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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작품등록일 :
2019.01.16 20:38
최근연재일 :
2019.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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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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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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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첫사냥 (First Hunt)

DUMMY

9화.


“으으윽. 토 나올 같네.”

시작 마을 광장의 분수에서 로그인을 한 보석은 온몸을 휘감은 불쾌감에 양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몸을 떨었다. 이빨이 달달 떨릴 정도로 몸을 흔들었지만, 그의 몸에 진득하게 남아있는 불쾌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어? 신규?”


보석은 옆에서 들린 소리에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겨우 돌렸다. 그곳에는 기사 갑옷을 입고 있는 아론이 있었다.


“아, 아론 씨?”


아론은 보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이 찢어질 만큼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 죽었구나, 너? 보석이라 했지? 표정을 보아하니, 첫 번째인 것 같은데? 큭큭큭. 순결을 잃어서 어쩌나? 마음이 많이 상하겠어. 기분 엿 같지?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데, 억지로 일어나는 그 기분. 큭큭큭. 언제 느껴도 짜증나지.”

“...”


이런 성격이었나?

보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아론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장난이다 장난. 원, 사내가 장난 한 마디로 꽁하고 있기는... 멧돼지에게 죽은 거 맞지? 후우. 나도 옛날 생각나는 걸.”


그래도 도와주려는 모습에 보석은 좋지 않은 마음을 풀어버렸다.


“예. 칼을 휘둘렀는데, 아주 손쉽게 피해버리곤 역습을 당해서.”

“그야 당연하지. 멧돼지의 센티미엔(감각)은 lvl.2라고 알려져 있으니까.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네 티엠스파(시공)는 lvl.1. 레벨차이가 나는 이상 그냥 휘둘러서는 절대 못 맞춰. 동등한 조건에서 레벨차이는 곧 절대적 차이니까.”

“아니, 그러면 그 멧돼지를 아무리 공격해도 못 맞춘다는 겁니까?”

“응.”

“무슨, 가장 약한 몬스터가 뭐 그리 셉니까?”

“하지만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야. 레벨차이가 절대적인 건 말 그대로 동등한 조건에서. 그 조건을 비트는 게, 이 게임의 전투감각을 가르는 거지. 그걸 익혀야하는 거야. 그게 이 게임의 진정한 튜토리얼인 것이고.”

“...”


보석의 시선이 땅으로 향하는 것을 물끄러미 본 아론이 먼저 물었다.

아론은 침울한 그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생각에는 신앙의 차이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 것 같나?”


보석은 즉시 하나 떠오르는 걸 물었다.


“스킬.”

“그렇지. 어찌됐든 소울온라인은 스킬이 기본이니. 그리고?”

“아이템.”

“좋아. 거기까진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생각이지. 하지만 갑자기 물어보는데 바로 그렇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어. 그 이상도 알 수 있겠나?”

“...”


순간 보석은 아론이 그를 평가하려한다는 기분을 느꼈다. 때문에 얼굴이 자연스럽게 굳기 시작했다. 아론은 겨우 10대 후반의 보석의 얼굴에 들어난 표정을 못 읽을 정도로 녹녹한 사내는 아니었다.

아론은 보석의 기분을 알아채고 사과했다.


“아,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 길드의 리더쉽(Leadership)이라, 항상 인재를 발굴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야.”


보석은 자기감정이 들켰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대답을 하자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론은 다시 밝게 웃으며 보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소울온라인 내에서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닌 것이 무엇인 줄 아나? 바로 정보야. 얼마나 비싼가하면, 흔하디흔한 멧돼지 공략 하나도 20골드이지. 못 믿겠으면, 한번 정보길드에 가서 의뢰해봐. 얼마를 달라고 하는지.”

“...”


20골드면 대략 달러로는 20불. 한국 돈으로 이만원이다.


“하지만 인연도 있고 내가 당장 20골드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공략법을 알려주지.”


보석은 단칼에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아론은 조금은 버릇없게 말한 보석을 보곤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친구였군. 그래 스스로 알아내야지. 가만 보자... 흠. 자 여기.”


아론은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주었다. 그곳엔 그의 연락번호가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전화번호는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마. 그건 내게 우편이나 편지 혹은 여관을 통해서 연락할 때 쓰는 번호니까. 잘 보관해야 할 거야. 여기 안에선 스마트폰 같은게 없으니까.”

“저도 하나 만들어야겠군요.”

“등록하는 데만 돈 꽤 들어. 500골드야. 그게 수틀린다고 안하는 사람도 많지. 그냥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는 스킬을 아예 새로 만드는 사람도 많으니까. 센티미엔(감각)을 기반으로 하면 스킬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차라리 그걸 만드는 게 났지.”

“그럼 아론 씨는 왜 여관을 통해서 연락하는 겁니까?”

“길드에 리더쉽이라니까. 그리고 나는 글로 연락 받는 게 더 편해. 하지만 그런 거 안 할 거면 그냥 연락스킬을 만들어. lvl.2면 충분할 걸? 은총이 아깝긴 하겠지만.”


안 그래도 아이셔가 몇 번 언급을 했었다.

보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시고.”


아론이 말했다.


“줄 만한 친구 같아서 준 거야. 멧돼지 공략법을 알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

“예. 그럼.”


보석은 그렇게 인사를 한 뒤, 다시 멧돼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그를 죽였던 멧돼지가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고 있었다.

절대적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 조건을 비튼다.

무슨 뜻 일까?

보석은 슬금슬금 걸어, 멧돼지의 뒤 쪽으로 걸어갔다.

멧돼지는 보석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과일을 씹는데 온 집중을 하고 있었다.

보석은 가까웠다 싶을 때, 냅다 뛰어서 그 멧돼지의 엉덩이에 칼을 휘둘렀다.

쉬-익!

멧돼지는 몸을 가볍게 돌리면서 보석이 공격을 완전히 피해버렸다.

그리곤 즉시 가속하여 보석의 복부를 머리로 박아버렸다.


“크-학!”


시야가 흐려지고 소리가 멀어졌다.

보석은 가까스로 정신 줄을 붙잡았고, 그러자 다시 눈앞에 멧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죽지 않았다!

보석은 다시금 몸을 돌진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멧돼지를 보며 서둘러 칼을 휘둘렀다.

쿵!

칼이 닿기도 전에 멧돼지의 코끝이 미간에 박혔다.


“으 악!”


코로 피를 품어내며 땅에 꼬꾸라진 보석.

곧 세상이 어두워지고, 어두운 공간속에 부유하게 된 보석의 귓가에 딱딱한 부스 메시지가 들렸다.


[사망하셨습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보석은 이를 악물었다.


“분명... 칼에 닿을 뻔 했어.”

[사망하셨습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아니. 다시 소울온라인으로 접속해.”


곧 보석은 시작마을 광장의 분수에서 로딩되었다.

아론은 그때까지도 그곳에 있었는지, 보석을 보며 말했다.


“빠르네. 보석.”


보석은 입맛을 다시며 눈에서 불을 뿜어냈다.


“알겠습니다. 공략법.”

“응? 벌써?”

“예.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아마 다음번 죽을 땐, 여기 나 없을 거다. 난 드래곤 사냥을 가거든. 조금 큰 멧돼지 같은 거야. 크하하. 그러니 열심히 해. 그럼 너도 언젠간 드래곤 사냥을 할 수 있겠지.”


그가 그리 자랑하는 것을 보니,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은 대단한 일임이 틀림없었다.

보석은 그 자랑에는 관심없었지만, 정보에는 관심 있었다.


“드래곤 말입니까? 오. 그런 몬스터도 있군요?”

“보스몬스터지. 아무튼 너무 죽으면 뇌에 영향이 가니까, 건강 챙기고.”


아론은 유쾌하게 말해지만, 그 속내는 정보를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보석은 인사했다.


“예...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마을 밖으로 나갔다.

다시 멧돼지 앞에 선 보석은 옆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힘껏 멧돼지에게 던졌다.

부-웅이란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간 돌멩이. 그것에 머리를 맞은 멧돼지는 깜짝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서히 몸을 돌리면서 보석을 보았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후우. 후우. 와라. 와. 개자식아.”


멧돼지는 그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바로 발을 몇 번 구르더니 보석을 향해 돌진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본 보석은 다리에 잔뜩 힘을 주면서 최대한 공포를 억눌렀다.

쿵!

복부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보석은 죽는 소리를 냈다.


“크앗!”


마치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배를 세게 가격한 느낌. 고통은 작았지만, 꿈이 통째로 무너지며 정신이 올라오는 그 엄청난 불쾌감이 보석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이대로 깨어나는 기분에 진다면 또다시 사망이다.


“으으윽!”


보석은 앓는 소리를 내며 수면위로 떠오르려는 의식을 꽉 붙잡고는 팔을 휘둘러 멧돼지의 머리에 쑤셔 박았다.


“쿠이익!”


멧돼지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서 몸이 몇 번이나 뒤뚱하더니, 곧 그 육중한 몸이 땅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보석은 자기도 모르게 복부를 쓰다듬으면서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멧돼지를 주시했는데, 멧돼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서, 성공한 건가?”

“...”


죽은 멧돼지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보석은 멧돼지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혹시라도 죽은 척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손에 잡은 칼에서 힘을 조금도 빼지 않았다. 그리고 다가가서도 발로 몇 번이나 툭툭 건들이며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쓸어내렸다.


“오. 죽었어. 죽었네. 오. 죽은 거 맞지? 응? 어. 죽었어. 죽은 게 확실해.”


수십 번을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긴 보석은 오른손을 뻗어 그 멧돼지 시체에 올려놓았고 왼손을 뒤쪽으로 뻗고는 외쳤다.


“바, 박피!”


그가 외치자마자, 멧돼지 시체가 하얗게 변했다. 그리곤 그 빛이 점차 사라졌는데, 그 빛이 사라졌을 땐 가죽이 벗겨진 멧돼지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가죽은 사각형으로 잘 정리된 채 보석의 왼손바닥이 뻗어져 있는 곳에 나타났다.

보석은 그 옆에 있는 맨땅에 왼손을 옮기곤 말했다.


“와우. 신기한데. 오오, 그러면 다른 것도? 수, 수집!”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도 역시 멧돼지 시체가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멧돼지의 송곳니 두 개가 왼손이 뻗어진 맨땅에 생겨났다.


“오오. 좋아, 좋아! 이거지!”


그는 송곳니를 품에 넣고, 가죽을 어께에 들쳐 멨다.

공략법을 알았으니 이젠 반복 노가다!

멧돼지의 씨를 말릴 생각을 하니, 보석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인벤토리. 그래. 그걸 물어봐야겠는 걸?”


보석은 명함 하나를 꺼냈다.

아론이 준 것과는 전혀 다른, IT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명함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보석은 그 명함을 손으로 쥐곤 말했다.


“아, 아아. 이렇게 말하면 들리나?”


허공으로 퍼지는 소리는 숲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그 운영자가 그의 소리를 듣는 지 안 듣는 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떨쳐버리듯 외쳤다.


“에이씨. 뭐, 그럼 버그신고를 하려고 하면 알아서 나오겠지 뭐!”


그렇게 보석이 활기찬 걸음으로 발을 내딛는 데, 그의 앞에서 사람 키만큼 높고 넓은 타원형이 생기더니, 갑자기 그곳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속이 보이지 않는 탁한 물속에서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자, 잠깐만. 바로 오려 했어요오.”


운영자 바니걸, 바니걸은 혀를 살포시 내밀며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 속에는 버그를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보석은 오히려 그 애교가 무섭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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