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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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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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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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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1화

DUMMY

영화 제작사 판타스틱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골목에 위치한 곱창 가게.

출입문이 열리며 황정훈이 들어서자 박상철 감독이 손을 흔든다. 두 개의 테이블에 박상철 감독을 포함해 오늘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이었던 이들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늦었네.”

“촬영이 조금 길어졌어요. 그런데 뭔 술을 벌써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이제 시작이고만 많이는 무슨······.”

테이블 위에는 벌써 빈 소주병이 열 개가 넘는다.

“오디션은 어떠셨어요? 첫 날이라 힘드셨죠?”

“말도 마. 영화 오디션이 아니라 유치원 재롱잔치 본 기분이라니까.”

“그렇게 수준이 형편없었어요?”

“뭐 개중에는 잘하는 녀석들도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예전만 못해. 한 잔 받아.”

박상철 감독이 황정훈의 잔을 채워준다. 냉큼 잔을 비우고 불판 위에서 잘 익은 곱창을 한 점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역시 감독님이 곱창 하나만큼은 정말 잘 굽는다니까요.”

“그러니까 빨리 싸인하자니까. 매일 곱창 구워 줄 테니까.”

“하하,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요.”

“지금 하는 작품하고 촬영 기간이 겹치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분위기가 겹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빼는지 모르겠네. 너 계속 이렇게 빼면 윤성태한테 넘긴다?”

황정훈이 빙긋 웃는다. 박상철 감독의 잔에 소주를 채워 주고는 유들유들한 음성으로 말한다.

“감독님이 갑자기 왜 이리 약을 파실까? 뻔히 제 생각하면서 백승원 캐릭터 그리신 것 눈에 보이는데 성태 형한테 주신다고요?”

“그걸 알면서 계속 빼고 있는 거야? 내가 이럴 줄 알고 계약서도 가지고 왔어. 전에 씨더스 쪽에서 콜 했던 그 계약 내용 그대로야. 여기서 싸인하자.”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 제가 안 하겠다고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면 뭔데?”

황정훈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곱창을 입에 넣는다. 박상철 감독이 못마땅하다는 듯 황정훈을 바라보다가는 혼자 잔을 채워 소주를 마신다.

“지금 하는 작품도 끝나지 않았는데 계약서에 싸인하면 쫓기는 기분 들까 봐 그래요. 계약 이야기는 이쯤하고 오디션 이야기나 해 주세요. 뽑기는 뽑은 거죠?”

“뽑으려고 한 오디션인데 뽑아야지.”

“어떤 친구들이에요?”

“김주경 역할은 그냥 무난한 친구 뽑았어. 그 많은 지원자들 중에 얼마나 인물이 없었으면 무난한 친구를 뽑았겠어? 내가 오늘 진짜 재롱잔치 보다 화병 나서 응급실 실려 갈 뻔했다.”

“안상현 역할은요?”

박상철 감독은 황정훈의 음성에서 묘한 흥분을 감지한다. 왜 이럴까 생각을 해 보지만 딱히 정답은 구할 수 없다. 황정훈이 속한 기획사 씨더스 소속의 배우가 오디션에 참가한 것도 아니었다.

“그게 말이지.”

박상철 감독이 황정훈의 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도 가득 채운다. 건배한 후 소주를 마시는 두 사람. 황정훈이 곱창 한 점을 입에 넣을 때 박상철 감독이 말한다.

“오늘 재미있는 친구를 봤어.”

“감독님이 관심을 가질 정도에요? 누군지 몰라도 연기가 대단했나 보네.”

“딱 한 마디였어.”

“네?”

“연기를 해 보라고 했더니. 대뜸 이러더라. 짧게 해도 됩니까? 그러기에 알아서 하라고 했지. 그런데 진짜 짧게 하는 거야.”

“한마디요?”

박상철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재미있는 친구네요.”

“그렇지. 재미있는 친구지. 그런데 그 한마디가 대박이었어.”

붙어 있는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심사위원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딱 한마디일 뿐이었는데 그 딱 한마디가 여기 와서 그대로 꽂히더라.”

박상철 감독이 검지를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으로 가져간다.

“배역 연기를 연습해 오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그 배역 자체가 돼서 온 거야. 안상현이가 되어서 나타났다는 말이야.”

“이야-! 진짜 대박이네. 도대체 그 한마디가 뭐길래 감독님 입에서 이런 말이 다 나올까?”

박상철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만의 영화관이 확실하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 투자자라 해도 영화 촬영에 관련된 부분에서 박상철 감독에게 개입을 하면 곧장 촬영을 접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촬영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깐깐하기도 하다. 박상철 감독이 자신의 복수 시리즈 최종판에 황정훈을 주인공으로 점찍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황정훈이라면 자신의 깐깐함을 모두 맞출 수 있고, 그 이상의 연기를 펼칠 수도 있는 배우였으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했다는 한마디 대사가 뭐예요?”

황정훈이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마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그런 웃음이다.

“34 씬. 백승원하고 안상현, 양승화가 룸싸롱 안에서 술을 마시는 씬 있잖아.”

“네. 그 씬 좋던데요.”

“그 씬의 안상현 마지막 대사.”

황정훈이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는 잔을 테이블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한마디를 한다. 왠지 스산하게 들리는 차가운 음성이었다.

“그 둘이면 됩니까?”

박상철이 소름이 돋는다는 듯 팔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 그래. 그 대사야.”

“이 대사가 쫌 멋지기는 하죠. 그런데 그 친구가 이 대사를 했다고요? 감정 처리가 쉽지 않은 대사인데. 백승원에 대한 충성심과 백승원을 힘들게 만든 이들에 대한 분노, 적개심 같은 감정들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나오는 대사잖아요.”

“그렇지. 역시 황 배우야. 이러니 믿고 쓰는 황정훈 소리가 나오는 거야.”

황정훈이 피식 웃는다. 그러고는 박상철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묻는다.

“그 친구 이름이 뭐예요? 이야기 들어보면 안상현 배역 확정 같은데 함께 연기할 친구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니에요?”

박상철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황정훈을 바라본다.

“아는 친구냐?”

“내가 어떻게 알아요? 지원자가 천 명 가까이 됐다면서요. 물론 그중에 작은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죠.”

“그렇지? 그런데 정말 그런 이유 때문에 이름이 알고 싶은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무슨 뜻이야?”

“감독님을 놀라게 할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면 회사에 이야기해서 스카웃해야죠. 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박상철이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김정남.”


**


술자리를 마치고 로드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황정훈은 정남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이내 생각을 접는다. 제작사 측에서 전하는 소식을 듣는 것이 감동이 훨씬 클 것이다.

황정훈은 정남에게 전화를 거는 대신 다른 이의 이름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로 가져간다.

“어, 형. 어디에요? 우리 가는 길이네. 그쪽으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황정훈이 로드 매니저에게 말한다.

“여의도로 가자.”

잠시 후 여의도에서 한 사람이 차에 올라탄다. 기획사 씨더스의 1팀장이며 황정훈을 전담 케어하는 박기출 팀장이었다.

“어떻게 된 게 나보다 형이 더 바쁜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영화 촬영 끝나는데 홍보 준비해야 할 것 아니냐? 예능하고 토크 쇼 같은 것 알아 봐야지.”

“거참, 형. 나 황정훈이야. 내가 굳이 예능이나 토크 쇼 나가서 영화 홍보까지 해야 해?”

박기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진짜 안 어울리는 것 알고 있지?”

“어.”

황정훈이 어색하게 턱을 긁는다.

“연기라고 생각을 해도 이런 말은 참 입에 안 붙어.”

“천성이 바뀌냐? 드라마 촬영하는 애 있어서 2팀 차 타고 가도 되는데 굳이 여기까지 왜 온 거야?”

“그냥 형 보고 싶어서 왔지.”

“입에 침은 발랐냐?”

“지금 바르려고.”

장난스럽게 혀로 입술을 훔치는 황정훈을 보며 박기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또 뭔데? 사고 칠 놈은 아니고······ 박 감독하고 술자리 간다고 하더니 또 계약서 쓰자고 그러데?”

“그러기는 했지. 그런데 그 이유는 아니고. 형 왜 전에 그 친구 있잖아.”

“내가 신내림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전에 그 친구’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아냐?”

“아, 왜 있잖아요. 파주 촬영장에서 형한테 박스 준 친구.”

“흥. 책 한 권 낼름한 그 녀석 말하는 거냐? 이름이 김정남이었던가?”

“맞아요. 정남 씨.”

“씨까지 붙이는 것 보니 나 몰래 몇 번 만났나 보네.”

황정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글쎄 정남 씨가 박 감독님 무정 도시 공개 오디션에 철썩 붙었다네. 감독님하고 술자리 하면서 들었거든.”

“그래?”

박기출이 관심을 갖는다.

“안상현 역할 알지? 형이 우리 회사 선우 주면 좋겠다고 했던 배역. 물론 감독님이 사진만 보고 까긴 했지만.”

“그런 말은 안 해도 되거든? 그 정남이라는 친구가 안상현 배역 따냈다고?”

“그냥 따낸 게 아니야. 박 감독님하고 심사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서 극찬을 하더라고. 다른 사람처럼 연기 연습을 하고 온 게 아니라 안상현 자체가 돼서 왔다고 하던데.”

“흐음, 그 배역이 쉬운 배역이 아닌데.”

“내 말이.”

박기출이 밴 안의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 마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뻔히 알면서 뭘 물어?”

“우리 회사로 데리고 오자고?”

“연기가 죽여준다잖아. 박 감독님 몰라? 그분이 어디 배우들 칭찬하는 분인가? 상민아. 너도 들었지?”

로드 매니저 박상민이 운전을 하며 크게 대답한다.

“네, 형님. 박 감독님이 정말 극찬을 했습니다.”

“일단 알겠고. 하나만 물어보자. 그 친구한테 왜 그러는데? 나 몰래 만나기도 하고 전에 책 한 권 낼름했을 때도 네가 넘어가라고 해서 넘어간 거잖아.”

황정훈이 박기출의 손에서 음료수를 빼앗아 단숨에 마신다.

“대견하잖아.”

“뭐 인마?”

“얼마나 연기가 하고 싶었으면 그랬겠어? 매일 단역 배우만 하는데 언제 제대로 된 시나리오 한 번 읽어 봤겠어? 현실적으로 보면 절도지만 내 눈에는 그게 노력이고 간절함으로 보이더라고.”

“끄응.”

박기출이 앓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어떨 것 같은데?”

“응?”

“내가 네 눈은 정말 인정하거든. 될성부른 떡잎이냐고.”

“크크, 내 눈이 정확하긴 하지. 완전 될성부른 떡잎이야. 아니, 떡잎은 건너뛸 것 같은데?”

“그래? 그런데 나는 너 하나만 케어하기도 빡센데? 그렇다고 뻔히 잘될 것 같은 친구를 다른 팀에 주기도 그렇고.”

황정훈이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상민이 뒀다 어디에 쓸래?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운전대만 잡게 할 거야? 쟤 벌써 삼 년째 내 로드하고 있어. 이제 키워줄 때 됐잖아. 로드야 새로 뽑으면 되니까 상민이한테 맡기면 되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정남 씨도 1팀 되는 거잖아. 어때? 딱이지?”

“그 그림이 좋기는 한데······. 상민아.”

“네, 팀장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박상민이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귀청 떨어지겠다. 좀 살살 말해.”

“네, 팀장님.”

“잘할 수 있겠냐?”

“네! 맡겨만 주십시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기출이 보기에도 박상민은 준비가 끝나 있었다. 자기 욕심 때문에 아직도 로드 매니저로 쓰고 있지만 당장 신인 배우 한 명 담당한다고 어리바리할 위인은 아니었다.

“정훈아.”

“네, 형.”

“니가 그 친구를 개인적으로 좋게 보는 것하고 회사가 그 친구하고 계약하는 것은 별개다. 알지?”

“물론이죠.”

“그러면 계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라.”

“당연히 그래야죠.”

박기출이 박상민에게 말한다.

“상민이는 그 친구 연락처 좀 따 놔라. 조감독이라면 연락처 알고 있을 거야.”

그때 황정훈이 휴대폰을 박기출의 얼굴 앞으로 내민다.

“여기.”

휴대폰은 전화번호부가 열려 있었다. 그 중간에 ‘김정남’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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