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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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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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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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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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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0화

DUMMY

거울 속에 비친 여자가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이고는 자신의 앞에 앉은 정남을 바라본다.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정남이 어색하게 웃는다.

“정리를 해 볼게요.”

여자가 말을 한다.

“머리는 군인 머리. 얼굴 메이크업은 남자다우면서 날카롭고, 차가워 보이게. 맞아요?”

“네, 맞습니다.”

정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미용사가 ‘하.’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남자다우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얼굴은 어떤 얼굴인데요?”

“저, 그게······.”

자신이 주문하고도 뭔가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통감하기에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전문가시니까······.”

“전문가는 무슨! 여기가 무슨 방송국 분장 하는 곳인 줄 알아요? 동네 미용실 와서 너무 많은 것 바라는 것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단골인데 편의 좀 봐 주시죠.”

“단골이니까 지금 이렇게 고민을 하는 거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이 이런 주문했으면 욕하고 쫓아냈어요.”

“아, 네. 그렇군요.”

잠시 생각을 하던 미용사가 고개를 흔든다.

“일단 머리 먼저 밀고 생각하죠.”

전기 바리깡에 전원을 넣는 미용사. 긴 머리에 대한 미련은 없기에 정남은 눈을 감고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다. 지잉,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점점 머리가 시원해진다.

“두상이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머리를 마무리한 미용사가 정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메이크업 도구들을 준비한다.

“턱선을 조금 강조해야겠네요. 눈은 아이섀도로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주고 피부 톤을 전체적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듯 중얼거리며 정남의 얼굴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미용사. 괜히 감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하다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잠자코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실시간으로 정남의 얼굴이 바뀐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용사의 말대로 턱선이 살아난다. 턱선이 살아나니 얼굴이 전체적으로 단단해 보인다. 남자다운 얼굴이 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섀도가 슥슥 지나간다. 눈이 간질간질하지만 잔뜩 힘을 주고 참는다. 연기의 길이라는 것이 그렇다. 이런 것도 참아내지 못하면 이보다 더한 분장을 할 때 어떻게 견디겠는가?

“휴우-.”

미용사가 메이크업 도구를 내려놓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그녀는 거울 속 정남의 얼굴을 감상하듯 바라본다.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요?”

“저도 마음에 듭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무정 도시에서 살아가는 안상현과 똑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한 것 같다.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의 미용사는 확실히 센스가 좋다.

“감사합니다. 얼마 드리면 되죠?”

“커트하고 화장품 값도 있으니 2만 원만 주세요.”

“아유, 그럴 수는 없죠. 메이크업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자, 받으세요.”

정남은 5만 원권 한 장을 꺼내 사양하는 미용사의 손에 쥐여 주고 미용실을 나선다.

“날씨 좋다!”

정남을 축복해 주려는지 날씨가 아주 좋다.

드디어 영화 무정 도시의 조연 배우 공개 오디션이 있는 날이 되었다. 며칠 전에 딱 한 벌밖에 없는 검은 정장을 꺼내 드라이 크리닝도 해 두었다.

“이상하게 오늘 기분이 좋네. 어, 택시!”

택시를 잡아 타고 목적지를 말한 후 눈을 감는다.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대비해 안상현이라는 캐릭터를 머릿속에 그린다.

지이잉-

휴대폰을 꺼내 보니 문자 하나가 와 있다.


- 오늘이죠? 꼭 안상현 배역 따내세요.


황정훈에게 온 문자를 보며 정남이 히죽히죽 웃는다. 며칠 전 촬영장에서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이다. 술자리에서 황정훈이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좀처럼 다가서지 못했는데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그때의 자기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인지 황정훈은 이전과 다름없이 정남을 대해 주었다.


- 감사합니다, 선배님. 응원에 힘입어 꼭 합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만 찍힌 문자가 온다.

한참을 달리던 택시가 멈춘다. 충무로에 벌써 도착한 것이다. 정남은 주변을 살피다 목적지를 확인하고 걸음을 옮긴다.

영화 제작사 ‘판타스틱’.

일 년에 적어도 다섯 작품 이상을 제작하는 대형 제작사였고 오늘 공개 오디션이 열리는 곳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가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온 사람들일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사람들이 많다. 정남과 마찬가지로 미리 와서 오디션 준비를 하려는 것이리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언제 탈 수 있을지 몰라 비상구를 택한다.

6층까지 걸어 올라간 정남.

“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긴 복도에는 사람이 움직일 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조연 두 자리 오디션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공개 오디션이고 박상철 감독의 이름값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모일 것을 예상해 며칠을 두고 오디션을 진행한다. 오디션의 첫날은 정남이 노리는 조연 안상현과 조연 김주경이라는 배역의 오디션이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조연 두 자리를 놓고 모인 지원자들의 수가 어마무시하다. 아직 오디션 시간이 한참 남은 것을 감안할 때 얼마나 더 많은 지원자들이 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숙해 주세요. 시끄럽게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행동을 하시는 지원자는 오디션 자격 박탈합니다.”

판타스틱의 직원이 나와 큰 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직원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겨우 안쪽으로 파고들어 벽에 등을 기댄다. 이런 분위기라면 연기 연습이고 뭐고 모두 물 건너갔다. 할 수 있는 최선은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뿐.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쉴 새 없이 다른 사람들이 밀어대는 통에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작은 한숨과 함께 반쯤 포기를 한 정남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의 면면을 살핀다. 대부분이 낯선 얼굴이지만 간혹 아는 얼굴들도 보인다. 정남과 함께 단역 배우로 촬영장에서 마주친 이들이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으로 연기를 했던 사람들도 있다. 개중에는 꽤나 비중 있는 배역의 연기를 했던 사람도 있다. 저런 사람들이라면 소속사도 있을 텐데 콩나물시루와 같은 이곳에 왜 저러고 있나 싶다.

자리가 불편하기 때문인지 시간이 더욱 더디게 간다. 언제 오디션이 시작되려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본다.

“오디션 많이 보셨어요?”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음성. 정남은 설마 이 많은 사람들 중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휴대폰만 힐끔거리고 있다.

“저-.”

혹시나 고개를 돌려보니 한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저요?”

“네.”

“왜 그러시는데요?”

“오디션 많이 보셨는지 궁금해서요.”

“당연······히 처음이죠.”

“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사내가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큰 소리로 웃는다.

“지금 많이 긴장되시죠?”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다. 다른 때와는 다른 오늘이지 않은가?

“네, 그렇죠.”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을 하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돼요.”

“아, 그래요?”

“딱 봐도 제가 배우 쪽으로는 선배 같은데 조언 한마디 해 드릴까요?”

정남은 어디 한 번 해 보라는 듯 사내를 바라본다.

“절대 감독님이나 심사위원들하고 눈을 마주치지 마세요.”

“네? 이유가 있나요?”

“싸움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죠?”

“글쎄요.”

“기선제압이죠. 그런데 감독님이나 다른 심사위원들하고 눈을 마주치면 기선제압을 당하거든요. 그러니까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돼요.”

“아-······.”

“그리고······.”

무슨 말인가를 한참 떠드는 사내. 하지만 정남은 이미 귀를 닫고 있다. 대사를 칠 때 발음을 정확히 해라, 심사위원이 질문을 할 때는 또박또박 대답을 해야 한다 등의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을 조언이라 늘어놓으니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346번 지원자부터 350번 지원자까지 들어가실게요.”

숫자가 말해 주듯, 벌써 3백 명이 넘는 지원자가 오디션을 보고 돌아갔다. 정남은 여전히 벽에 등을 기대고 그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

오디션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얼굴에 온갖 희망에 물들어 있던 사람들이 몇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세상의 모든 절망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나온다.

다섯 명씩 들어가는 것치고는 오디션 진행이 상당히 빠르다.

두 가지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지원자들이 박상철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는 것. 볼 가치가 없으니 대충대충 끝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개 오디션이라고 동네방네 떠들어 놓고 이미 출연자를 결정해 놓은 경우다. 이미 한 말이 있으니 오디션은 봐야겠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대충 하는 것이다.

만약 두 번째 이유라면 정남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할 것이다.

“351번부터 355번까지 들어가실게요.”

358번.

이제 다음에 정남의 번호가 불릴 것이다. 잠시 후 조금 전 들어갔던 다섯 사람이 나온다. 네 명은 세상 다 산 표정이고 한 명은 표정이 미묘하다. 뭔가 확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356번부터 360번까지 들어가실게요.”

정남이 오디션장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옷매를 점검한다. 그런데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낯익다. 정남에게 조언이라며 한참이나 훈계를 늘어놓은 사내다.

정남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가 어색하게 웃는다.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간다. 다섯 개의 책상과 다섯 명의 심사위원. 중앙에는 당연히 무정 도시의 감독 박상철이 앉아 있다.

긴 오디션에 지친 것인지 다른 심사위원들이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는 것에 반해 박상철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다.

“안녕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인사를 할 때 정남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딱딱 끊어지는 말투로 절도 있게 하는 인사에 심사위원들이 묘한 눈빛을 던진다.

정남에게 훈계를 늘어놓던 사내는 자신이 했던 조언처럼 심사위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지를 않는다.

“356번 지원자. 앞으로 나가세요.”

“네.”

지원자가 앞으로 나가자 짧은 질문이 오간다. 연기는 몇 년 했냐? 출연한 작품이 뭐냐? 등의 질문인데 이미 지원서에 모두 적힌 내용들뿐이다.

“연기 봅시다. 준비한 연기 보여 주세요.”

한국연기자협회의 게시판에 공개 오디션 공고가 올라오며 다섯 개의 씬도 함께 올라왔다. 그중 하나를 골라 연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정남이 마음에 들어 하는 씬이 포함이 되어 있었다.

“사냥이 끄, 끝났······. 죄송합니다. 다시 해 보겠습니다.”

“그만. 거기까지만 볼게요.”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고작 다섯 명 앞에서도 대사를 제대로 치지 못하는데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연기할래요?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세요.”

박상철 감독의 날카로운 말에 356번 지원자는 울상이 되어 뒤로 물러선다. 다음으로 나선 357번은 정남에게 조언을 한 사내였다.

“저기······ 이기성 씨?”

“네, 넵!”

“뭐 대인기피증이라던가 그런 병 있어요?”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요?”

“그, 그게······ 그러니까······.”

정남은 하마터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기선제압 당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대인기피증이 있냐고 묻는다. 거기에 심사위원이 물으면 또박또박 대답을 하라던 사내는 버벅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아-, 이기성 씨는 연기를 안 봐도 될 것 같네요.”

“네? 아닙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아니요. 제가 보기가 싫습니다. 기본도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연기를 아무리 잘하면 뭐합니까? 거기까지 합시다.”

이기성이 억울하다는 듯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결국 뒤로 물러선다.

“358번 지원자.”

정남이 앞으로 나선다. 박상철 감독이 묘한 눈빛으로 정남을 바라본다.

“머리 스타일.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예요?”

“네. 오늘 잘랐습니다.”

정남은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대답한다. 왜? 극중 안상현이 군인출신이고 주인공과 대화를 나눌 때도 군인의 때를 벗지 못하고 딱딱하게 말을 하니까.

“메이크업도 했네요. 소속사 있어요?”

“아닙니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며 한 겁니다.”

“동네 미용실 치고는 퀄리티가 꽤 되네요. 그렇게 해 달라고 직접 주문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왜요?”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 한다. 한국연기자협회 오디션 게시판에 올라온 씬에는 안상현이 군인출신이라는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정남이 소속사에 속해 있고 소속사로 간 검토용 시나리오를 봤다면 알 수도 있지만 정남은 소속사가 없다고 이미 대답을 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상현의 딱딱한 말투, 그리고 지문에서 볼 수 있는 그의 행동이 마치 군인 같다고.”

“그래요?”

박상철 감독이 흥미롭다는 듯 말한다.

“안상현이 군인 같아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메이크업을 그렇게 했다?”

“네, 그렇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정남을 힐끔거린다. 앞선 두 사람과 나눈 대화보다 몇 배나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리라.

“준비한 연기 볼까요?”

“짧게 해도 됩니까?”

“짧게요?”

박상철 감독이 어깨를 으쓱한다.

“상관없어요. 대신 짧은 연기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인지를 해 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남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감정을 잡는다. 룸싸롱 안에서 주인공 백승원과 대화를 나누는 안상현이 되어 간다.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서늘한 무언가가 정남의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정남.

박상철 감독의 눈빛이 바뀐다. 슬로우 모션을 보듯 느릿하게 들리는 정남의 얼굴. 그리고 보이는 정남의 눈빛. 아이섀도로 인해 날카롭게 보이는 두 눈이 박상철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열리는 정남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한마디의 대사.

“그 둘이면 됩니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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