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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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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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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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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4화

DUMMY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네? 엇!”

정남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사내. 촬영장이 아닌 동네에서 봤다면 그냥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 1’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내.

바로 이번 영화의 주인공 황정훈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대배우의 칭호를 들을 정도로 연기에 타고난 배우, 모든 배우들의 목표가 정남을 보며 웃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지망생 김정남입니다.”

“알아요. 정남 씨.”

“절 아신다고요?”

“당연하죠. 저하고 두 작품 같이 했잖아요. 어깨깡패.”

“어깨깡패요?”

정남이 의아한 듯 묻자 황정훈이 웃는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 제 어깨 부딪치는 연기했죠?”

“네. 기억하고 계시네요.”

“어떻게 잊어요. 그때 어깨 부딪치고 일주일이나 파스 붙이고 다녔는데.”

“아, 그래서 어깨깡패라고 부르신 건가요?”

“그냥 장난이에요. 무슨 운동해요? 뭐 그리 몸이 단단해요?”

어린 시절부터 격투기라면 종목 가리지 않고 했다.

“그냥 이것저것······.”

황정훈이 웃으며 정남의 어깨를 두드린다.

“다음부터는 배우 지망생, 여기서 지망생이라는 단어를 빼고 자기를 소개해요.”

“네?”

“정남 씨. 배우 아니에요?”

“배, 배웁니다.”

“그래요. 정남 씨 배우에요. 여기, 이곳.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 지망생 없어요. 이곳은 지망생들이 올 곳이 못 되죠. 그냥 배우인 거예요. 정남 씨도, 저도. 배우에요.”

“하지만 전······.”

“단역 배우라고요?”

정남이 자격지심에 고개를 숙인다.

“물론 배역에 경중이 있기는 해요. 제가 돈도 정남 씨보다 더 많이 받기도 하고요. 출연하는 분량도 많겠죠? 하하, 농담이에요. 하지만 우리들은 공통점도 있어요. 같은 작품에서 함께 공존하잖아요. 편집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는 순간 영화는 하나의 세계가 되요. 그 세계 속에서 정남 씨와 저는 같이 살아가고 있잖아요. 단역 배우의 역할도 중요해요. 단역 배우들 덕분에 조연, 주연의 연기가 빛나는 거예요. 그러니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세요.”

“네, 황정훈 배우님.”

황정훈이 고개를 흔든다. 정남이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자 황정훈이 또박또박 말한다.

“선배님.”

“네?”

“선배님이라고 불러요. 나이가 내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은데 아직 형 동생 할 사이는 아니니까요. 혹시 알아요? 나중에 더 친해지면 형 동생 하게 될지. 그때까지는 낯간지럽게 배우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선배님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선배 맞잖아요. 당신 연기 몇 년 차야?”

황정훈이 장난스럽게 인상을 쓰며 말한다.

“아닙니다. 선배님 맞습니다. 황정훈 선배님.”

“그래요. 듣기 좋잖아요. 나중에 기회 되면 또 봐요.”

정남의 어깨를 두드려 준 황정훈이 촬영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멍하니 황정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남. 잠시 후 걸음을 옮기던 황정훈이 고개를 돌린다.

“아-, 이 말을 빼 먹었네. 그때 부산에서 어깨 빵! 연기 좋았어요. 후배님.”

살짝 윙크를 하고 돌아서는 황정훈.

“감사합니다. 선배님.”

정남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큰 소리로 외친다. 주변을 오가던 스탭들이 이상한 눈으로 정남을 바라본다. 하지만 정남은 접은 허리를 펴지 않는다.

“주책이네.”

아랫배가 간질간질 하더니 뭔가 뜨거운 것이 위로 타고 올라와 가슴을 툭 치고, 목을 메이게 하고, 눈을 뜨겁게 달군다.

바닥에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정남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허리를 접은 채 그렇게 한참이나 울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작게 중얼거린 정남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눈물을 닦는다.

“참 인성 좋아.”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니 유민호가 바로 옆에 서 있다.

“네?”

“황정훈 말이야. 저 위치까지 올라갔으면 거만해질 법도 한데 말이지.”

“그렇죠. 사람이 저러기 쉽지 않아요.”

“우리하고 비슷한 처지를 경험해 봐서 그럴 거야.”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유민호를 바라본다.

“몰랐어? 황정훈도 단역 배우 출신이야. 십 년 전 영화들 찾아 봐. 황정훈 나온 영화 찾는 것보다 안 나온 영화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야. 6년 전 쯤부터 나온 독립 영화들. 거기서도 황정훈 꼬박꼬박 다 나온다.”

그러고 보니 황정훈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그는 불과 5년 사이에 대배우라는 칭호를 얻은 것이다.

“황정훈은 단역 배우일 때도 참 열심히 했어. 지금 너처럼 말이야.”

“그런가요?”

“황정훈은 다 좋은데 딱 하나 단점이 있어.”

“그게 뭔가요?”

정남이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유민호는 엄청난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해. 안면인식장애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네? 정말요?”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벌써 7년, 8년 동안 촬영장에서 수 십 번을 마주쳤는데 내 얼굴을 모를 수가 없잖아.”

“풉······.”

정남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웃냐?”

“그냥요. 조금 웃겨서요. 대배우 황정훈이 사람 얼굴을 기억 못 한다니 웃기잖아요.”

“크크, 그렇지? 어? 촬영 시작하나 보다. 먼저 간다.”

유민호가 멀어져 간다. 정남은 그런 유민호를 보며 다시 웃는다.

“하하, 안면인식장애?”

말도 안 된다. 2년 전 부산에서 촬영할 때 어깨를 부딪치는 역할을 맡았던 단역 배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그 단역 배우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황정훈이 안면인식장애라니······.

“그냥 형님 존재감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


“어쭈, 가만히 안 있지? 자-, 너는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가 된 거야. 넌 변호사를 선임······ 아, 귀찮아. 그냥 한마디로 넌 좃 된 거야.”

“아-, 선량한 시민한테 왜 이러세요?”

피식 웃는 황정훈.

“니가 선량한 시민이면 내가 민주 경찰이야, 씨뎅아.”



돈도 얼마 되지 않고, 재수가 없으면 해 뜨는 것 보고 일을 시작해 다시 해 뜨는 것을 보고 일을 마치는 단역 배우에 수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목을 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촬영장에서 유명배우들의 연기를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배움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불량 경찰’에서 주인공 불량 형사 역할을 맡은 황정훈은 제목 그대로 아주, 매우 ‘불량’ 그 자체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양아치스러움이 넘치고 표정은 한없이 야비하다.

저것이 바로 대배우의 연기다. 정남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하지만 갖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주위에는 단역 배우들이 정남과 같은 목적으로 황정훈의 연기에 몰입해 있다. 가끔 성질 더러운 조감독은 배우들의 연기 몰입에 방해가 된다면 단역 배우들이 구경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지만 다행히 이번 조감독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조감독의 외침에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허리를 쭉 편다. 오늘 촬영 분량을 모두 마친 것이다.

스탭들이 촬영장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감독이 단역 배우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온다. 손에는 흰 봉투가 잔뜩 들려있다. 단역 배우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바로 오늘 하루 수고의 대가를 받는 시간인 것이다.

“호명하는 분 나오셔서 싸인하고 일당 받으시면 됩니다. 강현성 씨.”

단역 배우 한 사람이 앞으로 나가 조감독이 건넨 서류에 싸인을 하고는 봉투를 받는다. 일당을 받았으면 용무가 끝났을 텐데 강현성이라는 이름의 사내는 선뜻 조감독 앞을 떠나지 않는다.

조감독의 입을 바라보는 강현성. 하지만 조감독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대신 고개를 옆으로 살짝 비튼다. 빨리 비키라는 의미의 고갯짓이다.

강현성이 한숨을 내쉬며 물러난다.

“구민수 씨.”

조감독이 차례로 이름을 부른다. 그때마다 단역 배우들은 강현성과 마찬가지로 조감독의 입을 잠시 동안 바라본다.

“김정남 씨.”

정남이 앞으로 나가 싸인을 하고 봉투를 받는다. 앞선 단역 배우들이 모두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기에 자신 역시 마찬가지겠거니 하고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내일 모레 촬영장으로 오세요.”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서 일당을 받던 단역 배우들이 기다렸던 말이 바로 이 말이다. 다음 촬영에도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통보.

정남이 다른 단연 배우들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일당 봉투를 받고 몸을 돌린다. 스탭들에게 미움 살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다른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역 배우들을 태워 주는 승합차 앞에 서서 기다리니 일당을 받은 단역 배우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어떻게 됐어요?”

유민호가 웃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유민호 역시 다음 촬영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하지만 금방 웃음을 지운다. 오늘로 촬영장과 작별을 고하는 단역 배우들 중에도 안면이 있고 친분이 있는 이들이 꽤 되기 때문이다.

“오늘 소주 한 잔 어때?”

승합차 옆 자리에 앉은 유민호의 물음에 정남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요즘 좀 바빠서요. 당분간 술은 못 마실 것 같아요.”

“저녁 알바라도 뛰냐?”

“그런 건 아니고요. 연기 연습해요.”

“연습은 무슨······ 딱 봐도 여자 생겼고만. 아니야? 살이 쪽 빠진 게 정력으로 모자라서 아주 그냥 영혼까지 갈아 넣은 것 아니야?”

“하하, 아니에요.”

여자보다 더 좋은 것이 생겼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정남이 환하게 웃기만 한다.


**


“그 친구 어때요?”

“응?”

조수석에 앉은 박기출은 뜬금없는 황정훈의 물음에 의문을 표한다.

“아까 촬영장 도착하자마자 본 친구요.”

“아-, 단역 배우?”

“네. 이름이 정남이에요. 김정남.”

“이름까지 알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는 왜?”

“그냥 뭐랄까······ 눈이 좀 가네요. 형이 보기에는 어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황정훈이 웃으며 박기출이 앉은 의자를 툭 친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기가 막히게 찾으신다는 족집게 박기출 선생님께 묻는 거죠.”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족집게.

이쪽 바닥에서 박기출을 부르는 별명이었다. 과거형을 사용한 이유는 그가 이제 더 이상 신인 배우를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박기출이 창밖에 시선을 두고는 말한다.

“나도 예전에는 조금 관심을 가졌었어.”

“그래요?”

“열심히 하잖아. 너는 몇 번 못 봤을지 몰라도 나는 다른 촬영장 다니면서 몇 번 봤거든. 그때마다 아주 열심히 했어. 그런데 딱 거기까지야.”

“거기까지요?”

“응. 열심히만 해.”

“아-.”

황정훈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가벼운 탄성을 토한다.

“우리 회사 공개 오디션에도 두 번인가 참가했을걸. 내가 직접 떨어트렸어.”

“왜요? 열심히 하면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잖아요.”

“정훈아.”

“네, 형.”

“알면서 왜 묻는 거냐?”

황정훈이 대답을 하지 않자 박기출이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을 한다.

“이 바닥이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잖아. 열심히 해서 성공했으면 톱스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고 월드 스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기는 하죠.”

“정남이라는 그 친구가 그래. 정말 열심히 하는 것은 알아. 오디션 볼 때 서류 보니 이 바닥에서 구른 지가 벌써 8년이야. 단 한 번도 외도한 적 없이 꼬박 8년. 그런데 아직도 저러고 있으면 딱 거기까지가 그 친구 한계인 거야.”

“그래요? 그런데 저는 왜 좋아 보일까요? 부산에서 봤을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던데요.”

“그건 나도 느꼈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뭐랄까······ 아무튼 이전보다는 훨씬 보기 좋던데. 긍정적인 변화가 쭉 이어진다면 혹시 몰라. 대사 있는 단역이라도 맡게 될지. 아, 오늘 이상하게 피곤하네. 그만 말하자. 난 좀 잘란다.”

“네, 형. 주무세요.”

황정훈은 창 밖에 시선을 둔다. 고속도로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다. 문득 자신의 등에 대고 꾸벅 인사를 하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하던 정남이 떠올라 피식 웃는다.

‘기출 형. 이상하게 눈에 밟히네요. 나는 그 친구가 지금 있는 자리에 계속 있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드네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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