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카페인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9.01.18 13:51
최근연재일 :
2019.01.30 12:0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86
추천수 :
224
글자수 :
77,244

작성
19.01.21 12:05
조회
441
추천
12
글자
11쪽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화

DUMMY

촬영이 끝나자 촬영장이 분주해진다. 촬영 장비들을 철수하는 스탭들 사이로 정남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조명에 맞아 기절해서 출연해야 할 분량을 촬영하지 못했다. 다른 씬에 단역으로 나왔던 이가 옷만 갈아입고 정남 대신 출연을 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치료비 명목으로 일당은 챙겨 받았다는 것이다.

“여어- 김 배우. 소주 한 잔 해야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으로 다가오는 사내는 정남과 함께 스무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연기 동지 김민수였다.

물론 김민수 역시 정남과 마찬가지로 단역 배우다. 그래도 김민수는 재작년 출연한 영화에서 주인공과 함께 투샷을 받으며 대사를 치기도 했다.

김민수 연기 인생 최고의 영웅담이었고, 요즘도 술만 마시면 몇 번이나 듣는 술안주다.

“형님.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왜 그렇게 시무룩해? 아직도 아픈 거야?”

정남이 고개를 흔든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아프네요.”

“배역 뺏긴 것 때문에 그래? 호철이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잖아. 조감독이 시키니 별수 있나. 그러니 화 풀어.”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제 모습이 좀 한심해서요.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도 좀 들고요.”

김민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정남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는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냥 푸념이에요.”

김민수 역시 정남과 조금도 다를 바 없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됐다. 뭐, 우리 인생이 그렇지. 그래도 자해는 하지 말자.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잖아.”

“그렇죠.”

“쥐구멍에도 볕이 든다는데 우리 인생이라고 그런 날 없겠냐? 웃자, 웃어. 선약 있다고? 그럼 나 먼저 간다.”

손을 휘휘 저으며 걸어가는 김민수를 바라보며 정남이 쓰게 웃는다.

“미안해요, 형님.”

차마 김민수가 듣도록 큰 소리로 사과를 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웅얼거리고 만다.


**


정남은 살고 있는 원룸촌 인근의 골목 포장마차에서 친구 박주영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김민수에게 선약이 있다고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박주영은 고등학교 친구로 정남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연기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우-, 말도 말어. 그 조감독 새끼 졸라 깐깐한 것 알지? 오늘 조명 각도가 조금 틀어졌다고 아주 지랄 지랄 생지랄을 하는데 쌍욕이 혀끝까지 차올랐다니까.”

“그냥 토해 버리지 그랬냐?”

외주 제작 업체에서 조명 보조 기사로 일을 하는 박주영.

“그러고 싶지. 그러고 싶기는 한데 우리 회사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냐? 내가 꼬라지 부리면 그 화가 어디로 가겠어?”

“그건 또 그렇지. 그만 떠들고 술이나 받아.”

박주영의 비어 있는 잔을 채워준다. 안주로 시킨 꼼장어는 거의 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술자리가 시작되고 깡소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넌 요즘 어떠냐? 뭐 좋은 역할 좀 없어?”

“있겠냐?”

“미안.”

정남이 소주를 단숨에 비우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문득 박주영의 의자 옆에 놓인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건 뭐냐?”

“아, 이거? 아, 또 갑자기 졸라 빡치네. 씨더스 박기출이 알지?”

“당연히 알지.”

배우 전문 기획사 중 원탑 씨더스의 매니저 1팀장 이름이 박기출이다. 씨더스의 공개 오디션에서 두 번이나 정남을 물 먹인 사람이기도 했다.


- 괜찮은 것 같은데 뭔가 애매하네.


거짓말처럼 두 번 모두 똑같은 말을 하고 정남을 탈락시켰다.

“그 인간이 오늘 촬영장 왔었거든. 그런데 이 상자를 놓고 간 거야.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뭐라는 줄 아냐?”

“뭐라디?”

“내일 모레 촬영장으로 가져다 달래. 내가 뭐 지 꼬붕이야? 응? 따까리냐고. 왜 이런 잡심부름을 시키냐고. 회사도 틀린데 지랄이냐고.”

“씨더스가 너희 회사에 외주 많이 주잖아. 그러니 꼬와도 참아야지 별수 있냐?”

박주영이 소주를 비우며 애꿎은 꼼장어를 젓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안 그랬으면 내가 참겠냐? 확 받아 버리지. 나 알지? 내가 대광고 박주영이야.”

“알지. 잘 알지.”

남자들이 술만 먹으면 하는 주사가 아니라 박주영은 고등학교 때 꽤나 유명했다. 대광고 주먹대장 박주영하면 인근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에고,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천하의 김정남이도 다 죽었네.”

정남 역시 고등학생 시절을 평범하게 보내지는 않았다. 박주영과 어울려 다니며 싸움도 많이 했고 사고도 많이 쳤다. 중학교 때부터 복싱과 이종 격투기로 단련한 정남의 싸움 실력은 박주영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짝인 관계로 짱의 자리를 박주영에게 양보를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실제로 맞붙어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우연히 다니던 대광고에서 학원물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인생 목표가 바뀌어 버리지 않았다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두 친구는 나쁜 길로 빠졌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게 뭔데?”

“아, 이거? 씨더스에 들어온 책.”

“책? 시나리오? 대본?”

“응. 알잖아. 씨더스에 검토해 달라고 들어오는 책이 하루에 몇 권인 줄 알아? 엄청 많아. 박기출 그 돌아이 새끼는 왜 검토도 안 한 책을 차에 싣고 다녀? 그리고 그걸 왜 촬영장에 두고 가냐고. 아주 대단히 미친놈이라니까.”

정남이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묻는다.

“내일 모레 촬영장이면 파주 촬영장?”

“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씨더스 황정훈 출연하는 영화 촬영장이잖아. 나도 거기 출연하거든.”

“아, 그래?”

“거기 조감독이 나하고 조금 친하잖아.”

“이번에도 단역?”

정남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박주영이 피식 웃는다.

“친하면 배역 하나 달라고 하지 그러냐?”

“내가 그런 청탁 같은 것 안 하잖아.”

“에라이, 미친놈아.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잡는 거라고 매일같이 떠들던 놈이 누구냐? 조감독하고 친한 것도 다 기회라고.”

말이 친하다는 것이지 그저 안면 몇 번 있을 뿐이다. 촬영장에서 크게 사고치지 않고 시키는 것 따박따박 했더니 좋게 봤는지 단역이 필요할 때면 연락 정도를 주는 관계일 뿐이다.

“내가 갖다 줘?”

“뭘? 이거?”

“응. 어차피 나도 모레 거기 가니까. 박기출 주면 되지?”

“그렇기는 한데······ 또 직접 안 가지고 왔다고 지랄하는 것 아닐까?”

“박기출이 그 정도까지 돌아이는 아니야. 암튼 내가 가져다줄게.”

“이야, 고맙다. 사실 나 그날 저녁에 부산 내려가야 하거든. 우리 새로 들어가는 작품 알지? 아무튼 그래서 일정이 좀 빡빡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오케이! 오늘 술은 내가 산다.”

정남이 피식 웃으며 소주를 마신다.

“원래 오늘 네가 살 차례거든?”


**


쿵-!

“에고, 뭐가 이리 무거운 거야?”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허리를 쭉 편다. 상자의 크기에 피해 상당히 무거웠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른 목을 축인다.

옷을 벗어 빨래통에 던져 넣고는 곧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줄기가 피로를 풀어준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정남의 어린 시절부터의 버릇이다.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눕는다. 내일은 일이 없어 조금 늦잠을 자도 상관이 없지만 소주를 마셔서인지, 아니면 오늘 기절을 했던 탓인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눈을 감는다. 잠이 들기 전 마지막으로 할 것이 있다.

“나는 성공한다. 나는 최고의 배우가 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고, 나를 보고 운다. 최고의 배우가 되는 그날까지 김정남 파이팅!”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잠들기 전 습관처럼 외우는 주문이다. 아마도 아무리 도전해도 열리지 않는 기획사의 높은 문과 노력해도 따낼 수 없는 배역에 지쳐 배우의 꿈을 접으려 했을 때부터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당시에는 자기 최면에 빠지듯 약간의 도움을 주었지만 이제는 그저 말 그대로 습관일 뿐이다. 눈을 감고 먼 훗날 최고의 배우가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벌떡 몸을 일으키는 정남.

“아-, 왜 이러지? 피곤한데.”

평소라면 주문을 외우고 몇 분이 지나기 전 곯아떨어졌을 텐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소주를 마신 탓에 갈증을 느껴 스탠드를 켜고 냉장고로 가 생수를 꺼낸다.

생수를 마시고 있자니 탁자 위의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테이핑도 되어 있지 않은 상자다. 그냥 열고 내용물을 봐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의자에 앉아 상자를 연다.

“와우-! 이게 다 대본이야? 이러니 무겁지.”

상자 가득 시나리오와 대본들이 들어있다. 가장 위쪽의 것들을 몇 개 꺼내 본다.

“이야-, 박상철 감독님 신작 준비하시는구나. 이게 복수 시리즈 최종판인가?”

천만 감독이라는 명예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감독들 중 가장 많은 마니아층을 가진,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감독 박상철.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목매어 기다리는 ‘복수 시리즈’의 최종화로 짐작되는 시나리오를 보고는 정남이 마른침을 삼킨다.

“오디션에 참가해 볼까?”

주연 배우와 주연급 조연 배우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공개 오디션으로 배우를 뽑는 것이 박상철 감독의 특징이다. 워낙 성격이 드세 낙하산으로 배우를 꽂으려는 기획사나 제작사, 투자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든 감독이 바로 박상철이다.

“무정 도시. 캬하-, 제목 좋고. 어디 한번 볼까?”

지금 이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박상철 감독의 시나리오를 볼 수 있을까? 물론 이미 개봉이 된 영화의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 몇몇 감독들은 시나리오를 종이책으로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아니 캐스팅도 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란 말이지.”

시나리오의 첫 장을 넘기려던 정남의 손이 멈칫한다. 오늘 낮 기절을 했다 깨어났을 때 배정우의 대본을 보려고 했을 때가 떠오른 것이다.

“으으으.”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정남.

“그래. 그때는 내가 기절을 하고 깨어나서 헛소리를 들은 거야. 암, 그렇고말고. 대본이 말을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자기가 생각을 해도 웃겼는지 피식피식 웃는 정남. 하지만 선뜻 시나리오를 넘기지 못한다. 시나리오의 첫 장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망설이는 정남.

“에라이, 모르겠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못 먹어도 고!”

큰 소리로 외치며 첫 장을 넘긴다.

그리고 들려오는 음성.


-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집어던진 정남이 큰 소리로 외친다.

“어머, 시X 깜짝이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1 19.02.01 139 0 -
공지 제목을 변경하였습니다. +2 19.01.22 346 0 -
15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4화 +1 19.01.30 257 14 10쪽
14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3화 +1 19.01.29 267 18 12쪽
13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2화 19.01.28 296 19 11쪽
12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1화 +2 19.01.27 317 19 12쪽
11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0화 +3 19.01.26 329 18 15쪽
10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9화 +1 19.01.25 330 14 10쪽
9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8화 +1 19.01.24 349 14 12쪽
8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7화 +1 19.01.23 358 14 12쪽
7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6화 19.01.22 355 14 14쪽
6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5화 19.01.22 347 15 9쪽
5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4화 19.01.21 386 13 13쪽
4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3화 +2 19.01.21 404 14 14쪽
3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2화 19.01.21 406 14 11쪽
»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화 19.01.21 442 12 11쪽
1 프롤로그 +2 19.01.21 537 12 6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카페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