?”

“아이셔.”


으르렁거리는 듯 한 그 말투에 아이셔는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공손히 했다. 평소에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만 한번 화가 난 시크는 작은 자세하나 가지고도 불같이 분노를 표출하는 성난 사자로 변하기 때문이다.

아이셔가 말했다.


“응?”

“따라붙어. 길드 탈퇴하고.”

“길드를 탈퇴하라고?”

“지금 탈퇴 신청해. 알. 탈퇴신청 받아드려.”

“무슨 말이야?”


쾅!

책상을 한 번 더 내려친 시크가 고함을 질렀다.


“왜 말길을 못 알아들어? 길드에서 탈퇴했다고 하고 그놈한테 따라붙으라고! 그리고 그놈 상황을 우리 쪽에 계속 업데이트해! 그놈은 나와 내 길드가 싫은거지 네가 싫은 건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이셔는 갑작스런 고함에 경기를 일으키는 시늉을 하며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알았다고. 대신에 내가 그 일하는 동안은 다른 일은 맡기지 마. 이중으론 일 안하니까.”

“알았으니, 나가! 나가서 그놈에게 따라 붙어!”


아이셔는 알과 눈을 마주쳤다.

알은 눈을 느리게 한 번 감으면서, 자기가 뒤처리를 하겠다고 아이셔에게 신호했다. 아이셔는 말없이 입모양으로 ‘Thank You’를 말하고는 종종 걸음으로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알이 스크린에 띄어놓은 정보들을 훑으면서 시크에게 말했다.


“정말 간만에 보네요. 아시안이 저렇게 나오는 건. 면접을 저렇게 보던 아시안이 있었나 싶어요.”


시크는 상위 단추 두어 개를 풀면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영어 썼어.”


방금 전까지 불처럼 화내던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목소리였다.

알이 되물었다.


“네?”

“몸짓이나 어휘가 보통 아시안과 많이 달라서, 입모양을 유심히 봤지.”

“...”

“딱 한 단어였지만... 영어였어. 분명.”

“단순한 단어는 외래어식으로 썼을 거예요.”

“아니. 단순한 단어가 아니야. 그냥 버릇처럼 나올만한 게 아니라... 분명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튀어나온... 그런 말이었지.”

“그럼... 한국인이 아니라는 건가요?”

“아마 국적이 다르겠지. 아니면 영미권에서 교육을 받았을 거야. 한국에서 자란 놈이 갑자기 면접에서 영어를 쓰겠어?”

“...”

“그 쪽으로 조사해봐. 한국인들은 영미권에서도 미국을 제일 선호하니까, 미국부터 뒤지면 되겠군.”

“알겠어요.”


반투명한 스크린 뒤로 소파에 몸을 기댄 시크의 눈이 차갑게... 그리고 낮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


카르마 신전은 신전보다는 유럽의 공공기관 같았다. 다양한 미술품과 조각품으로 장식되어있는 내부는 천 명이라도 들어갈 것처럼 널찍했고 사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여러 접수처에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보석은 번호표를 뽑고 한적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호 여기 있었네? 그래, 너라면 여기 있을 것 같았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기다림에 지친 보석은 옆을 보았다. 그곳엔 방긋 웃는 아이셔가 있었다.

보석이 말했다.


“나라면? 그럼 다른 사람이라면 어디있었을 건데?”

“마을 밖에. 초보들은 일단 무작정 나가고 보는 습성이 있으니까.”

“무슨 페널티가 있을 줄 알고.”

“죽어봤자 게임 안이고, ‘초보니까 페널티가 크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그렇게 하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보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크에게 전해. 보수 맞춰줄 때까지 일 같이 안한다고. 뭐, 이미 틀어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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