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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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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1.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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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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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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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공원에서 조우하다(2)

DUMMY

미린고등학교 근처의 주택가, 그 한가운데에 있는 소공원. 입구에는 원뿔에다 원구를 올린 추상적인 조형물이 하나 있고, 분수대, 장미 정원, 놀이터, 연못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훈은 공원에 발을 들여놓는다. 세훈 말고는 아무도 없는 듯하다. 공원 한쪽에는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그 정상에는 정자가 하나 보인다. 안내판에 보니, 봉우리 정상에 있는 정자는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쓰여 있다.

“역시 부촌은 다르단 말이야. 공원도 분위기 좋고. 거기에다가, 중앙공원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라니까.”

세훈은 느긋하게 걸으며 시계를 본다. 오후 12시 30분. 아직 시간은 많기는 하지만, 1시에는 수업 시작이니까 그 전까지는 들어가야 한다.

“뭐... 20분 후에는 들어가야 하는 게 아쉽지만 말이야. 그러면... 길다면 긴 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 20분 동안 즐기고 가 볼까?”

세훈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여기저기 심어진 나무들과 화초들도 보고, 조형물도 본다. 크기 면에서는 미린 중앙공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여기가 더 좋아 보인다. 공원 한가운데, 분수대 옆에 서서 장미 정원을 본다. 다른 큰 공원들의 장미원에 비해서는 조그맣기는 해도, 각양각색의 장미들이 하늘거리며 저마다 크고 작은 꽃송이를 자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덩어리진 것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 덩어리진 것의 원인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는 그 덩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거기에, 봉우리 정상에 있는 정자를 가만히 보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 들자면, 소설 ‘어둠을 가로지르는 기사’에 나오는 천상계 ‘테벨라’와도 같은, 그런 느낌. 세훈 자신이 저 먼 구름 위에서 놀고 있다는 기분까지 든다. 역시, 여기에 오기를 잘했다. 이런 게 바로, ‘9개의 구름 위에서 노는 느낌’이구나... 세훈이 그렇게 공원 속 풍경에 완전히 빠져든 바로 그 때.

세훈의 목덜미에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든다. 순간, 세훈은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든다.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불길하고, 기분 나쁜, 그런 느낌이 더 맞을 것이다. 뭐지... 마치 목 뒤에서 악마가 침을 흘리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이, 매우 불쾌한 느낌은... 설마...

“흐흐흐... 여기서 만나는군요.”

누군가의 목소리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다.

“너는... 누구지?”

“그걸 먼저 말해 드리면 안 되죠. 안 그런가요, 선배님?”

분명 목소리는 들린다. 남학생의 목소리. 조금 굵은 목소리에, ‘선배님’이라고 한 걸 봐서는, 남자 중학생이다. 남자 중학생, 그리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훈은 얼른 그 학생이 누구였는지를 짐작해 낸다. 세훈이 본 서류들 가운데서는,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하마나카 마히로... 검은 웨이브 머리에 안경을 낀, 그 남학생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마나카 마히로의 모습은. 세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작은 공원 안에는!

“어디냐? 어디에 숨어 있는 거냐? 당장 나와!”

세훈은 있는 힘껏 소리 높여 말한다. 그러나, 당연히도, 몸을 숨기고 있는 하마나카는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을 뿐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손가락 끝도 보여 주지 않는다. 오로지 목소리만,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어디서 들려오는지도 모르는. 세훈은 거친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며,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안 보인다. 어디에도. 장미 정원에도, 심지어 정자에도. 분명히,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가까이서 들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흐흐흐흐...”

어디에선가, 하마나카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또다시 들려 온다. 세훈의 숨은 불안감으로 더욱 거칠어진다.

“하마나카... 나는 네가 누군지 잘 안다! 당장 나와. 당장!”

“내 이름을 알고 있군, 선배?”

하마나카의 조금 주춤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잘 안다고?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기에 그렇게 잘 아는 거지?”

“말해 주지 않을 거다. 네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은.”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여기서 더 들리지 않는다.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거지? 세훈은 다시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어디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데... 공원은 조금 전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도, 한쪽에 솟은 봉우리도, 심지어 장미 정원의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도, 위화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어디엔가, 하마나카는 숨어 있다. 그런데도 이상한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왜일까... 왜... 왜...

퍽!

순간, 세훈의 오른쪽 다리를 뭔가가 강타하는 느낌이 든다. 세훈의 다리가 순간 기우뚱한다. 세훈은 몸의 균형을 잃고 기우뚱하다가, 이내 다시 똑바로 선다.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서 공격을 한 거지?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 일단은, 하마나카를 어디론가 유도해야 한다...

세훈은 일단 분수대를 벗어나, 공원 입구 쪽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흐흐흐... 도망가려고, 선배?”

분명,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하지만 여전히 하마나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단서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그 말인즉, 세훈은 맨눈만으로는 하마나카를 찾기 힘들지만, 하마나카는 어딘가에 숨어서 세훈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세훈의 눈앞에 펼쳐진 공원의 풍경은, 아까와 그대로다.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더 이상하다. 어디에 있는 걸까, 하마나카는?

“여기 있다니깐, 왜 그렇게 헤매?”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온다.

“불쌍도 하지,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두리번거리는 것밖에 하는 줄 모르는 모습이란!”

“이 자식!”

“백날 그렇게 소리만 쳐 봐. 하다못해 나를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라도 해 보라고?”

하마나카의 도발은 점점 더 대담해진다. 하지만... 하마나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고전할 것은 뻔하다. 하마나카가 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야 할 텐데,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잠시 후, 세훈은 뭐가 떠올랐는지, AI폰을 꺼내 인공지능 모드를 켜고 메시지를 입력한다.


NURI, 하마나카는 공원 안의 환경을 이용해서 숨는 것 같아. 이 상황에서 하마나카를 공원 밖으로 유도하면, 승산이 좀 있을까?


세훈이 메시지를 입력하고 나서 약 10초 정도 뒤, 메시지가 하나 올라온다.


물론 공원 밖으로 유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세훈은 얼른 NURI의 메시지에 답장한다.


알았어. 일단 불리해도, 공원 안에서 승부를 봐야겠구나. 고마워, NURI.


AI폰을 주머니에 넣고, 세훈은 다시 공원 안쪽으로 향한다.

“선배, 그렇게 변덕스러워서야 되겠어? 왜 그렇게 이리저리 다녀?”

“너 이 자식, 5분 안으로 내 앞에 서게 해 주마.”

세훈은 조금은 허세와 과장을 섞어서 말하고는, 공원 안쪽, 그것도 길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로 들어간다. 이상하게도,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훈이 있는 곳 근처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가. 세훈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혹시, 하마나카는 더욱 깊숙이 숨어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혹시나 싶어서 여기저기 뒤져 본다. 풀들 사이사이를 들추어 본다. 있을 리가 없다. 이번에는 옆에 있는 큰 바위. 그 바위를 살짝 들추어 본다. 역시 없다. 나무 위에는 혹시 있을까 해서,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가지 하나하나를 자세히 본다. 역시나, 털끝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기척도, 세훈은 느낄 수 없다.

“이제는,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 봐야 한다는 건가...”

세훈은 발걸음을 옮긴다.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하마나카 녀석을 찾아내서 끝을 봐야지...”

세훈은 다시 길가로 나온다. 그리고 또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하마나카를 찾는다. 바로 그 때.

“흐흐흐... 어디 숨어 있었던 거야?”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이 근처다... 이 근처일 텐데! 어디에 숨은 건가... 어디지? 세훈은 다시 두리번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이 어딘지를 찾는다. 여전히 하마나카의 모습은 발끝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나를 찾으려고 그러는 건가? 그렇게 못 찾아서야, 어디 찾을 수 있겠어?”

“이 자식...”

“불쌍도 하지, 선배라는 인간이 말이야, 후배한테 농락당하기나 하고 말이지. 그렇고말고, 참 불쌍한 인간이지 뭐야!”

하마나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또 한 번의 타격이 세훈을 강타한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다! 그것도 발목에... 발목이 잘려 나갈 듯한 통증이 전해져 온다. 순간적으로, 세훈은 왼쪽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땅에 짚는다.

“하... 하마나카... 너...”

“백날 그렇게 나를 부르기만 하면 뭐 할 건가? 선배 근처에 있는 나를 찾아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굴욕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주제에!”

“......”

세훈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난다.


세훈은 공원 반대쪽으로 향하면서 유심히 생각한다. 길과... 분수대.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이 주변에서 들린다. 일단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어디에 숨어 있고, 목소리는 어디서 들렸나. 일단은... 어디 숨었나... 혹시, 재빠르게 세훈의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림자 뒤로 숨는 능력인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길가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하마나카가 오지 않은 걸 설명할 수 없다. 물에 동화... 이건 더더욱 아닌 것 같다. 물가가 아닌 길가에서도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잘만 들렸다.

“어이, 선배! 어딜 그렇게 가는 거야? 설마 겁을 먹고 도망가는 건가?”

“너... 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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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에필로그 - 다시 일상, 그리고... 19.04.20 63 0 7쪽
44 15화 - 덫 한가운데서(2) 19.04.19 45 0 10쪽
43 15화 - 덫 한가운데서(1) 19.04.18 40 0 10쪽
42 14화 - 토요일 저녁, 그날(3) 19.04.13 39 0 10쪽
41 14화 - 토요일 저녁, 그날(2) 19.04.12 37 0 9쪽
40 14화 - 토요일 저녁, 그날(1) 19.04.11 41 0 11쪽
39 13화 - 텐트 안의 함정(3) 19.03.30 54 0 14쪽
38 13화 - 텐트 안의 함정(2) 19.03.29 43 0 8쪽
37 13화 - 텐트 안의 함정(1) 19.03.28 55 0 9쪽
36 12화 - 캠핑장에서(2) 19.03.23 55 0 9쪽
35 12화 - 캠핑장에서(1) 19.03.22 58 0 12쪽
34 11화 - 도서관에서 당한 기습(4) 19.03.21 52 0 8쪽
33 11화 - 도서관에서 당한 기습(3) 19.03.16 52 0 10쪽
32 11화 - 도서관에서 당한 기습(2) 19.03.15 56 0 11쪽
31 11화 - 도서관에서 당한 기습(1) 19.03.14 53 0 10쪽
30 10화 - 공원에서 조우하다(3) 19.03.09 49 0 12쪽
» 10화 - 공원에서 조우하다(2) 19.03.09 59 0 11쪽
28 10화 - 공원에서 조우하다(1) 19.03.08 63 0 10쪽
27 9화 - 다시, 만나다(3) 19.03.02 59 0 9쪽
26 9화 - 다시, 만나다(2) 19.03.02 61 0 13쪽
25 9화 - 다시, 만나다(1) 19.03.01 72 0 8쪽
24 8화 - 폐건물에서의 격돌(3) 19.02.23 66 0 14쪽
23 8화 - 폐건물에서의 격돌(2) 19.02.23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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