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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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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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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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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7화

DUMMY

- 무정 도시의 조연 안상현에 대한 이해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 시나리오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조연 ‘유근호’의 잠금이 해제되었습니다.


“아싸! 드디어 100%다.”

안상현에 대한 이해도가 100%가 되었다. 정남이 주먹을 쥐고는 파이팅 포즈를 짓다가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뭐 하는 짓인지······.”

정남은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바라본다. 흥분 때문인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집어 들고는 천천히 첫 페이지를 넘긴다.

안상현보다 극중 비중이 높은 조연 ‘유근호’의 잠금이 해제되었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그 말은······.”

이제 유근호가 되어 시나리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기분 좋은 메시지가 들려온다.


-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입장한다.”


- 입장에 필요한 배역을 선택하세요.


처음 무정 도시에 입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배역을 선택할 때 안상현 한 명의 이미지만 떠올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상현 옆에 또 다른 사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정남이 기분 좋게 흥얼거린다.

“유근호로 입장.”


**


- 무정 도시의 조연 유근호에 대한 이해도 23%.


“휴우-.”

가벼운 한숨과 함께 정남이 침대에 몸을 눕힌다. 유근호라는 캐릭터를 체험하고 현실로 돌아오니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도대체 뭔 배역이 이래?”

유근호라는 극중 캐릭터는 안상현보다 비중이 높은 만큼 조연들 중에서는 꽤나 중요한 역할이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쥐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주인공과 안상현이 속한 조직원으로 활동을 하다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은퇴한 퇴역 조폭이다. 언제나 술병을 입에 달고 살았고 체험하는 내내 술에 취해 있었다.

체험을 하며 느낀 감정은 무기력이다. 뭘 해도 의욕이 없었고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했다. 신기한 것은 체험하는 정남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수십 번은 넘게 읽어 유근호라는 캐릭터가 극중 중후반에 가면 꽤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딱히 끌리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아마도 첫 번째 체험을 한 안상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임펙트가 강했기 때문인 듯하다.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려 몸을 일으키는데 어지럼증에 살짝 몸이 비틀거린다. 시나리오의 세계에 다녀온 후 생기는 후유증이다.

그래도 처음 안상현을 체험한 후에 겪었던 후유증을 떠올리면 이 정도 후유증은 아이들 장난일 뿐이다.

물을 마시고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니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다. 다시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보자.”

한국연기자협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디션 게시판을 확인한다.

“오케이! 떴다!”

드디어 기다리던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다.

정남이 계속해서 현실과 시나리오의 세계를 오고갔던 박상철 감독의 ‘무정 도시’ 공개 오디션인 것이다.

중요 배역들은 이미 대부분 캐스팅이 끝났겠지만 조연 급 배우들은 공개 오디션으로 뽑게 될 것이다.

무정 도시의 공개 오디션 날짜는 앞으로 보름 후다.

“꼭 뽑혔으면 좋겠다.”

안상현이라는 캐릭터를 100% 이해를 했다지만 ‘무조건’이란 없다. 결정은 박상철 감독과 그 밖의 심사위원들이 하는 것이다. 정남이 아무리 안상현이라는 배역에 빙의가 되어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해도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뽑아 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잖아. 최선을 다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


오늘도 별문제 없이 촬영이 끝났다.

조감독이 주는 일당을 챙긴 후 단역 배우들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승합차에 타려고 할 때였다.

“정남 씨.”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니 황정훈이 웃으며 서 있다.

“네, 선배님.”

“이제 제법 선배라는 호칭이 입에 붙었네요.”

“하, 하하.”

정남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는다.

“부탁이 있어서요.”

“어떤······.”

“기출 형하고 로드 매니저가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겼다고 가 버렸어요. 차는 있는데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요.”

“운전······ 아-!”

정남이 이해했다는 듯 작게 탄성을 토해낸다.

오늘 황정훈은 술을 마시는 연기를 했다. 연기의 리얼리티를 위해 양주와 비슷한 보리차가 아닌 진짜 양주를 마셨다. 술을 제법 많이 마시는 것을 보았는데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해 보인다.

“이런 부탁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 대신 운전 좀 해 줄래요?”

“대리 기사를 부르시면 되지 않나요?”

“운전 못 해요?”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됐어요. 돈을 주기는 조금 그렇고 서울 가면 내가 소주 한 잔 살게요. 오케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을 하는 황정훈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남이 중얼거린다.

“오, 오케이.”

“차는 저기 있어요.”

주차장 구석에 세워진 국산 세단.

황정훈 정도라면 고급스러운 외제차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정훈이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이 뭐 있나요. 굳이 외제 안 써도 되는 것들은 우리나라 것 쓰려고 노력을 해요. 차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요. 물론 제일 좋아하는 술도 소주에요.”

“아-.”

자신이 한 생각이 읽혔다는 생각에 정남이 얼굴을 붉힌다.

“괜찮아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매번 그런 이야기를 해요. 격 떨어지게 차가 이게 뭐냐고. 그러면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는지 알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차 타고, 좋은 옷 입어서 올라갈 격 같으면 그냥 필요 없다고 말을 해요.”

황정훈이 차를 바라보며 눈짓한다.

“가죠.”

운전석에 오르니 황정훈이 조수석에 탄다.

“그 가방은 내게 줘요.”

가방을 황정훈에게 건네고 시동을 건 후 곧 출발을 한다.

“운전 잘하네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운전면허를 땄거든요.”

“그런데 왜 차 안 가지고 다녀요?”

“그냥······ 촬영장 올 때 태워 주는 차가 있으니까요.”

차마 기름 값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원룸 인근 담벼락 아래 몇 달째 방치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갈까요?”

“우리 회사 알죠?”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공개 오디션 때문에 방문한 경험이 있어 위치는 알고 있었다.

“회사로 가죠. 어차피 가서 술 한 잔 하면 집에 가는 것 보다 회사 숙소에서 자는 게 편할 것 같아요. 아참, 우리 회사 근처에 진짜 안주 맛있게 하는 포장마차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

“네, 선배님.”

국산 차 중에는 거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세단답게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 책 들어있죠?”

“네?”

황정훈의 말에 정남이 화들짝 놀란다.

“이 가방에 책 들어 있잖아요. 촬영장 외진 곳에서 책 읽는 것 몇 번 봤어요. 구경 좀 해도 되요?”

“그, 그게······.”

가방 안에는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가 들어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황정훈의 소속사인 씨더스에 간 것을 정남이 몰래 챙겨 둔 것이다. 찔리는 것이 있어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황정훈이 웃으며 말한다.

“부담스러웠어요? 미안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닙니다.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실례를 무릅쓰고 좀 볼까요?”

가방을 열어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꺼내는 황정훈.

“박상철 감독님 작품이네요. 복수 시리즈의 최종판. 우리 회사에도 책이 왔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연락도 주셨고요.”

“섭외 때문에요?”

“그렇죠 뭐. 이야, 그런데 책을 얼마나 봤길래 이렇게 너덜너덜해요?”

정남이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색하게 웃는다.

“그냥 좀 많이 봤습니다.”

“대단하네요. 오디션 보러 가겠네요?”

“네. 그러려고 합니다.”

“어떤 배역이요?”

“안상현이라는 배역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황정훈이 ‘호오.’ 하고 감탄을 토한다.

“그 캐릭터 괜찮죠? 개인적으로 박상철 감독님 팬이라 시나리오 몇 번 읽었는데 그 안상현이라는 캐릭터가 유난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런데 그것 알아요?”

“······.”

“정남 씨가 선택을 했고, 내가 봐도 멋진 캐릭터잖아요. 그 말은 그 배역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에요.”

“아-.”

“책 상태만 봐도 노력 많이 한 것은 알겠어요.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해요. 박상철 감독님이 엄청 까다롭거든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황정훈이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가방에 넣는다.

“선배님은 박상철 감독님의 섭외 받아들이실 겁니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려 복수 시리즈의 최종판이잖아요. 1편에 김유성 선배님, 2편에 안재상 선배님. 그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 멋지잖아요.”

“그렇죠.”

정남은 부러운 마음뿐이다. 자신처럼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감독이 직접 섭외를 하는 배우라니······ 새삼 황정훈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황정훈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를 떠올리며 부러운 마음을 접는다.

“정남 씨가 안상현 배역 따내고 같이 연기하면 재미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연기 좀 봐 줄까요?”

갑자기?

이런 말이 툭 튀어 나올 뻔했다.

“안상현이 했던 대사 중에 인상적인 대사 있었나요?”

안상현의 대사 중 인상적인 대사가 어디 한둘이던가? 말수가 적은 안상현이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제법 무게가 실리는 대사다.

물론 그중에 정남이 최고로 치는 대사가 있기는 하다.

“네, 있습니다.”

“한번 해 봐요.”

정남이 정면을 주시하며 감정을 잡는다. 순간 무정 도시의 세계에서 체험했던 안상현의 감정들이 정남을 관통하고 지나간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정남. 그의 두 눈이 스산하게 빛을 낸다.

그리고 뱉어내는 한마디.

“그 둘이면 됩니까?”

안상현의 대사 중 가장 인상 깊은 대사 한마디를 내뱉고 황정훈의 반응을 살피는 정남. 황정훈은 아무런 말없이 눈을 껌뻑이며 정남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했나요?”

“응? 네?”

“방금 대사요.”

“아-, 아니에요. 왜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셔서요.”

황정훈이 손으로 팔을 문지르며 중얼거린다.

“에어콘 바람이 찬가?”

“에어콘 안 틀었는데요.”

“그래요? 그런데 왜 소름이 돋지?”

“네?”

황정훈이 얼굴 가득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소름 돋을 정도라고요.”

정남이 멍하니 황정훈을 바라본다.

“어, 어-, 앞에······ 앞에!”

화들짝 놀란 정남이 정면을 주시한다. 앞차와의 간격이 너무 좁아졌다. 황급히 속력을 줄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곁눈질로 황정훈을 힐끔거린다. 어떤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라는 표현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연기력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손가락에 꼽혀 대배우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황정훈에게 자기 연기가 어땠냐고,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꼬치꼬치 물을 용기가 없다.

“너무 좋았어요. 사실 나도 그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나는 시나리오나 대본 읽을 때 그 장면을 떠올려요. 조금 전 그 대사가 있는 룸싸롱 씬.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안상현이 그 대사 뱉을 때 어떤 기분일까, 어떤 느낌으로 대사를 뱉을까 상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정남 씨가 한 대사가 딱 내가 상상했던 그 느낌이었어요.”

“아-······.”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랫배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훅하고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다. 어떤 말이라도 해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데 바보처럼 ‘아.’ 하고 이상한 신음 소리만 나온다.

무려 대배우 황정훈에게 연기를 인정받은 것이다. 단 한마디의 대사를 한 것뿐이지만 황정훈에게 찬사를 들었다.

황정훈은 서울로 가는 내내 정남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을 참 많이 해 주었다. 정남은 서울까지 가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난 8년 동안 많은 돈을 써 가며 연기 학원에서 배웠던 것들보다 더 값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짧지만 정남에게 많은 것을 준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씨더스에 도착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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