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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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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작품등록일 :
2019.01.16 20:38
최근연재일 :
2019.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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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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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Vol 2. 첫사냥 (First Hunt)

DUMMY

10화.


“아니, 내가 누구한테 말할 것도 아니고... 그냥 원래대로 하면 안 될까?”

“워, 원래대로 하고 있는 걸요, 뭘. 보, 보석짱은 차 참, 이상해요.”

“아 나도 개인 취향은 존중해. 근데 우리 관계가 정상적이지만은 안잖아? 범죄자가 너무 귀여운 척 하는 것도 사실 큰 문제라고.”


바니걸은 호들갑을 떨면서 지팡이를 양손으로 잡아 품에 가져갔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버, 범죄자라뇨!”

“참나. 그럼 버그로 돈을 벌고 있었던 게 범죄가 아니라고? 그것도 운영자가?”


바니걸은 지팡이를 보석에게 뻗으며 말했다.


“저, 전 그저 버그를 신고 받고 고치려 하는 거에요오. 다, 다만 회사에 보고가 들어가면 제 실적이 떨어져서 그런 거니까... 그, 그 버그를 제가 만들었다는 즈, 증거도 없으시고... 또 그게 도, 돈을 벌고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니까...”


보석은 비웃음을 얼굴에 그렸다.


“오, 이젠 바니걸 테마를 유지하면서도 그럴싸한 변명을 할 줄 알게 됐네? 축하해.”

“...”

“원래라면 현실 성격이 나와서 갑자기 막 따지고 들며...”

“저어... 보석짱. 저, 저는 하는 일이 있어요. 호, 혹시 용무가 뭔지 여쭈어도 될 까요? 그냥 심심해서 토끼를 괴롭히려고 부르신 건 아니겠죠오?”


바니걸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두 눈만큼은 감정이 없었다.


“하나 물어보려고. 들어보니, 이 세계에선 정보가 비싸다니까.”

“왜, 왜요? 그냥 스킬이나 아이템도 달라고 하시지.”

“그건 증거가 너무 심하게 남잖아.”

“...”

“그 페시브 스킬에 있는 걸로 멧돼지를 박피하고 수집했거든. 그런데 인벤토리 시스템이 어떻게 되나 해서.”

바니걸은 보석이 어깨에 들쳐 멘 멧돼지 가죽을 보곤 저 멀리 있는 멧돼지 시체에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벌써 멧돼지를 잡으셨네요! 오늘 아침에 시작하시지 않으셨나요오? 정말 센스가 좋으셔요오! 대단한 보석짱이네요.”

“알았으니까, 대답 좀.”


보석의 태도에 바니걸은 역한 것이 올라오는 듯 했지만,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미소를 유지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소울온라인은 다른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시스템도 거의 유저 스스로가 스킬로 만들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오. 인벤토리 시스템도 마찬가지. 티엠스파(시공)과 포무라(형태) 신앙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벤토리 시스템도 유저 간의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오.”

“가장 기본적인 건 뭔데?”

“질량축소에요오. 무게를 가볍게 해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죠.”

“꼭 이렇게 불편하게 들고 다녀야해?”

“제가 알기론 포무라 및 티엠스파lvl.3까지 되지 않는 한은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인벤토리 시스템 하나를 만드는 것에도 그런 투자를 해야 하는 건가...”

“그만큼 자기 능력이 되는 거예요, 보석짱! 파티를 짤 때, 케리어(Carrier)의 역할이 얼마나 큰 데요. 그러니까 투정부리지 말아요오.”

“참나.”

“헤비유저들을 위한 하드코어 게임. 그것이 소울온라인이 지향하는 방향이죠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나?”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아이템을 구매하시면 되요. 하지만 그것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죠.”

“흐음...”

“대, 대답이 다 됐나요?”

“그럭저럭.”

“그, 그럼 저는 도, 돌아가 볼게요오.”

“응. 잘 가.”

“...”

“왜?”

바니걸은 보석을 응시하다가 곧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아니에요오.”

“왜 생각보다 쉽게 놔줘서?”

“...”

“운영자랑 사이가 나빠지고 싶지는 않아. 특히 버그로 돈을 벌 정도로 실력과 배짱이 좋은 사람은. 그러니, 적당히 하는 거지.”

“머리가 좋으시네요오. 자기가 유리할 때도 자제할 줄 아시고.”


바니걸이 게슴츠레 보석을 보았다.

보석도 그녀를 마주보다가 말했다.


“나 사실 S.I. 연구자야.”


보석의 뜬금없는 말에 바니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지팡이를 땅에 떨어트렸다.


“저, 정말요?”

“응. 동업할 일 생기면 말해. 나도 큰돈을 만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

“왠지 그 쪽으로 잘 알 거 같아서.”

“그, 그래서 그런 개인앤진을 가지고 계셨나봐요오.”

“응. 그럼 뭐 갈게.”

“네에.”


보석이 손을 흔들고 마을 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니걸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이후 보석은 계속해서 멧돼지를 사냥. 거기서 나오는 멧돼지 가죽과 송곳니를 가지고 각각의 신전에 가서 제사를 드렸다. 인벤토리가 없었던 그는 직접 아이템들을 손으로 들어서 날라야했고, 때문에 시간도 상당히 지체돼 많은 사냥을 할 순 없었다.

다음날 정오.

보석에게 멧돼지 사냥 법을 들은 아이셔는 분수에 걸터앉은 자세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폭소하고 또 폭소했다.


“푸하핫! 푸핫! 푸하핫! 진짜... 푸핫!”

“그게 그렇게 웃길 일이야?”

“하하핫. 너는 진짜. 푸핫. 정말로 그렇게 사냥했다는 말이야?”

“...”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셔는 십 분을 넘겨서야 겨우 대화가 가능해졌다.


“봐야겠어. 안 보고는 못 배길 거 같아.”


보석이 불만어린 어조로 말했다.


“바쁘다며, 오늘? 그래서 일을 빨리 처리해야한다고 한 게 누군데?”


아이샤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 그래도 네가 사냥하는 모습은 봐야겠어. 진짜. 못 보고는 안 될 거 같아.”

“처음 만날 때만해도 엄청 심각하게 중요한 일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뭐야? 별 일 아니었나봐?”


아이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중요한 일이긴 해. 하지만 내가 상대해야 하는 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적어서... 뭐, 그냥 못 간다고 해두지 뭐. 그쪽에서도 별말 안할 거야.”

“...”

“하여간, 얼른 가자. 응? 보여줘! 보여줘!”

“알았어. 참나, 뭐 그리 웃기다고.”


아이셔는 생글방글한 표정으로 앞장섰고, 보석은 끌려가듯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을 밖 멧돼지 서식지.

그곳에는 역시 멧돼지 한 마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칼을 빼든 보석은 아이셔를 한번 흘겨보았다.

아이셔는 막 장난을 치기 직전의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웃음이 터지지 일보 직전이었다.


“하아... 그럼 간다.”


아이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양 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보석은 돌을 들어 멧돼지에게 던졌다.

탁.

돌을 맞은 멧돼지는 보석을 포착하고는 돌진했다.

두두두두. 쾅!

복부를 맞은 보석의 두 눈이 머리 뒤로 넘어갈 듯 했지만, 보석은 겨우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리고 휘두른 칼날.

그 칼날에 멧돼지에 목이 뚫리며 멧돼지가 비명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보다 아이셔의 웃음소리가 더 커, 보석의 귀에는 웃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캬하하하! 캬하하! 캬하! 크히힛! 크힛.”


숨넘어갈 듯 웃는 아이셔는 이제 아예 땅에 주저 않고 눈에서 나오는 울음을 닦았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는데, 그런 그를 바라보는 보석의 표정은 썩어버린 사과와 같았다.


“아니, 그게 그렇게 웃길 일이야?”

“크흐흣. 크히힛. 하아. 크히힛. 키힛. 응. 크힛.”

“...”

“하아. 아. 아. 얼마나 만에 이렇게 웃어보는지. 진짜였어. 와. 나는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못 믿었거든. 근데 진짜로. 푸히힛.”

“...”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는... 아니 어찌 보면 대단해. 어떻게 그런 생가... 푸힛, 을 하게 된 거야?”


부끄러움과 화를 참지 못한 보석이 빽 하고 소리 질렀다.


“아니 그럼 다른 사람들 어떻게 잡는데!”


아이셔는 양 손으로 얼굴을 비비면서 감정을 추슬렀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딸꾹질을 하듯 피식피식 잔웃음을 흘렸다.


“알려진 정석은... 나도 너무 오래전에 본 거라 잘 생각은 잘 안 나는데. 내가 알기론 일단 멧돼지의 먹이로 관심을 끈 뒤, 키히히. 나무쪽으로 유인해서 나무에 돌진하게끔 만든 다음, 캬핫. 나무에 머리를 박은 멧돼지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공격하는 걸 거야...”

“...”

“그런데 그걸... 자기 몸으로 버틴 다음에 공격을 하다니.. 크히힛. 히힛. 아...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아마 네 비다(생명)lvl.2라서 그런 건가? 히힛.”

“비다(생명) 신앙하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응? 아, 비다(생명)이 높은 사람은 잘 안 죽거든. 생초보라면 누구라도 멧돼지의 돌격을 맞으면 사망하는 게 맞는데, 넌 비다lvl.2라서 한번 정도는 견딜 수 있던 거야.”

“흐음, 그래도 레벨이 차이 나는데 겨우 한 번 더 견디는 거야?”

“소울온라인에선 그게 엄청난 차이야. 여기선 생명력이 현실과 비슷해. 치명상 하나에 골로 가지. 그걸 한번 견딘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라고. 그걸로 짜낼 수 있는 페이크가 얼마나 많을 줄 알아? 솔직히 네가 멧돼지를 잡은 것도 페이크를 쓴 거잖아? 그런 거지.”

“...”

“하여간 그래서 얼마나 잡았어?”

“몰라, 한 서른 마리? 가끔씩 잘못 맞을 때는 진짜 그냥 죽어버려서...”


그 말을 듣자 아이셔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씻은 듯 증발했다.


“정말?”

“응. 운 좋을 땐 마을에 들리지 않고 두 마리 연속으로 잡을 때도 있고.”

“흐음.”

“왜?”


아이셔는 조금 감탄한 표정으로 보석을 보았다.


“아니. 사실 그 돼지가 좋아하는 과일을 찾는 게 어려워서 하루에 열 마리 잡으면 많이 잡는 거거든 사실.”

“과일이야 주변에 널렸잖아?”

“그 과일들을 다 제치고서라도 먹고 싶을 만큼 맛좋은 과일이 아니면 그 공략법은 안 통해.”

“오. 그럼 내 사냥법이 더 많이 잡는거네.”

“인정하긴 어렵지만, 그렇긴 하지. 죽음을 담보로 한 사냥법이니 참나. 그럼 오늘은 있다가 나랑 헤어지고 나서 한계치까지 달려봐.”

“한계치?”

“소울온라인에서는 각각의 몬스터 아이템으로 쌓을 수 있는 은총에 한계치가 있어. 그 이상으론 아무리 잡아도 은총을 얻을 수 없거든. 그걸 한계치라고 해.”

“흐음...”

“아마 그래도 꽤 걸릴 거야. 반나절동안 서른 마리를 잡았다고 하니까... 아마도 오늘 안에 가능할 걸. 뭐, 요령이 생기면 더 빨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 소울온라인에서 각각 몬스터당 한계치가 얼마나 되는데?”


아이셔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그게 어떤 몬스터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 또 한계치가 단순히 사냥성공 횟수가 아니고, 받는 은총의 량으로 정해진 경우도 있고, 혹은 단순히 사냥시도 횟수일 수도 있어. 혹은 어떤 퀘스트로 인해서 한계치가 상승하기도 해서, 이미 한계치에 달했던 몬스터를 또 잡아보니 은총을 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뭐야. 정해진게 없잖아.”

“그래서 소울온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뭐다?”


보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보.”

“정답. 멧돼지는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오십에서 백마리 사이에 한계치가 있을 거야. 사냥 성공 숫자로. 한계치 조건 중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하지.”


보석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사냥 횟수가 한계치가 되는 몬스터가 있으면 아주 신중하게 잡아야겠네. 괜히 사냥 횟수만 날려먹잖아.”

“그거야 랭커들 사이에서나 있는 일이니까, 넌 지금 신경쓸 거 없이 멧돼지나 잡아.”

“알았어. 그나저나 진짜 안가봐도 돼?”

“응. 너 옆에서 보는게 더 재밌을 거 같아, 큭큭.”


이후 보석은 멧돼지를 사냥했고, 아이셔는 옆에서 느긋하게 그 꼴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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