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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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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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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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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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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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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9화

DUMMY

“으아아아악-!”

하늘로 솟아오르는 이불.

“크흑-!”

처음과는 다른 느낌, 다른 이유의 신음 소리.

정남이 흔들거리는 머리를 잡고는 신음을 토한다. 침대 밖으로 떨어진 이불을 보며 자신이 이불킥을 한 이유를 떠올려 본다.


- 다음에 필요하거나 보고 싶은 대본, 시나리오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를 해요.


술자리를 파하고 헤어질 때 황정훈이 한 말이 떠오른다. 기억이 삭제된 부분이 드문드문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다 기억한다.

그리고 황정훈의 그 마지막 말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알고 있었네.”

황정훈은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정남이 가져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황정훈이 알고 있다는 말은 박기출 팀장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촬영장에서 어떻게 보냐?”

지독한 숙취가 걱정이 한 가득인 정남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일단 해장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려 연신 몸을 떠는 휴대폰.

“네, 어머니.”

어머니에게 온 전화다.

- 잘 지내? 어떻게 전화 한 통이 없어.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요. 아참, 드라마 보셨어요?”

- 그럼 잘 봤지. 우리 아들 출연하는 드라만데 안 볼 수가 있나. 이번에도 멋지게 잘 나왔던데?

정남의 1호 팬이자 영원한 지지자인 어머니. 분명 이번에도 정남이 출연한 아주 짧은 장면을 녹화해 두셨을 것이다. 요즘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비디오 플레이어로 녹화를 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를 떠올리자 가슴 한쪽을 누군가 콕콕 찌르는 듯한 기분이다.

- 집이 먼 것도 아닌데 가끔 와서 밥도 먹고 그래. 반찬은 아직 남아 있어?

“네. 아직 괜찮아요.”

- 아빠도 너무 연락 안 한다고 뭐라고 하시더라.

아버지를 떠올린 정남이 피식 웃는다.

사내놈이 땀 흘려 일하고 돈을 벌어야지 딴따라판 따라다닌다며 훈계를 하시는 아버지. 하지만 정남이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꼭 챙겨 보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네. 조만간 한번 들릴게요.”

- 꼭 그렇게 해.

“네. 쉬세요.”

전화를 끊고 집 근처의 단골 식당으로 들어간다.

“왔어?”

빈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 정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장님.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기에 손님은 하나도 없다.

“콩나물 해장국 하나만 주세요.”

“어휴,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그러게요. 제가 얼마나 마신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기다려. 속이 확 풀리는 해장국 만들어 줄 테니까.”

“넵!”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해장국을 기다린다. 머릿속은 온통 어제 황정훈과의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맴돈다.

“연기에 대한 열정······ 내가 열정만큼은 누구한테도 안 지지.”

오늘은 촬영이 없는 날이다. 해장을 한 후 집으로 가서 무정 도시의 두 번째 케릭터인 유근호가 되어 볼 것이다. 시간도 많으니 이해도를 많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가뜩이나 숙취로 고생하는데 유근호가 되어서 내내 술 먹으면 더 취하는 것 아냐?”


**


한 사내가 소주병을 들고 걷고 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주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사내를 멀찍이 피해간다.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 심하게 한쪽을 절뚝거리는 사내는 소주병을 입에 대고 그대로 나발을 분다.

“뭘 꼬나보는데? 술 마시는 사람 처음 봐? 니들은 술 안 마셔?”

간혹 자신을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와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시비를 건다. 주변의 휘황찬란한 네온을 술에 취해 반쯤 풀린 눈으로 보며 걷던 사내가 절뚝이며 방향을 튼다.

사이키 조명이 요란하게 번쩍이는 큰 입구 앞에 선 사내가 근처 건물 벽으로 가 바지 지퍼를 내린다.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내는 그쪽을 힐끔 보고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알았다. 씨발놈들아. 금방 갈게.”

검은 정장을 입은 덩치가 좋은 두 명의 사내가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먹었겠냐?”

지퍼를 쓱 올린 사내가 소주병을 입으로 가져가며 투덜대 듯 말한다.

“여기서 소변보시면 안 됩니다. 형님.”

“여보세요. 개새끼야. 넌 오줌도 안 싸고 사냐? 응? 씨발! 니들이 날 안 들여보내 주니까 내가 여기다 오줌을 싸는 거 아니냐고.”

“형님······.”

다른 사내가 말을 하는 정장 사내를 잡아끈다.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가는 두 사내. 그들을 보며 사내는 소주병을 입으로 가져가며 비릿하게 웃는다.

“그래. 무시해라. 니들은 언제까지 가오 잡고 살 것 같지? 나처럼 다리에 칼침 맞으면 다 병신 되고 퇴물 되는 거야. 크크, 응?”

소주병이 바닥이 났다. 사내는 큰 소리로 ‘씨발.’이라고 욕을 하며 빈병을 바닥에 던진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는 소주병.

사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때 근처에 멈춰 서는 검은 외제차 한 대. 사내에게 소변을 보지 말라고 했던 두 덩치가 차로 달려가 문을 열어준다. 차에서 날렵한 체형의 인상이 차가운 사내가 내린다.

이마에서 시작해 코를 지나 왼쪽 뺨까지 길게 그어진 상처. 뱀을 닮은 한없이 차가운 눈빛을 지닌 사내다.

소주병을 깨트린 사내, 유근호는 차에서 내린 사내를 보고는 입 꼬리를 말아 올린다.

“여어-, 이게 누구셔? 우리 잘 나가시는 양 시장 아니셔?”

정남은 차에서 내린 사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안상현이 되어 무정 도시를 경험할 때 몇 번이고 보았던 인물이다. 주인공 백승원의 오른팔이자 결국 백승원을 배신하는 양승화다.

가뜩이나 불편한 다리로 절뚝이는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까지 하니 한없이 위태롭기만 하다.

“요즘도 그러고 다닙니까?”

“크크, 그러고 다니는 게 어떻게 다니는 건데?”

“동생들 앞에서 쪽팔린 줄 모르고 술주정하고 다니는 걸 말하는 겁니다. 때마다 나타나서 업장 앞에 오줌이나 싸재끼고 뭐하는 겁니까? 형님이 개새낍니까? 아무데서나 오줌 싸지르게.”

“어, 개시낀가 보지. 크크, 나는 개새끼고 너는 살모사새끼고. 지 낳아준 은혜도 모르고 부모 잡아먹는 살모사. 맞지?”

유근호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강한 적개심에 정남이 치를 떤다.

양승화가 싸늘하게 웃으며 유근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더럽다는 듯 바지에 손을 툭툭 턴다.

“큰형님이야 마음이 약하셔서 형님이 뭘 하던 상관을 안 하시지만······.”

양승화가 유근호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싸늘한 음성으로 말한다.

“과연 나도 그럴까?”

정남은 지독한 살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양승화는 당장이라도 유근호를 죽일 것만 같다. 안상현이 되어 이해도를 높이며 살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양승화의 살기는 안상현의 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유근호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죽여. 씨발놈아. 대신 이건 꼭 기억해라. 지금 니가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있는지. 니가 무시하는 좃밥 쓰레기가 어쩌다 좃밥이 됐고, 쓰레기가 됐는지 기억하라고.”

양승화가 유근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인상을 찌푸린다.

“아, 좀 씻고 다니쇼. 냄새가 아주······ 그리고. 누가 내 대신 칼 받아 달라고 했습니까? 괜한 오지랖 부리다 칼 맞고 은퇴하고선 누굴 원망합니까? 경고하는데, 괜히 입 놀리고 다니지 마세요. 그게 좋아하는 술 한 병이라도 다 마실 수 있는 길이니까.”

양승화가 걸음을 옮긴다. 유근호가 히죽 웃으며 멀어져 가는 양승화에게 소리친다.

“잘 나가는 양 실장아. 닥치고 살 테니까 내가 좋아 하는 술 한 병 줘라. 우리 사이에 술 한 병 정도는 줄 수 있잖아.”

양승화가 입구를 지키는 사내들에게 고개를 까딱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구겨진 담뱃갑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낸다. 자신의 인생처럼 구부러져 있는 담배를 보며 유근호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린다.

칙- 칙-

기름이 없는 것인지 불이 잘 붙지 않는 라이터.

칙-

입구를 지키던 사내 중 한 명이 다가와 불을 붙여 준다.

“고맙다. 딱 봐도 넌 대성할 거야. 부디 크게 성공해서 큰 깡패 되라. 응? 크크크.”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자니 안으로 들어갔던 사내가 양주 한 병을 들고 돌아온다.

“잘 마실게. 양 실장한테 내가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해 줘. 깡패 쉐끼들아 형 간다.”

손을 휘휘 젓고는 절뚝이며 걸음을 옮기는 유근호.


**


- 무정 도시의 조연 유근호에 대한 이해도 42%.


현실로 돌아오기 무섭게 입을 손으로 막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정남.

그리고 시작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우에에에에엑-! 에엑-! 콜록, 콜록, 웩-!”

심한 숙취에도 억지로 참고 참았지만 결국 어제 먹은 꼼장어, 닭발과 오늘 먹은 해장국까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만다.

“카악- 퉤.”

걸죽한 침을 뱉은 정남이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등을 기댄다.

“먼 술을 그리 마셔. 유근호 역할 누가 할지 몰라도 죽었다고 복창해라. 사람이 할 연기가 아니다.”

술이 아닌 물이나 보리차를 마시고 연기할 수도 있지만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박상철 감독이라면 분명 연기자에게 진짜 술을 먹게 할 것이다.

유근호를 연기할 누군가의 명복을 빌어 주며 화장실을 나서려던 정남은 결국 다시 한 번 토를 하고야 침대에 몸을 눕힐 수 있었다.

“이러면 시작부터 나가린데.”

오늘 하루 널널한 시간을 유근호에게 투자하려던 계획은 시작부터 뭉그러졌다. 이대로 유근호를 몇 번 더 경험하면 식도에 위장까지 토해 버릴 것 같다.

어쩌면 황정훈과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었던 것도 그전에 유근호를 두 번 경험해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게 사실이면 주당을 뛰어넘어 주신이 되시겠어.”

고개를 흔들며 옆에 놓인 무정 도시의 시나리오를 손으로 툭 쳐 침대 밑으로 떨어트린다.

“그래. 이제 맞아. 오늘은 절대 아니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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