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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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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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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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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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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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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2화

DUMMY

-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시나리오를 넘긴다. 어김없이 시나리오가 말을 건다.

“무정 도시의 세계가 뭔데?”


- ······.


대답을 해 줄 마음은 없는 듯하다.

시나리오를 덮었다 다시 펼친다.


-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덮었다, 펼쳤다, 덮었다, 펼쳤다······.


- 무정 도시의 세계······.

- 무정 도시······.

- 무정······.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말을 거는 이는 똑같은 말을 반복해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게임에서 어떠한 행동을 하면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와 비슷한 것 같다.

남은 생수를 모조리 비운다. 하지만 좀처럼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갈증이 오늘 마신 소주 때문인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앞에 둔 탓인지 알 수 없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이런 일이 생겨 버렸다는 것이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승낙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시나리오를 다시 상자 속에 집어넣을 것인가?

“호기심이 수많은 고양이를 죽였지.”

정남이 시나리오를 상자 쪽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호기심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지.”

다시 시나리오를 집어 든다.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니까.”

시나리오를 펼친다.


-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콜! 이건 아닌가? 입장한다!”

정남이 긴장을 지우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는 큰 소리로 외친다. 어디선가 ‘야밤에 왜 소리를 치고 지랄이야!’라는 외침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자 슬그머니 눈을 뜨는 정남.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내심 소설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갑자기 차원 이동을 하거나 할 줄 알았는데 과대망상이었던 것 같다.

“하, 하하, 하하하하! 역시 그럴 리가 없잖아.”

시나리오를 내려놓으려 할 때 또 다시 들려오는 음성.


- 입장에 필요한 배역을 선택하세요.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그리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 처음 보는 얼굴이다. 유명한 연기자라면 당연히 정남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것을 보니 가상의 인물일 확률이 크다.

얼굴 옆에 보이는 인물 프로필. 이름, 성별, 나이, 성격 등이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다. 이름 옆에는 괄호가 있고 그 안에 ‘주연’이라고 적혀 있다.

“아-, 남자 주인공이구나.”

남자 주인공을 시작으로 차례로 극중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딱히 외울 생각이 없음에도 머릿속에 그들의 얼굴과 프로필이 카피라도 한 듯 저장이 된다.

조연 배역까지 이미지가 떠오르고 다음은 없었다.

“단역 무시하는 거야?”

역시나 단역 배우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망설이던 정남.

“입장에 필요한 배역? 당연히 주인공으로 입장해야지. 백승원으로 입장!”

정남이 호기롭게 외친다.

하지만······.


- 무정 도시의 이해도가 낮아 주연 배역으로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이해도에 맞는 배역을 선택해 주십시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이해도에 맞는 배역? 조성완으로 입장.”

이번에는 주연급 조연의 이름을 외친다.


- 무정 도시의 이해도가 낮아 주연 배역으로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이해도에 맞는 배역을 선택해 주십시오.


“헐-.”

배역의 중요도를 점점 낮춰 선택을 해 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이해도가 낮아 선택할 수 없다는 말만 들려 올 뿐이다.

이제 남은 배역은 단 하나.

가장 마지막에 이미지가 보였던 남자 조연이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었네. 그런데 뭘 선택해라 마라 하는 거야? 그냥 이 배역으로 들어가면 되지. 안상현으로 입장.”

투덜거리며 말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뭐, 뭐야······.”

몸이 붕 뜨는 느낌.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 조금 전 마셨던 술이 거꾸로 올라오는 느낌. 온갖 불쾌한 기분이 버라이어티하게 정남을 덮친다.

그리고 서서히 주변이 검게 변한다.


- 조연 ‘안상현’이 되어 무정 도시의 세계에 입장합니다.


**


밝지 않은 조명 몇 개가 실내를 밝히는 전부였다. 고급스러운 대리석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소파. 테이블 위에는 과일 안주와 양주, 맥주 등이 놓여있다.

상석에 앉은 남자는 아무런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다. 옆에 앉은 붉은 원피스의 여인이 사내의 잔에 얼음을 채워 주고 다시 술 한 잔을 채워 준다.

“형님.”

맞은편에 앉은 사내는 인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마에서 눈썹과 코를 지나 왼쪽 뺨으로 이어지는 긴 상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파충류의 그것을 닮아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당합니다. 우리들이 먼저 박 의원하고 조 검사 제껴야 합니다.”

“제끼면?”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사내의 입이 떨어지며 짧은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한없이 묵직한 음성이다. 술이 쓴 것일까, 사내는 다시 술 한 모금을 마시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승화야.”

“네, 형님.”

승화. 양승화. 조금 전 내가 고르려다 이해도가 부족하다 하여 선택하지 못한 배역이다. 양승화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프로필에 나와 있던 설명과 완벽히 일치한다.

“바뀌는 것이 없어. 그 둘 제낀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없다고. 알잖아. 이미 사냥은 끝났고 개를 삶을 준비도 끝났어.”

“하지만 형님······.”

탁-

상석의 사내가 술잔을 내려놓는다. 술잔이 대리석 테이블을 때리는 소리가 좁지 않은 룸에 작은 소음을 만든다.

“그래도 천하의 마귀 백승원이가 얌전히 솥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

백승원.

무정 도시의 주인공이다.

“상현아.”

“네, 형님.”

정남이 화들짝 놀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이 열린 것이다. 딱딱한 말투로 대답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역시나 정남이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다. 저절로 숙여진 것이다.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많이 위험할 거야.”

“시키시면 저는 합니다.”

저절로 떠오르는 감정은 비장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감정인 듯하다.

백승원이 정남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라 준다. 이번에도 정남의 몸이 저절로 움직여 술잔을 잡는다. 단숨에 목구멍을 타고 위 속으로 사라지는 독한 양주. 목이 타는 듯하다. 우유라도 한 잔 마시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상현이 너하고는 술 한 잔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네. 형이 미안하다.”

“아닙니다.”

여전히 딱딱한 말투. 단순히 말투가 딱딱한 것이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이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정남은 이 상황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

‘극중 한 장면.’

그렇다. 지금 상황은 시나리오 무정 도시의 한 장면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따로 놀고 있는 몸의 주인은 안상현이라는 인물일 것이다.

“만약······ 다시 한 잔 할 기회가 있다면······.”

백승혁이 남자다운 웃음을 짓는다.

“그때는 이런 맛없는 양주 말고 소주 한 잔 하자.”

정남, 아니 안상현이 고개를 들고는 백승혁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 둘이면 됩니까?”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정남을 관통해 지난다. 백승혁을 향한 신뢰감, 아니, 충성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과 함께 비장함, 그리고 소름이 돋을 정도의 섬뜩함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동시에 이런 감정을 품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 함께 내뱉은 ‘그 둘이면 됩니까?’라는 대사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대답 없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안상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백승원.

그리고 서서히 주변이 어두워진다.



다시 주변의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어둡다. 가로등이 홀로 외로이 주변에 희미한 빛을 전하고 있다.

정남이 빙의된 안상현은 가로등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다.

어둠을 깨트리는 묵직한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함께 안상현이 눈을 뜬다. 거울 앞이 아니기에 안상현의 눈동자를 볼 수 없지만 지금 그의 눈동자가 어떨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로등 반대편 높은 담벼락과 커다란 정문 앞에 고급스러운 외제 세단이 멈춘다. 운전기사가 내려 뒷문을 열자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온 50대 정도의 사내가 내린다.

조연 중 한 사람인 이문철. 직업은 국회의원.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이지만 정작 가로등 아래는 주변보다 오히려 어둡다. 그 어둠 속에서 안상현이 걸어 나온다. 이문철이 다가오는 안상현을 보며 흠칫한다. 하지만 이내 안상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인상을 와락 구긴다.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안상현은 말없이 허리를 숙인다.

안상현의 프로필을 떠올려 본다.

‘아-, 군인 출신.’

왜 이렇게 안상현이 딱딱한 것인지 이해가 된다. 허리를 편 안상현이 이문철을 똑바로 바라본다. 스산한 살기가 정남의 몸을 휘어 감는다. 이문철과 그의 뒤에 서 있는 운전기사를 확인하는 안상현.

“형님께서 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뭘 받아 와? 백승원이 그 새끼 요즘 아주 뵈는 게 없지? 응? 경찰청장하고 밥 한 끼 할까? 그 잘난 너희 깡패 새끼들 모두 콩밥 먹여 줘? 내가 누군 줄······.”

“어차피 그럴 생각 아니셨습니까?”

“뭐? 뭐라고?”

안상현이 말을 끊자 이문철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사냥은 끝났다. 개는 솥으로 들어간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래서 받아오라고 아셨습니다.”

“무······.”

허리춤을 스쳐 지난 안상현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인다. 어둠 속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날붙이.

“컥-.”

이문철 뒤의 운전기사가 목을 부여잡으며 짧은 신음을 흘린다. 운전기사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보며 이문철이 눈을 부릅뜬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안상현을 가리키는 이문철.

무슨 말인가를 하려 입을 열어 보려 하지만 안상현이 허락하지 않는다. 또 다시 움직이는 안상현의 손. 그 손에 들린 사시미가 이문철의 배와 가슴, 목을 차례로 찌른다.

정남은 갑자기 화끈한 것이 얼굴을 덮치자 화들짝 놀란다. 이문철의 상처에서 솟구친 핏물이 안상현의 얼굴을 적신다.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이문철을 보며 안상현은 여전히 딱딱한 어투로 말한다.

“확실히 받았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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